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8화 (278/304)

더미

끌어들이기 위해서 기다려야 하는 것 자체가 지금 기사들에게 온전히 그 임무를 맡기고 있는 게 됐다. 

‘이 녀석들이 잘해준다면.’ 

손쉽게 이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을 것인데 시온은 현재 환영 자아 때문에 30% 정도가 반대쪽으로 전이 돼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무작정 시도 하기에는 리더를 놓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시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녀석들이기 때문에 등장하기만 한다면 바로 꽁무니 빠지게 도망갈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장기전이다. 그리고 그런 장기적인 소모전이야말로 유목민족이 자주 하는 전술이었다.

따라서 시온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순식간에 많은 일이 이어졌다.

선두가 빠르게 속도를 올려서 달려 나와서 검을 빼 들곤 뛰어든 거였다. 일반 골족 전사였고 기사들이 펼치고 있는 진영에 용감히 뛰어들었다. 

당연히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도륙이 나버렸다. 그냥 만든 진이 아니었다. 

‘숫자는 좀 적지만 전부 강체술이 기반이지.’

급속 돌진의 연습을 많이 해서 나온 진으로 전부 강체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진이었다. 시온은 기사들에게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사들이 잠깐에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거기에다가 끼얹을 수 있을 만한 마법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은 나아 보였다.

그러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케식이 달려들었다. 이들의 앞쪽으로 한 명이 빠르게 삐죽 나오더니 기다란 창을 꺼냈다. 

좀 기괴할 정도로 거대한 창이었는데 갑자기 그것이 점점 급격하게 거대화되기 시작했다. 

시온이 가지고 있는 메이스 마법과 거의 같은 거였다. 그것이 바로 기사들이 펼치고 있는 진영에 후려쳐졌는데 너무나 간단하게 측면에 있는 기사가 그것에 맞아서 튕겨 나가고 진영이 헝클어져 버린 거였다. 

“강력한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시온도 어떻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눈 뜨기 힘들 정도의 먼지가 일어났고 순간적으로 시야까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운무의 마법이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진영이 순식간에 엉클어지더니 시온은 난감한 심정이 되었다. 

“흠···.”

어찌 됐든 첫 번째 조건 정도는 채워줬는데 얽히기는 얽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곳에다가 미리 준비한 그림자 마법을 펼쳤다. 저 녀석들은 지금 자신의 함정에 빠진 거나 다름이 없었다. 

시온의 함정은 당연히 그림자였고 미리 설치해놓은 여러 가지 마나의 술식이었다. 적어도 기동력은 뺏어야 하므로 그림자의 첫 번째 목표는 골족이 타고 있는 거마들이었다.

여기서 이들의 기동력을 뺏는다는 거는 여기에서 난전을 유도하는 것인데 적어도 이들을 여기에 묶어서 내부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방금 보여줬던 전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시간이 금이었다. 

‘하마터면 내부가 다 날아갈 뻔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재빨리 저들의 수장인 그 남자를 죽이던지 사로잡아야 했다. 아니면 이들이 펼치는 백병전에 여기에 있는 기사들이 모두 사망할 거였다.

그거는 피하고 싶었다. 

시온의 그림자가 운무 속에서 정확하게 말들의 다리를 부러뜨리기 위해서 퍼졌다.

“아래를 조심해! 아래를!!!”

아무리 기민하고 특별한 말들이라고 해도 시온의 마법의 수준은 이미 말들이 피할 수 있는 반사 속도를 능가했다. 

말들이 버둥거렸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곧이어 벌어진 것은 이것저것 난잡하게 벌어지는 혼란한 상황이었다. 

말들은 넘어지고 거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케식과 골족 전사들은 땅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기사들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백병전에 들어갔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시온은 말들을 쓰러뜨렸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불꽃을 담았다.

용환에서 얻어낸 진화(火)를 그들의 가운데에다가 집중적으로 뿌렸다. 이것은 조금은 냉철한 결정인 건 분명했다. 

가운데에서 이미 섞여 있었던 기사들이 사망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정한 과감한 한 수였다. 적의 피해를 늘리기 위해서 저질렀던 거였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내부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런데 시온의 예상이 맞은 모양인 것이 안개 속에서 불길이 섞여 올라올 때마다 들리는 것은 골족의 격한 고함이었다. 

그들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전장에서 제대로 탈출하지 못했다. 그마저 번진 그림자가 그들의 팔과 다리를 하나둘씩 집어서 불길에 휘말리게 만든 거였다. 

