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전
거한은 저기에 서 있는 존재가 대칸이 노리고 있는 자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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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수마들이 무리를 이루면서 질서정연하게 도착해서 그렇게 라인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을 즈음에는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전술이 뭔지는 이제 확연히 드러났다. 여기다가 화살을 퍼부을 예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골족의 숫자를 감안해 봤을 때 생각보다 많았지만 역시나 시온이 생각한 바가 맞았다.
‘급하군.’
압도할 만큼 무리를 만들어서 온 것이 아니라 전공을 세우고자 하는 욕심에 경쟁하듯이 뛰어온 거였다.
그래도 꽤 많은 수였고 그리고 정예 전사도 많아 보였다. 시온의 시선이 그들을 훑었다.
여럿, 짐승의 가죽을 벗겨다가 눌렀을 듯한 의복을 입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의 시위를 당기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활은 대형이었다. 몸통에 반이 될 정도로 거대했다.
화살은 제 각기인지 그 색도 다양하고 그 역할도 다양해 보였다.
시온은 아까부터 준비하고 있던 그림자 비술을 위한 수식을 걸었다. 그림자의 줄기가 그들의 다리를 올라타고 있었다. 이어서 영수마가 날뛰고 진열이 통째로 흔들린다.
“무슨 일이지?”
벌어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거한의 입이 벌어졌다.
“설마...?”
자연스럽게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시온이었다. 그것을 잘못 알아들은 골족 전사는 활시위를 당겼다. 팽팽하게 당겨진다.
시온의 마나도 쭉쭉 빠져나갔다. 그림자의 끈에서 오는 힘은 역동적이었다. 가장 강렬한 전선이니. 시온의 온몸에서 붉은 기운이 펑펑 올라온다.
나자빠지거나 그림자와 줄다리기를 하는 전사들.
‘적당히 하라고.’
옆에서 휘감겨 들어가는 자들을 보고 골족의 전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나마 멀쩡한 자들은 말의 옆면을 걷어찼다.
산개.
말이 날뛸수록 그림자도 흔들렸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일부러 날뛴다. 유연한 놈들이군. 마법 보호 장비는 당연히 강탈한 물건일 것이었다.
‘벗어난 놈들이 많아.’
제국의 기사들을 포획할 때보다도 수준이 높았다. 이들을 완전히 무력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시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동시에 화살은 중간지점을 달리고 있었다. 시온의 그림자 비술을 풀기 위한 본격적인 화살 세례가 시작된 거였다.
한두 개 시작되는 화살은 곧 수십 개가 되어가고 수백 개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시온은 바로 고민할 것 없이 다음 수법을 썼다.
이번에 얻었던 진화(眞火)
공명의 눈과 용환으로부터 얻었던 이 마나는 진정한 불을 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 쓰고 있는 그림자 비술에 태울 수 있었는데 그 자체에다가 겁화의 속성을 섞어줄 수 있는 거였다.
그림자의 표면에서 작고 검붉은 불길이 일렁였다. 곧이어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했지만 검은 불길은 거칠게 휘감아 올랐다.
화르르.
“불!! 물을 부어줘!!”
“끄아악!!”
시온은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었다. 전황 자체를 바로 잡아야 했기에 오히려 속도를 가속화 한다.
기사들의 얼굴엔 놀라움이 번져가고 있었지만 당장에 허공을 빼곡히 채워가고 있는 화살에 기사들이 정신이 아득해질 수밖에는 없었다.
“정신 놓지 말고. 바짝 집중해!”
에릭이 고성을 내지르고 나서야 기사들은 전면적인 공격의 개시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도 모르게 현혹마법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거였다.
이런 데도 냉정한 판단이 가능한 타고난 정신력 그것이 에릭이 가지고 있는 다른 기사들과 유독 유별난 점일 거였다.
화살이 빼곡하게 박혀갔다. 보통의 화살이 아니었고 온갖 마법 효과가 섞여 있는 화살이었다.
그 화살에 피부를 내주고 마는 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시온의 겁화도 전방에서 거대한 혼돈을 만들고 있었다.
검붉은 불길은 순식간에 그들을 태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양옆으로 번져가고 있었고
그렇게 파고 들어가고 와중에 또 다른 그림자가 골족 전사를 잡아채곤 했다. 순식간에 타고 올라간 불길은 간단하게 그 인간을 불태워 버리고 있었다.
