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범선이 빠르게 출렁거렸는데 아무리 안정성을 목적으로 만든 3층 형태의 거대한 범선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보다 더 거대한 것이 나타나게 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뭐라도 하라고 좃되잖아!”
“자비를 구해!”
“밧줄 어딨어. 밧줄. 돛을 피라고!!”
바다가 무서운 것은 이러한 지반이 없다는 점에 일 거였다. 아무리 기사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들의 힘은 땅을 밟아야지만 싸울 수 있는 법이고 그 땅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냥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일단은 터져버렸으니, 제길.’
그렇기에 이러한 재해 영수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팀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시온도 그 팀을 가지고는 있었다.
‘영수잡이들.’
그런데 그 영수잡이들은 현재 시온이 파견한 위치가 달라서 여기서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여기에 대해서 저항력이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마법사 밖에는 없을 거였다.
“각하! 각하와 저밖에는 없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해결을 보기 위해서 시온과 에슬린이 해결을 해야 한다는 점일 것인데 여기에다가 퍼부을 수 있을 만한 대마법이 물론 존재를 하나
이 녀석을 건들게 되면 일견 엄청난 마나 폭풍이 일어나게 되고 여기서 퍼지게 되는 그 흔적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일 거였다.
“걸리잖아.”
“죽을 순 없지 않습니까!”
그 감출 수가 없게 된 흔적을 통해서 침입이 있었다는 것을 골족의 전사들이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거고 그러니 그것을 사용하게 되는 건 마지막 수단이 될 거였다.
그리고 일단 이질적인 느낌 때문이기도 한데 뭔가 예전에 만났던 재해 영수와는 다른 느낌이 은연중에 들었다.
“일단은 공격하지 말아봐.”
“예???”
시온은 에슬린에게 그렇게 대답을 주문했다. 단순히 마법사의 공격만 하지 않는다면 다른 건 거의 무시할 만한 수준일 거였다.
재해 영수의 비늘 자체가 대단해서 그걸 뚫기 위해서는 무기 자체도 마법이 걸려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각하와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쳐라!”
“아니야. 모두 정렬! 공격 금지. 그게 워든 각하의 뜻이다.”
“?!!!”
만약에 공격하려면 지금이 적기인데 갑자기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들이 혼란에 빠졌으나 결국에는 명령을 듣고 인내를 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이 기사들을 부리는 입장이 되었지마는 확실히 충성이라는 요소는 그것을 당해야 할 때는 열받았지만 부릴 때의 입장이 되니 편한 요소가 있었다.
“살 떨리네 진짜.”
“어차피 재해 영수를 거듭 사냥한 건 시온 경밖엔 없어.”
“경에 대한 명령이 가장 우선이지.”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일단은 자신의 말을 듣고서는 그 행동을 취해주는 거였다.
그리고 나인만 부족에 대한 명령도 비슷하게 할 수는 있었는데 굳이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텐신이시여. 자비를.”
“노예 어딨어?? 던져 넣으라고.”
얼마나 이들이 이런 존재에 대해서 무서워하고 있는지 벌써 머리를 박고 있는 자들도 있었고 듣자니 선원 중에서는 공공연하게 이 재해 영수에게 공양 같은 것도 하는 것 같았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예상을 깬 정도의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너무나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관습이 있거나 미신적인 부분이 많은 그런 민족이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인인 시온이 보기에는 둘 다 문제가 많았지만 어쨌든 거기에 관한 판단을 온전히 해줄 수 있는 것도 시온 밖에는 없을 거였다.
어쨌든 그녀와의 비밀 관계 덕에 이곳의 선원에 대한 명령도 사실상 시온이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뭐 어떻게 해??!”
바로 그녀가 와서 시온에게 물었고 시온은 가만히 있으라고 답변을 줬다.
“그냥은 안 죽어. 씨발.”
“날 믿고 가만히 있어. 난 두 번이나 재해 영수를 사냥해봤다.”
“?!!!!!”
하여튼 이렇게까지 결정을 내고 나니 속이 시원한 게 아니라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용의 혈통 마법이 뭔가 작용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뭔지 정확하게는 몰랐던 거였다.
이들과 달리 시온은 최후의 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짓을 저지르는 것이기는 한데 그 대가는 확연히 있을 거였다.
‘진정시키기는 했는데 혼란스러운게 더 문제니까.’
적어도 접근을 허용했기 때문에 범선 자체가 상당한 피해를 입고 반파가 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렇게 되면 범선을 여기서 수리를 하는 것은 무리이니 더 작은 범선을 타고 움직여야 할 건데 도착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더욱더 험난할 게 분명했고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방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섬에서 고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섬에서 고립이 되면 거기서 범선을 만들어야 하므로 당연히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고 이번 일은 실패라고 생각을 해야 할 거였다.
‘씁..’