“마법사를 죽여라.” 

“마법사를 찾아.” 

골족은 시온을 열심히 찾았다. 당연히 이득을 보고 안으로 들어와서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전술적 성공이 눈앞에 보였는데도 마법사 하나에게 이 상황이 만들어지고 저지가 되어 가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장난 아니네.”

마나가 미친 듯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두 가지 마법을 동시에 하는 셈이었는데 거기에 불꽃 마법까지 합치자면 세 가지 마법을 돌리고 있었다. 

크게 지분을 차지하고 것은 환영 자아의 소모 속도였다. 어쩔 수 없이 환영 자아가 격렬하게 전투에서 활약할 때마다 그 기반이 되는 시온의 마나를 쓸 수밖에는 없는 거였다.

“놈들의 발목은 제대로 잡았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한 번 더 반응을 확인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더미란 것을 만들어 유혹해 볼 생각이었다. 시온은 빠르게 환영 하나 더 만들었다. 

세 번째 환영 자아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해줘야 할 역할이 있었다. 먼저 케식의 수장이 어디에 있는 확인을 해야 했던 거였다.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특징상 분명히 자기가 나타나기만 한다면 저격술을 쓸지도 몰랐다. 

그것을 통해서 녀석의 방향을 단번에 찾아낸 다음 운무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시온의 계획이었다. 

시온의 환영은 빠르게 대범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딱히 기사들에게 얘기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들은 시온이 등장하자마자 이리저리 소리를 치면서 진을 다시 구축하려는 것이 보였다. 

“각하를 보호해라!!!” 

“각하와 함께 싸워라!!!” 

그러면서 전체의 진이 한 번 더 흔들렸다. 환영 자아는 최대한 놈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장소에서 이리저리 골족 전사를 처치하기 시작했다. 

‘온다.’

반응은 바로 왔다. 근데 시온이 알고 있던 그 저격이 아니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 안개 속에서 튀어나왔다. 

거의 반 유체의 무언가가 붉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것이 길게 나타나서 그 환영 자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실체를 다른 곳에 숨기고 안전해지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케식이 할 법한 전투 능력인 것이 분명했다. 

그 달려드는 영혼 때문에 곧바로 자신의 환영 자아도 이리저리 서로의 교전을 하기 시작했는데 딱히 그것을 뿌리치거나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했다. 

그 정도의 능력을 배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온은 저격을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되면 조금 곤란했다. 

“시온 니벨룽!!! 죽여라!! 시온 니벨룽이 나타났다!! 형제의 복수다!!”

게다가 다른 케식까지 달려들어서 자신의 환영 자아에 다치게 했다. 충격이 몸에서 느껴졌다. 

어차피 그만큼 배분을 시켜서 들어오는 거였기에 시온이 가진 마나를 생각해 보면 충격적인 고통은 아니었지만, 시온은 이제는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다. 

어차피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기사들이 전멸할 거였다. 한 명 한 명이 이제 소중한 부하였고 끈끈한 정이 있었다. 다들 안면이 있는 것이다. 

이들을 더는 희생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시온은 직접 저 혼란으로 들어가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먹자마자 곧바로 그 안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불까지 나고 있어서 그런지 정말 앞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일단은 유령이 튀어나온 곳에 그 녀석이 있을까 싶어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으려고 했는데 앞에 골족 전사가 너무 많아 시온은 그 전사들의 대가리를 깨부수고 환영 자아를 재빠르게 되돌렸다. 

‘시발···.’

치명상을 입기 전에 반지 안으로 들어온 그것은 시온에게 조금 전의 긴박한 경험을 체험시켜줬다. 유령이 타깃을 잃었다가 다시 시온을 찾았는지 두리번거리다가 빠르게 날아왔다. 

조금 전에 싸웠던 환영과 시온에 대한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환술계 라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격을 지닌 마법이다. 

자신감을 얻었는지 미친 듯한 속도로 시온에게 영혼이 날아왔다. 시온은 곧바로 그 유령의 머리에 용격점을 박아버렸다.

“?!!!”

조금 전의 그 수준에 공격을 예상하고 달려들었다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마나의 밀도가 모여 있는 용격점으로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빛을 뿜으면서 유령의 대가리를 한 번에 부숴버렸고 그 끝에 있는 시전자는 피를 토하면서 기절해 버렸다. 즉사해버린 거였다. 

