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의 석
한번 가동하기 시작한 마법진의 술식은 멈추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갔다.
여기에 대해 저지할 상황이 되지 못한 게, 너무나 이들이 깊숙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양쪽 끝에 사면에 있는 비석들하고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있었다.
“저 마법 진을 저지해라!! 당장!!”
“예! 당장 방향을 바꾼다!!”
하지만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푸른 빛은 벌써 안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뒤늦게서야 케식들이 뛰어가려고 했으나 너무 거리가 멀었기에 닿을 수가 없었다. 원거리 투척 무기로 비석을 공격하려고 했다.
동시에 등장한 기사들은 케식의 이마를 찌푸리게 했다. 에릭과 고드가 이끄는 기사들은 양쪽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고, 이제는 수확의 때였다.
기사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이 술식이 가동이 되는 비석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비석을 지킨다! 들어가지 말고 무조건 지켜라! 각하의 명령이다!!”
화살은 물론이고 각종 창과 도끼와 변이 마법들 모든 것을 기사가 막아내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목적으로 그건 바로 천둥폭격진을 위해서였다.
그릉그릉.
하늘이 시꺼메지면서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온은 이것이 천둥 폭격진의 전조 단계라는 것을 알았다.
고대의 증폭석이 너무나 대단한 물건이어서 시온이 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다.
위에서 봤을 때 골족의 전체가 물결처럼 요동을 치는 것이 보였고 그 위에는 불길한 전조가 내리고 있었다.
기본은 천둥 폭격진 정도밖에는 안 됐다. 여기에 갖가지 하위 진을 섞어서 실질적으로는 다섯 개의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 어떤 대마법사도 구현할 수가 없는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드디어 그 첫 번째 번 천둥이 이들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
굵기도 훨씬 거대하고 그 강렬한 스파크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막은 골족을 즉사시킬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상한데, 대마법을 넣지는 않았는데.’
구현이 가능한 천둥계 대마법은 방금 보인 수준의 천둥 마법이었다.
다만 진으로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는 것이기에 마나의 소모가 아주 크고 되게 한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타격은 대마법급의 천둥 공격이었다. 그 뒤에는 그것보다는 작지만 적어도 7단계 수준의 천둥 공격이 쏟아지는 것을 케식들이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마법사를 찾아!!”
“참수대다!!”
“시온 니벨룽!!!”
“언제 저기로 간 것이지???”
얼떨떨하게 시온은 아수라장이 되는 늪지대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교전다웠던 것은 처음 추격전 때였을 뿐이다.
그나마 케식들은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장비가 있어서 조금 버티는 모양이었지만 일반 골족은 그대로 맞아서 폭죽처럼 터지는 자들도 있었고 그냥 죽어버리는 자들도 있었고 불길이 휘말려서 난리가 나는 자들도 있었다.
미칠 듯한 천둥의 향연이 쏟아지고 있어서 이것이 이것의 개수를 생각해 보면 시온은 대략 26번 정도가 떨어질 거라는 것을 알았다.
시온이 구현할 수 있는 진의 가능성의 한계를 한참을 넘어선 것이었다. 처음 여기다가 천둥 폭격진을 설치했을 때 횟수를 생각한 것은 고작 해봐야 6번 정도였고 그 6번도 어 나눠서 해야 했을 정도로 그 위력이 엄격히 정해져 있었다.
‘아무래도 진이니까. 내가 마나를 공급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지.’
이제는 바로 전의를 상실해버린 골족들이 악마라도 본 것처럼 양쪽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던 에릭과 고드가 이끄는 니벨룽 기사단과 라산 연합 왕국의 기사들은 뛰어나오려는 골족 전사들을 통째로 베어버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하위 진까지 걸어버린 건 미안한 수준인데.’
시온이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마법 중,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들 특히 염력과 관련된 마법들이 곳곳에서 늪을 소용돌이처럼 만들어 이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재수 없게 진 근처에 있었다면 순간적으로 다리가 골절돼서 빨려 들어갈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죽어 버린 동료를 근원지에 집어넣어 자신의 다리를 빼내는 골족도 보였다.
