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3화 (3/187)

3화 : 당장 떼!

한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그는 단번에 여기가 어딘지 파악됐다.

‘신영 병원 VIP 병동···.’

사고 칠 때마다 꾀병으로 자주 입원해서 집만큼이나 익숙하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

그때였다.

-빠아아아앙! 끼이이이익!

반대차선의 덤프트럭이 달려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수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런 씨 발라먹을 덤프트럭 새X···. 크아악···!”

머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 때문에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누가 해머로 머리를 때리는 거 같네···. 으으···.”

그 순간, 한수는 옆의 테이블에 있는 낡은 포수 마스크를 보며 흠칫했다.

‘이건···.’

-달칵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강덕수가 들어왔다.

강덕수는 크게 소리쳤다.

“어! 실장님! 깨어나셨군요! 당장 의사를···!”

“스톱!”

“네?”

“의사는 나중에 부르고 설명 좀 해봐.”

“···뭘요?”

“뭐긴 뭐겠냐?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고, 덤프트럭 새X는 어떻게 됐는지 말이야. 아으···. 토할 거 같네···. 머리는 왜 이렇게 아픈 거야?”

그러자 강덕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정신을 잃으신 지는 열두 시간 정도 됐고요.”

“열두 시간? 뭐야?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겨우 열두 시간? 며칠은 정신을 잃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의사 말로는 천운이었다고 하네요. 피가 흐른 흔적은 있는데 상처는 거의 없고···. 그래도 후유증으로 뇌진탕이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옆쪽을 힐끗 쳐다봤다.

‘설마···.’

“그런데 실장님, 왜 포스 마스크를 쓰고 운전하셨던 거예요?”

“···몰라도 돼. 그보다 내 차는 어떻게 됐어?”

“아, 그게···.”

강덕수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젠장! XX! XXX!”

"실장님, 진정하세요···!"

“덤프트럭 운전자! 그놈 어떻게 됐어!?”

“혼수상태래요···. 오늘내일하나 봐요.”

“······.”

“졸음운전이었다나 봐요. 유족들 말로는 밤낮없이 성실하게 일하던···.”

“성실하면 사람 죽여도 돼!?”

“그건 아니죠.”

“그럼 헛소리하지 말고 피해보상이나 청구해! 내 슈퍼카랑 치료비 전부 물어내라고!”

“···네.”

한수는 팔짱을 끼며 물었다.

“엄마는?”

“희수 아가씨가 모시고 병원장님 만나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재수 사장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재수 형이? 그 인간이 웬일로···.”

“실장님 상태가 어떠시냐고 묻던데요?”

“살아 있어서 엄청 실망했겠네···.”

한수가 죽으면 이 회장의 유산은 그가 물려받는다.

이재수는 한수가 죽길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재수 형이 나를 죽이려고 사주한 걸지도 몰라. 만약 그렇다면···.’

“죽여버릴 거야···.”

강덕수는 순박하게 웃으며 물었다.

“죽 드시고 싶다고요?”

“···죽은 너나 먹어. 그보다 그건 어떻게 됐어?”

“그거라뇨?”

“뭐긴 뭐겠냐? 타이탄스! 내가 사장이랑 감독, 단장 오라고 했잖아!”

강덕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장님께서 입원하셔서 오지 말라고 연락했어요.”

“다시 오라고 해.”

“여기로요? 지금요?”

“응.”

“일단 의사부터 부르고, 타이탄스 사장한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강덕수가 병실에서 나가자 한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포수 마스크로 손을 뻗었다.

‘그때 분명···.’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 순간···.

-띠링!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구단주님, 당신의 팀을 선택해주세요!】

한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야?”

= = = = = = =

타이탄스 사장실.

타이탄스의 사장 박종철은 의외의 손님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어제는 망나니 이 실장이 서울로 오라고 지랄하더니, 오늘은 재수 없는 놈이 찾아와서···.’

그때 사장실 상석에 앉아 있던 이재수가 말했다.

“제가 너무 갑작스레 찾아와서 놀라셨죠?”

“아, 아닙니다.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연락도 없이 부산까지 먼 걸음을···.”

