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6화 (276/304)

결단

고드가 멀쩡한지 봐야 했다. 이번 일에 있어서 그가 벌써 다치면 곤란했다. 이미 저질러버린 거 어떻게 하겠는가. 

에릭 같은 경우는 맞는 위치가 안전한 편이어서 저기서 뒹굴뒹굴하고 난리가 났다고 해도 사실은 그 녀석이 멀쩡할 거라는 것 정도는 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고드였다. 일단은 고드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봤다. 고드는 저쪽 끝에서 뒤집혀 있었는데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뒤집힌 자세로 제대로 뻗어 있었던 거였다. 설마 크게 문제가 일어난 건 아니겠지. 시온은 그곳으로 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일단 눈으로 봤을 때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기절한 것은 확실해 보였고 맞은 부위를 보아하니 외견상으로는 멀쩡해 보였는데. 

정작 정신은 날아가 있으니 시온은 불편한 신음을 내뱉었다. 현대의학적인 상태를 알고 있는 시온은 외견상 멀쩡하다고 해도 더 안 좋은 방식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빠르게 고드를 조치했다.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포션이 있었는데. 

“음.” 

사실 이것은 시온이 먹으려고 가지고 있었던 거였다. 아직 거기까지 다치어본 적이 없어서 이 효과에 대해서는 체험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거의 준 엘릭서에 부합하는 거였다. 

무려 비약에 대한 대가로 선제후한테서 뜯어낸 거였다. 이걸 고드에게 써야 할 것 같았다. 

전부는 아니고 약간 정도,, 

이 준 엘릭서를 그냥 쓰면 효과가 떨어졌다. 시온은 그걸 알고 있었다. 

대부분이 쓰는 용병이나 기사들이나 자신한테 응급조치할 수 있는 모든 포션들은 사실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치료 마법사가 해야 하지만 시온은 그게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것을 고드에게 부었다. 빠르게. 마나에 파장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드는 정신이 없어 보였다. 시온은 이마가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설마.’ 

에릭은 용케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왔다. 

“에릭 너는 어떤가.” 

팔이 부러졌을 수도 있었는데 역시나 기본기가 탄탄한 나머지 에릭은 멀쩡했다. 

“전반적으로 괜찮나?”

“문제없습니다. 각하께서 손속을 처음부터 봐주신 덕에 송구스럽습니다.”

“고드의 상태는 어때 보이나?”

“좀 안 좋아 보이는데요,,”

지금 고드의 상태를 보는 것이 먼저였다. 시온은 새로운 능력을 만들었지만, 뜬금없는 일이 터졌다. 

부하들의 부상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였다. 잠깐 이성을 잃고 너무 능력을 만드는데 깊이 빠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ㆍㆍㆍ

다음 날이 되고 여전히 고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에 시온은 고드에게 그냥 엘릭서를 다 뿌리기로 했다. 

사실 이것을 전부 뿌려도 고드가 정신을 차리지 않을지는 잘 몰랐다. 

이것을 받을 때는 그 복용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자세한 언질을 듣지 못했다. 

그걸 설명해줄 수 있을 만한 인물이 마리온인데 마리온은 현재 코르도바와 함께 진지 구축에 열정을 다하고 있었다. 

여기 막사의 천을 열었을 때 안에는 에릭이 이미 있었다. 

“각하! 오셨습니까.”

모두가 일어나서 나에게 인사를 했는데 시온은 거기에 관해서 물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니요 고드 경은 그대로입니다.” 

보고를 받고 아끼지 않고 엘릭서를 그에게 부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뚜껑을 땄다. 엘릭서의 특징상 뚜껑만 따도 그 향기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그 잔병 정도는 완화를 시켜주는 진통 효과가 있다. 

게다가 현혹 마법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깨워줄 수 있었는데 고작 해봐야 이 정도밖에 효과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 이 향기가, 

풍기자마자 고드의 눈이 번쩍 뜨였다. 

“?”

“각하!!” 

“아, 고드 일어났구나.” 

시온은 태연하게 얘기를 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준비하고 있던 건 아니었겠지.’

엘릭서를 아껴서가 아니다. 그때 그 충격으로 고드가 만약에 일어나지 못하거나 앞으로 있을 임무의 장애라도 있게 된다면 

서북부 지방에 대규모 알바 지역의 통치권이 흔들리게 되는데 분명히 반란이 일어날 것이고 일이 잘 풀렸던 거였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냉정하게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 중세의 분위기였다. 

뭐만 하면 반란이란 반란은 저지르니, 당장 황제마저도 자기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가. 

호랑이 등에 탔으면 그냥 질주해야 하는 게 이곳이었다. 고드는 벌떡 일어나자마자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기사와 귀족을 확인하고는 눈이 벌게졌다. 

“아니 이런 설마. 제가 그때 그 공격을 막고는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겁니까.” 

“그게 맞아. 조금 손이 과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 그런 영예를 제가 입다니!!” 

