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5화 (275/304)

투쟁심

단단한 가드를 하는 고드에게 시온은 폭풍 같은 공격을 쏟아내고 있었다. 고드는 위태위태하게 그것을 받아내고는 있었다. 

“대체 이 수준 차이는 뭔가??!”

맨손 격투기 수준마저도 차원이 달랐던 거였다. 시온의 생각에는 지금 고드의 전략이 아주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나를 일정한 양만 써야 한다는 것은 비단 이 둘만이 아니라 시온에게도 제약이었다. 분명히 이건 제약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를 결정시킬 수 있을 만한 한방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가지려면 상대가 자신을 노출해야만 하지. 저런 수비적인 모습으로는 결정타를 주긴 어렵지.’

이런 강체술을 깨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더 강한 힘으로 시온이 내려치는 수밖에는 없었다. 

고드의 받아치기는 나름 위험한 상황을 연출해주기는 했다. 주먹이 눈 옆으로 지나가고 시온은 고드의 솜씨를 인정할 수 있었다. 

‘충분히 위협적이군. 아마도 실전에서도 기사 꽤 죽여봤겠어.’ 

어떻게 보자면 행동각인비술이 없이 고드를 상대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시온은 별로 낙관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고드의 실력은 좋았다. 

시온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는 있었다. 

사실 이러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슬슬 몸은 어느 정도 예열이 됐고 현재로서는 이들을 평가해야 하는 측면보다는 이들을 통해 지금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도전을 결합해 보는 것이 중요했다. 

‘즐길 때가 아니지. 집중하자.’

시간왜곡술과 용의 혈통이 하나가 될 수 있는가. 그다음에 용의 혈통은 무기가 아닌 주먹으로 전달시킬 수 있는가. 

다만 문제는 지금 시온이 가지고 있는 흥분이었다. 이 상태에도 아주 즐거웠다. 오랜만에 경기였다. 

‘앞으로도 종종 할까.’ 

시온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는 막 또 다른 거대한 벽이 느껴질 정도에 수준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정확히는 일방적이었다. 사람들은 경탄(敬憚)을 아끼지 않았다. 

누가 봐도 지금 시온은 제국에서 가장 위대한 기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고 거기에 다시금 또 증명이 되는 거였다.

“제국의 이인자!”

“저걸 대체 어떻게 한단 말이야.”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보고 싶은 모양인데요.”

“아랫것들이? 막아.”

“그 막을 만한 명령을 내리실 분이 저기에 있으셔서···.”

“크흠. 없던 걸로 해 주게.”

“알겠습니다. 공작님.”

적들에게는 공포가 될 것이고 아군에게는 희망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나라를 잃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심정은 요동을 칠 수밖에는 없었다.

“불···. 불가능한 경지가 아닌가.”

“대체 누가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시온 니벨룽은 그러한 존재인 거야.”

“케식과의 일기토를 못 본 게 천추의 한이 되는군.”

“분명히 대대손손 전해줄 만한 이야기였겠지.”

“아쉬워. 다음에는 몰래 최전선이라도 가봐야 할까 봐.”

“그러다가 화살 맞아 죽어.”

“그럴 가치가 있지 않나?”

귀족들이 이렇게 감탄하는 와중에도 분명히 공세가 기울어졌다. 시온은 본격적으로 용의 혈통을 여기에 적용했다. 

마나의 흐름이 눈에 띄게 바뀌었고 시온은 그것을 조용히 관조하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지만 두 가지의 운동이 같이 일어나고 있는 거였다. 많은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대부분 관람자도 이 같은 변화를 인지했다. 

분명히 뭔가 시온이 하고 있다고 말이다. 가장 그것을 격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앞에 있는 고드임은 분명했다. 

‘죽일 셈이신가?????’

고드의 생각엔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바로 깨져버릴 것 같은 그런 충동을 느낀 거였다. 

지금까지 수비적인 태도를 버리고 고드가 달려들었다. 동시에 시온은 그 공격을 천천히 받아내면서 용의 혈통을 맨주먹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씁···.”

붉은 기운은 더욱더 단단하게 모든 면에서 한층 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조금 곤란해졌다. 

‘안 되나.’ 

시온은 이것이 순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무기를 통해서 사용했을 때하고는 달랐던 거였다. 

조금씩 꼬여가는 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에 차라리 통제가 가능한 선에서 정지를 시키는 게 나을 거였다.

