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4화 (244/304)

약혼자

자신에게 그런 수호자의 임무를 갑자기 걸은 것은 아무래도 나름의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굴려서 걸려서 나온 결과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그냥 워든이라는 작위를 내릴 리가 없는 것이었다. 

제국 자체에서 대응해야 하는 거대한 문제에 대해서 그냥 자신한테 맡겨놓고 지원을 뚝 끊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형국이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그나마 여기에 대해서 대항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선제후를 이미 동맹으로 포섭을 했다는 점이었다.

시온이 여기서 작위만 받고 거부를 할 수도 있는 그것도 가능했다. 

그 정도의 힘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 의결장에서 자신의 힘을 파악한 황제는 약혼까지 걸어 끝까지 덤핑해서 자신을 끌고 들어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뭐 지금까지 이런 싸움을 안 해봤던 것도 아니고 이렇게 되면은 차선 계획을 받아들일 때이기도 했다.

ㆍㆍㆍ

어쨌든 이 휘황찬란한 방은 그간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것을 본 시온으로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었다. 

거울의 방과 호박 방, 

종종 황궁의 연회를 열기도 하는 건물인 여름의 궁전은 그 안은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탑에만 박혀 있던 내가 이런 곳을 보게 되다니. 카롤리나가 좋아하겠는걸.”

같이 들어가던 에슬린이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보석과 금과 다이아몬드로 나열이 되어 있는 이 건물은 6m마다 땅과 아래를 잇는 금빛이 섞인 반투명의 기둥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거기에 새겨져 있는 조각은 물론이고 사람의 키에서부터 2m 위에 펼쳐져 있는 벽화는 긴 제국의 역사를 그림으로 요약을 해서 보여주는 식인데 설화와 이야기가 담겨 끝도 없이 전방을 향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 들어온 입장객은 어쩔 수 없이 이것들을 보면서 압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맨 위에서부터 내리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아래에 비치는 대부분의 햇살은 호박 빚이었다. 

천장에도 신과 인간을 뜻하는 강렬한 그림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중간중간에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도 하나하나가 마법적인 품계가 담겨 있어 강렬한 통제력을 자랑했다. 

어중간한 단계의 그 마법사가 이곳에서 말썽을 피우려고 한다면 그 마법 자체가 무효가 될 정도의 강력한 자기장 같은 게 이어져 있었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현존해 있는 궁전으로 건축 기술은 지금의 그것을 한참은 넘어서 있었다.

시온이 움드에 도입하고자 하는 것도 고작 해 봐야 현대식 건물의 구조를 민간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그런 구조물들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건축물들로 어떤 마법적인 역효과를 이어서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겠다거나 

그런 수준은 아직 시온이 대단한 마법의 경지에 오르기는 했지만 갈 수가 없는 일이었다.

시온이 배운 것은 강력한 파괴 마법들이고 그리고 얼마 전에 배웠던 무력화 마법 계열의 그런 효과를 대부분에게 보충해주는 마법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무지하다고 봐도 됐다. 

“참 조금 전에 받았던 보고인데 새로운 마법사들이 니벨룽 아카데미의 시험을 거쳐서 바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고렘에다가 저런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현재 시온이 보유하고 있는 고렘은 어느덧 150기에 다다르고 있었는데 정확히 시온이 통제하고 있는 것은 그 절반의 수치였고 나머지는, 

본 계약은 시온이 하고 가 계약은 시온 자신에게 충성을 서임을 한 능력 위주로 뽑은 마법사들에게 분배하고 위임을 한 상황이었다. 

그게 이제 지금 시온이 맡겨둔 서부지역이나 알바 지역을 관통시킬 수 있는 대규모 도로 공사 작업에 투입되어 있었다. 

여기가 이어지게 된다면 움드와 알바까지의 거대한 통로가 만들어지고 

움드를 거치게 되는 비단길이 자연스럽게 이 세 개의 도로에 연결이 되면서 강력한 경제적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명히 확신하고 있었다.

“서부의 영주들은?”

“목숨 부지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물론 여기에 드는 큰 비용들은 전쟁에서 빼앗은 전리품으로 중단시키고 자신에게 항복했던 서부 대영주들에게 뜯어내고 있었다. 