고드에게서 나오는 말은 한층 더 충성심이 올라간 듯해 보였다. 고드는 정말로 자기가 앞으로 모셔야 할 분이라는 그런 충동을 더욱더 확실히 다지고 있었다. 

고드는 의외로 간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자기 위에 설 수 있는 자라면 자기보다 강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사상을 하고 있었다.

계승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외에 일과는 무려 10년 동안 기사 훈련 밖에는 없었다. 살인적인 훈련량과 온갖 위험 임무에 뛰어들었고 정작 알바 대왕이 가르치고자 했던 제왕학은 완전히 뒤에 있었다.

고드의 감격 어린 대답은 좀 더 기사들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고 기사들뿐만 아니라 에릭마저도 순간적으로 그 고드에게 감동을 해서 둘의 사이가 완화된 것 같았다. 

“일어나서 다행이야.”

“고맙군! 같이 이 고통을 나눌 수 있어서!”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툭툭거리면서 상대를 인정한 거였다. 일단은, 나중에 다시 벌어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에 놓여 있는 상황까지는 이들의 협력이 다시금 유지될 것은 분명했고 갈라져 있던 기사들은 다시 서로와 연결이 될 것이다. 

이어서 에슬린이 옆에서 귀띔으로 얘기했다. 

“어제 저에게 파비우스 경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검을 바치고 싶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건 좀 생각을 해보자.”

파비우스는 연합 왕국의 콤네노스 가문 대공의 아들이었다. 차남밖에는 되지는 않지만, 그 능력은 연합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였고 자연스럽게 그가 데리고 있는 기사들은 무려 600명에 달했다. 

그가 나에게 넘어온다는 것은 600명의 기사도 나에게 전향해 온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알렉시오스와 실비아의 관계가 바로 망가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이 가지고 있는 위협은 사실 이제 제로에 가까웠다. 

둘의 아버지인 마누엘은 이미 사망해 버렸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토지와 작위는 유목 제국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적어도 이 일에 대해서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들어온 거나 다름이 없었다.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말이다. 고드가 회복이 됐으니 다음 결정을 해야 했다. 

“다들 자리를 옮기지. 고드가 일어났으니 결정을 내리겠다.”

“예! 워든 각하!”

이들 모두를 작전 막사에 불렀다. 시온의 막사 안은 곧 많은 기사와 귀족들로 우글거렸지만 정작 이들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렉시오스와 실비아와 파비우스 이렇게 3명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결정해야 할 게 있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한 것이다.”

“그 전에 각하, 누가 그 영예스러운 결투에서 승리했는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에릭이 참지 못하고 지금 확답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시온은 잠시 해야 할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둘 다 훌륭했고 막상 막하였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어려운 문제야. 에슬린.”

“예, 각하.”

“네가 봤을 땐 어떻지?”

“저는 고드 경이. 좀 더 받을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름의 운이 있긴 했지만 고드 경이 각하에게 대처했던 그 방식은 다시 짚어봐도 놀랍더군요.”

“각하의 공격에서 살아남았으니까.”

“하긴 대단했어.”

먼저 분위기를 봐야 했는데 에슬린이 운을 뗐고 대부분도 그쪽으로 기운 모양이었다.

“나도 생각이 같다. 결투에서 보여질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동전과 같지. 그러니 에릭 이번엔 네가 아니다. 고드가 그것을 받을 만해.”

“,,, 알겠습니다. 각하.”

많은 귀족이 있어서 이 귀족에게 공신력을 가지기만 하면 충분했던 거다. 

그 말을 듣고 에릭은 약간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분명히 그는 이해할 수밖에는 없었다. 

고드가 멀쩡했던 이유, 고드가 가지고 있는 강체술의 특징일 수도 있다. 차차 알아봐야 하기는 하지만 그 순간적으로 긴급 상황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호해내는 데 성공한 거였다.

‘제대로 적중한 것 같으니 분명히 턱이 깨졌어야 했는데. 제법 실전에 강한 수준에 올랐단 거지.’

그 타격을 보호했을 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충격도 보호해서 정신을 잃었을 뿐이다. 그 가치를 생각해봤을 때 에릭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능력을 보여줬다. 

에릭이 완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사이가 호전됐기 때문에 그 전리품을 양보한다고 해도 괜찮아 보였다. 에릭의 일은 끝이 났다. 

“이대로 유지하는 게 낫습니다. 폭풍이 올 수도 있고. 이곳 날씨는 예측불허인데.”

“보강할 수 있는 재료도 많죠.”

실비아가 조곤조곤 말했다. 분명히 여기에서 좀 더 성벽을 보강하면 안전한 상황이 유지될 거였다. 

이곳 자체가 항구이기 때문에 식량을 수급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전부 다 되어 있었기에 그냥 쓰고 있던 거를 좀 더 쓰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단 지금 도망이 간 골족이 다시 더 큰 군단을 이끌고 와서 여기를 포위하게 되면 꼼짝없이 여기에 갇히게 되는 것인데.