그러고 나서 이런 생각이 빠르게 스치고 있을 와중에 바다가 울컥거리더니 결국에는 거대한 공룡 같은 것이 머리로 불쑥 올렸다.
“존나 크구나.”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것은 어차피 여기에 있는 자들이 반항한다고 해도 마법을 통해서 공격을 최대한 해본다든지 하는 수단들이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온 경이 검도 내리랍니까?”
“시발.”
여기에 대해서 유일하게 대항이 가능한 사람은 시온이 펼칠 수 있는 대마법 밖에는 없었고 아마도 그중에서도 블랙홀 계열이 효과가 있을 거였다.
그 마법의 특징상 숨통을 끊지는 못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격은 또 직접 해야 할 예정이었고
‘이런 곳에서 승부라면 순식간에 내야겠지.’
이왕 하게 된다면 확실히 숨통을 끊어버리고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영단을 비늘을 이 녀석의 보금자리까지 가서 털 수 있는 건 다 털어야 할 거였다.
‘변수가 많아 변수가.’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큰 국면에서 보자면 전략적인 실패가 되기에 영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긴장한 상태로 보고 있었는데 적어도 하나는 확실할 수가 있었다.
앞에 있는 저 고룡이 공격할 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공격을 할 것 같으면 진작에 공격했겠지만 그것은 범선 위를 내려다보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이건?”
“물에 쓸려가지마! 기둥 잡아라!”
그리고 그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대놓고 시온이 서 있었으니 말이었다.
이어서 그 고룡이 뭔가 대화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정작 알아들을 수 있지는 않았다.
하여튼 진공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분명히 대화하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이건 대체 무슨 현상이야. 고서에서만 볼 수 있는, 젠장. 이런 걸 견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에슬린은 새로운 발견을 했다면서 알게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고 이러든 저러든 간에 시온 입장에서는 대화가 안 되지만 대화를 하려고 하는 이 고룡을 통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나를 동료로 생각하는구나.’
분명히 이 고룡은 자신을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였다. 그러니 여기에 등장한 이유도 뭔가 자기의 영토를 침범했기 때문에 또는 심술이 나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보러 온 것이 될 거였다.
“아마도 말이지.”
그런데 문제는 지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이것은 어떻게든 무조건 의사를 표현을 해줘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러면서도 드는 생각이 낯설고도 난처한 상황에서 이 고룡이 원하는 바를 그나마 가장 이해가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시온밖에 없는 것이다.
시온은 지금 용의 혈통이라는 마법으로 간접적이나마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겨우 이해되고 있었다.
“무슨 소리지??”
“공격하려건가?”
“야. 무슨 소리로 해. 이미 물어 뜯었지. 파도가 쳤던지.”
고룡의 진동이 지금 소리를 내는 저 말의 의미는 그러니까 같은 존재가 맞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어떤 존재에 대해서 분명히 비슷한 느낌을 받고는 있는데 형체 자체가 작았고 인간이기 때문에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거였다.
뭔가 인사를 하려고 나온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뭐든 간에 저 녀석에게 지금 답변해야 했다.
‘젠장. 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 자신을 착각하고 있는 요소가 마법이라는 것을 설명해준다든지 아니면 자기가 인간이 아니라 고룡인 것처럼 이 녀석을 속여야 한다든지, 이 두 개가 될 거였다.
‘속겠어?’
그런데 속인다고 해도 그게 속을지는 몰랐다. 분명히 고룡의 습성이랑 엄청나게 다를 것인데 들통이 날 얘기를 하게 된다면 거기에 대한 분노로 오히려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재해 영수라고 해서 꼭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아닌지라 마법의 힘으로 네가 착각했다고 전달을 해주면 그냥 돌아갈 수도 있는 거다.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거기도 하고
“뭔가 물어보는 것,,,, 같은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에슬린도 눈치를 채고 시온에게 물어볼 정도이니 다른 골족 전사들의 시선이 빠르게 바뀌었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라고!! 거기 대가리 박고 중얼거리지마. 지금 저 제국의 높은 분이 얘기를 나눈 거 같으니까.”
그들이 두려워하는 원시적인 존재와 의사소통이 되는 인간이라니 그에게서 원시적인 존재에게 어떤 대화에 걸릴 정도의 상대라니 이런 것이 나인만 부족에게 빠르게 각인이 되어갔다.
사실 지금 이들도 시온에게 협력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어쨌든 명백하게 적이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협력을 하는 것은 이들을 꽉 쥐고 있는 나인만 부족의 귀족이라는 존재들 때문이고
이 존재들이 이렇게 또 협력하는 이유는 바로 카이샨과의 한 완다의 맹세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완다의 맹세는 피보다 진한 것이고 이것이 가지고 있는 지위는 굉장히 이 골족들 문화에서 아주 강력했다.