잔재주가 있는 계열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충격이었다는 거다. 게다가 충격 덕분에 한순간에 벌어진 마나와 마나의 폭발력으로 주변에 운무가 한 번에 훅하고 날아가 버렸다. 

‘너무 많은데.’

그리고 상당히 적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시온은 이들을 한 번에 끌어버리는 방법을 시도할 때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번만 잘못하게 돼도 이 천지 뒤집기의 특징상 사방의 녀석들에게 갇혀버리게 될 거기 때문에 이들을 처리하는 동안 핵심 케식이 도망을 가버릴 수도 있었다.

이왕 이렇게 사망자가 속출한 거 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리더를 사로잡거나 죽여버리는 거였다. 

마련된 마나를 생각해 보면 여기다가 터뜨리는 천지 뒤집기의 특징상 당분간은 마나를 다시 회복하는데 꾸준히 시간을 해야 할 정도로 

다음 공격에는 그만큼 취약해진다. 이번 순간이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시온은 새로 얻은 메이스를 거대화를 시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3m까지 벌어진 메이스가 한 가지 명령을 받아들이고 거대한 폭풍의 눈을 만들었다. 

그 눈은 모든 것의 위상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었고 순간적으로 그 힘을 알아차린 케식들이 이리저리 흩어지라고 소리를 쳤으나 이미 늦었다. 천지 뒤집기가 전개된 거였다. 

‘휴. 시발. 잘 좀 돼라.’

시온은 그 메이스를 그냥 한 곳에다가 던져버렸다. 메이스를 기반으로 해서 벌어지는 거기에 메이스 쪽으로 끌려올 수밖에는 없었다. 

범위는 익히 한번 당해봤다시피 이곳에 전부를 포함하는 것이었고 한층 더 용환으로 격이 올라간 천지 뒤집기는 골족만 끌어올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다음 벌어지게 된 것은 쓰나미처럼 끌려오는 골족이었다. 

시온은 빠르게 쓸려가는 녀석들 사이에서 재수가 좋게도 격렬히 저항하며 명령을 내리고 있는 그때의 거한을 발견하고서는 그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시온을 보자마자 케식이 저지하려고 했으나 천지 뒤집기에 전개된 그 흡입력은 이미 모두를 뒤엉켜 가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벗어났던 시온은 엄청난 마나가 소비됨을 느끼면서 거한에게 뛰어들었다. 

애초에 근접 능력은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닌지 시온에게 짧은 검을 휘둘렀지만, 시온의 유령단이 더 빨랐다. 

시온은 유령단을 그에 어깻죽지에 꽂아 넣고 그의 목을 잡고 그대로 끌어당겼다. 

얼굴이 시뻘게진 녀석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천지뒤집기의 완성으로 모두가 그 한 극점으로 뒤집혀서 끌려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이 마법의 특징상 적을 잡아놓는 것일 뿐 죽이는 수준은 아니기에 이들은 여전히 전투 수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거한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자 분명히 그가 리더임을 깨달았다. 끌어당김의 힘이 줄어들자마자 정신을 차린 케식이 미친 듯이 소리를 치면서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케이!!”

쌍 도끼를 들고 있는 남자가 시온을 향해 뛰어들었다. 딱 봐도 에릭과 비슷한 타입이었다. 방어 자체를 하지 않는 자였다.

문신이 전부 붉게 물들어서 기괴한 힘을 내고 있었는데 그러한 자는 전에 한번 만난 기억이 있었다.

특수 조건으로 강해지는 녀석이었다.

‘아마도, 피였던가.’

도끼는 총 두 개였고 그것을 날렸다. 마치 공중에서 춤을 추듯이 꽈배기처럼 흔들렸다. 시온은 망설임 없이 들고 있는 운케이를 방패 삼아 포지션을 취했다.

“전사의 명예는 어디로 가고!!”

남자가 황당한지 소리쳤으나 그런 것을 신경 쓸 시온이 아니었다. 도끼를 일부로 벗어나게 하려고 힘을 무리한 모양인지 피를 머금었고 시온은 그 방심 상태의 남자의 얼굴에 유령단을 꽂았다.

그 아래로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런데 죽인 자가 케식의 부대장쯤 되는 모양이었다.

큰 소요가 일어나더니 갑자기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유목민족답게 대장들에게 목숨을 거는 일은 없었다.

이들의 유연한 지휘체계가 방금 드러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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