골족 전사들의 마법 보호 장비가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던 거였다.
그 정도로 마법의 경지가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케식들은 그 근원지인 시온을 당황스럽게 볼 수밖에는 없었다.
시온은 집중적인 화살 세례와 저격에도 타격이 없었다.
육체를 따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견고한 배리어가 막아냈다. 그 배리어를 뚫을 수 있을 만한 저격술이 담긴 화살은 그냥 쳐내거나 잡아 내버렸다.
두 가지의 반격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거였다. 케식 중 하나가 떨리듯이 그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시온.....!”
사방에서 격한 고함이 비명이 화염이 만들어내는 폭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유독 그 단어가 케식들에게서 새겨졌다.
케식 하나가 긴급하게 소리쳤다.
“불리해졌다!!”
이게 말이 될 법한 소리인가.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었다. 단 한 명한테 불리해져 버린 거였다.
원래 그들의 전술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원거리에서 화살을 충분히 가격한 다음에 상대를 최대한 줄이고 나서 요격을 하는 거였다.
그 사거리는 마법사의 사거리이기도 했다. 마법사와의 난격에서 서로의 공격을 교환한다.
그런데 오히려 엄청난 손해가 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거였다.
이러한 반복된 상황이 끝없이 이어졌기에 골족 전사의 무장은 철저하게 마법사에게 저항하고 마법사를 저격하기 위해서
전술과 장비와 실력이 구축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라산 연합 왕국을 무너뜨릴 때 여러 번 증명된 바였다.
“과연 저자가. 대칸이 노리고 있는...”
“놀랄 만한 능력이군.”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대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를 죽이기만 하면 그만이겠는데 그자가 기사가 아니라 연약한 육체를 가진 마법사가 아니란 거다.
“시간 낭비야.”
“길어지면 오히려 불리하다고 봐야지.”
“밖에서 공격하기에는 너무 멀어.”
케식들은 앞다투어 서로의 의견을 쏟아냈지만 정작 해결이 가능한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는데 골족의 특징상 그 자리를 반드시 그 후위에 있는 전사들이 들어가야 했기에 순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대량 사망이었다.
불이라는 것의 특징상 끝도 없이 번지는 것도 있었고 자신들에게 유리해져 있던 평원의 풀들이 오히려 악재가 되어 더욱 피해를 안겨주고 있던 거였다.
“후퇴는 시발.”
거한의 안색이 나빠졌다. 그는 당장에라도 피가 솟구쳐 기절할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만큼 지금 잃고 있는 자들은 그의 형제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악마 같은 놈들이라고 해도 자기의 형제와 자기의 부족과 자기의 민족은 소중한 법이었다.
그는 시온을 한 번 더 노려봤다가 있는 입고 소리쳤다.
“돌진해야 한다.”
골족들의 돌진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만 했다. 그 정도로 이런 근중거리 전에서 강했다.
어쨌든 지금 후퇴를 할 수는 없었다.
지금 후퇴를 하게 된다면 후속 병력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인데 그 부족들에게 어떠한 체면을 손상당할지는 상상하기도 싫었던 그들은 험악하게 의견을 통일했다.
“돌진!”
“돌진한다! 모든 케식은 시온 니벨룽을 노린다!”
특유의 신호를 터트리고는 놀라울 정도의 유연성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진형이 요동쳤다.
마치 물가가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시온은 저것이 돌진하기 위한 준비 자세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잠깐의 여유도 주지를 않는군.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잠깐은 소강상태로 시간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이 요란한 소음이 나면서 전방에 있는 말들이 앞으로 내달려 오기 시작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다. 저들의 전체가 기본적으로는 급속 돌격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썩을.’
지금 지형의 이점을 생각하고 기사들이 강체술 익혔다 해도 이것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기사들이 유리하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적어도 저 녀석은 없어야 했다.
맨 전방에서 거대한 기운을 품고 내달려 오는 케식이 하나 보였다.
이 녀석의 체구는 거의 이미터였는데 시온에게 저격을 날렸던 그 자와는 골격 자체가 달랐다. 더 거대했고 더 무식했던 거였다.
“간다!!!!간다!!!! 제국의 개들!!! 나를 막아봐라!!!!!”