아무리 야만인이라지만 대칸의 아들이 이끌고 온 정예 중의 정예일 것인데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각하···. 맙소사. 설마.”
“맞다. 증폭석의 힘인 것 같다.”
“고대의 마법이란 언제나 위대하군요.”
에슬린의 말에 대답하는 시온도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정도로 압도시킬 방법은 잘 떠올리지 않았던 탓이다. 시온은 계속해서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중간의 마력진이 너무나 힘으로 모든 것을 강력한 소용돌이를 만들었기에 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앞에 있는 참수대나 조금 전까지 뜨겁게 쫓았던 시온에 관한 관심도 증발해있었다.
하여튼 작게 보자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데만 해도 여덟 군데였다. 일반 전사들이 순식간에 줄어 들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케식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당장에 주챠를 중심으로 떨어지는 번개는 도저히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각하, 의도하신 겁니까?”
“아니, 주챠놈이 그냥 가운데에 계속 있군. 측면으로 가야 할 건데.”
이런 중간급 진 곳곳에다가 그림자 진까지 걸어 놔서 그들의 그림자에게 발목을 부여 잡히는 일까지 빈번해서 완전한 지옥도라고 할 수 있었다.
“......”
“이 녀석들아 골족이 올라온다! 구경 그만하고 임무를 다해라!”
아마 제일 안전하다고 하는 자가 이 임시로 만들어놓은 성벽에 매달린 자들일 정도였다.
이게 웃긴 것이 이들이라고 해서 하나도 나을 바가 없는 것이 이대로 올라오게 되면 곧바로 위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간단히 목이 베이게 된다.
한마디로 더는 전투를 벌일 수 없을 정도로 기세가 계속해서 꺾여나갔고 주챠는 항전 명령을 내리기도 포기하고 도망을 가고 있었다.
“저 녀석. 진짜 고집 하나 대단하네. 아까부터 움직였으면 케식의 목숨도 보전하고 측면으로 빠질 수 있었을 건데.”
생각해 보니 시온은 저 녀석을 잡아야 했었기에 곧바로 성벽에서 저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미 공포에 질린 주챠가 잠시 뒤돌아봤지만, 그의 눈엔 하얀 기운이 비치고 있었다.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주챠 대신에 공격을 받을 만한 케식들은 이미 없었고 재수가 좋아야 바닥에 엎어져서 사지가 마비된 듯 떨고 있었다.
하필 대마법급 천둥마법이 주챠에게 떨어질 것이 확실했다. 시온은 녀석과의 거리를 생각해 봤을 때 잘하면 녀석을 잡아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곤 있는 힘껏 녀석에게 달렸다.
‘시간이 딱 맞겠는데.’
제대로 달려가고 있는 와중에 하필 아직도 살아 있었는지 쇠몽둥이를 들고 있는 쌍둥이 중 하나가 시온을 향해 달려드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땅이 터지고, 흔들리고, 쇠몽둥이가 연이어 오고, 고함도, 에라이.
겨우 떨쳐내고 이 녀석에게서 벗어나 주챠를 잡아채려고 다시 움직였으나 번쩍거린 눈부심에 눈을 감았다.
주챠가 있는 곳에 단 두 번밖에 떨어질 리가 없는 대마법급 천둥이 그에게로 떨어졌다.
아까 한 번 떨어졌으니 한 번만 다른 곳에 떨어지면 됐었다. 그것이 주챠에게 곧바로 쳤으니 주챠의 몸이 곧바로 불길에 사로잡혔다.
시온은 아차 싶었다. 그것이 끝나고 나서 엄청난 전류가 주위로 파장을 남기며 파문처럼 퍼졌다.
이어서 그 중심에 있을 주챠를 향해 뛰어갔다. 이미 숯 검댕이 되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타버렸다.
“이런.”