지금. 마나의 흐름이 거칠어졌다. 아무래도 지금 모든 마나의 폭발적인 힘을 예상하면 이러한 비틀림은 그렇게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녀석이 무슨 약을 먹었나.’ 

시온은 갑작스럽게 더욱더 안간힘을 쓰고 있는 고드를 보면서 약간 난처해졌다. 

여기서 정지를 시켜야 할 것 같기는 한데 그러자니 지금 보고 있는 눈이 많은 것이다. 

애초에 여기서 이러한 시험을 해보는 것 자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거일 수도 있었다. 나중에 이들을 따로 불러서 차근차근해봐도 됐을 것이기는 한데 요즘 자만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시온은 그냥 이대로 더 유지해보기로 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말이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기에 잠재적인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고드의 공격을 아까와 같은 수준으로 막아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사방팔방에서 환호 소리가 났다. 모든 귀족과 기사와 마법사와 상인과 평민 모든 망명자가 목이 타들어 가듯이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이 광기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너무 수준이 높아. 나도 시온 경과 결투해볼 수 있는 영예를 얻을 수 있다면,,,”

“아서라. 그 전에 검부터 바꿔야지.”

“못 할 게 뭐 있는데.”

“미쳤어? 누구 듣겠어.”

황제도 관람하기 어려운 거대한 쇼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곧바로 시온이 했던 시도는 이들의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그렇게 마나의 흐름이 흘러가지 않았다. 

‘좀 더. 더···. 흠···. 더 흔들린다고?’ 

격정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거칠어져만 간다. 이것은 느낌이 안 좋았다. 

‘아무래도 중지를 하는 게 좋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여기서 타격을 입게 되면 앞으로 움직여야 할 거리를 생각해 보면 코르도바에게 맡겨놓은 군단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고드가 갑자기 가벼운 펀치에 처맞고 나가떨어졌다. 에릭은 자기도 모르게 주춤하고 뒤를 짚었다. 

정말 기대하지도 않은 주먹의 일격이었는데 고드가 지친 나머지 집중력이 저하한 거였다. 

그 공격만으로도 모래 사이에 몇 번이고 굴러가다가 멈췄다. 그런데 정신이 번쩍 드는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아직 끝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용···. 용서를! 부끄럽습니다. 각하!”

사실 안전의 이유로 모든 것을 제어해놨기에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 게 현실적인 결과였고 이어서 에릭도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각하. 고드는 끝이 났습니다.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고드 그냥 닥치고 누워 있어라.”

시온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중지,,, 아니,,, 아니다.” 

말을 하다가 말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만약에 이 2명을 동시에 상대하게 된다면 흐름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가정이다. 

두 번의 잘못된 결과가 있었으니 이번만으로도 더 크게 잘못된다면.

‘확실히 마나가 폭주를 하겠군. 마나 폭주라 얼마 만이지?’

폭주가 일어나게 된다면 복잡한 일이 일어날 거였다. 이것을 다스릴 수 있을 만한 정수가 있냐의 여부인데 있긴 있었다. 

멀쩡한 척하고 들어가서 에슬린의 도움을 받아서 마나 폭주를 다스리게 된다면 예상보다 여기에 더 있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기에 자연스럽게 이동에 대한 전략보다는 이곳을 견고하게 방어하는 전술적인 결정이 이어질 거였다. 

‘까마귀가 항구 전투 전에 갔었으니, 지금쯤이면 군단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코르도바에게 전서를 보냈기에 진지를 버리고 군단이 이쪽으로 압박을 해오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압박해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위험한 군사적인 충돌을 의미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이러한 위협적인 요소를 생각해 보면 코르도바의 전략적인 전술적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서부 전선에서 있었던 그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번 임무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였다. 시온은 바로 에릭에게 말했다. 

“둘 다 달려들어.” 

여기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는데 어차피 마나 폭주가 예상된다면 그 폭주에 걸리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해 봤을 때 무조건 견뎌야 하는 압박을 올려주는 편이 나아 보였다. 

이기든 지든 간에 한 번에 해결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지금 보여준 행동은 두 명과 관람자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였다. 

현재 폭주에 관련된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은 시온밖에 없었기에 실제로는 두 명이 전부 달려들어도 가능성이 없어 보일 정도 실력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 부족한 저희 탓이지요.”

