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6화 (236/304)

젊음의 비약

“아, 근데 시온 님 이건 알아두셔야 할 건데.”

“뭐지?”

“일단 제가 만들긴 했지만 이게 반대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비약의 기본적인 효과는 젊어지는 것인데 이것이 반대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나이를 먹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럴 지도....”

카롤리나가 자신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일단 벨저는 바로 사망할지도 몰랐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셈이다. 그리고 시온으로서도 곤란한 일이었다.

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맹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니 고민이 드는 와중 벨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온을 반겼다.

“얘기는 들었어. 벌써 성과가 있다고?”

“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시온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벨저에게 설명을 했다.

“그런 이유로 해서 벨저공 보다는 다른 자에게 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안 되네. 내가 먹어야겠어.”

“?”

“크흠. 어차피 젊어지는 효과가 드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자면 내가 최선이 아닌가? 다른 녀석들에게 해봐야 나만큼 극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 게다가 정확한 비교를 해줄 수 있는 건 나밖에는 없어 보인다만.”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시온의 이마가 좁혀졌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어린 자에게 하면 여기서 나이를 되레 먹어도 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벨저는 이대로 가버릴 수도 있다.

“벨저 님 말이 맞기는 합니다만.”

“하기야 고작해야 그런 이유로 거부한다면 체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아도 싫으실 수도 있으니까요.”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습니까.”

당연히 시온이라면 절대로 이런 건 시도하지를 않는다. 잘못되면 잃을게 더 크니까. 그런데 굳이 이런 거를 빼는 것이 기사답지 못하다. 분명히 그런 것도 있긴 있었다.

전장에 서기 전에 각종 보조 단약을 억지로 먹고 부작용 생각하지 않고 전투에 임해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기에 이런 흐름이 생긴 것이다.

시온은 솔직히 고민이 되고 있었다. 자신이 하지 말라고 한다면 당연히 안 하겠지만, 워낙 정보가 없는 고대의 단약중 최고로 치는 것이다 보니 여러모로 자세하게 알아보는 것이 좋긴 좋았다.

그렇다고 나이 든 노예로 먹어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결론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했다.

“하십시오. 하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하지 말라는 쪽이라는 것은 분명히 전해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시온이 손에 있는 것을 벨저에게 넘겼다. 분명히 벨저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크기도 색도 영 달랐다.

그리고 벨저가 그것을 먹고 기존의 하던 대로 보조 장비를 이용해 단약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얼굴과 피부가 젊어져 갔다.

‘흠. 성공인가.’

점점 오십 대로 가는 것 같더니 더 아래를 향해서 젊어져 가는 게 보였다. 보던 자들이 수군거릴 정도의 변화였다.

그러나 시온은 이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원본이라면 그의 절정의 육체 상태까지 되찾게 해주고 거기에 그 괴상한 괴력과 정확히 알 수 없는 각종 효과를 주렁주렁 달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수 제작부터 단약까지 전반적인 제조를 할 수 있는데 시온의 경험상 언제든지 갑자기 효과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고대의 물건들은 그 효과만큼이나 부작용도 대단했다.

강체술을 처음 익힐 때도 가벼운 마음에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충격을 받아도 감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한 거였다.

“벨저 님. 어떠십니까. 그 힘이 왔습니까?”

시온은 바로 그 부분부터 물었다. 단순히 그 상태로 갔던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효과들이 따라오는지가 궁금했다.

‘전반적으로 부가적인 것을 얻은 상태.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뭔가 오긴 한 것 같다만...”

대답 자체는 애매했다. 시온도 그때처럼 확 달라지는 느낌은 받지를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마무리가 온 것 같았다.

“됐군.”

결과적으론 우려했던 일은 이어지지 않았다.

정리해보자면 시온은 젊음의 비약이라는 고대의 단약의 일부를 얻어낸 것이었다.

