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7화 (277/304)

이동

에슬린의 생각에는 이상했다.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각하. 그게 가능합니까? 이론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 그냥 해보는 거지.”

계속해서 뭔가를 하는 편이 무조건 이득이었다. 환영 자아의 진정한 힘이란 이런 끊임없는 활동성에 있었다. 

조금만 더 이 능력의 안정화가 된다면 여러 빌미를 둬서 대놓고 2명 3명으로 나눈 다음 여러 활동을 시킬 계획이었다. 

“흠···. 혹시 다른 기사들에게 이해시킬 방법이 있겠나?”

“확실한 건 환영 자아의 진정한 면목을 알고 있는 자는 저뿐이니까요. 대마법 정도로 소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게 있나?”

“없,,, 습니다. 사실은 사장됐죠. 그러니 연기가 필요한데 마탑의 관련 계열 서품 마법사를 몇 알고는 있습니다. 돈이 좀 들겠지만 승인해주시면 준비해두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해줘.”

“예. 각하.”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비슷하기는 했다. 그 실체는 다르지만, 문제는 환영이 움직여도 아군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도 결국에는 시온이 져야 한다는 그게 있었다. 그렇게 에슬린과의 대화를 마쳤다. 

ㆍㆍㆍ

그렇게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발목을 잡으려는지 골족이 등장했다. 

이들은 항구 전투에서 상대했던 부족으로 보였는데 그때와 비슷한 수준의 규모인 것을 보아하니 좀 더 병력을 보강한 모양이었다.

“파란 말이 그려진 문장기를 보아하니 분명합니다.”

“다른 문장기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대로 보내기에는 시온의 중요도가 너무 중했기 때문에 여기서 발목을 잡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히 보였다. 

“가까이 오질 못하는군.”

“아마도 공격할 생각은 없나 봅니다. 그때 크게 패전했으니 치졸한 전략을 선택하는군요.”

실비아가 그렇게 말하자 에슬린도 거들었다.

“그나마 머리에 생각이란 게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차라리 이건 고맙군요. 이런 이동에는 항상 불리함이 크니까요.”

“아마 케식을 잃은 게 뼈가 아플 거야. 각하. 에릭 경이 돌아오기 전까진 확실하게 기다리는 편이.”

알렉시오스가 시온의 눈치를 살폈다.

무려 죽어버린 케식의 수만 해도 6명이 넘었고 실제로는 10명 이상의 피해가 났을 거였다. 

케식 하나는 만 명을 지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따지자면 10만 명을 통솔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 전멸한 거기 때문에 아무리 지금의 시온을 압박하려고 해도 쉽사리 달라질 수가 없는 거였다.

“골족은 여러 명의 대 부족의 연합 상태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제국과 비슷하지만, 더욱 갈라져 있죠.”

에슬린이 운을 떼자 알렉시오스가 분에 찬 듯이 말했다.

“그건 제가 더 잘 얘기해드릴 수 있습니다. 원래라면 이들은 뭉치지 않았을 겁니다. 대칸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균형적인 동맹이지.’

시온을 상대하는 데 너무 케식을 잃게 된다면 앞으로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가 다른 부족에 비해서 더 내려갈 것은 뻔했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시온은 그렇게 분명히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온이 그 입장이어도 그건 무조건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상대의 입장인 듯해 보였고 대부분 귀족과 알렉시오스의 생각도 그러한 모양이었다.

“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이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압박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에 대한 제한이 일어나게 되었다. 

“각하! 에릭 경이 오고 있습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라.”

정찰을 보냈던 에릭이 몇몇 기사와 안으로 도착을 했다. 모습을 보아하니 충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갑옷에는 핏기가 묻어 있었고 여러 곳이 덕지덕지 먼지를 구른 모양이었다. 낙마했군. 

에릭은 바로 칼을 땅에 꽂고 무릎을 꿇었다. 곧 시온에게 보고를 했다. 

“아주 거대한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촘촘한가.”

“예. 만약에 저에게 기사 800명을 주시면 이들의 허를 찔러보겠습니다.” 

“800명?” 

에슬린이 바로 반문을 했다. 

“그렇게 되면 이쪽이 너무 허술해지는데요. 만약에 그때 꼬리가 잡힌다면 후위에 있는 시민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에슬린은 굳이 시민을 언급했다. 꼭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구실을 들어서 에릭이 거칠게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별로 원하지는 않았던 거였다.

시온의 경우에는 꼭 이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흐음···.”

시온이 따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행군의 움직임은 늦춰질 수가 없었다. 예정대로 계속 움직이기 시작했다. 

