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2화 (282/304)

추격전

“되긴 했는데, 이걸 싸워 말아?”

지금 앞에서 달려오는 자와 어느 정도 싸우다가 내뺄지 그게 고민이 되고 있었다. 

‘굳이 무리할 거 없지 않나.’

안 그래도 그 뒤에 오는 케식이 한 5명은 돼 버렸던 건데 시온은 그냥 말머리를 돌렸다. 

과연 저들이 쫓아올지에 대해서 또 원하는 만큼 몰이가 될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었다. 

“???!”

“뭐하나? 제국의 기사! 나와 결투를 하고 싶다 하지 않았나!”

“멈춰라!!!”

시온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고 내빼기 시작하자 갑자기 양손 도끼를 든 자가 양손 도끼를 허공에다 연차 휘두르면서 고함을 연신 냈다. 

어찌나 목소리가 크고 쩌렁쩌렁하는지 지금 당장 자신과 결투를 하자는 거였다. 

‘그건 그거지. 여기에 딱히 제국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골족 놈들은 너무 형편이 없더군. 내가 죽인 것은 네 부하인가? 그 녀석들은 그냥 땔감으로 쓰는 게 나을 거다!!”

흥분한 녀석을 향해 시온이 도발하자 완전히 미쳐버린 녀석이 괴성을 지르면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나마 케식중에서는 저자가 가장 계급이 높은지 다른 케식들도 군말 없이 서로 한번 쳐다보더니 정신없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ㆍㆍㆍ

시온이 그렇게 빠르게 말을 몰면서 순간적으로 하늘의 사방팔방에서 붉은 선들이 실타래처럼 엉킨 것이 보였다. 붉은 점선이 순간적으로 서로를 왔다 갔다 하는 거였다. 

‘골족의 추격술.’

시온이 저번에 경험했던 거에 의하면 저것들은 하나하나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므로 지금 벌써 15번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거미줄처럼 케식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 이런 수준이라면. 저 자식 봐라, 뒤에서 딴짓하고 있었네?’ 

양손 도끼를 든 녀석이 하자고 했던 대로 결투를 했었다가는 여기에 수십 명의 케식이 집결했을 것인데 그랬다가는 완전히 둘러싸여서 탈출로가 없어지게 될 뻔했다.

“베르디 장군! 저자가?”

“합류해라! 저 자식을 반드시 잡아야겠다.”

다른 자들이 속속히 합류했을 뿐만 아니라 시온이 그렇게 평원 지대를 주파하는 와중에 어느새 뒤에는 벌써 한 30명 정도의 무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더 뒤에 따라오는 자들만 해도 600명이 넘어 보였다. 

‘성공이군.’

시온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쟤들만 데리고 오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번 반복할 생각이었는데,

‘근데 저 왼쪽에 있는 놈 설마, 맞나??’

아무래도 왼쪽 측면 끝에 있는 요란한 장신구를 한 사내가 아마도 기밀 정보에 의하면 주챠인 것이 확실했다. 

“십자 흉터 맞는 것 같은데.”

주챠의 얼굴에는 십자 형태에 흉터가 있다고 했다. 귀와 위아래를 정확하게 갈라 있는 흉터가 아주 큼지막하게 있는 사내가 말을 타고 쫓아오고 있었기에 시온은 저자가 주챠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쨌든 슬슬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술사인가. 저번에 본 거군.”

막 가려고 하는 방향 아래에서 뿌리가 자라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히 말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발아한 그것은 예전에 한 번 봤었던 가시가 달린 형태가 아니라 마치 뭔가를 휘어잡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시온의 말이 질주하는 속도가 대단했기에 그것이 제대로 발아하지 않았을 때 마주쳤다. 거리의 문제였다.

시온은 곧바로 발아한 가시나무의 핵을 향해 빼앗아 놨던 창대 하나를 던졌다. 

그것은 용솟음치던 식물을 관통하고는 땅에 우직하게 꽂혔다. 이어서 부르르 떨더니 순식간에 그것이 쓰러졌다. 

문제는 그 핵을 관통당한 식물의 부분만 사그라졌을 뿐 그 옆에 숨어 있는 덩굴이 많아서 갑작스럽게 솟아오르려고 시도하는 거였다.

마치 위협적으로 보이기는 했었다. 

그러나 핵이 너무나 정확하게 꽂혀버린 탓에 올라오려고 했던 그 상태로 거멓게 변해가던 뿌리들이 그대로 시들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시온의 말은 그 위를 쏜살같이 주파했다. 어쨌든 곧바로 질주하는데 성공한 다음, 장소가 보였다. 평원 지대가 다시금 갈라졌다. 

‘제대로 왔네.’

이들을 데리고 이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뭔가 아쉬웠다. 더욱더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좀 더 거리를 두고 도는 것도 나빠 보이진 않았다. 

주챠가 따라오고 있지만, 시온은 좀 더 이들을 끌어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름의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다. 

새롭게 발견한 고대의 증폭석은 그것 자체가 시온이 가지고 있는 천둥폭격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물이었다. 