“비행기 타고 오니까 금방이던데?”

‘어쩌라고!?’

박종철은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다.

그때 이재수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어제 한수가 연락했죠?”

박종철은 뜨끔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어제가 회장님 유언장 공개일이었지?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신영 그룹의 임원들이나 실무진들은 이미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지만, 신영 타이탄스는 매년 꼴찌를 하며 적자나 내는 한미한 계열사고···.

박종철은 그런 타이탄스의 사장인지라···.

그룹 내 세력 다툼에 낄 깜냥도 못됐다.

하여튼!

박종철이 어색한 표정을 짓자, 이재수가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수가 타이탄스를 물려받았어요.”

“네?! 저, 정말입니까?”

“네.”

‘젠장···! 그 망나니가 새로운 구단주라니···!’

그때 이재수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박 사장님은 그냥 제 말만 들으시면 돼요.”

“···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마 곧 한수가 사장님을 다시 부를 거예요.”

“······?”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진 박종철의 스마트폰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강덕수 비서한테 걸려 온 전화였다.

박종철은 흠칫 놀라며 이재수를 쳐다봤다.

이재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화 받지 마세요.”

“하지만···.”

“계속 받지 말라는 건 아니고 지금만요.”

“이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새로운 구단주인데···.”

한수는 신영 그룹 이태백 회장의 장손이다.

이재수보다도 회장에 가까운 적통···.

“박 사장님, 바닷바람을 오래 쐬시더니 감을 많이 잃으셨네.”

“······?”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프로야구팀 사장으로 계실 거예요? 매년 꼴찌를 하고 죄송하다며 굽실거리는 거 지긋지긋하지 않으세요?”

“그건···”

맞는 말이다.

매년 스토브리그 때마다 팀 운영 자금이 어떻게 될지 몰라 숨이 콱콱 막혔다.

그때 전화벨이 멈췄다.

그러자 이재수가 말을 이어갔다.

“동아줄을 잡으셔야죠. 이런 쓰레기 팀에서 은퇴하실 생각이세요?”

박종철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사장님이 동아줄이 되어주신단 말씀인가요?”

“에이~. 내가 뭔 힘이 있다고.”

“그럼···.”

이재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버지죠.”

“······.”

이창호 부회장.

차기 회장에 가장 유력한 인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냉혈한이며···.

자기 사람들은 끔찍하게 챙기기로 유명하다.

박종철은 생각했다.

‘나 지금···. 고래 싸움에 낀 건가···?’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때 강덕수 비서한테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박종철은 스마트폰과 이재수를 번갈아 보더니 천천히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통화 거절 버튼을 누르고 전원을 껐다.

이재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박 사장님.”

박종철은 생각했다.

‘그래, 한 번뿐인 인생! 꼴찌 야구팀 사장으로 끝낼 순 없지. 그리고···. 망나니 이한수랑 이창호 부회장 중 고르라면···. 당연히 이창호 부회장이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인사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재수 사장님!”

박종철은 이게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며 물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처럼 하세요.”

“···네?”

“팀은 꼴찌. 코치진과 프런트는 개판. 사장님은···.”

이재수가 빤히 쳐다보자, 박종철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괜히 팀 정상화시킬 생각 말고요. 아셨죠?”

“네···. 그런데 어째서···.”

“한수가 할아버지 유산을 상속받으려면 타이탄스가 정규시즌 1위를 하고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해야 하거든요.”

“······!?”

이재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한수는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적당히 비위나 맞춰주면서 지금처럼 계속~ 꾸준히~ 쭈욱~ 꼴찌를 하시면 됩니다. 제 말···. 이해되시죠?”

“예, 이해는 되지만···.”

“OK! 우린 이제 같은 배를 탔습니다. 키는 사장님께서 잡았으니까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고요!”

박종철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한수는 병실 침대에 앉아 포수 마스크를 쓴 채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일단 꿈은 아닌 거 같고···.’

그는 조심스럽게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헛것 같지도 않아.’

한수는 팔짱을 끼며 창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구단주님, 당신의 팀을 선택해주세요!】

“팀을 선택하라고···?”