시온은 더는 답변을 미룰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고룡인 척하기로 했다. 그냥 동료로서 말이다.
그간의 경험에 의하면 재해 영수는 높은 확률로 인간을 혐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법으로 인해서 그가 착각했다고 전달을 하게 된다면
여기서 다시 공격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쪽에 좀 더 마음이 쏠렸다.
“에슬린. 네가 해줘야겠다.”
“뭘 말입니까? 너무 어려운 건 못합니다. 전.”
“생각을 해봐 전달할 방법을 말이야.”
이 같은 어조로 말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 같이 생각을 해보다가 에슬린이 비슷하게 공기 파장으로 바꿔서 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물론 시온은 그러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죠, 물론 연습은 좀 오래전에 했었던 건데 시험에 많이 나왔습니다.”
시온이 쓰는 마법들은 다 앤드류의 비술에 속해 있는 것이고 그것을 구현하려면 각인 작업이 필요했다.
따라서 정말 강력한 마법들은 자유자재로 너무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지만 이런 임기응변에는 약한 것이 단점이라고 봐야 했다. 시온은 그런 재능은 없었던 거였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시온이 딱히 확답하지 않자 에슬린이 바로 자기가 하겠다고 재확인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약하다는 것을 은근히 눈치를 채고 있었던 거였다. 사실 마탑에서 정식적으로 수련한 마법사라면 이러한 응용 마법에 대해서 못하는 마법사는 거의 존재를 하지 않는데
“삼분은 걸립니다. 젠장. 집중하자.”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를 시온은 항상 에슬린에게 물어봤고 에슬린은 위대한 마법사가 항상 모든 부분에 통달하지 않는다고 그런 농담을 하면서 이해를 해 왔었다.
“근데 뭘 전달합니까?”
전해줄 내용에 대해서 에슬린에게 귀띔을 하자 그의 눈이 아주 아주 많이 커졌다.
“진짜입니까.”
“아니, 진짜겠냐고. 그냥 지금 상황을 최대한 이용을 해야 하는 거잖아.”
“아..”
에슬린이 잠시 머리카락을 크게 부여잡았다. 신중하게 비슷하게 변화해서 고룡에게 다시 내보냈는데 뜻밖에도 그게 통한 모양이었다.
아주 딱히 검증 작업을 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시온을 바로 동료로 인정한 것이었다.
그도 그렇게 고룡은 웃고 있었다. 아마도 웃고 있는 게 맞았다.
저 울음소리를 이해하고 있는 건 시온밖에 없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긴 했지만 깜짝 놀란 나인만 전사들은 모두가 머리를 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거였다.
‘나이스 먹혔다.’
대충 이해는 되는데 전달할 방법은 에슬린을 통해서 해야 했다. 고룡이 답변을 보낸 내용은 시원했다.
하기야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아니라면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시온에게 답변을 했다.
“점점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것 같은데.”
시온에게는 그것이 이해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어쨌든 그는 반가운 모양이었고 아주 오랜만에 동료를 보게 됐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만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는데 얘기가 길어지면 각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수도 있어서 지금 사정상 말을 줄일 수밖에는 없었다.
“아니지, 아니지. 한 가지 더 확신을 줘야지.”
하지만 뭔가를 증명을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분명히 적어도 영수이기 때문에 마나라는 것을 분명히 느낄 것이고 시온은 그래서 과감하게 자기의 마나를 모두 개방했다.
일종의 퍼포먼스인 것이다. 과시적인 법으로 아주 뻥튀기를 해서 표현을 해줬다.
“대마법??”
“생각이 바꿨나. 빨리 무기 들어.”
“.........”
“와, 무슨. 저런 놈이 제국엔 드글거린단 말이야?”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마나의 파장은 분명히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경지였고 그것으로 고룡은 완전히 납득을 한 모양이었다.
여지없이 시온의 생각이 옳았던 거였다. 분명히 어떤 인간들의 저주로 인해서 이렇게 제약이 당해버린 모양이로군 아마도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시온은 그의 대답에 그렇다고 에슬린을 통해서 답변을 보냈는데 뜻밖에도 그의 동정심을 산 모양이었다.
‘친구? 그 정돈 아니잖아. 잘못 들었나?’
고룡이 오랜만에 본 친구라고 해서 갑자기 입을 벌려서 길게 혀를 내밀어서 시온 앞으로 내빼었다.
얼마나 이빨이 많고 거대한지 그 안을 보는 거는 부담스러울 정도였는데 옆에서 본 사람들은 잡아먹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에슬린만 해도 놀라서 뒤로 엎어졌고 그랬는데 여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시온은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긴 혀에서 뭔가 또르르 굴러 나오더니 구슬같이 생긴 어떤 집념체가 시온 앞에 놓였다.
시온은 그걸 들고 나서야 그가 자기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분명히 용의 혈통 마법과 관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