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7화 (267/304)

정련

이것은 지금의 조건으로 만들 수가 없는 정수로 아마도 이것을 만든 역할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용환이 큰 역할을 했을 거였다.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얻은 건 얻은 거니까.’

“들어가봐!”

“확인도 하지 않다니 그런 것을 호위라고 제국은 그렇게 처리를 하나?”

어쨌든 그런 소란이 있고 나서 이들을 진정시켜야 했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곳에서는 시온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지만 이들의 혼란이 가라앉을 거였다. 

굳이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와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전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온은 밖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이들을 진정시키려면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좋았다. 

옛날 같았으면 이것의 복용까지 먼저 하고 했을 것인데 지금은 이들을 이끄는 리더이니 이쪽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해줘야 했던 거였다. 

‘움직여야겠군.’

“시온 니벨룽 괜찮으십니까?”

“많은 자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자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따라왔다. 시온은 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짓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아니 그냥 멀쩡하게 나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크게 안심을 한 모양이었다. 

“괜찮은 척하는 건가?”

“한 번 물어봐.”

앞에는 귀족이 많이 있었고 그중에 몇 명이 시온에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물어봤는데 시온은 지금 앞날을 위한 대처를 하나 조치를 했다고 그럴싸한 답변으로 입을 열었다. 

시온이 생각해 봐도 이 답변이 가장 좋았다. 두루뭉술하기는 했으나 이것은 진실이었으니까 말이다. 

“모두 제 할 일에 집중해라.”

그리고 해산을 명령하자 모두 다 뭔가 여기에 더 있고 싶은 욕망이 큰 모양이었으나 그것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지금 시온의 명령이었다.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낮은 소리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속삭였다. 

“아무리 대단하고는 해도 우리에게 너무 아랫사람처럼 이야기하잖아.”

사실 연합 왕국이라고 한다면 괜히 황제와 인척인 게 아니었다. 여러 번의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동쪽에 라산 지대라는 거대한 녹지를 아우르는 제국의 반절이나 되는 영토를 전부 차지하고 있던 동쪽에서는 최강자로 꼽히던 왕국이었다.

지금이야 이렇게 되기는 했지만 원래 이들의 영향력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권력은 지금 시온의 명령에 불만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과거의 일을 잊지 못하는 법이기 때문에 이들 역시 시온은 명령에 대한 불만을 자기들끼리 속삭이고 있었던 거였다. 

‘싹 손 좀 보고 싶네. 이 자식들.’

이것이 귀족의 문제라고 하면 문제 중 하나였다. 근본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워낙에 오만한 경우가 많기에 차라리 이대로 모두 죽여버리는 것도 이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 종종 충동이 일어나게 하는 가면이 있기는 있었다. 

적어도 아랫사람들은 그 보답을 심적으로나마 꼭 표현을 해 주는 법이었기에 더 그랬다. 

시온은 기가 막힌 표정을 약간 짓기는 했지만, 여기에 걸려 있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이들의 어떤 불만은 단숨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정작 실비아나 대귀족 몇 명은 시온에게 감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두들 움직이세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니. 이미 늦었어요. 많이.” 

“황제에 도전할 만한 자야. 모든 면에 있어서 완벽하군....”

그 정도로 이곳에서 시온보다 더 강력한 실권이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 법이었고 시온은 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황제를 억누르고 그 위에 올라서고 있는 위대한 자로서 도약을 하는 도중이었다. 적어도 시온만 모르고 있었다. 

“할 일이 계속 있으니 방비는 유지하고.”

“받들겠습니다.”

이들을 정리하고 나서도 시온은 딱히 기사들에게 경계를 풀라고는 하지는 않았다. 

“나이스. 그렇게. 끌어당겨!”

“이런 식으로 하면 이십 분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저 멀리서 영수를 사냥하고 식료품 화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그것들을 나르고 있는 수레들과 그 수레들을 분류하는 발 디딜 틈이 없이 바쁜 군중이 보였다.

시온은 일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을 하고는 기사들에게 한 번 더 얘기했다. 

‘이젠 해볼까.’