시온은 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주챠 녀석을 잡기만 한다면 앞으로 있을 그 협상에서 제대로 상대를 원하는 바로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자가 이렇게 변해 있었으니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번개 공격이 다 끝났다. 소모돼버린 모양이었다.
시온이 주변을 둘러봤을 때 보인 것은 정말 깨끗하다고 할 수 있었다. 어지간하면 서 있지도 못한 상황이었고 재수가 좋아야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와중이었다.
‘끝났군.’
그마저도 늪지대의 물 때문에 익사를 하는 상황이었다.
측면에 있는 자들은 본격적으로 양쪽에 갈라져 있는 에릭과 고드에게 하나씩 습격을 당해 차례차례 죽어가고 있었다.
“전멸시킨다!!! 모두 돌격!!”
“니벨룽 가문을 위해!!”
양쪽에서 에릭과 고드가 적극적으로 패잔병 사냥을 개시했다.
‘휴 내가 생각해도 진짜 강력했다. 설마 이 정도로 증폭석이 역할을 해 줄 줄이야. 상상도 못 했군.’
에슬린이 설명했을 때 세계에서 두 개밖에 없다고 해서 좋은 거인 줄은 알았지만, 이거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자신의 마법과 지형적인 조건만 맞춰준다면 다른 자들도 이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마법이었다.
‘에슬린이 써도 쓸만하겠지?’
하여튼 다른 마법사로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중간에 배신만 없다면,
증폭석 하나만으로도 사실 지금까지 했던 여정의 가치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각하! 위쪽으로 가시지요.”
“괜찮다, 여기서 말해.”
“제가 데리고 있는 자중 사망자는 둘 뿐입니다.”
에슬린이 와서 스트레스에 달달 떨면서 상황 보고를 했다.
시온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의 시선이 있고 이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이기 때문에 좀 더 태연하게 있는 것이 좋지 않나 싶어서 태연하게 있었다.
“각하는 이게 당연했던 건가?”
“애초에 시온 경이 이곳에 끌고 왔던 과정이 상상이 가질 않아.”
“하긴 얼마나 열받았으면 주챠 녀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겠어.”
곧바로 늪지대 위에서의 작전 회의가 열렸다. 다들 긴장이 풀리지 않아 긴장 푸는 용으로 포션 하나를 물고 있을 정도였다. 이어서 하나씩 앞으로 나와 시온에게 보고했다.
“사망한 케식을 세기가 어렵습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서.”
“살아있는 자들은 있나?”
“꽤 있습니다.”
고드가 말했다.
“존경하는 각하. 그냥 처형해버리시는 게?”
여전의 고드의 얼굴은 자신의 기사들을 잃어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는데 이번엔 시온이 거절했다.
“안 된다. 주챠가 죽었으니 이들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해.”
“?!!!”
“주챠가 죽었습니까?”
“주챠가 죽었다고??”
“각하가 쓰러트린 건가?”
“아니, 내가 벌인 마법에 휘말려 죽어버렸다. 빼내려고 했는데 늦어 버렸어.”
에슬린의 이마에 줄 하나가 새겨졌다.
“에릭 경. 멀쩡해 보이는 마법 무구는 모두 수레에 담으시지요. 제가 따로 준비해 놨습니다. 니벨룽 가문의 소유물입니다.”
“아, 알겠어.”
어딜 가나 벌어지는 일이다. 전투의 전리품의 모든 소유는 기본적으론 최상위 권력을 가지고 있는 해당 가문의 소유였다. 당연히 니벨룽 가문의 소유가 되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러한 절차가 우선시 되는 것이다.
“아니다. 에릭, 에슬린. 그럴 필요 없다.”
“설마 버리시려고 합니까?”
“하긴 시간적인 여유가.”
“맞다. 시간문제도 있고 녀석 들이 주챠를 그냥 보낼 리가 없겠지. 다른 자들도 오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모든 소유물은 지금부터 모두가 집어낸 자의 소유로 정하겠다. 내가 말한 임시법은 지금부터 효력이 있다.”
