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8화 (8/187)

8화 : 밥 먹을래요?

다음 날 아침, 신영 타이탄스 사장실.

박종철 사장은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권 시장이 왜 연락이 없지? 케이크 잘 먹었다고 문자 정도는 보낼 법도 한데···. 혹시나 해서 조심하는 건가? 내가 연락을···. 아냐, 아냐. 이러면 너무 속 보이는 거 같고···.’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이소희가 들어왔다.

“사장님, 어제 말씀하신 보고서입니다.”

“어, 그래. 가져와.”

이소희는 그에게 ‘신영 타이탄스가 팔 년 연속 꼴찌를 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박종철은 대충 훑어보며 물었다.

“김종문 단장한테 컨펌 받은 거 맞아?”

“김 단장은 연락이 안 됐고, 양승진 팀장한테 메일을 보내서 확인받았어요.”

그러자 박종철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뭐야? 그럼 이거 이 비서가 멋대로 쓴 거야?”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작성한 거예요.”

“전문가 누구!? 인터넷에서 복붙한 거 아냐!?”

이소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타이탄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바로, 타이탄스 골수팬인 부모님과 부산 갈매기 응원가를 뱃속에서부터 들은 친언니다.

박종철은 이소희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보고서를 쳐다봤다.

‘제대로 쓴 거 같긴 한데···.’

“···양 팀장은 뭐래? OK 했어?”

“재밌다며 OK라고 회신이 왔어요.”

“흠···.”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양승진이 재밌다고 할 정도면 보고서에 하자는 없는 게 분명하다.

박종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그럼, 나가봐.”

“네.”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포수 마스크와 케이크 상자를 든 한수가 들어왔다.

“박 사장님, 굿모닝.”

박종철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일찍 오셨네요···?”

“잠자리가 바뀌니 영 불편해서 눈이 좀 빨리 떠졌네요.”

“아, 네···.”

그때 한수가 들고 있는 케이크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흔하디흔한 파리 베이커리 케이크 상자인데···.

왠지 모르게···.

한수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보고서는 준비됐죠?”

“아, 네···. 이쪽으로 앉으시죠. 차는 어떻게···.”

“라떼로 한 잔. 따뜻하게.”

“네! 이 비서, 따뜻한 라떼랑 내가 늘 마시던 걸로···.”

그때 이소희는 넋을 놓고 한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제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가 구단주!?

‘···말도 안 돼···.’

박종철은 인상을 쓰며 이소희를 재차 불렀다.

“이 비서!”

“아···. 죄송합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냥 잠시···.”

한수는 이소희를 힐끗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서 씨, 쏘리~.”

“···네?”

“내가 너무 잘생겨서 괜히 혼나게 했네? 이거 참, 잘생긴 것도 죄라니까?”

이소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문디자슥, 뭐라 씨부리는···.’

그녀는 한수를 무시하고 박종철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차 바로 준비해오겠습니다.”

한수는 사장실에서 나가는 이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낯이 익네? 어디서 봤지?’

잠시 후···.

한수는 이소희가 가져온 따뜻한 카페 라떼를 마시며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가를 움찔했다.

‘구장 리모델링···. 홈플레이트를 2.8M 정도 뒤로 당기고 외야 펜스를 1.2M 높여서 투수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 이를 위해 고질적인 외야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 코치···.’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얘기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한수는 계속 보고서를 읽었다.

‘베테랑 포수의 영입···.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부재···. 코치진의 분열···.’

그리고···.

‘선수들 사이의 파벌 싸움···.’

여기까지 읽자 어디서 들은 얘기인지 생각났다.

어제 경기장 옆자리에 앉았던 광어 아가씨가 떠들었던 얘기들이다.

‘어째서 이 보고서에···.’

그때 손에 들고 있는 커피잔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이소희 비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한수는 사장실 문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아하, 그렇게 된 거군.’

박종철은 시시각각 변하는 한수의 표정을 살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얘 왜 이래? 대체 보고서에 뭐라 적혀 있길래···.’

대충 양승진이 주장했던 펜스 증축 내용이 포함된 거 같긴 했지만···.

다른 내용은 아직 살펴보질 못했다.

