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와 난입
완다라는 것은 골족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제도였다. 형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피를 나눈 것처럼 행세하게끔 하는 것이 완다의 맹세라는 거였다.
‘결국은 더 세밀한 친목을 의미하는 거지.’
아무래도 유목민족의 특징상 형제를 더 믿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질 확률이 높아서 이러한 풍습이 상당히 발전한 거였다.
이런 맹세를 저버리게 된다면 그들의 귀족 사회에서 매장을 당해 앞으로도 다른 귀족들에게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그런 불이익이 존재했다.
신이 저주한다는 뜻인데 그들의 신인 천둥 신이 대대손손 저주를 내린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그런 미신적인 경향이 강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제국이라고 해서 그런 게 없는 게 아니고 조금 나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제국보다도 어떻게 보면 좀 더 희한한 방식으로 묶여 있다고 할 수 있는 거였다.
‘이래서 그 지역의 사냥꾼이나 길잡이의 말은 뭣보다 중요하지.’
그나마 시온이 바로 이런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유는 현지 길잡이의 말을 제대로 들은 탓이었다.
그가 말할 때마다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앤드류의 비술을 이용해서 기록을 어느 정도는 해둔 거였다.
“다친 곳은?”
“없어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러한 방식을 모르는 자에게는 시온의 지능이 대단한 수준이라고 여겨지겠지만 실은 그런 건 아니었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수틀리면 바로 이들을 제거하고 배를 탈취한 뒤에 도망가려고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지금은 없어 보였다.
‘좀 더 관망은 해야겠지만.’
그리고 그의 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머리카락에 이국적인 모습이었고 옷은 깃털 장식이 많았다. 누가 봐도 제국의 복장은 아니었다.
그 여자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카이샨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카이샨을 탓하기도 했다.
“이 씨발 개새끼야.”
“?”
“너 때문에 씨발.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잡혀?? 병신아.”
“내가 병신이 아니라 시온 니벨룽의 수준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족장회의 수준 탓이지.”
만약에 이 일이 제대로 안 풀리게 된다면 이대로 이들 모두가 궁지에 몰리게 될 거는 뻔한 게 그렇게 되면 사람은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거였다.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본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에 대해서는 시온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온 본인부터가 그러한 행동을 몇 번이거나 했었던 거였다.
‘일반적인 제국 귀족이라면 여기서 이들에게 제안하는 것 따위는 하지 않겠지.’
왜냐하면 제국에서는 이런 야만인들과 동등하게 격을 제시한 것 자체가 상당한 치욕적인 행동으로 여겨졌기에 뿌리부터 귀족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행동을 할 일이 극히 적었다.
“그 시온이란 말이지..”
“.......”
“강해보이네,,”
“.......”
“그 몸,, 몸은 거짓말 하지 않잖아. 내가 본 어떤 전사보다 대단한 훈련을 하고 있는 거지.”
당장에 관련이 있는 선제후들만 해도 단 한 명도 쉽사리 이런 상황에서 제안을 넉넉하게 할 만한 자는 한 명도 없었던 거였다.
그런 고로 현재 황제가 자기를 죽이려고 하고 골족들과 손을 잡은 것은 정말 제국 자체에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큰 결단이기도 했다.
그만큼 지금 그러한 불명예보다도 시온이 그에게 있어서 위협적이라는 뜻일 거였다.
하여튼 시온은 이 낯선 여자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 바로 다음 설명에 대해서 들었다. 이 여자가 배를 몰 거라는 거였다.
“선장은 나야.”
ㆍㆍㆍ
제국이라면 보기 힘들 이색적인 광경이기는 하지만 시온과 일행은 지금 배를 타고 도스섬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위장 배로서 안에 들어있는 물건 안에 섞여 있는 거였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할 때도 철저한 검증을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럴 만한 인원이 다른 쪽에 빠져 있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시온이나 아니면 저기 저 끝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이목이 쏠려 있었다.
“잘 타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진짜 보고 싶어 미치겠군.”
그것은 현재 시온의 환영 자아 비술이 활약을 벌이고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30%의 힘을 가지고 그곳에서 탈출 불가능한 그 깊은 장소에서 소멸할 것을 각오하고 날뛰는 바로 그런 작전이었다.
잃게 될 만한 마나의 양은 시온으로서도 예측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고 이 경지가 얼마나 탐이 나고 궁금한지 에슬린은 옆에서 아예 간단한 메모와 분석을 같이 하는 도중이었다.