“각하? 그렇게 과한 자비는.”
“어차피 멀쩡한 것도 얼마 없을 건데?”
“..........”
어차피 고대의 증폭석을 챙긴 이상 이것보다 더한 보물은 없었다. 따로 논공을 갈라서 배분을 시키는 일이 피곤하기도 하고 이것으로 없는 것으로 해버린 거였다.
라산 귀족들이 수군거렸다. 파격적인 조치였다. 제국에서는 다 이런가? 아니 시온 경만 그렇다더군. 그들은 시온의 결정을 격찬했다.
돌아간 에릭과 에슬린이 다친 곳을 감고 포션을 부으며 그나마 솟아있는 돌덩이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는 기사들에게 이 같은 명령을 전했다.
“역시 각하다!”
“저분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따라가야지!”
“이번 일이 끝나면 대장이 니벨룽 가문으로 검을 바꿀 거라는 얘기야. 그때 잘 붙어.”
예기치 않게 사기가 크게 오르고 모든 진행이 빠르게 흘렀다. 자기가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자기가 수급하면 된다는 조건을 걸었기에 욕심이 붙으니 기사들에겐 없던 힘도 생길 지경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케식들의 물건을 털어버린 후에 시온은 다시 행렬에 합류했다.
물론 늘어난 포로와 참수대에 있던 포로인 운케이와 토크타를 포함했다.
그 광경을 자세히 지켜봤던 골족들은 모두 실성한 상태가 되었는데 운케이는 아예 말을 잃을 정도였다.
그나마 누가 주챠인 줄은 알았기에 그 사체를 따로 실었고 시온은 행군을 다시 명령했다.
ㆍㆍㆍ
그간 벌어졌던 전투가 너무나 대단했기에 그 이후로는 어떠한 골족들도 만나지 않았다.
“한 번 더 분열된 듯합니다.”
에슬린은 첩보들이 보낸 정보를 모으며 시온에게 답했다.
“한 번 됐다고 하지 않았나?”
“또 됐다고 합니다. 떠날 땐 주챠 때문에 그랬고 이번엔 주챠가 죽었으니까요.”
“그렇군.”
알렉시오스의 눈을 희열에 차 있었다.
“각하. 대칸의 아들인 주챠의 목숨의 무게는 대단합니다. 그들의 문화상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죽어야 합니다.”
“죽어야 한다고?”
“예. 그러니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 내전이 벌어진 거지요. 그들의 문화대로 패자가 책임을 지게 될 거니까요.”
‘자기 멋대로 지랄해서 죽었는데 그 책임을 부관들이 진다고. 제국보다 더 심한데.’
“어쨌든 조사해 본 결과 케식의 수가 아무래도 반 이상이 사망한 것 같습니다. 내전의 규모가 소모전으로 변했다더군요. 원래라면 케식들이 자기들끼리 힘을 겨뤘겠지만.”
케식이 하도 많이 죽어서 그들이 해야 할 책임을 가르는 전투를 하위 전사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었다.
기세등등했던 골족들은 이제 전쟁을 수행하기엔 너무나 많은 중요한 만부장들을 잃어버린 셈이었다.
‘하긴 숫자를 보니까 딱 봐도 주챠 녀석이 단독 침공을 할 계획이었겠지.’
대칸의 아들인 주챠 정도만 돼도 단독적으로 침입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이 있었다. 그 권력의 축인 주챠가 형태도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사망해버렸기에 시온은 그 주챠의 사체도 챙겨온 상태였다.
이것은 그들의 관습에 따라서 다시 돌려줘야 했다. 돌려줘야 한다면 여기에 대해서도 따로 톡톡히 대가를 받으려고 챙긴 거였다.
ㆍㆍㆍ
이어서 행군이 끝났다. 시온은 다수의 군단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코르도바가 엄청난 속도로 시온을 맞이하기 위해 말을 타고 왔다.
“각하!!!”
시온은 코르토바의 얼굴을 보자마자 망명자들을 무사히 옮겼다는 것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