ㆍㆍㆍ

그리고 딱히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그림이 안 좋아지고 있었는데 포위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거였다. 

그사이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이 되는 골족의 다른 부족이 합류를 지속해서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더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케식이 저기 끝에서 하나둘씩 보였다.

그때 10명 정도를 손실시켰음에도 손실을 전략적으로 이미 보강을 한 모양이었다. 

“한,, 스무 명은 넘어 보이는데요. 다른 경들도 의견은 같습니다.”

적어도 그때 부딪혔던 부족에 속해 있는 녀석들은 아니겠지만 전체적인 전력으로는 현재의 시온과 싸울 수 있었던 거였다.

“근데 겁을 먹었어.”

“맞습니다. 각하에게 겁을 먹은 거죠. 야만인답기도 하고.”

에슬린이 비죽거렸다.

이들이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저번보다 숫자가 좀 더 늘어난 것 같음에도 이 평원에서도 조차 공격을 하지 않고 있는 거였다. 

“평원에서 한 번도 공격하지 않는다고요,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에요.”

실비아와 알렉시오스가 몇 가지 그들이 치렀던 전쟁에 관해서 얘기해 주기 시작했다.

지형적인 유리함을 갖추고 있는데도 이거보다 더 적은 병력을 가지고 전면전을 구사했을 만큼 이 골족의 호전성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과 전공의 독점욕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미 저번 전투에서 어떤 결과가 일어났는지 이미 서로에게 전부 다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으로 전투를 수행했던 특히 시온의 존재에 대해서 이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때 6명이 정말 잠깐 사이에 전멸했을 정도의 실력인데 만약에 시온이라는 벌집을 건드렸다가 또다시 케식을 여기서 다 잃게 된다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권력은 무너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동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딱히 돌진할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계속 이대로 흘러가지 않겠습니까? 각하?”

“코르도바는?”

“문제가 조금 있어 보이더군요. 자세한 것은 와서 전해드리겠답니다. 하지만 결의가 보였습니다.”

“.......”

대부분도 다 그러라는 그 의향이 되고 있었다. 

ㆍㆍㆍ

행군이 진행되고 있던 어느 날 밤 갑자기 고드가 뛰어 들어왔다. 

“각하! 골족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습격인가.”

“아마도 그래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이들이 습격하기 위해 군단을 움직이기 시작했던 거였다. 드디어 시작되는 소모전.

골족은 전 병력을 통해서 정면 치기를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최대한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소모전을 걸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됐다. 

‘그래야지. 대규모 군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내 발을 묶을 수 있을 것이고.’ 

최종 목적인 자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분명히 황제와의 계약일 것인데 아마도 코르도바의 진군을 잡기 위한 내부적인 정치적 압력도 엄청나게 넣고 있을 거였다. 

시온의 생각에는 분명히 코르도바가 중대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지금 자신에게 오고 있다고 봐야 했다. 

‘무엇이 거래 대가일까.’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만나서 얘기해 봐야 했지만 코르도바가 그때의 전서에다가 어렴풋하게 적었던 내용이 딱히 좋은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코르도바는 여전히 오고 있겠지.”

“예. 장군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어, 음. 마리온도요.”

“그거 다행이군.”

“그렇게 되면 여기에 있는 인간이 몇 빼고는 전멸할 겁니다. 모든 건 각하의 탈출을 위한 전술이 진행될 겁니다. 물론 각하가 동의하셔야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최후의 선택지로 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전선 돌파를 시도해야 할 것인데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어느 정도의 얘기를 끝내고 시온은 막사 밖으로 나갔다. 아주 혼란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고 여기저기서 고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잠들어 있던 수많은 막사에는 불빛이 올라왔다. 

“이건.” 

“분명히 반응이 조금 늦었나 보군.”

워낙에 공격의 속도가 빠른 탓에 벌써 뒷부분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바로 대처할 것인지 아니면 다음 공격이 예상되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거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상황을 단번에 뽑아버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에슬린 방향에 대해서 빨리.”

“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해석 중입니다···.”

방향 자체는 총 다섯 곳이니 환영 자아를 포함한다고 하면 두 곳을 직접 갈 수 있었다. 

즉 다섯 군데에서 두 곳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어딘가에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케식이 있을 것인데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환영 자아.’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는 동쪽에 시온이 가고 반대쪽에다가 환영 자아를 보내기로 했다. 환영 자아가 만들어졌다. 

“각하가 어디 가십니까???”

“내가 동쪽이다.”

“예??? 거긴 아무런 일도.”

