소설리스트

223화 (223/304)

대국의 합병(3)

“생각과는 다른 분이신데?”

“그러니까 좀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대단하지 않나. 우리와 비슷한 자가 저기까지 올라갔다는 얘기니까.”

남몰래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을 같았다.

그런 인상 외의 여러 가지가 숨도 쉬지 못하게 할 만큼 압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미했던 시온의 출신이 이들에게 있어서 좋은 자극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시온에게 이 같은 일을 저도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다면 시온은 흔쾌히 답해줄 거였다.

운만 좋다면 말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모든 요소가 그림 같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크, 아리보 거기 얼어 붙어있지 말고 이리로 나오너라.”

벤츨이 그렇게 말하자 잔뜩 긴장한 두 명의 젊은이가 앞으로 나왔다.

“나라가 커진 만큼 해야 할 일이 무진장 늘어났다고 봅니다. 아마 시온 님은 서부 지역과 알바 지역을 적용 시키려면. 가장 활동적인 녀석들을 모았습니다.”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더크라고 합니다. 시온 님.”

“원래라면 머리를 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자니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기회를 놓쳤습니다.”

여전히 이런 명성은 익숙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심해진 느낌이 살짝 들려고 했다.

“성씨가 없는지라 이들을 신뢰하지 못하실 수도 있지만, 다방면에 걸쳐서 검증한 결과 코논과 제가 확보한 녀석들입니다.”

“성?”

“예. 없는 걸 만들어 줄 수는 없지요. 이 녀석들은 평민입니다.”

괜히 시온이 한미한 가문에서 출세했다고 이름이 드높은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시온은 가장 밑바닥이라도 끝줄이 있기는 했다.

평민에서 계급의 사다리를 올라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철저한 인식과 편견이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신경을 아예 안 쓰시지 않지 않습니까? 오히려 권장하셨던 것으로 이 노인이 알고 있습니다마는.”

“맞다. 잘했다. 능력만 보면 된다.”

시온의 입에서 나온 만큼 확실한 답변이 있을까. 모두의 얼굴에서 화색이 돋고 긍정적인 수군거림이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이 둘의 그간에 대한 일의 결과가 이어졌다.

“움드의 전반적인 수준은 이제 제가 관여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가.”

“기대 이상의 징조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동방에서 온 상인들이 비단에 이어 양탄자를 팔기 위해서 새롭게 모여들고 있고, 제국산 호박과 맥주가 다시 동방으로 내보내기 위해 모여들며 아르본과 서부지대가 안정화가 되자 남쪽의 섬나라들에서 꿀과 치즈를 올리고 있습니다.”

“.....? 너무 커졌는데?”

시온의 생각보다 한참은 더 커졌다. 그 정도를 본 것은 분명 아니었다. 적당한 중견급 무역 도시로 키우려고 하고 있었는데. 움드가 그 정도의 허브가 될 줄은 몰랐다.

“푸른 칼 용병단이 죽기 살기로 해상의 안전을 도모해서 많은 해적을 소탕했습니다. 아마 단장을 소환하시면 줄줄이 뱉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전쟁에 앞서 해상이 흔들리면 안 되길래 당시 푸른 칼 용병단을 사 용병단으로 만들기 위해 서약을 시키고 그 단장인 엔츠를 주먹으로 겁을 주긴 했다.

‘제대로 겁을 먹었었나 보군.’

“안 그래도 열심히 활동하고는 있었는데 시온 님이 서부 전쟁을 순식간에 종식 시키자 잠도 안 자고 해적을 털어대더군요.”

“음. 하기야 본인이 해적이라 해적들이 어디 있는지는 빠삭하게 알긴 하겠군. 한 번 부르긴 해야겠다.”

아르본도 서부와 자유도시들을 잇는 무역의 허브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바.

“그래서 지금 저희에게 배정된 예산을 늘려주시기를 바라는 겁니다. 요구하신 서부를 정비하려면.”

“초이와 대화를 해봤나?”

“지금 재정이 대단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물론 대왕의 경이로운 업적 덕분이긴 합니다만.”

“주위에서 겁먹을 만합니다. 움드, 사보이, 아르본, 그리고 몰리나의 자원. 여기서 얻어지는 무역 흑자만 해도 아직도 이득이 남아돕니다.”

