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4화 (274/304)

결투

둘의 경기가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앙금을 반드시 풀겠다는 것처럼 이들의 눈이 흥분으로 번들거렸다. 곧 주먹질로 이어졌다. 

에릭과 고드의 맨손 공격이 한 번 한 번 충돌이 있을 때마다 간이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테이블에서 격한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온은 둘이 펼치는 격투술을 보면서 이 두 기사가 수련을 얼마나 강도 높게 했는지를 한 땀 한 땀의 가격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어쩐지, 저한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에슬린이 과거를 떠올리며 말했다.

“분명히 내가 원본은 알려주긴 했지. 그리고 주문했던 건.”

“각하가 제시했던 건 방향이지요. 그건 저한테도 하셨습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넌 어떻지?”

“저는 지나친 격무로 인해 원하시는 결과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저 하나만 해도 숙련도가 애매하거든요.”

“상관없어. 그것에 대해서 생각은 해두고 있으란 얘기였으니까.”

이 둘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강체술이라면 에슬린에게 해보라고 한 건 마법사가 쓸 수 있을 마법사의 강체술이었다.

그 원본은 분명히 모두 같지만 흐름 자체는 별개로 나뉘어서 갖은 복잡함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강체술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온이 바라던 방향이었다. 먼저 달성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적들의 기사 계급들이었다. 

‘그만큼 이를 갈고 기다렸다는 거지. 제국을 무너뜨릴 땐 단숨에 해야 하는 법.’

어쨌든 시온이 익힌 강체술은 시온의 것이었고 시온에게 걸맞은 특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시온의 마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되게 비효율적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깊고 넓고 강대한 마나의 근원지가 있어야 했다. 순간적인 마력과 파괴력을 끌어올린 형태였다.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 기사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은 좀 더 그들에게 걸맞을 개별적인 강체술이어야했다.

일반적인 기사는 마나가 적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가르쳐줬을 때부터 계파를 만들라고 의미하신 거 아닙니까?”

“맞아. 그러니 저 둘이 강체술의 개별 계파의 개창자가 된 것으로 보이는군.”

각자의 생각과 특기가 담긴 그것이 지금 본격적으로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이들의 기본적인 강체술로는 서로의 힘과 기술을 압도할 수 없었다. 

“오래 갈 것 같은데요. 안전 문제로 둘의 조건을 제한했는데도 둘의 수준이 정교합니다.”

“좀 위험해졌지?”

“예, 확실히.” 

고드와 에릭은 좀 더 독창적으로 개발한 방식의 강체술로 지금 상대를 눌러야 했기에 닦아왔던 모든 능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은 대단하군요. 다 그런가요?”

실비아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건 아닙니다, 공주님. 니벨룽 기사단이 특별하죠. 특히 저 두 명은 더. 지금 각하께서도 둘의 발전에 놀라고 있어요.”

“하, 뭐가 됐든 우리 기사들도 저런 걸 배워야 할 텐데. 진짜로.”

“조용히 갈고 닦은 거지. 내가 봤을 땐 아주 뚜껑이 열렸어.”

“각하께 보여드리기 좋은 장소가 아닙니까. 거기에 많은 귀족과 기사들까지 이참에 니벨룽 기사단의 첫 번째 단장이 누구인지 확실히 하겠다는 거죠.”

“....흠, 그런가.”

에슬린이 지적한 대로 이것은 단순히 자존심뿐만 아니라 니벨룽 기사단이 겪고 있는 파벌을 의미하기도 했다. 

기사들은 공식적으론 시온을 따르고 있었지만 작게는 이 두 명에게 갈라져 있었다. 

정확히는 3명이지만 코르도바 같은 경우는 좀 더 그 성격상 참모 쪽의 교육을 맡고 있어서 

직접적인 백병전 능력으로 전장의 한복판과 최고의 위험 상태에 투입되어야 할 최전방 기사를 도맡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두 명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아찔할 정도의 공격이 이어졌다. 주먹이 고드의 얼굴을 때렸고 순식간에 고드의 발이 상대 허벅지와 늑골 쪽에 떨어졌다. 

동시에 강체술로 구현된 각고의 개발을 거친 특별한 마나의 형태가 그것을 막기 위한 눈이 보이지 않는 배리어를 형성을 했다. 

그 배리어들이 순간적으로 서로가 입히는 타격을 줄여주면서 눈이 보이는 것만 봐도 엄청난 규모의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와우.”