카롤리나를 불러 대강의 이야기를 들은 시온은 자신이 던져주었던 기본 토대의 단약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카롤리나도 혼자서 만들지 못하고 시온이 기본 정수와 특수 단약을 던져 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 단약의 재료들은 바위 띠 산맥에서 얻어 혹시 쓸까 해서 쟁여둔 것들이었다.

희한하게 풀려버린 거였다.

“그렇지. 이게 제대로 된 거라는 걸 난 보자마자 알았다니까. 시온. 나에게 몇 개 줄 수 없겠나?”

벨저는 자신의 젊어진 육체를 느끼고는 바로 시온에게 욕망을 내비쳤다. 진짜배기들은 아까워서 안 썼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시온에게서 얻어내고 싶었던 거였다.

“쉽게 만들 순 없고, 추이는 차근차근 봐야 하지만 몇 개 드릴 순 있습니다.”

“음, 내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가지고 싶었던 건 없었어.”

“단, 그만한 확신을 저에게 주셔야겠죠.”

“강한 동맹이 이루어졌다는 건 강체술로도 확신합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면 저를 선택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원한다면 기사 수도회와 많은 제국 기사들을 이끌어 저에게 유리하게 해주시는 겁니다.”

“그...그건...! 설마 반란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꼭 그런 건 아닙니다만, 확신을 받아두고 싶은 겁니다.”

아까의 계약은 이 정도까지 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이 비약을 넘겨주는 조건이라면 완전히 봉신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는 황제를 등지고 자신에게 설 수 있는지 그런 것을 벨저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아니야, 정기적으로 이걸 나에게 주기만 해준다면.... 못할 건 없지...”

그가 완전히 인정하고야 말았다. 유일하게 젊음의 비약을 제작할 수 있는 자가 시온이니 시온을 잃는다면 이 제작자도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이 벨저의 오래된 서약을 완전히 이겨낸 것이었다. 강체술로 맺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계약.

“그러면 좀 더 설명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부가적인 효과가 있는지 말이지요.”

벨저에게 몇 알 쥐여주고 나서 돌려보낸 뒤 시온은 선제후들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키 카드를 얻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어린 자들이라면 시큰둥할 소리였지만 좀 먹은 자들은 영지를, 아들과 딸을 내주고서라도 얻으려고 할 것이었다.

그 정도로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시온은 확실했다. 벨저가 넘어올 정도인데 선제후들은 볼 것도 없을 거였다.

게다가 그 특수한 정수와 기본이 되는 단약을 만드는 재료들은 바위띠 산맥에 나오는 특수 영수나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 있고, 그러려면 결국 알바 지역을 쓸 수 있는 권한을 얻어야 하는데.

시온은 이미 그 모든 지역의 주인이었으니 정확히 어떤 것이 어떤 효과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분류 정도만 하면 될 정도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볼 게 있긴 하지.’

시온은 우연히 얻었던 찬란한 빛이 떠오르는 푸른 액이 묻은 젊음의 비약을 꺼냈다.

여전히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도는 정체불명의 단약이었다.

좋아 보이는 것은 확실한데 아직은 용도를 잘 몰랐다. 그리고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의 조건이 그냥 푸른 액만 부으면 되는 건지 그것에 대한 정보도 필요했다.

시온은 바로 두 알의 단약에 푸른 액의 여유분을 잠시 고민하다가 부었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느낌에 몇 번을 해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액은 한정적이고 여전히 자신의 육체의 재능을 끌어 올려주고 있으니 이렇게 낭비할 수마는 없기에 시온은 그만 시도해보기로 했다.

방금 써버린 액의 양만 해도 삼일은 쉬어야 했다.

‘흠. 어쩔까.’

좀 더 남겨둬 볼지 아니면 그냥 먹어버릴지에 대한 순간의 충동.

‘뒤져봐도 없을 것 같은데. 그냥 먹어버릴까.’

삼일 치 푸른 액을 날렸기에 약간 상심한 시온은 그냥 이 정체불명의 단약을 먹어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어서 입에다 털어 넣고 바로 마나를 돌리는데 처음엔 그나마 먹은 나이를 되돌리는 것 같았다.

