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전
항구는 피에 젖었다. 지금 밀어내는 데에는 성공은 했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밀어붙여!!”
“이쪽은 됐다.”
“배에서 물자 내리자!”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열어버린 거였다. 정박할 곳이 여기밖에 없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기에는 이 스텝 평원엔 골족들의 무리가 많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케식이 더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빠진 건지 이만큼 밖에 없었던 건지.’
시온이 전황을 살펴보기 좋은 첨탑으로 올라갔다. 무너진 골족들이 도망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지럽게 도망가는 골족들을 추적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현재는 그럴 만한 이동 수단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도 전략적으론 없었다.
그저 빨리 여기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 시온을 보는 라산의 귀족들은 매우 복잡한 표정이었다.
“!!!!!!”
시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첨탑 끝에서 뛰어내렸고 바닥에 섰다. 두 가지 마법이 동시에 들어간 것으로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었다.
다만 그걸 본 사람들은 눈빛이 겁먹어 있었다. 만약에 저 사람이 적이었다면? 오한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이 이 오만한 귀족들에게 드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은 알렉시오스 두카스 뿐이었다.
“시온 워든 각하!”
그는 시온이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뛰어가며 말했다.
“지금 승리의 만족하셔서는 안 됩니다. 저것들은 일부러 퇴각한 겁니다.”
시온은 들고 있던 유령단(幽靈斷)의 칼날 면을 탁탁 치면서 이리저리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알렉시오스에게 그것을 실컷 보라는 듯이 비추어 주었다.
시온의 몸에서 나오는 붉은 마나가 그것을 감싸고돌면서 감춰져 있던 정보를 룬 문자로 바꿔주기 시작했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정말 고민하던 알렉시오스가 단번에 뭔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얼굴로 바뀌었다.
“설마 표적술(標的術)....”
“이거에 대해서 알고 있나.”
“보통 단검이 아니었군요.”
“쓰여 있기에는 유령단이라 쓰여 있어. 정확히는 저기 저 녀석이 가지고 있던 거지.”
시온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이미 머리가 없이 바닥을 뒹굴고 있던 왜소한 골족 전사의 몸이었다.
그자는 몸은 작았지만, 그 몸에 표식 되어 있던 전통의 문신이 있었으니 그것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알렉시오스 두카스가 영원히 증오할 만한 자들의 것이었다.
“케식.”
‘언제 처리한 거지. 그리고 언제 노출이 됐었던 거지.....’
그중에서도 특별난 녀석이 분명했다. 워낙에 어지러웠던 전황이었던지라 설마 저런 존재를 시온이 일기토를 벌여서 처리를 해버렸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였다.
이 표식술이라는 것이 여기에 있다고 한다면 여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이미 골족의 수뇌부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거였다.
알렉시오스는 갑자기 무서움을 느꼈다. 육지를 밟기만 한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작전이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 게 아니겠는가.
어쨌든 이 모든 해결책은 바로 앞에 있는 시온이었다.
시온은 잠시 턱을 괴고서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벌이고 있는 것은 라산 연합 왕국 녀석들이 벌이고 있는 거지 즉 내가 관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서는 안 되는 거긴 한데.’
언제나 명분은 같았고 여전히 그 압박은 시온은 머리 위에 돌고 있었다. 자신을 빌미로 이 녀석들이 제국의 선전포고를 하게 된다면 시온이 여기에 대해서 뒤집어쓰는 게 될 거였다.
“끝났나. 아? 시온 각하! 저쪽에!”
최대한 간파를 하려고 했으나 황제의 간계에 말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어느 정도 들고 있을 때 알렉시오스가 하늘을 보고 바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붉은 알갱이가 그 끝에서 번지고 있었다. 은밀하게. 분명히 마법으로 서로의 신호를 교감하고 있는 거였다.
‘모를 뻔했네.’
마치 확답을 하듯이 더 먼 곳에서 희미한 기운이 허공에 서서히 올랐고 시온의 눈썹이 올라갔다.
바로 에릭과 고드의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에릭은 이곳저곳에다가 불을 지피고 있었고 사로잡은 포로를 즉석에서 처형 중이었다. 고드는 사람들을 물자를 옮기며 지휘하고 있었다.
시온은 알렉시오스에게 말했다.
“둘을 데려와.”
“과연, 뭔가를 본 겁니까?”