그런 시온의 모습은 카이샨과 그 사람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이 사람은 뭔가 다르다. 제국의 일반적인 귀족과는 다르다는 어떤 그런 느낌 말이다.
‘국제적인 평판은 적조차도 신뢰를 주게 하지.’
시온은 현명하게도 이들과 배를 타기 전에 간단한 제안을 이미 이들에게 건넨 상태였다. 이 일이 걸리게 된다면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렇기에 만약에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자신의 영지에서 땅을 내주고 거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이들에게 한 거였다.
물론 이것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시온 입장에서는 그냥 이대로 망명자들을 빼돌리게 되면
유목 제국이 여기서 일어난 교란을 빌미로 해서 시온 때문에 선전포고를 한다는 듯한 그런 결과는 일어나지는 않을 거였다.
그거는 그것대로 중요한 법인데 왜냐하면 여기에서 이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그 전후 상황이라는 시점에 있었다.
그러니 이 일이 그대로 끝나게 된다면 서로 입을 다물고 각자의 포지션에서 각자의 일을 다시 수행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나 그것이 만약에 잘못되게 된다면 그 리스크를 시온이 이들에게 보장해 주겠다는 그러한 바로 제안한 것이었다.
“긴급사태라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배가 더 없는데. 무슨 마법을 부리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이만 부족이 책임질 부분은 아니니까.”
배를 몰며 주변을 주의 깊게 보는 골족의 여자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보험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개념도 시온이 현대인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제국에서는 이런 보장보다는 무자비한 신분 계급으로 인해 착취하는 형태로 표현이 되고는 했다.
ㆍㆍㆍ
한편 30%의 힘을 빼놨다고 추정이 되는 환영 자아 비술은 지금 적들의 한복판에 놓여있었다.
“이게... 가능해?”
“저 새끼 대체 누군데.”
“으악... 악. 내 팔.”
환영 자아의 광경과 체험과 어떤 분신과도 비교도 안 되는 그 실체의 느낌을 시온은 지금 엿보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엿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미 다른 시험을 통해서 다 검증해본 결과였다.
‘결국엔 나의 경험으로 귀결이 되지.’
시온은 속으로 침을 삼켰다. 현재 자신의 환영 자아는 방금 날아오는 갈고리를 세 개를 동시에 날려버렸다.
이건 그냥 갈고리가 아니라 대단한 마법이 걸린 갈고리인데 부패나 부식과 관련된 갈고리로 조금이라도 스치거나 그냥 그것을 쳐냈다고만 해도 독이 퍼져서 상대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 그런 갈고리였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굳이 주의를 잡지 않아도 앤드류의 행동각인 비술은 이것을 골라내고 그것을 쳐내고 빠르게 그것이 없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거였다.
이것은 능력의 30%라고 할지라도 시온이 가지고 있는 기술들의 숙련도가 단순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마법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불러. 더 불러!!”
“화마 잡아!!! 마법사 부르라고!!”
그것을 상대하는 녀석들도 지금 아찔한 심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영문 모를 이상한 녀석이 갑자기 나타나서 사방에 불을 지르면서 일기토란 일기토에서 전부 다 대가리를 부수고 있으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뛰는 일이었던 거였다.
그냥 이 녀석이 근처에 나타났다는 것만 해도 이들에게 있어서는 큰 중책으로 딱히 배경이 없다고 한다면 사형이 내려질 수도 있는 그러한 일인데 거기에 끝난 것이 아니라 벌써 인명 손실이 상당히 나고 있다는 점이다.
환영 자아의 메이스에는 벌써 피가 범벅이 되어서 제 빛깔을 알아보기 힘든 수준이었고 어쨌든 그것을 피하자마자 시온은 그림자 비술로 상대의 다리를 잡아챘다.
“뭐야 이건!! 상대 똑바로 구별하라고!”
“내가 아니야!”
옛날이라면 좀 구차한 속임수를 해야 했는데 이 에테르 그림자 비술은 완전히 그때의 것과는 차원이 달라서 마나도 적게 들고 그 효율은 은밀함은 그 한 수 위였다.
이들 역시 하나하나 마법을 저지할 수 있는 방어구를 입고 있거나 액세서리로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 자신이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문명이었다거나 아니면 이것을 멸망시킨 왕국에서 뺏은 것일 것인데 시온은 아마도 이것을 뺏은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풍습과는 다른 여러 가지 형태의 물건이 많이 섞여 있었던 거였다.