우렁찬 답변이 있었고 시온은 곧바로 다시 안으로 들어가서 통찰의 금합의 그 앞에 놓여 있는 공명의 눈을 거기에 푸른 액을 적셔주었다.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데 하나는 혹시 모를 어떤 능력에 대해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었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정수를 흡수하기 전에 푸른 액이 하고자 하는 효과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더 도와주고 더 쉽게 해주는 장점이 있는 거였다. 

“........”

하여튼 시온의 눈빛은 좀 더 진지해졌다. 정수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흡수하는 것도 역시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상당히 굶주려 있는 상태였고 여러 가지 작업과 결정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이것을 만드는 그거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시온은 가볍게 긴장을 풀면서 푸른 액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대해서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미 그 행운은 다한 모양인지 어떠한 개화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여기서 한 번 더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욕심이겠지. 이것만으로도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어떤 정수도 능가하는 물건이고.’ 

공명의 눈은 시온조차도 고서에서 겨우 확인을 했을 정도 정보였다. 

정확히는 고서가 아니라 고대의 정수가 가득 담겨 있는 녹반지에게서 봤던 거지만 밝혀지지 않는 정수가 어디 그거 하나뿐일까. 

시온은 화염의 냄새와 그리고 거대한 마나가 풍겨오는 말로 할 수 없는 풍요로운 냄새를 맡으며 다음 작업을 하기 위해서 손을 움직였다. 

“심상치 않군. 잠깐 멈춰야겠다.”

이것은 분명히 기상이변을 일으킬 만한 물건이었다. 따라서 이걸 흡수할 때 벌어지는 것은 분명히 재난 상태일 것이고 

그냥 무조건 저지르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이 뒤를 조금 더 지휘를 시킬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사람을 좀 불러줘야겠다.”

시온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을 하다가 행동을 멈추고서는 에슬린과 실비아 그리고 알렉시오스를 불렀다. 

한 명에게 다 맡길까 하다가 에슬린으로서는 지금 불어난 귀족들을 불만을 억제하면서 준비를 한다는 것은 좀 힘들어 보였다. 

물론 유능한 사내이기는 하나 원래 그들을 통제하고 있던 자들에게 다시금 그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을 했다. 

“각하. 음...?”

“본격적으로 뭘 하려는 건가요?”

“뵙습니다.”

그렇게 천막이 흔들리고 하나둘씩 반복하며 들어왔다. 알렉시우스는 맨 마지막에 들어왔는데 그 얼굴은 술기운이 올라와 있었다. 

아마도 답답한 심정이 술을 한 번 퍼먹은 모양이었다. 시온은 이들에게 아니 기상이변이 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경고를 해줬다. 

따라서 여기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할 것을 말이다. 자세한 것은 에슬린만 알고는 있었다. 에슬린은 흘깃 공명의 눈을 보고서는 참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건 설마...? 저걸 만들었단 말이야?’

마법사로서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에슬린도 현재 자신의 경지가 어느 정도 정체가 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따라서 그 역시 자신의 경지를 올려줄 수 있을 만한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정수가 필요할 거였다. 

아마도 시온이 에슬린에게 지급하는 보수 대부분은 그러한 정수를 사들이는 데 쓰고 있을 것 같았는데 

‘이 부분은 대해선 신경을 써줘야겠는데.’

시온은 나중에 정수 하나 정도는 신경 써서 하나 만들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랫사람이 항상 영원할 거로 생각하는 착각보다는 그들의 욕망을 미리 생각을 좀 해둬서 그들의 공에 걸맞은 대가로서 지급을 해 주는 것이 더 수준 높은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였다. 

‘내가 바랬던 꿈의 경지야. 간절히 원했던...’

실비아는 여기서 뭔가 더 힘든 게 올 거라는 정보에 윗입술을 질근거리면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통찰의 금합에 놓여 있는 정수인 공명의 눈을 보고서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대박. 대박. 저거 분명히.’

딱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저것이 귀한 것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상당한 수준의 마법과 전투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사이기에 그렇다고 해서 저것이 무엇이냐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이 없었을뿐더러 시온은 사람들이 모이고 나서부터는 더욱더 높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진짜. 그 사이에. 내가 저런 사람한테 칼을 겨눴단 말이야.’