그 녀석이 몰고 오고 있는 눈덩이 같은 마나력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고 저것을 직격당하게 된다면 순간적으로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열이 와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저 녀석은 내가 처리를 해야겠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단숨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확실한 건 대봐야 아는 거겠지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각하!!”
“선봉은 내가 꺾는다.”
시온은 아래로 뛰어내렸다. 어차피 달려오고 있는 방향 자체가 가운데였기 때문에 여기에서 녀석을 받아버리기만 하면 됐다.
“후우.”
시온은 본격적으로 메이스의 크기를 키웠다. 그 메이스의 표면에는 시온의 마나가 빨려 들어가듯이 휘몰아치면서 올라갔다.
용의 혈통.
이러한 반투명의 알갱이들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용격점을 발휘하기 위해서 커졌고 색은 점점 더 선명해지었다.
땅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단번에 이곳을 무너뜨릴 기세였는데 시온은 겁도 없이 뛰어들고 있는 그 거구 남자의 돌격에 메이스를 휘둘렀다.
“뭣???! 제기랄! 어쩔 수가 없구나.”
메이스가 떨어지기 전에 녀석은 본격적인 돌진에 쓰이고 있던 마나를 폭발하듯이 터뜨렸다.
시온의 예상이 맞아들어갔다. 그것은 반탄력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돌격했던 그 거대한 에너지만큼을 갑작스럽게 바꾸어 전 방향을 자신 쪽으로 끌어오는 거였다.
시온조차도 순간적으로 휘어 들어갈 만큼의 강렬한 에너지였다.
“이런 미친.”
조금이라도 근력이 부족했다면 시온도 꼼짝없이 이 자세를 유지할 수 없이 균형을 잃었을 것이나.
그것을 넘어서는 강한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던 시온은 놀라울 정도의 반사 속도로 균형을 유지했다.
시온을 내려찍기 위해서 휘둘렀던 거대한 반월도가 시온에게 도착하지도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균형을 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시온은 의식을 잃는 그의 시선을 보았다. 절명한 거였다.
“이런 무기술도 있단 말인가.”
양옆과 뒤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기사들의 전열이 무너졌다가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복잡한 상태를 확인했다.
어마어마한 흡착력이었던 거였다. 만약에 이것이 좀 더 가까이에서 벌어졌다면 적어도 양익이 무너졌을 것은 확실했다.
이들이 벌이는 돌진술조차도 제국에서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공격이었고 이것을 당연히 정면으로 받는다면 제국의 정예 기사단으로 이름이 높은 블랙 드래곤 기사단이라고 할지라도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알려줘. 말어.’
미리 정보를 통해서 이것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순간적으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공격이다.
어쨌든 선봉장이 사망했다고 해도 골족의 돌진은 이미 날아가고 있는 총알이나 다름이 없었다.
시온은 다시 정면을 보았고 곧이어 쏟아지기 시작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제 시작인가.’
양쪽에서도 충돌이 시작됐는지 거친 강철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서로에 육체의 충격을 입혔을 때 나오는 고함이 이리저리 나기 시작했다.
백병전이 벌어지는 거였다. 시온의 메이스가 빠르게 달려오는 골족 전사 머리에 떨어졌고 그들은 그대로 으깨져서 말 위에서 낙마했다.
앤드류의 수식을 걸면서 몸이 흔들릴 때마다 핏덩이가 날라왔다.
말째로 엎어지니 육중한 소리에 지축이 흔들렸고 시온은 벌써 열 다섯 정도를 받아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수준은 우리 쪽이 나은 것 같고.’
유독 강한 자들이 있는 편이지만 일반적인 수준은 단련과 단련을 거듭한 기사들이 한 수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사들이라면 유효한 공격을 한 두 번 넣었을 것인데 이들은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마나는 많았다. 공명의 눈으로 회복한 덕에 오히려 전보다 마나가 늘었다. 시온은 환영 자아를 쓸까 하다가 일단은 생각을 접었다.
저쪽 끝에서 고강도의 마나를 가진 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전부 나한테 올 셈인가.”
아니 차라리 그편이 나을 것 같았다. 섬에서 나올 때만 해도 힘을 비축을 해둬야 했지만,
지금은 이 부분만 넘어가면 바로 목전에 있었기에 오히려 이곳에서 케식의 수를 줄이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