그때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국내 프로야구팀 열 개 구단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기회는 한 번뿐이니,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한수는 흠칫 놀라며 중얼거렸다.

“···내가 지금 귀신에 홀린 건가?”

【위대한 천사 H는 더러운 귀신이 아닙니다. 당신의 진심 어린 호소에 응답하신 자비로운 분입니다.】

“······!”

‘뭐야, 설마 내 말에 대답하는 거야?’

【감사한 마음으로 팀이나 선택하십시오.】

까칠한 문구에 한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생각했다.

‘해를 끼칠 거 같진 않은데···. 팀이라···. 팀···.’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영 타이탄스···.”

-띠링!

【신영 타이탄스를 선택하셨습니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가 신영 타이탄스 정보를 등록합니다.】

【정보 등록 완료까지 4시간 남았습니다.】

한수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달칵!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강덕수가 들어왔다.

그는 흠칫 놀라며 반투명한 창과 강덕수를 번갈아 봤다.

-띠링!

【이 창은 당신한테만 보입니다.】

그때 강덕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포수 마스크는 왜 또 쓰고 계세요?”

“···몰라도 돼.”

그는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반투명한 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강덕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타이탄스 사장이 연락을 안 받습니다.”

“뭐···?”

“휴대폰도 갑자기 꺼졌고···. 비서실하곤 처음엔 연락이 됐는데, 확인해본다고 하고 아직 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피하는 거 같아요.”

한수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잘되는 꼴을 못 보는 XX들이 더럽게 많은 거 같네.”

“어떻게 할까요?”

“당장 차 대기 시켜!”

“실장님, 어젯밤에 교통사고 나셨는데 며칠 정도는 안정을···.”

“내 걸 노리는 개XX들이 있는데! 퍽이나 안정을 취하겠다! 시끄럽고 당장 차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한수는 한쪽에 있는 옷장에서 정장을 꺼내서 갈아입으며 중얼거렸다.

“타이탄스···. 어디 얼마나 대단한 팀인지 보자고!”

= = = = = = =

타이탄스 사장실.

박종철 사장은 복잡한 표정으로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타이탄스가 우승해야지만 이한수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니···. 회장님께서 그 망나니 때문에 마음고생을 그렇게 하시더니 이렇게 빅엿을···.’

그러더니 이재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비위나 맞춰주라고? 말이 쉽지. 그 망나니가 뭔 짓을 할 줄 알고···.”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이소희 비서가 들어왔다.

이소희는 은퇴한 전임 비서가 추천해줘서 계약한 직원인데, 야무지게 일을 잘해서 몹시 아끼는 인재다.

“이 비서, 무슨 일이야?”

“이한수 실장한테 좀 전에도 전화 왔습니다.”

“없다고 해.”

“새로운 구단주의 연락을 무시하는 건 우리 타이탄스에 좋지 못한 선택 같습니다.”

“······.”

이소희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단장과 감독을 부르고 브리핑 자료를 준비해서 이한수 실장과···.”

“그만.”

“······.”

“···이한수 실장에 대한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더는 언급하지 마.”

이소희는 박종철을 빤히 바라봤다.

박종철은 그녀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나가 봐. 오늘 시구자로 오시는 시장님이랑 저녁 약속이나 차질 없이 잡아.”

“···알겠습니다.”

이소희가 나가자 박종철은 중얼거렸다.

“이 실장은 나중에···. 지금은 시장님과 약속에만 신경 쓰자.”

그 시각, 신영 병원 주차장.

한수는 강덕수가 자동차 뒷유리에 A4 용지를 붙이는 걸 발견했다.

“뭐하냐?”

“그게···. 부산에 가는 게 처음이라···.”

“······?”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A4 용지를 쳐다봤다.

[( ˃̣̣̥᷄⌓˂̣̣̥᷅ ) 부산 운전 처음.]

“······.”

“하하, 부산분들이 운전을 무섭게 한다고 해서···.”

“쪽팔리게···. 당장 떼!”

“···네···.”

그렇게 한수와 강덕수는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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