어쨌든 문명 수준이야 이들이 멸망해서 그렇지 제국과 거의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 마법 도구들이 가지게 되는 방어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기에
30%의 능력을 갖춘 시온이라면 이것을 돌파하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당연히 아니었고 치열하게 그림자들이 그들의 다리와 팔을 교란을 시키는 데 성공을 하고 이들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준 차이가 있으니까.’
어떻게 보자면 시온이 예전에 성공시킨 그 거대한 규모의 그림자 비술에 비하자면 너무 하급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애초에 그 효율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그것은 시온조차도 자신의 일을 환영 자아에게 맡기면서도 놀라고 있었던 거였다.
이렇게 앤드류의 행동각인 비술이 훌륭한 마법이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도...도와줘!!”
“텐이시여!!”
정면으로 부딪쳤다면 조금이라도 저항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어디 한 군데 신체 한 군데가 붙잡힌 이들이 전투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바로 시온의 메이스가 그에게 떨어졌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녀석은 그대로 찌그러져서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이어서 시온은 나머지 두 명도 집중적으로 머리를 공격해서 쓰러뜨렸다.
“........”
“살...살려...”
조금이라도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앤드류의 비술이 이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내려쳐서 숨통을 끊어버렸다.
딱 봐도 그냥 단순한 골족 전사가 아니라 이 녀석들이 굉장히 우수한 인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들이 쓰러지자마자 순간적으로 이들보다 더 약한 골족 전사들이 우르르 퍼지게 되는 현상까지 이어지게 된 거였다.
“겁 먹지마라! 저 제국 기사 놈은 혼자야!”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많은 인재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시온 입장에서는 그냥 어느 정도 소란을 키우게 되면 상당한 병력이 이쪽으로 빠지지 않을까 해서 이러한 이런 작전을 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말도 안 되게 일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 이 환영 자아 비술이 처리해버린 일기토로 처리해버린 골족 전사만 해도 열 여섯명이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하급 전사들을 방패 삼아서 뭔가 마법도 같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보통은 대량으로 피해를 입힐 방법이 있지만 이렇게 정예의 기사들을 상대하기 위한 일인 마법도 많이 있었고 그것이 지금 시온에게 집중이 되고 있었다.
“완성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방금 쓰러진 머리를 잃은 그 사체에게서 검은 기운들이 흘러나오더니 이것들이 형체를 슬라임처럼 뭉쳐 일으키며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온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핵을 찾아서 바로 내리쳤다. 완성되면 이 마법은 정말 강력한 효과가 있겠지만 시온에게는 이거를 파훼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고 간파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파장의 효과로 이곳을 시팅하려고 한 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바로 그곳을 향해 시온은 간단한 마법을 터뜨렸다.
파직!
“끄아아!”
천둥 계열과 관련된 대마법을 쓸 수 있지만 지금 현재 마나로는 능력의 30%로는 그 정도의 대마법을 쓴다는 건 불가능했기에 간단한 전기충격이 그 마법사에게로 내리친 거였다.
그러면 그 정도로 만으로도 타격을 입을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할 거였다. 바쁘게도 이런 일로 끝난 게 아니라 바로 등 뒤에서 거대한 전기 구체가 시온을 향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법을 모른다는 건 완전히 편견이었군.’
어떻게 보면 밀집된 충격이 담겨 있는 전기 구체였는데 시온은 이것의 정체를 보자마자 건드리게 되면 아니 이것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이 주변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한 거대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슨 힘이!! 팔이 부러진 것 같아.”
곧바로 하급 전사들에게 달려 들어가서 그들의 무기를 뺏어버리고 그들을 방패 삼아서 구체의 폭발 대비를 한순간
곧바로 이 주변을 날려버릴 수 있을 만한 거대한 전기충격이 주변에 번쩍하고 터져버렸다.
하급 전사의 생명 따위는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지금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마법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마법이 아니라면 현재 시온을 제압할 수 없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러한 짓을 저지르는 것일지도 몰랐다.
‘멀쩡하군. 예상 밖은 아니었어.’
당연히 세 명이 까만 형태가 되고 노릇노릇한 냄새가 났지만 그들을 일차적인 방패로 사용하고 나머지 앤드류의 비술로 만들어낸 효율적인 마나의 방벽으로 보호한 결과 그 충격에서도 시온은 무사할 수 있었다.
그대로 거멓게 변해서 즉사해버린 골족 전사였던 것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주위에 벌어진 것은 그야말로 혀를 찰 정도의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