이 정도는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도 놀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볼 만했던 거였다. 

“와아아!!”

“대체 뭔데!”

“이게 제국인가!”

가열되어 뜨거워지는 분위기 속에서 극한의 줄타기를 타고 있는 둘의 긴장과 그 난이도의 아슬아슬한 부분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거는 시온밖에 없을 거였다.

“막상막하군요. 후우. 저희 기사들의 수준으로는 단 한 명도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알렉시오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지. 저게 우연은 아니거든.”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바로 한쪽이 깨져버릴 겁니다. 그나마 모랫바닥이라 다행입니다.”

“뼈 정도는 부러지지 않겠나? 에슬린?”

“아, 분명히 그러겠죠.”

고드 같은 경우는 좀 더 우직했고 방어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한 방 한 방에 강력한 무게가 실려있었다.

대부분의 공격 횟수와 그 속도 그리고 민첩한 움직임은 에릭 쪽이었다. 

‘공격만을 위한 강체술이군.’

그만큼 위험하지만, 상대를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에 대해서 치명상의 가능성을 줄이려면 그만큼 타고난 반사신경과 재능이 있어야 할 것이었다.

“반사 신경이 핵심인가 에릭쪽은.”

“성격이 그대로 묻었네요.” 

어쨌든 이 두 명이 가고 있는 강체술의 방향에 대해서 시온은 만족했다. 

조만간 저들에게 익힌 것을 정리 후 반납하라고 한 뒤 이 둘이 가지고 있는 강체술의 장단점으로 기사들을 분류한 다음에 계파를 나눠서 기사들을 훈련을 시키면 전력이 강해질 수 있을 거였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각하?”

“음···.”

상황 자체는 좀 더 위험해졌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이 격해지고 있었던 거였다. 

잠시 고민하던 시온은 이 둘을 중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쪽이 피를 보거나 뼈가 부러져야 하는 부상을 입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지금 전력에 문제가 크게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내려가시는.”

“설마···.”

시온이 아래로 뛰어내리자 둘이 가하는 모든 공격이 일시에 중단됐다. 시온이 여기에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말로는 이 둘이 멈추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강체술이라는 것은 쉽게 중단이 안 되지.’

그 모랫바닥에 선 시온은 둘을 향해 걸어갔다. 고드와 에릭이 격하게 숨을 내쉬다가 급히 시온에게게 물었다. 

“승자가 결정된 겁니까?”

“중단이다. 더는 위험해.”

“각하! 조금만 더 기회를!”

“반드시 이 녀석과 승부를 내야 합니다!

둘의 대답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고 곧 격한 어조가 되어 항의했다.

‘허어.’

반드시 이 결투를 꼭 갈라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둘의 의견이 강경했지만 어쨌든 둘의 결투는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의 자존심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좀 더 전력을 유지하는 측면이 더 중요했다. 

둘의 불만을 사게 되면 기사들의 통제에도 조금 문제가 생기기야 하겠지만,, 

‘지금 내 명예는 이 정도를 흔들릴 수준이 아니지 않나.’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나도 해볼 것도 있고.’

시온의 입꼬리가 올라가자 둘의 눈동자가 따라왔다.

“그래서 어떻게 승자를 가르신다는 겁니까??”

“저희는 도저히 끝을 보기 전에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워든 각하! 그냥 끝을 보게 해 주시죠!!”

“맞습니다!”

단순하게 이 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기사, 마법사, 귀족들 모두가 이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흥분해 있었다. 

이들은 둘의 끝을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야 안 그러고 싶나.’

시온도 그런 편이었다. 한 번 우위가 결정된다면 임무 배정을 할 때 이것을 구실로 삼아 한쪽이 쉽게 납득을 할 거였다.

어쨌든 여기에 대해서 완벽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시온밖에 없었다. 시온은 둘을 보다가 말했다.

“둘 다 나한테 덤비면 되지.”

“?!!!!!!”

새로운 참여자가 등장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 둘의 힘을 정확하게 테스트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고 정확히는 시온이 하는 게 아니라 시온이 걸고 있는 행동각인 비술이 하는 것이지만 비술이 판별하는 승자는 정확할 거였다.

게다가 지금 한 가지 이 상황을 틈타서 시험을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용의 혈통이 과연 무기가 아닌 주먹으로도 구현될 수 있겠냐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용의 혈통과 기존의 고대의 검술에서 추출한 시간 왜곡술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까의 여부였다. 