그녀는 침을 한번 삼켰고 그 말을 참고는 시온에게 꾸벅 그렇겠다고 짧은 묵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 남자에게서 점점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녀로서는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알렉시오스가 이 같은 무례에 대해서 깜짝 놀라서 시온을 보고서는 정중히 사과했다. 

“쟤가 여자답지 못한 면이 상당히 많아서 죄송합니다. 각하.” 

거듭 사과를 한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시온은 대충 그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다음에 부탁한다고 짧게 답변했을 뿐이었다. 

빨리빨리 진행하자고.

사실 지금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에 대화를 길게 할 수는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에슬린만 달랑 남았었는데 

에슬린에게 이들에게 해야 할 진행에 대해서는 독점적으로 하라고 임시 권력을 부여한 뒤에 그렇게 해서 다시 막사 안은 적막한 상황이 되었다. 

불빛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시온은 지체할 것 없이 바로 다 작업을 하기 위해서 마나를 본격적으로 점이 될 때까지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ㆍㆍㆍ

푹 빠진 시온의 주위에는 소용돌이가 미세하게 돌고 있었다. 얼핏 보면 수증기처럼 보일 거였다. 

몸에 닿고 있는 모든 수분이 증발하면서 뿌연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것은 수증기는 아니었다. 

그것이 작게 소용돌이치면서 그리고 돌았다. 그 대상자가 바로 시온이라는 거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누가 보면 그냥 가만히 수련을 하는 마법사처럼 보일 뿐이었다. 

시온은 눈을 감고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을 뿐이었고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빠르게 고갈이 되고 있던 마나가 타오르고 있었고 이 조용한 공간 외에 밖은 아주 아비규환이었다. 

“하나둘!! 당겨!!”

“씨발. 부상자 셋!”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비는 붉었다. 

사정없이 내리치는 빗물은 하나하나가 단순한 비가 아니라 마나를 담고 있었고 이 같은 이변은 단순히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저걸 잡으라는 둥 고함이 이리저리 터졌다. 사방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느라 한마디로 전장 같은 느낌이었다. 

시온이 눈을 떴다. 완성된 조용한 듯한 각성이 이어졌고 그 파장이 일순간 주위를 공명을 일으키면서 깊게 퍼졌다.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한 그런 거대한 기운이 한 번 퍼진 거였다. 

빨리 타오르고 있던 불은 거의 소모되어 있었고 시온은 곧바로 자신의 몸에 돌고 있는 충만한 마나를 만끽했다. 

“전부 다 회복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환영 자아로 잃었던 그 마나도 어느 정도는 회복했다. 

정확히는 그만큼 늘어난 것이겠지만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거의 다 꺼져간 불꽃에 손짓했다. 

거의 다 꺼져가고 있던 불이 무언가 기름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팟 하고 솟아올랐다. 

이어서 카펫을 지나가고 천막을 열었다. 빗소리가 났는데 완전히 열고 나서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다. 

기사들의 거친 숨소리가 곧바로 귓가에 들리더니 시온에게 경례를 올렸다. 

“각...각하!”

“니벨룽 가문에게 영광을!”

그러고 나서 이들의 눈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것과 같은 눈동자가 이어졌다. 

시온의 몸에는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 있었고 거대한 마나는 순간적으로 그 존재를 인간으로 보이지 않게끔 했다. 

말 그대로 이 세상에 군림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무언가 순간적으로 그렇게 보였던 거였다.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기사들의 다리가 순간 풀려서 무너질 뻔했다. 

“개판이네.” 

‘하지만 하긴 해야 했어.’

막 수레가 무너졌고 거기에 쌓여 있던 식료품들이 쏟아지고 막사가 날아가서 환자를 옮기고 있는 둥 골 때리는 현상이 이어지고는 있었다. 

마법에 의해서 바람을 제대로 막지 못했던 막사는 전부 다 날아갔기 때문에 옮겨진 막사의 위치는 좀 더 안쪽에 있었고 많은 기사가 시온의 막사를 호위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인간의 장벽으로 이곳을 방어하고 있었던 거다.

“훌륭하군.” 

이들의 충성심과 존재에 대해서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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