에릭이 바로 동의했다. 둘이 자세를 잡기까지 시간을 주는 것도 아까웠다. 시온은 망설임 없이 둘에게 뛰어들었다. 

선제공격을 한 거였다. 

“기사에게 있어서 방심은 언제나 금물이지.” 

시온에게 맞아서 나가떨어졌고 동시에 모두가 반격했다. 모래 사이를 굴러가던 에릭이 곧바로 일어나서 시온에게 달려들었다. 

아까보다 3배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었다. 비술을 유지해야 하는 정신은 조금 더 또렷해서 간다. 

들 끊는 폭주가 일어나게 하지 않으려면 더 한 집중을 해야 했다. 상대를 관찰하기보다는 좀 더 각인 비술의 운용에 집중했고 그렇게 십여 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맨손으로 용의 혈통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마나의 흐름이 급격하게 안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거칠어졌던 것이 새로운 회로를 형성했다. 

이것은 행동각인비술이 만들고 있는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인 것은 확실했다. 

‘이렇게 되면···.’

시온은 양쪽에서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많고도 다양한 가격을 방어하면서 사실 이대로 이들을 끝을 낼 수도 있다는 확신을 했다. 

용의 혈통을 본격적으로 집어넣는다면 지금보다 밀도적으로 봤을 때 이들이 버틸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효율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대로 멈출 수도 있고.’

다만 지금 고려하는 것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다음 것까지 적용해보는 거였다. 

알바 대국을 칠 때 얻었던 고대의 검술 여기에서 추출한 시간왜곡술을 이 맨손 타격에다가 적용할 수 있는지. 

이것이 된다고 하면 용격점에도 쓸 수 있다는 얘기고 이거를 모르는 상대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조커 카드를 하나 가지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여기서 한 번 더 흐름을 격하게 잡는다.

한 번 더 강하게 내려치는 거였다. 그리고 앞에 있는 두 명에게 이것이 펼쳐지려 했다. 

거기에 대한 둘의 심정은 다르게 변했다. 

이 시점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면!!

적어도 어느새 이 결투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각하를 쓰러뜨리고 싶다는 투쟁심으로 바뀌었던 거였다. 

이 둘의 마음이 통했는지 눈빛을 통해 합심하곤 달려들었다. 고드가 희생해서 시온의 몸을 포박한 다음 거기에 에릭이 마무리를 하려는 것 같았는데 

동시에 시온이 하는 시간왜곡술 이 용의 혈통에 결합이 되었다. 가지고 있던 마나가 급격하게 소모되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느릿하게 보였다. 

‘도달했다. 분명히. 이 시야는 그 검술에서 오는 것인데.’

이것은 분명히 그 검술에 녹아 있는 그 기분이었다. 여기에 수행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행동뿐이었다. 

바로 주먹을 달려들어 레슬링을 걸려고 하는 고드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그 시간왜곡의 마법이 풀렸던 순간 고드는 하늘을 향해 튕겨 나가 어디론가 처박혔다. 손이 얼얼했다.

‘....?’

엄청난 타격음이 들리곤 아차 싶었다. 이어서 에릭의 가드 되어 있는 오른쪽 팔에 시온의 발등이 떨어졌는데 원래라면 가드가 되었을 거였고 

그 강체술로 가드 된 곳에 발등이 들어갔어야 했으나 가드가 되기도 전에 적중을 당한 에릭이 관중까지 날아가서 테이블을 박살을 내고 굴러다녔다.

포도주가 깨진데다가, 놀란 여 귀족이 소리를 질러대서 갖가지 것이 에릭의 위에 쏟아졌다.

“맙소사, 각하가 또다시 뭔가를 이뤄내셨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글쎄요. 직접 물어보시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알렉시오스 공.”

겨우 안정된 순간. 고요한 순간이 만들어졌다. 절대적인 고요. 누가 봐도 방금 보여줬던 이상함은 그야말로 경탄을 넘어서 입을 다물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거를 당한 사람이나 본 사람이나 한 사람인 시온도 말이다. 

이 연속된 체험을 통해서 시간왜곡술을 용의 혈통에 넣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재현할 수 있었던 거였다. 곧이어서 귀가 터질 것 같은 환호 소리가 났다. 삼십 미터까지는 쩌렁쩌렁할 것이다.

“쟤들 멀쩡한 거 맞겠지.” 

시온은 의심에 찬 고개를 했다. 실수라면 유일한 실수일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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