막 골족의 머리를 날리려고 자세를 크게 잡는 에릭은 허공에서 그 검을 멈추고 이어서 시온 쪽을 바라보았다.
“진행하고 있어라. 뭔 일이 일어났나보니까.”
얘기가 잘 돌았는지 붉은 알갱이들이 공중에서 없어졌을 즘에 이 두 명이 등장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
여기서 적을 막아야 할 거였다. 둘의 얼굴이 복잡다단해진다. 그렇다는 것은 파괴된 간이 항구가 포위됐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기에 그랬다.
그거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시온이 봤을 때 저 신호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시온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기는 했다.
‘최대한 숨기려고 하는데 냄새가 많이 나지.’
시온은 마법사이면서 동시에 사냥꾼이기도 했다. 예전에 사냥꾼으로서 활동을 오랫동안 했었던 거였다.
‘기사를 짐승으로 봐야지 가능한 전술이지만, 이 녀석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군.’
따라서 저것이 사냥감을 몰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거였다.
“여기서 방어해야겠다.”
“이런 씨. 온단 말이야?”
“그렇지.”
“......”
“고드가 축성 임무를 맡고.”
“보편적으로 드릴 수 있는 구축은 불가능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불 질러 버리라고 한 것도 내 명령이었으니까.”
쐐기를 박듯이 시온이 재차 말했다.
그러면 이곳을 피신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전술 자체를 바꿔야 했다. 그러니까 요새화를 해야 했던 거였다.
기동성이 낮은 인원을 데리고 스텝 평지에 들어갔다가는 정말로 밑도 끝도 없는 몰이사냥이 시작될 것인데 시온은 그것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뚜벅이로..?’
그건 미친 짓이었다. 당장에는 정박밖에는 없다고는 생각을 했었는데 너무 요란하게 저질러버렸나 싶기도 했다.
“흠..”
조금 더 멀찍이 배를 부수고 정박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던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해버리면 자신의 군대와 멀어지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지름길을 본 것이었는데 역시나 여기를 쉽사리 나가는 방법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시온은 뒤를 돌아보았다. 활활 타오르고 있는 창고가 방앗간이 첨탑이 보였다.
아주 강렬하고 시원하게 타고 있었으나 저것들을 꺼야 했다.
명령을 받은 알렉시오스, 에릭, 에슬린은 자기 사람들을 대동해서 붙였던 불을 끄고 고드의 지위 하에 이 작은 항구의 입구부터 보강하기 시작했다.
“보강 못 하면 다 죽는 줄 알아!”
“귀족이고 뭐고 빼지 마라! 각하의 명령이다!”
고드는 이런 축성 작업에 능했던 거였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고드는 기사라기보다는 농부처럼 보였고
에릭은 피를 둘둘 말아서 푸줏간 주인처럼 보였지만 시온의 명령을 위해서 언제든지 기사라는 신분 외의 행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게 니벨룽 기사단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쪽으로 개혁을 처음부터 창단했을 때 시켰던 거였다.
‘유연함이 핵심이지.’
ㆍㆍㆍ
항구의 방벽이 어느 정도 구축이 되었을 때 이 진지는 그렇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이제 희생자는 예견된 일이었고 이 상황을 극복해야 했다.
“딱히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각하.”
“계속 그렇게 확인을 해.”
지금 앞에는 골족들이 있지는 않았는데 시온은 이게 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골족은 기동력이 되니 더 멀리서 진을 넓게 짜고 있다는 얘기고 따라서 완전히 여기가 포위됐다고 봐야 할 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이 앞이나 더 먼 앞을 보기 위해서 사람을 보내는 결정은 별로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런 녀석들에게는 이런 녀석들에게 걸맞은 전술이 필요하지. 무턱대고 기존의 전술을 채택할 게 아니라.’
그건 그것대로 불나방 같은 짓이다. 시온이 딱히 같은 말을 표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입구에는 큰 덩치의 기사들이 요란하게 우글거렸다.
이들은 지금 니벨룽 가문의 문장기도 떼어내고 있었다. 시온이 주문한 거였다.
그리고 떼어낸 자들은 자기가 정보를 가져오겠다면서 시온에게 출정 명령을 요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제 자리를 고수하는 편이 나아.”
“아, 알겠습니다.”
물론 시온은 모든 이동을 엄금했다. 현재 상황에서 저기에 온전히 나가 병력을 확인하고 올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은 시온 밖에는 없었다.