그 보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낸 진이 가지는 효과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여유가 있다는 것쯤은 알았다. 

유리한 지형도 확실하게 가지고 있고 그 상황을 그려본다고 해도 여전했다. 좀 더 적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효과가 있을지도 몰랐다. 

시온이 그대로 방향을 꺾어버렸다. 

그렇게 꺾으면서 빠르게 환영 자아 하나를 더 만들었다. 갑자기 2개로 변해버린 시온의 등장과 갈라지는 두 명의 모습에 따라오고 있는 케식들은 완전히 돌아버릴 것 같았다. 

“뭐지??”

“시온 니벨룽이 분명해.”

“그 기사는 마법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런 마법을 쓴다고 들은 적이 없었는데.”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온에 환영 자아 비술은 그야말로 골족의 주술사들을 농락하는 수준이었다. 

“잠깐! 어느 쪽이 진짜인가. 개 같은.”

“주챠님. 죄송합니다.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모든 수정구들이 먹통이 된 것처럼 둘 다 진짜라고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화가 난 주챠가 주술사의 턱을 박살을 내버렸다. 

“멀어집니다.”

“제기랄. 그냥 둘 다 쫓아!!”

이로써 잠깐의 혼란 덕분에 겨우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 멀어지게 되었다. 

골족이 갈라지는 것을 확인한 시온이 다시 그 환영 자아를 해제해서 하나의 환영 자아로 만들었다. 

‘마나를 잃긴 했지만, 별수 없지.’

그렇게 거리를 벌리면서 초원을 달리던 시온은 어느새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변해 있었다. 

추격전에 자신이 있었던 골족들은 자존심이 잔뜩 상했다. 

“주챠님이 보고 있다!!”

“공을 세울 기회!!”

그래도 솜씨가 있는 골족 중 일부가 시온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맞은편에서 달려왔다. 

이들은 둥근 포승줄로 시온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당연히 시온은 그것이 날아오기도 전에 날려버리고 그들과 마상 전을 펼쳤다. 

연속적으로 골족의 머리와 몸통을 날려버렸다.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바닥에 나가떨어졌고 즉사를 해버렸다. 

그나마 이 무리는 케식이 없었던지라 그렇게 잠깐의 마상전 밖에는 시간을 벌어주진 못했다. 

시온이 다시 평원에 싸늘한 주검을 남기고 내빼기 시작했다. 

“이런 머저리들!!”

주챠에 눈이 뒤집혔다. 이제는 너무나 열을 받아서 고압을 고래고래 질렀다. 

“저 제국 놈이 시온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반드시 저 녀석을 잡아 와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리고 잡고 나면 그 가족을 밝혀내 그 가족도 잡아 온다!”

무조건 잡아서 사지를 찢어야겠다는 소리를 연거푸 내뱉었다. 모든 케식들이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사실 이렇게 효율적이지 못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전부 주챠 때문이었다. 

케식들은 거기에 대한 불만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겨우 참았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한 명한테 이 정도로 농락을 당하는 것은 골족들의 전투 역사상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이제는 선조의 자존심 때문이라도 저 녀석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렇게 상대가 다시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서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안 시온은 슬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상황 판단이 되자마자 참수대 앞에 있던 시온은 곧바로 에슬린에게 천둥폭격진을 작용하게 하기 위한 고대의 증폭석을 가동할 준비를 하라고 말을 했다. 

“에릭과 고드에게 전해줘라.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곧 전투다.”

“적입니까? 각하?”

“엄청나게 몰려온다.”

“알겠습니다.”

다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지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언제는 시온이 틀린 말이 했었는가. 

어쨌든 제국에서 제일의 기사이자 뛰어난 전술가로 이름이 드높은 시온인데, 기사들은 곧바로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매복 준비는 끝났고.’

명령을 내리자마자 다시 환영 자아와 시야를 연결했고 그 추격전의 상황에 다시 들어갔다. 

‘음···?’

바로 앞 수풀과 갈대밭이 잔뜩 길게 이어져 있는 특이점은 시야가 거의 없었다. 

저곳을 지나가면 곧바로 이들을 안쪽으로 끌어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시온은 잠깐 뒤를 돌아봤다. 

이미 코앞까지 온 골족의 소리가 육성으로 들릴 정도였다. 갖가지 주술을 쓰기는 너무나 속도를 올려서 따라오는 탓에 주술사들이 원거리 공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잘한 화살 같은 것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때마다 치명적인 것들은 뒤를 돌아볼 것도 없이 몇 개는 쳐버리고 몇 개는 마나로 만든 배리어로 차단을 했다. 

“허···. 엄청난 실력이군.”

그 수준이 놀라워 모든 골족들을 경악시키고 있었다. 이쯤 되자 긴가민가했던 주챠는 앞에 있는 자가 정말로 시온이라는 걸 확신을 하고는 아예 자기 친구를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정도가 됐다. 