‘내용을 물어보면 적당히 맞장구를 치자.’

그때 한수가 물었다.

“이 보고서 박 사장님이 쓴 거 아니죠?”

“네? 그, 그게 무슨···. 제, 제가 쓴 겁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긴 했지만···.”

한수는 보고서를 책상에 내려놓더니 포수 마스크를 얼굴에 썼다.

박종철은 움찔했다.

‘저건 갑자기 왜 쓰는 거야?’

이때 한수는 박종철 주변에 갈색빛이 어른거리는 게 보였고···.

-띠링!

창이 떠올랐다.

【박종철】【Iron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0.3%)

(타이탄스 프런트: 7%)

결론: 불필요.

【적성】

1순위: 양아치 사장

【특기】

1. 아부.

2. 뇌물수수.

한수는 박종철의 정보창을 보며 생각했다.

‘제일 낮은 Iron 등급에···. 쓰레기 정보···.’

심지어 이재수와 손을 잡은 인간이다.

중용할 이유가 없다.

한수는 결정했다.

‘이만 처리하자.’

한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박 사장님, 물러나시죠.”

“······네? 구, 구, 구단주님! 갑자기 무슨···! 서, 설마 보고서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이, 이건 제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내 지시를 무시하고, 보고서도 다른 사람이 쓰게 한 건 기분 나쁘긴 하지만···. 아무렴 그런 걸로 사장님을 그만두라고 하겠어요?”

“그, 그럼···.”

한수는 긴 다리를 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재수랑 손잡은 거···.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

“날 너무 병X 취급하는 거 아닌가?”

“구, 구단주님! 잘못했습니다! 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이재수 사장이 찾아와서 이창호 부회장을 들먹이며···.”

“사장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내가 이해해줄 필요가 있나? 어쨌든 내 적이잖아.”

박종철은 이대로 전부 끝이라고 생각하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구단주님, 제발···. 지금부터는 구단주님을 견마지로···.”

“그리고!”

한수는 테이블에 올려놨던 케이크 상자를 박종철에게 밀었다.

박종철은 케이크 상자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어떻게 여기···!?”

“돈이 아주 많나 봐요? 지역 유지들한테 여기저기 많이 뿌렸던데···.”

“······.”

“성질 같아서는 경찰에 신고해서 댁이 뿌린 돈 전부 추적해서 초토화시켜버리고 싶은데···. 난 타이탄스에 큰 잡음이 생기는 걸 바라지 않거든? 그러니까···. 조용히 물러나. 그러면 살려는 줄게.”

타이탄스에 괜히 문제가 생기면 이창호 부회장과 이재수가 트집을 잡고 주주들을 움직여 타이탄스를 매각하거나 해체하자고 주장할 거다.

그렇게 되면 한수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된다.

‘그건 안 되지.’

박종철은 바들바들 떨며 매달렸다.

“구단주님, 제발···!”

“오후까지 시간을 줄게요.”

“······.”

“짐 챙겨서 꺼지세요. 아, 빼돌린 운영 자금은 다시 채워놓고 가요.”

“구단주님···! 구단주님!”

한수는 그를 무시하고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박종철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이재수한테 전화했다.

[박 사장님, 어쩐 일로···.]

“이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이한수가, 이한수가 저를 잘랐습니다!”

[저런···. 애석하게 됐네요.]

‘뭐야? 반응이 왜 이래?’

박종철은 괜히 불안해져서 다급하게 물었다.

“이대로면 이한수가 팀을 정상화···.”

[잘 좀 하시지. 어떻게 하루를 못 버팁니까?]

“저, 저는 최선을···.”

[그래요? 이게 박 사장님의 최선인가요?]

“그게···.”

[그럼···. 배에서 내리세요.]

박종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사, 사장님···! 그게 무슨···!”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그럼.]

“사장님! 이 사장! 이재수!!!”

그렇게 전화 통화는 끝났다.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이재수는 받지 않았다.

박종철은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이창호 부회장이 내민 손을 잡는 게 옳은 선택인 줄 알았는데···

“···망했다···.”

그날, 박종철 사장은 해임됐다.

= = = = = = =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타이탄스 사장실에서 나왔다.