에슬린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배가 이제 없습니다. 여기에 갇히면 이번엔 진짜 궁지에 몰릴 거에요.”

골족의 전사는 한번 여기서 꽉 물렸기에 쉽사리 들어오지 않고 그냥 말려서 죽이려고 한다면 그것 자체로 골치 아픈 일로 번질 것 같았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 바로 이동하는 거지.’ 

시온의 생각에는 이동하는 것이 맞아 보였다.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머무르는 게 더 좋다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내 판단에는 저번에 충격으로 겁을 먹은 것이 확실하니 이대로 움직여도 딱히 습격할 것 같지는 않아.” 

“그 말씀은···?”

“코르도바에게 맡긴 군단으로 지금 이동하는 게 낫겠단 거지. 여기서 기다리는 것보다 나아 보인다. 덤으로.”

모두가 숨이 막힐 듯한 분위기로 시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항구를 완전히 소멸시킨다.”

골족들이 가지게 되는 물자 보급에 대한 흐름이 한 군데가 망가지게 되기 때문에 그들이 여기에다가 구축하고자 하는 잠재적인 위협을 당분간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골족은 뭔가를 뺏는 건 잘하지만 그것을 다시 구축하고 인프라를 형성하는 문명적인 건축 기술이 너무나 부족했다. 

이런 거라고 한다면 제국을 따라올 수가 없는 것이다. 

제국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설치하고 하수구를 설치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대리석과 돌덩이로 박아 넣을 수 있는 기술자가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나는 더 잘하지. 고렘이 있으니까.’ 

거기에 관련된 지식은 덕목까지 되어 있었다. 그러한 것을 건축하는 소양을 갖추는 것이 기본으로 귀족에게 내재가 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그것을 귀족의 의무와 품격으로 구별해놓았겠는가.

결정되자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지만, 곧 여기에 관한 준비하기 위해서 귀족들이 우르르 나갔다. 

일단은 첫 번째 작업은 이동 물자를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이곳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거였다. 

“참, 각하. 각하가 제련한 곳 말이지요. 무기는 분명히 봤습니다. 굉장히 우직하게 생겼더군요.”

“음. 그렇게 됐어. 내가 세밀한 솜씨가 좋지는 않잖아.”

“아 그게 아니고 그 대장간에 흔적이 많아서 직접 소거하는 게 나아 보입니다. 저는 덮어버리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장소가 바로 시온이 재료를 성공시킨 대장간일 것이다. 여기는 많은 마나의 흔적이 따라서 이곳을 소멸시키는 것은 직접 해야 했다.

ㆍㆍㆍ

대장간에다가 술식을 걸어놓고 대마법을 펼칠 준비 했다. 대마법은 블랙홀이었다. 이게 그냥 천둥 계열보다는 좀 더 마나가 덜 들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천둥 계열을 여기다가 소환했다가는 쑥대밭이 될 수도 있어서 블랙홀을 걸고 대장간에 그것을 떨어뜨렸다. 

“흠.”

성공적으로 대장간에 있는 모든 흔적이 없어지고 며칠 뒤까지 항구가 해체되는 작업이 이어졌다. 

마지막 불을 지피는 것과 함께 어설픈 연합 왕국의 군단은 평야를 밟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 초입 부분부터 골족의 특기인 게릴라전을 받게 되면 잦은 화살 공격으로 인명 사상이 심각해질 수가 있었는데. 

‘조용하군.’

“짐승 한 마리도 안 보이는데요.”

“예상했던 바잖아?”

저번에 얼마나 뼈아프게 당했는지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온은 이들이 여러 가지 작은 크리쳐를 통해서 감시 중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때 전서 하나가 막 까마귀를 통해 시온에게 도착했다. 

에슬린이 그것을 잠깐 읽어보고는 재빨리 시온에게 바쳤다. 

“이게 뭔데?” 

“이건 꼭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펼친 전서에는 골족의 대규모 군단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코르도바의 필체가 적혀 있었다. 

‘역시 이곳에서 공성전을 먹일 생각이었구나.’ 

이동하기를 잘했던 거였다. 대규모 군단의 이동이라는 것은 시간의 소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항구에 갇히게 될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내 발목을 잡으려고 하지 않겠나?”

“경계를 엄중히 하겠습니다. 각하.”

“에릭 네가 기사 몇을 뽑아서 정찰을 나가봐.”

“알겠습니다. 각하.”

“그런데 그건 그렇고 저곳에다가 비밀리에 뭘 하시는 겁니까?” 

에슬린이 조용히 시온에게 물어봤다. 시온이 하는 건 환영자아를 분리해서 몇 가지 능력을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서로를 겨루는 행위였다. 

“아마도 단련하는 거지.” 

“??????”

비밀만 유지된다면 문제가 될 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힌트가 점점 생기고 있었다. 용격점 다음에 생길 새로운 무기술에 대한 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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