사보이에서 생산이 되는 황금에 대해서는 시온도 빠듯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한계도 말이다. 그만큼 도시의 긴밀함에 쏟아 붙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큼 무모할 정도로 많은 금화를 소모했다.

훗날을 생각하고 쏟아 붙기엔 몇 가지 자신감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것을 적어도 십 년 정도는 절대로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그런 보복능력이 없다면 되돌아오기는커녕 남의 떡에 보태주는 일밖엔 되지 않을 거였다.

‘움드가 그 정도로 대단한 도시로 승격되고 있다니.’

처음에 유비드 가문에 공격을 받아 멸망을 갈림길에 서 있던 전 백작이 이 모습이라도 봤으면 관을 차고 나올 정도의 변화였다.

“카밀 유비드, 얼딘 유비드는?”

답변은 옆에 있던 코르도바에게서 나왔다.

“유비드 가문의 구성원들은 모두 움드의 수호자가 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얼딘이 이번 서부 전쟁에 대규모 보병을 이끌고 합류하려고 했긴 했습니다만... 워낙 빨리 끝나버려서.”

“아마도. 유비드 가문의 정치적 목적은 움드의 수호자의 자리를 시온 님께 부여받고 싶어서이겠지요.”

마리온이 부가 설명을 더 해줬다.

물론, 모든 칼자루는 시온이 쥐고 있었다. 유비드 가문에게 수호자의 자리를 내줘서 중심 세력으로 키우든지 아니면 그냥 한 명 더 얹히던지.

“얼딘을 한 번 불러라. 한번 말하는 것을 보고 결정을 할 테니까.”

“아. 뭔가 더 끌어내실 생각이신 거로군요. 알겠습니다. 전서를 보낼게요.”

“가장 확인해야 할 것은 충성심이지.”

“그렇...죠.”

자신에게 전향한 모두에게 당부하는 시온의 말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온 다른 자들과는 달리 얼딘 유비드 같은 경우는 보지 않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내가 너희에게 주는 새로운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잠시 생각하고 있던 시온이 운을 떼자 모두가 긴장하며 시온을 바라봤다.

“원래 나의 영토와 새로 얻은 서부지역, 그리고 알바 지역까지 이어버릴 수 있는 대가도 형성에 집중하라는 거다.”

대가도라고 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던 거대한 규모의 내부 무역로를 가졌으면 했다.

ㆍㆍㆍ

알바의 대 왕위는 총 세 개의 왕위로 지탱되어 있었다. 시온이 현재 이반에게 암묵적으로 받은 작위는 이것으로 왕 중의 왕이라고 평가받는 거대한 작위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알바 지역의 세 개의 왕위인 아일, 스코트, 일즈, 이렇게 세 곳의 봉신 명분이 생기게 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선택을 해야 했다. 최대 작위가 시온에게 넘어왔으니 새로운 대 군주를 맞이하든지 아니면 바로 독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든지 정복 명분이 남아 있는지라 여건만 갖추면 침공할 수 있었다.

“크흠. 황제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면 저희 입장에선. 아. 이것 참 이런 경우는 역사에도 별로 없었는데요.”

마리온이 머리가 아픈 모양.

시온은 정말로 특이한 상태에 있었다. 황제의 최대 봉신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공격하려던 독립 군주들을 역 침공한 전무후무한 위치를 지키고 있었다.

실제로 제국 내에서도 통제 불능이 되어버린 시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날을 가리지 않고 회의를 할 정도였다.

“이미 연락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나?”

각 왕이 이미 제국과 협력하고 있을지의 여부다. 여기에 대해서 가장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을 만한 자는 당연히 이반 대왕 본인이었다.

“이반 대왕에게 제가 직접 질문한 바로는 이제 교역 하기 위해서 서로의 조건을 더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그 밑에 있는 자들도 비슷할 거에요.”

“아니, 저와 마리온 킬번이 가지고 있는 밀정을 뚫고 독단적으로 쉽게 할 수 없을 만큼 제국 쪽은 킬번이 만들어 놓은 정보망이 꽤 촘촘합니다.”

시온이 가지고 있는 정보망은 총 세 개였다. 기존의 카페 왕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이었던 폭시 가문이 가지고 있던 밀정들과 여러 굵직한 인맥으로 동원되는 에슬린의 마법사 밀정.