그거야 뭐 일시적인 거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이 생각은 아주 잘못된 거일 거였다.

애초에 단약 자체가 잠시 효과를 누리려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몸에 남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갑자기 시야가 확 달라졌다.

“음...?”

뭔가 전반적으로 동체 시력이 좋아지고 힘이 전신에 휘몰아쳤다. 아마 이것이 벨저가 자신을 향해 몰아붙일 수 있었던 이유가 될 것 같긴 했다.

그런데 그거 외에는 없었다.

“이게 끝인가?”

솔직히 기대를 상당히 했는데 좀 허망한 결과였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레시피들을 보다가 시온은 방금 자신이 먹은 것이 젊음의 영원이라는 단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젊음의 비약의 상위 단계라고 덩그러니 떨어져 있고 어떠한 방법도 단서도 있지 않은 초월적인 단약이었다.

설명을 쭉 읽던 시온도 바로 욕이 나왔다.

“미친... 끝나는 시간이 없잖아.”

설명대로라면 적어도 겉모양은 현재 모습 그대로 계속 남는다는 거였다.

만약 벨저가 먹었다면 죽는 날까지 젊은 시절로 돌아가 있었을 거였다.

‘내가 방금 그런 걸 먹었단 말이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던 세 황제가 단 하나의 단약으로 총력전이 벌어질 수도 있을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단약이었다.

게다가 수명도 대폭 늘려준다고 하니...

물론 이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근차근 확인해볼 일이지만, 육체의 능력이 극단적으로 올라갔다는 건 이제 바로 알 수 있었다.

즉 마나를 다 소모하게 된다고 해도 지금의 행동각인술에 준하는 인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었다.

‘정기적으로 일시적인 젊음의 비약을 제공해준다고만 해도 황제를 버릴 정도인데...’

아마 벨저에게 이 같은 단약을 거래한다 치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았다.

어쨌든 이제는 먹어버렸으니 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그런 확인을 줄기차게 하는 시온을 향해 마리온과 에슬린이 차례차례 들어왔다.

“아니 진짜 이건 지금 모든 최고의 권력자들을 흔들 수 있는 물건입니다. 특히 여자라면...무슨 짓을 써도 구할 물건이에요.”

“이건 여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야. 마리온. 마법사라면 어떠한 살인도 불사할 만한 물건이지. 그게 대마법사라고 해도... 벨저 공뿐만이 아니라 우리 밀정을 늘려야 해.”

“당장 제가 샬롱을 방문해 볼게요. 넌지시 소문만 흘려도 제국의 모든 자를 기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원하신다시면요.”

제국의 선제후들의 부인이 여는 샬롱들은 하나의 거대한 정치판이었다. 그냥 공짜 동맹이 형성되기도 하고 누굴 죽일지 살릴지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기야 선제후들은 앞에선 웃으면서 뒤에서 칼을 꽂을 기회만 보는 자들이라곤 하지.”

시온이 그러한 격언을 떠올리자 에슬린이 바로 답했다.

“이미 밀정들끼리 전쟁에 들어갔습니다. 근처의 주요 인물에 여러 선제후들이 서로 자기의 사람을 넣기 위해 부르는 게 값이라더군요. 시온 님. 만약 공식적인 자리를 움직인다면 하다못해 구걸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거지조차도 끈이 연결되어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흠, 에슬린 네 생각은 어떻지? 내가 이 비약에 대한 정보를 흘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나?”

“밀정부터 장악되어야 합니다. 그전에는, 전 반대죠.”

“황제를 공식적으로 만나기 전에 지금 정보가 좀 흐르게 되면 분명히 허락을 받아야 할 안건들에 대해서 압박을 줄 수 있을 거여요.”

“그런데 카롤리나가 그러던데 시온 님이 아니면 근본적으로는 만들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 그건 사실이다. 내가 직접 손을 대야 하는 것들이야. 그래서 어느 정도 주기로 약조를 맺게 되면 내가 직접 해야 하니 많이는 못 하지. 그걸 생각을 해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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