하여튼 이런 상황에서 시온은 과감히 갈대밭으로 들어갔다. 갈대밭은 아까처럼 미리 돌아온 골족들이 없었다. 

만약에 미리 돌아온 골족이 있었다면 이들과 잠깐 교전만 해도 뒤에 있는 무리와 겹쳐지기에 시온은 곧바로 환영 자아을 해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야 했을 것인데 

어쨌든 펼쳐진 갈대밭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텅 빈 그곳을 향해 시온은 갈대삼림을 돌파했다. 

어지럽고 긴 도주 덕분에 시온이라는 것을 확신한 주챠와 나머지 케식과 그 케식을 따르는 온갖 자들,, 

이 근처에서 점조직으로 퍼져있던 그 거대한 골족들이 우르르 이곳을 향해서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시온이 결국에 도착한 곳은 거대한 늪지대 초입부였다. 이 늪지대를 한번 훑은 뒤 시온이 안쪽으로 쭉 들어갔다. 

이어서 도착한 케식들은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멍청한 놈들! 뭘 망설이고 있어! 용기가 부족하다. 그래서 전설이 될 수 있겠나??”

주챠가 아예 선두에 나설 정도다. 말리는 케식들을 무시하고 주챠가 들어갔다. 

주챠가 들어가자 나머지 무리도 우르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이 곧 발견한 것은 꼭대기에 있는 참수대와 그리고 적은 기사가 여섯 명의 포로를 처형하려고 하는 장면이었다. 

“막아!! 운케이!!! 운케이잖아. 운케이를 구하면 특진을 시켜주겠다!”

주챠가 그것을 보고서는 더욱 소리를 치면서 안으로 달려가라는 돌진 명령을 했다. 하여튼 시온의 환영도 이제 한계에 달해 있었다. 

안쪽에 들어올수록 늪지대의 수면이 높아지기 때문에 말이 움직일 수 있는 속도는 더더욱 줄어들었다. 

이제 따라잡히는 것은 당연했다. 시온의 환영 자아는 본격적인 전투를 치러야 했다. 

환영 자아의 특징상 크게 다치면 본체인 시온도 전투를 앞두고 충격을 받기에 여기서 해제를 하든지 아니면 좀 더 이들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전투를 벌여야 했다. 

“각···. 각하. 공격 명령을···.”

“이대로 매복한 기사들이 들키면 불리할 정도의 숫자입니다, 저건 너무 많습니다.”

옆에 있는 기사가 적잖이 긴장한 채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온은 결단을 내렸다. 

“처형하는 것처럼 폼을 잡아.”

“지금 죽입니까?”

“아니, 폼만 잡으란 말이다.”

당연히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 5명이나 운케이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소???”

“시발. 이 더러운 제국 놈들.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 알았다.”

“차라리 그때 죽을 것인데!”

“쉽게 죽을 줄 아나!!”

소리를 지르면서 묶여 있는 자세에서 온갖 저항을 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것 덕분에 정말로 자연스러운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자 더는 아예 고려할 것도 없다는 듯 측면에서 망설이던 골족의 부대가 물 밀려오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을 더 만들기 위해 시온은 타고 있던 말에서 바로 내려 뒤에 있는 케식의 공격에 대해서 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

뒤를 돌아보자마자 몸집 부풀린 아까 봤던 양손 도끼를 들고 있는 거대한 전사가 하늘 위에서부터 날아오고 있었다. 

그가 정면으로 도끼를 내려찍기 위해서 있는 힘껏, 뒤로 팔을 젖힌 상태였다. 

“겁쟁이 기사놈!!!”

시온은 곧바로 천지 뒤집기를 시전을 했다. 천지 뒤집기의 특징상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가 가장 크게 끌려오기에 공중에서 내려치기 위해 준비를 하던 그 남자는 공중에서 균형을 잃었다. 

“뭣??!”

녀석은 공중에 제대로 헛방을 지르고 나자빠졌다. 이어서 시온은 그의 머리에 메이스를 내려찍었다. 메이스가 둔탁하게 흔들렸다. 

이어지는 것은 그것 뿐은 아니었다. 몽둥이를 들고 있는 쌍둥이가 방금 그 양손 도끼 전사의 뒤에서 연이어서 나타났다. 교전이 복잡하게 일어났다. 

‘몽둥이가 왜 이렇게 튼튼해.’

순식간에 시온의 주변이 빡빡하게 적으로 둘러싸일 정도로 갇혀버렸다.

“휘유. 환영이라 다행이지.” 

참수대에 거행되는 참수식을 막기 위해서 미친 듯이 안쪽으로 들어와서 벽을 올라타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각하?! 더 이상은···!”

“됐다! 시작해! 시작하라고!”

에슬린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고 시온은 바로 답했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최고조로 돌입했다. 에슬린이 곧바로 증폭석을 가동시켰다. 

거대한 굉음이 사면에 펼쳐져 있는 양쪽 끝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떠오르는 선명한 문자가 숨겨져 있던 모든 수식을 열고 연결하면서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는 골족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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