대영주들은 막상 목숨을 바치고 살아나겠다고 충성을 바치며 자신에게 붙을 때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겠다는 표정이었고 그러한 행동을 했지만

막상 이렇게 엄청난 세금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 자산을 배상금의 명목으로 뜯게 되자 

벌써 언제든지 기회가 생기면 반란을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슬슬 풍기기도 했다.

“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에릭님. 여기선 시온 워든 각하께 존대를 확실히 해야 합니다.”

“아 그랬지. 내가 이런 거엔 약해서...으..”

시온은 거기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 당면 문제는 

황제와 파워 싸움에 있으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억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정도였다.

만약에 여기서 자신이 좀 약한 모습이 보이거나 꺾인 듯한 느낌이 나기만 한다면 

곧바로 서부지역에서는 다시 황제와 비밀리에 결탁하고 반란을 할 확률도 얼마든지 있었다.

알바는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알바 대왕의 차기 후계자인

이반의 아들인 고드는 아무래도 기사로서의 삶이 잘 맞는 모양이었고 점점 광신도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 이런저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시온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항상 염두에 두고는 있었다. 

고드를 아직 중임에 등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코르도바와 에릭을 붙여놔서 강체술을 익히게 하고 있었고 

이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겠지마는 중요한 시점에 고드를 투입해야 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인물은 빠짐없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이곳을 채우고 있는 하객 중 상당한 수 적어도 한 6분의 1 정도가 시온의 봉신이었고 또는 관련된 자들이었다. 

“저 사람이 시온 워든 각하, 니벨룽 왕조의 개창자, 서부와 남부의 관리자, 정복자, 무패의 기사, 경이의 마법사,,,,”

“오늘 내 생애 최고의 날인 게 분명해 이런 귀한 자를 보다니.”

주변은 시끌시끌했다. 주제는 거의 자신과 관련된 것이었다.

단독으로 여기에 황제와 나란히 설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장 격이 높은 궁전에서 열리는 연회는 그때그때 가지고 있는, 

누가 가장 강력한 봉신인가 또는 누가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측정하는 암묵적인 장소이기도 했다. 

즉 귀족들로서는 앞으로 누가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누가 썩은 동아줄인지를 파악해야 하는 그러한 정치적인 연결의 장이기도 했다. 

그러니 최대한 사치를 하려 든지 아니면 과시를 하려 든지 해서 자기의 가문이 건재하다는 것은 항상 보여주려고 했고,

여기 엄격한 예법을 갖추지 않는다고 하면 과감하게 망신을 줘서 그 사람의 위신을 깎아서 위치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여튼 귀족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전쟁의 연장선이었다. 

어떻게 보자면 이것저것의 전쟁이 펼쳐져 있지만 가장 시온으로서도 적응이 안 되는 형태의 그런 것이기도 했다.

기사의 결투가 솔직히 말해서 가장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어쨌든 위험한 상황이 놓이면 놓일수록 상대를 이겨내기만 한다면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권리를 한 번에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거기에서 이긴다면은

말도 안 되게 자신이 가진 것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기에 그랬다. 

지금까지 시온의 결투 전적은 단 한 번도 진전이 없었다. 

이것 또한 시온이 지금까지 볼 수 있게끔 하게 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에서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는 가문이었다. 

‘오랜만인데.’

정확히는 도팽 가문의 루시 그리고 예전에 한번 여기에서 일을 대충 처리하고 도망간 전적이 있었던 기드 도팽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은 저 끝에서 시온의 얼굴을 먼 곳에서 보고 있었고 간절히 시온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물밑 공작을 열심히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주 코르도바에게 열심히 뭔가를 떠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코르도바가 약간 도팽가문과 조금 관련이 있다고는 들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메인 문제는 사실 지금 나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이런 귀족들이 아니었다. 또는 선제후들과의 어떤 친목도 아니었다. 

뭐 선제후들이야 자기들의 포지션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과의 어떤 대화와 어떤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은 젊음의 비약이라는 것으로 배신하지 못하게 만들 수단을 확보해 놓았고 

마인츠의 같은 경우는 아예 딸의 목숨 빛이 자신에게 들어와 있으므로 이것만 해도 사실은 이들과 그렇게 더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워든 각하. 저랑 한 번 춤을 춰주실 수 있을까요?”

공작새처럼 화려한 복장을 한 여자의 간절한 요구는 이걸로 세 번째였다.