‘그것도 맨주먹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문제였다. 맨주먹이 된다고 한다면 그 특징상 난이도 자체는 주먹이 더 어렵기에 검이든 메이스든 더 쉬울 거다.

급한 상황에서의 조건은 가혹하기에 그 조건 아래에서 펼칠 수 있는 안전성은 이 감을 익히고 안 익히고와는 차원이 다를 거였다. 

“진심이십니까?”

“진심이지.”

이번 기회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시온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주변 이게 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다. 

“어떻게 되는 건데.”

“둘을 결정하신다는 거지.”

“영예가 아닌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온 경이 맨손 격투도 잘했었나?”

“잘 몰라서 하는 말이지 시온 경은 백작이 되기 전엔 제국 마상창시합의 우승자였어. 난투전의 우승자이기도 하고 그러니 맨손 격투쯤이야, 레슬링도 잘하실걸.”

이 둘의 결투를 중지시켜서는 안 된다고 여론을 형성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지금 시온이 제시한 결투를 보고 싶어서 시온의 의견에 대해서 지지를 하기 시작했다.

“각하의 의견이 더 공평하지 않나?!”

자연스러운 그 과정을 보면서 실비아와 알렉시오스가 생각에 잠겼다. 그들로선 단순한 장면으로 보이진 않았다.

“오빠. 시온은,,,”

“군중을 가지고 놀 줄 안다.” 

여론은 시온이 결정한 방향으로 넘어갔다. 넘어가자마자 에릭과 고드는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은 시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었다.

“일단 처음에 눈 한 명씩 확인해보지. 아니 두 명을 한 번에 해볼까.” 

“????”

“아니다. 한 명씩 하기로 하지. 누구부터 할 건가?”

“제가 하겠습니다.”

“영예를 저한테 주십시오.”

순서에 대해 둘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동안 시온은 가지고 있는 비술을 설정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들을 제압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했다. 

“고드로 하지.”

“......”

“영광입니다. 각하.”

“규칙은 그대로 하는 것으로.”

시온도 적용이 돼야 했기에 비슷한 수준에서 마나의 제한이 있었지만, 여기에 대해서 이들은 모르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바로 강체술의 밀도였다. 마나의 밀도가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같은 것을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공명의 눈 덕에 마나 자체가 아주 독특하게 변했기에 밀도의 수준은 그때보다 더 올라갔다. 

이들을 상대로 힘을 제어한다고 해도 거의 승리가 확실했고, 걱정해야 할 거는 다른 부분에 있었다. 너무 과하게 힘을 쓰면 안 된다는 것.

“!!!!”

시온이 마나를 끌어올리자 참여자도 관중도 긴장했다. 수준이 다른 마나라는 것을 이제야 피부로 느끼는 거다. 

애초에 근본부터가 비범했다. 일반적인 마나의 결은 아니었고 벌써 간단한 자세만 취해도 그 압박을 받는 상대는 죽을 맛이었다. 

‘맙···. 소사. 이게 제어된 힘이라니.’

고드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방금 전후의 흥미로웠던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체감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수준의 압박이 쏟아졌던 거다. 

“설마, 각하가 진심이신가??”

“이게 시온 니벨룽···.”

“제국의 위대한 기사.”

항상 곁에서 보필하든지 같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가 그 반대에 처하니 진정한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고 있던 실비아가 침을 삼켰다. 그러니저러니 시온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하였다.

‘용의 혈통을 맨손으로 구현시키는 방법인데. 복잡한 수식을 연결해야 하니까. 좀 준비 작업이 필요하겠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 봐야 해서 몸을 좀 달궈놔야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안 올 거야?”

시온이 그렇게 말을 하자 고드는 그 자세를 유지했다. 수준을 알기에 상대가 강한 만큼 더 수비적으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시온은 그냥 그에게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육탄전이 곧바로 이어졌다 주먹과 주먹이 빠르게 교환이 되고 아까 보던 것보다도 더 확실하게 고드의 수준을 알 수 있었다. 

탄탄했다. 남모르는 곳에서 연습을 고된 연습을 끊임없이 한 거였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는 수없이 반복했을 법한 기전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시온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이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었다. 공수가 완벽하다 못해 예술적이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전반적인 모든 수준을 고려해 봐도 앞에 있는 고드와 비교도 안 되는 경지에 있다는 것이 지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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