문 앞에 서 있는 강덕수와 서류 정리 중인 이소희가 보였다.

그는 이지적이고 차가운 미모의 이소희를 빤히 쳐다봤다.

그때 강덕수가 한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실장님, 이제 어디로 이동할까요?”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박 사장 내보내고 사장실 깨끗하게 정리해놔.”

“네.”

“아! 사장실에 금고 있던데···. 그거 압수해놔. 조사 끝나면 돌려준다고 해.”

“반항하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버려.”

“네.”

강덕수는 사장실로 들어갔고, 한수는 이소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어제도 넋을 놓고 보더니, 오늘도 그러네요?”

“······?”

“혹시 나한테 반했나?”

이소희는 고개를 들어 한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관심 없습니다.”

“정말요?”

“어제는 잘 생겨서 봤고, 오늘은 당신이 구단주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서 놀란 거 뿐입니다.”

“어제는 잘생겨서 본 거 맞네.”

“관심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단호한 말에 한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런 걸로 치자고···. 그런데 말이죠.”

“······?”

“나는 비서 씨한테 관심이 많아요.”

이소희는 움찔하더니 당황한 눈빛을 했다.

그러자 한수는 ‘신영 타이탄스가 팔 년 연속 꼴찌를 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이거 비서 씨가 쓴 거죠?”

“······.”

“어제 경기 관람할 때 옆에 앉은 광어 아가씨가 떠들었던 얘기들이 전부 적혀 있던데···.”

이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맞아요. 제가 썼어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는 보고서 제일 끝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고서 마지막에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스토브리그를 준비하면 신영 타이탄스는 다음 시즌에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적었잖아요.”

“그게 왜요?”

“유의미한 성적이 정확히 몇 등이죠?”

이소희는 한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가 이런 걸 왜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가족들의 조언과 지난 몇 년간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며 생각했다.

“정규시즌 1위 그리고···.”

“······.”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할 거라고 판단합니다.”

한수는 진지하게 물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무슨 책임을 지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보고서대로 팀을 운영할 수만 있다면 우승 확률이 무척 높다고 확신해요.”

“······.”

“야구는 구회말 투아웃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있죠? 하지만 결국 확률 싸움이에요. 세이버메트릭스를 바탕으로 타이탄스와 다른 구단들을 분석하며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면 승리 확률을 대폭 높일 수 있어요.”

한수는 그녀의 말을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그녀가 야구를 좋아하는 걸 뛰어넘어 굉장히 해박하다는 걸 깨달았다.

‘···역시 재밌는 여자야.’

이소희는 중얼거렸다.

“물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

한수는 문득 그녀의 정보창이 궁금했다.

그래서 들고 있던 포수 마스크 착용했다.

이소희는 그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포수 마스크는 왜 쓰세요?”

“쓰면 안 되나요?”

“···그건 아니지만···.”

얘기하다가 갑자기 포수 마스크를 쓰니 미친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수의 눈앞에 창이 나타났다.

-띠링!

【정보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이름과 얼굴을 알아야 합니다.】

‘번거롭게 하네···.’

“비서 씨, 이름이 뭐예요?”

“이소희입니다.”

“땡큐~.”

그때 이소희한테서 하얀색 찬란한 빛이 뿜어졌다.

“······!”

한수가 눈을 크게 뜬 순간!

강덕수, 박종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된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이소희】【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2%)

(타이탄스 코치진: 60%)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서원직(徐元直)입니다. 보좌, 운영, 스카우트, 육성, 분석에 특출납니다. 특히, 보좌, 운영, 분석 세 분야는 다이아몬드 등급에 비견됩니다.

【프런트 업무 적성】

1순위: 비서실, 운영팀, 분석팀, 단장

2순위: 스카우트팀, 사장

3순위: 육성팀

【특기】

1. 보좌의 스페셜리스트.

2. 잔혹한 책사.

3. 회의의 지배자.

4. 안목 [투수, 포수, 코치진]

5. 치밀한 세이버매트릭스

한수는 이소희의 정보창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그때 이소희가 물었다.

“더 물어보실 거 있으세요?”

“······밥···.”

“······?”

“밥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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