미묘한 풀냄새가 조용히 들어왔다. 여러 가지 마나가 비밀리 돌아가고 있는 것인 게 분명했고 곧 저들의 사냥이 개시될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시온이 손을 올렸다.
전투 전투 준비의 뜻이었고 아직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진열이 흔들렸다. 놀란 거였다.
“확실합니까?!!”
“확실하다. 아마 올 거야. 에슬린 네가 이 얘기에 대해서 해 주면 좋겠다. 은밀히 돌아가고 있는 마나를 느낄 수 있지 않아.”
에슬린은 침을 삼켰다.
‘아니 그런 도구가 없는데 어떻게 그걸 느낄 수 있겠어.’
시온이 그렇게 얘기를 했으니 아마도 그렇게 될 게 분명했기에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진열에 에슬린이 이곳저곳에다가 빠르게 신호를 보냈다.
시온은 가장 전방의 방벽에 올라갔다. 눈앞에 있는 지평선을 꺼림칙하게 바라봤다.
‘저들이 후속 병력을 기다리고 있으면 저들의 승리고 아니면 내 쪽으로 키가 오는 것인데.’
한번 공세가 개시되게 된다면 미친 듯이 몰려올 것이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벌써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왜 이들이 자기들이 없는 것처럼 꾸미고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는 시온은 간파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저 앞에 돌아다니는 작은 들짐승도 그중에 분명히 저들이 부리고 있는 크리처가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완벽한 기습의 순간일 거였다.
이런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을 노리지 않고 좀 더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여기의 눈치싸움은 시온도 과감하게 결정한 바가 있었다.
‘골족은 전공에 미쳐 있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거야. 황제가 관련 정보를 넘겼을 거니까.’
골족의 습성상 여기서 다른 전력을 기다리기보다는 분명히 자기가 속해 있는 부족이 그것을 독차지할 속셈일 것이고.
“음...”
그것은 지금 은밀히 돌아다니고 있는 마나와 관련이 있을 거였다.
에릭이 이리저리 소리치고 있었다.
“전투 준비!! 빨리 움직여!! 빨리!!”
“전투할 때는 모두 라산 왕국의 기사인 것처럼 행동한다!!”
거기에 대한 답변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최종 결정을 내린 시온의 결단에 따라서 기사들과 그리고 모든 병력과 마법사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화살을 장전하고 마법사는 마나를 정비하며 마석을 놓고 수식을 미리 설치를 한다.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 왕국의 명운이 지금 달렸다.”
“개 같은 자식들. 원수들.”
기사들은 자기의 검을 확인을 하고 각오를 다진다. 모든 장비와 전투에 대한 방식 그리고 수행해야 할 용기 그런 것들을 절차적으로 확인을 해가는 거였다.
“니벨룽 가문을 위한 명예와 기꺼이 심장과 피를 바칠 것을 맹세하며···.”
“엠병 반드시 살아난다.”
“살면 진급이야 새끼야.”
모든 전투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숨어 있으니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살아남게 된다면 기사들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기사들이 영원히 앞설 수 있는 전공을 갖게 된다.
그것은 명예로 표현이 되고는 하지만 이 명예가 기자들에게 있어서는 곧 돈과 지위 권력이다.
“.......오나.”
그렇게 침묵 속에 다니던 마나가 점차 한곳으로 모였다. 저 멀리서 지평선 끝에선 단숨에 무언가가 점처럼 드러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슬린 보이지? 전달.”
“아, 빌어먹을.”
그것은 점점 늘어만 갔다. 조금은 여유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구상했을 이곳의 전력은 정예와 소수였기에 여유 있는 장비의 도움이나 지리적인 유리함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코르도바가 있으면 편할 것인데. 인사 배치는 약간의 미스였나.’
이것이 최선의 상태인 거였다. 시온이 강제 정박을 선택한 순간 지금의 일이 이미 결정이 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가장 높은 곳에 가장 잘 드러난 곳에 서 있던 시온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창날 크기에 대형 화살을 받아내고는 그대로 그것을 뚝 하고 끊었다.
저격(狙擊)
마나가 흠뻑 담긴 이 저격 그건 마법과 무기술의 결합이었고 어설프면 방금 공격에 머리가 뚫렸을 거였다.
전장의 공기를 감지한 비술은 새롭게 탄생한 붉은 마나를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날린 방향을 노려봤다. 키가 이미터쯤 되는 거한이 마찬가지의 연유로 감탄을 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