“네가 지금 식료 물자 전선을 맡는다. 할 수 있겠지.”

“알···. 알겠습니다.”

재빨리 에슬린에게 모든 임시 명령을 맡기고 시온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이것은 양면 공격이 분명했다. 한 곳을 들뜨게 하다가 다른 곳을 내려치는 방법은 유목민이 자주 하는 전술 중 하나였다.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실 시온밖에 없었다. 예전에 사냥꾼 시절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 몰이사냥을 했던 거였다. 

여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시온이 직접 한 곳을 막는 게 나았다. 

만약에 이게 아니라고 한다면 피해는 아마 더 가중될 것 같았다. 

식료품 물자 쪽은 확실하게 지켜야 했기에 에슬린과 나머지 기사들에게 그곳을 위주로 해서 방어를 시킨다. 

지금 전투가 벌어진 곳을 최대한 막으라고 명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ㆍㆍㆍ

시온이 움직인 곳은 기사가 몇 명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시온의 존재에 대해서 다들 놀랐다. 

“각하???!”

“시온 경이 오셨다. 모든 정신 차려!”

“적이 보였나?”

“어,, 없었습니다. 지금 인원을 덜어서 전투가 난 방향으로 보내려고.”

‘잘못 잡았나.’ 

시온에 대한 경례가 쏟아지고 있었다. 시온은 일단은 그것을 받았다. 

“이곳에 왜 오셨습니까?”

‘전술적 판단의 실수인가.’ 

시온은 딱히 대답은 하지는 않았지만 곤란해져 가고 있었다. 다행히 시야를 잠시 공유했던 환영 자아가 도달한 반대편은 제때 도착한 모양이었다. 

환영 자아는 곧바로 전투에 임해서 공격을 시작했다. 백병전이 바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쪽은 맞았군.’

동쪽 전선이 무너질 뻔하다가 때마침 등장한 환영 자아 덕분에 무너져 가던 전열이 순간적으로 사기가 바로잡혔다. 뛰어난 기사의 효과였다. 

이것이 환영이라는 것을 아군도 모르고 있어서 효과는 더 컸다.

바로 전선 한가운데로 뛰어들고 있는 또 다른 자신에 대한 체험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손과 몸이, 근육이 긴장으로 팽팽히 불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피가 도는 것이다. 거기에 대한 공유를 끊고 잠시 생각에 물들고 있었다. 

‘잠깐 여유를 가지자. 한 곳은 제대로 대처했으니까.’

에슬린에게 빠르게 기사 한 명을 보냈으니 정확히 어느 곳에서 어떻게 전투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아오려면 잠시 이곳에서 기다려야 했다. 

“모두 여기에서 방어 준비를 확실하게 한다! 진형을 구축한다!” 

시온이 이어서 결정을 내렸다. 이것을 수비하는 기사는 곧바로 시온의 말을 듣고 인원을 정리했다. 

다른 곳에서 계속해서 전투가 일어나니 그쪽으로 이런 배치를 지원하려고 했던 자들이었다.

“움직여라! 빨리! 각하의 명령이다!”

시온이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별생각은 없었고 정확한 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이들을 이렇게 유지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음?”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저쪽 지평선 끝에서 소수의 거마를 타고 있는 골족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기세를 보아하니 케식이었다. 

소수 정예로 이쪽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거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구나.’ 

갑자기 그 생각이 팍 들었다. 이쪽을 돌파해서 아예 내부에 불을 지를 계획인 모양이었다. 

당연히 이곳을 돌파할 만한 인원은 전부 케식인 게 분명했다. 이들은 시온이 여기에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게 확실했다. 

‘동쪽에서 내 환영 자아가 전투를 벌이고 있으니. 거기에 낚인 거로군.’ 

그곳에 대한 정보를 듣고 서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뛰어난 정보 통신 수단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다양한 크리쳐를 통해서 서로의 의사를 즉각적으로 전달시킬 수 있는 이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옆치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시온은 바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저 자식은.’ 

선두에서 대범하게 무리를 이끌고 들어오고 있는 자는 분명히 저번에 안면이 있었다. 

시온을 향해서 여러 번 저격했던 거한의 남자였다. 

시온이 추측으로는 케식의 리더인 것 같았다. 분명히 여기를 이끄는 장군일 것이다. 

그 녀석이 지금 저렇게 이곳을 향해서 정면 돌파를 하고 있으니 사로잡을 수 있다면,

비스듬한 곳에서 모습을 낮췄다. 할 거면 기사들과 충돌이 일어났을 때 단번에 치는 편이 훨씬 나을 거였다.

“확실하게 끌어들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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