이곳에, 이곳은, 그냥 단순히 정신을 놓고 떠들어대고 술을 처먹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엄연히 손절해야 할 사람은 손절을 해야 하고 

대화를 해야 할 사람을 대화해야 하는 그러한 순간이 연속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핵심은 지금 황제의 딸이 이곳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인데 황제도 아직은 없었고 그의 딸도 아직은 없었다. 

약혼 후 상대에 대해서, 

시온은 처음 보는 약혼녀와 결혼을 할 예정인 셈이었다. 

물론 끝까지 가봐야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사실 첫 만남에서 바로 약혼이 먼저 결정이 되고 

그다음에 얼굴을 알아야 하는 이러한 중세의 방식은 현대인인 시온에게 있어서 굉장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형태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것이 이곳의 룰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오랜만에 도팽가에게 진 빚을 조금 갚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너무 반갑기도 했다. 저 사람들 밑에 있을 때만 해도 얼마나 힘들었는가. 

특히 루시의 얼굴은 좀 더 완숙한 느낌이 물씬 풍겼었는데 맨 처음 수련 마법사 면허를 따고 그녀를 들어 올린 일이 갑작스럽게 이곳에서 떠올랐다.

“에슬린 잠시.”

“그렇게 해서 마무리를 해둬야 하고.. 아? 예. 워든 각하.”

시온은 에슬린에게 저기 코르도바하고 얘기하고 있는 도팽 가문의 두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몰래 언질을 줘뒀다. 

에슬린은 저 끝에 있는 일개 백작가문인, 마법사 가문인 도팽 가문을 보고 의외라는 얼굴을 했다. 

“도팽 백작가를요?”

“응. 알고 있나?” 

어쨌든 에슬린은 도팽 가문이 무슨 가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도팽 가문은 마탑과 관련되어 있었고 직접적으로는 마탑의 봉신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팽 가문의 두 명이 사람들을 비집고 에슬린을 따라서 안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오자 수많은 순번을 기다리고 있던 귀족들이 대체 이 녀석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며 떠들어댔고 

안면이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밝혀지자 강한 부러움을 표출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를 쓴 거지?”

“듣자 하니 선제후를 포섭하기 위한 금화가 대단하게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그 빈 주머니를 누군가는 채워줘야 할 테니까.” 

공작 라인까지 넘어 선제후 라인까지 들어와서 저지되고 있는, 저지될 법한 그들을 시온이 간단하게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거, 이거. 이 늙은이 기드 도팽입니다. 시온 워든 각하. 외모적으론 전혀 바뀌신 게 없으시군요. 껄껄.”

“시온 각하. 루시 도팽이에요. 정말 잘 되셨네요. 절 기억을 당연히 못 하시겠지만 전 또렷하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루시 도팽을 보게 되었다. 루시 도팽은 여전히 도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매우 아름다웠다. 

마법적인 성장도 상당해서 벌써 6단계에 들어왔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것은 그때의 추측이 완전히 검증된 셈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수련만 열심히 해야지만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아무리 마법사 가문의 핏줄을 타고났다고 해도 그 정도 단계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은 자신이 그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그때의 과정에 대해서, 불미스러웠던 그 과정에 대해서 약간의 농담으로 삼아 얘기를 나눴다. 

결국에는 거기서 그 일이 있어서 지역을 옮긴 것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큰 발단은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었기에 시온은 거기에 대해서 나름의 의미를 크게 두고 있었다.

그 말까지는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루시에게 혹시 결혼했냐고 그런 비슷한 얘기가 넌지시 나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자리가 자신의 약혼 때문에 열린 것이기에 겸사겸사 그 얘기가 나오면서 같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이어졌다.

“아니요. 결혼 안 했어요. 각하.” 

그러고 나서 아주 뜨거운 눈빛이, 

끈적거리는 그런 눈빛이 자신을 향해 왔고 그 눈동자와 강렬하게 얽힐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유혹이 강하게 일고 있었다. 당시에 그녀는 범접하기 힘든 여자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그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바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신호가 그녀의 얼굴에서 나타나고 있었기에 시온은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놀랄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은밀히 강렬한 어조로 들어왔다.

“워든 각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만다 블랙파이어가 약혼녀를 데리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황제와 하게 될 새로운 파워 싸움의 시작이 곧바로 이어지려고 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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