그리고 제국에서 온갖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뒷골목 양아치부터 상인의 호위에 쓰이는 용병들의 머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킬번의 밀정들.

코르도바도 키우고 있긴 하지만 워낙 하는 일이 많아 원래 가지고 있던 움드에서 활동하는 자들 정도밖에는 없었다.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자금과 그리고 이들이 뭉칠 수 있을 만한 구심점이 되는 것이 바로 시온에게서 나오는 거대하고 거대한 명성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시온도 어느 순간부터 이들이 필요목적에 따라 형성시키는 것을 보고 놀랄 정도다. 그중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건 킬번이다.

금화를 대준다고 해도 제국에서 그 정도 성장을 보여주려면,

-오히려 이런 일은 저같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놈한텐 제격입죠.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기는 놈한테 밖에는 안 건다고요.

어쨌든 지금은 계속 이동 중이었다. 이제는 완연히 바뀐 목적을 가지고 대규모 보병과 함께 대관문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미 동네방네 약식 서약과 작위를 포기하고 알바 지역을 시온에게 넘기겠다는 소리를 한 상황이었고, 여기에 대해서 이곳의 관습대로 해당 도시의 상징적인 건물에서 서약을 한 번 더 받아야 했던 거다.

“고드 왕자가 시온 님을 뵙기를 청한다고? 바로 앞에 왔다고?”

마리온이 그녀의 시종에게 정보를 듣고는 시온에게 바로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라.”

시온이 허락을 하자 바로 거대한 막사의 입구로 고드 왕자가 걸어왔다. 그간의 건강은 다 회복한 모양. 다시 봐도 선이 굵고 뼈대가 강대했다.

“하루하루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평생 한이 남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모하기도 하고 명예롭지도 않은 행동이긴 하나 간절한 마음에 결투를 청합니다.”

대뜸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시온과 결투를 하고 싶다는 거였다. 

하기야 가장 가까운 선택지로는 서부의 세력을 규합하고 아르본을 삼킨 뒤 제국과 정면 대결을 하려고 했던 고드로서는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못해보고 모든 걸 포기해야 했으니 아쉬움이 사무 칠만 했다.

“야이. 녀석아! 어딜 가나 했더니 여기서 그런 뻔뻔한 요구를 해? 나와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뒤늦게 쫓아온 이반이 아들인 고드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 당황하다 못해 분노가 오는 모양.

시온의 개인적인 힘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보병과 각종 대규모 군사 마법 도구들. 

그리고 전쟁을 지탱해 줄 수 있을 만한 자금을 확인한 이반으로서는 가문의 생존을 위해 시온에게 철저히 잘 보여야 한다는 나름의 방침까지 세워둔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짧은 만남 정도로 인성적인 부분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전략적인 판단, 힘, 능력으로 이미 반항할 의지를 잃었다.

긴장된 얼굴로 시온을 봤지만, 시온은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오히려 고드 역시 시온이 현재 열려고 하는 총람의 매개체로서 작동할 거라는 추측이 있었다.

‘총 다섯 개의 고대 무기술은 모두 실전이라는 하나로 종결이 되고 있지.’

둔기술을 익히려고 시도 중인 지금도 고작 해봐야 앞부분 밖에는 얻지 못한 상황.

“원한다면 해주지. 늦은 오후로 잡지.”

시온이 그렇게 말하자 고드의 얼굴에서 전율과 투지가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이거. 이럴 줄 알았지. 다른 놈들관 달라. 절대로 달라. 절대로.”

그의 입장에서도 이것은 마지막 수나 다름이 없었다. 정말 만약에라도 시온을 여기서 고꾸라뜨린다면 온갖 제약은커녕 모든 일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고드가 나가고 나서 시온은 에슬린과 마리온에게 각 왕에게 봉신 소집 명령을 내렸다. 와서 바로 함께 서약하라는 것.

“안 하면 직접 가서 끌고 온다고 할까요? 흡.. 보통은 무역 압박이나 식량 압박 정도로 상황을 염두에 보긴 합니다.”

마리온이 농담 삼아 했지만 시온은 진심이었다.

“그거 좋은데? 그걸로 경고 문구를 하겠다. 나에게 끌려오기 싫으면 제 발로 오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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