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3화 (13/187)

13화 : 두 개의 칼을 얻으세요!

다음 날 아침, 타이탄스 구단 사무실.

직원들은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인사발령 공고문>

① 이름: 마재호(前 홍보팀 팀장)

내용: 마케팅팀 팀원으로 임명함.

② 이름: 이재민(前 육성팀 팀장)

내용: 전력분석팀 팀원으로 임명함.

③ 이름: 권재중(前 전력분석팀 팀장)

내용: 직위 해제함.

④ 이름: 양승진(前 운영팀 팀장)

내용: 사장으로 임명함.

⑤ 이름: 이소희(前 사장 비서)

내용: 운영팀 팀장으로 임명함.

타이탄스 삼재(三災)에 대한 징계성 인사발령.

‘마 팀장, 정말 마케팅팀 팀원으로 가는 거야?’

‘미쳤다···. 한번 개겼다고 이렇게 엿을 먹이네?’

‘권 팀장 직위 해제는 선 넘는 거 아냐?’

‘이 팀장은 왜 전력분석팀으로 보낸 거지?’

‘아···. 괜히 김종문 단장 편에 섰나···.’

‘타이탄스 삼재(三災)가 이렇게 무너지네’

그리고 양승진과 이소희의 파격적인 승진!

‘양 팀장님 구단주한테 뇌물이라도 준 거냐?’

‘양승진이 그랬겠냐? 그냥 능력 좋아서 아냐?’

‘근데 비서는 뭐야? 쟤가 왜 운영팀 팀장으로···.’

‘구단주한테 꼬리라도 친 거 아냐?’

‘그러고 보니 어제도 계속 붙어 다니고···.’

모두 어찌하면 좋을지 노심초사할 때, 한수는 사장실에서 양승진과 면담을 하고 있었다.

양승진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한수는 긴 다리를 꼬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초고속 승진을 했는데, 기쁘지 않아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 그래도 계열사 사장을···.”

“내 건데 누가 뭐라든 뭔 상관입니까?”

대책 없는 대답에 양승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이소희가 들어왔다.

그녀는 인사 공문을 내밀며 물었다.

“구단주님, 제가 왜 운영팀 팀장···.”

“잠깐만요.”

한수는 양승진을 힐끔 쳐다봤다.

양승진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꾸벅 인사를 하고 사장실에서 나갔다.

한수는 소파를 가리키며 이소희에게 말했다.

“앉아서 얘기해요.”

이소희는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시죠?”

“타이탄스 우승시킬 생각입니다.”

“······.”

“비서 씨가 어제 그랬잖아. 당신 보고서대로만 하면 타이탄스가 정규시즌 1위도 하고 한국 시리즈에서 우승할 수도 있다고요.”

“그건···.”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운영팀 팀장을 맡겠다는 건 아니었다.

그때 한수가 서류를 한 장을 꺼내 들며 말했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라고요?”

“예전에 운영팀 지원했다가 떨어졌잖아요. 그런 뒤에 전임 비서 추천으로 입사하고···. 운영팀에서 일하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이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 뒷조사를 한 건가요?”

“뭐, 조금. 너무 기분 나빠하진 말아요. 앞으로 손발을 맞추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해서···.”

“정말 제멋대로시군요.”

“승진시켜주고 욕먹긴 처음이네.”

“······.”

“운영 팀장 하기 싫어요?”

“···네.”

“그럼···.”

한수는 뒷말을 끌며 포수 마스크를 썼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임무 5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Point 4가 지급됩니다.】

【현재 Point 8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무 6이 생성됐습니다.】

‘포인트 꽤 모았네. 임무 6은 나중에···. 우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소희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하다 말고 포수 마스크는 왜 쓰는 거야? 사람 놀리는 거야 뭐야?’

이때 한수는 그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띠링!

【이소희】【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2%)

(타이탄스 코치진: 60%)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서원직(徐元直)입니다. 보좌, 운영, 스카우트, 육성, 분석에 특출납니다. 특히, 보좌, 운영, 분석은 세 분야는 다이아몬드 등급에 비견됩니다.

【프런트 업무 적성】

1순위: 비서실, 운영팀, 분석팀, 단장

2순위: 스카우트팀, 사장

3순위: 육성팀

【특기】

1. 보좌의 스페셜리스트.

2. 잔혹한 책사.

3. 회의의 지배자.

4. 안목 [투수, 포수, 코치진]

5. 치밀한 세이버매트릭스

【호감도: + 0%】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나 뛰어나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를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띠링!

그때 알림창이 하나 나타났다.

【믿으세요. 믿으면 복이 옵니다.】

알림창 내용에 어이없단 표정을 짓다가 이소희에게 물었다.

“그럼, 전략분석 팀장 할래요?”

“···네?”

“아니면, 단장은 어때요?”

“···구단주님···!”

김종문 단장과 내년까지 계약이라 지금 잘라내면 위약금을 줘야 하지만···.

물론, 그깟 푼돈 주면 그만이긴 하지만···.

김종문이 했던 꼬락서니를 보니 위약금까지 주고 싶지 않았다.

한수는 차가운 눈빛을 했다.

‘제 발로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해주지.’

하여튼!

“비서 씨, 어떤 걸 하고 싶어요?”

“······.”

“비서를 계속하고 싶으면 해도 돼요. 대신 내 비서로···.”

“···운영팀 팀장···. 하겠습니다.”

“아쉽네요. 비서가 되면 잘해줄 생각이었는데···.”

이소희는 불쾌한 표정을 짓더니 벌떡 일어나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양 사장한테 운영팀 업무 인계 잘 받아요. 팀원이랑 사이좋게 지내고요.”

“···네.”

그녀는 몸을 휙 돌려 밖으로 나갔다.

멀어지는 그녀를 보며 한수는 생각했다.

‘초고속 승진을 시켜줬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네.’

그는 이소희가 나간 문을 쳐다보다가 중얼거렸다.

“···거슬리네.”

한수는 고개를 휘휘 젓고 임무 메뉴를 선택했다.

‘어디 이번엔 어떤 임무가···.’

-띠링!

『임무 6』

【구단주님! 김종문 단장을 공격할 수 있는 두 개의 칼이 있습니다. 둘 다 얻는다면 김종문 단장은 당신이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할 겁니다. 두 개의 칼을 얻으세요!】

└첫 번째 칼 : 비밀 친구(권순민 시장)의 호감도를 30%로 올리면 얻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칼: (첫 번째 칼을 얻으면 획득 방법이 OPEN 됩니다.)

【보상 : 4 Point】

‘두 개의 칼?’

한수는 턱을 쓰다듬다가 강덕수에게 전화했다.

“덕수야, 차 대기 시켜라.”

[네, 어디로 가실 건가요?]

“부산 시청.”

[네? 거긴 왜···.]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친구 밥 한 끼 사주려고.”

= = = = = = =

이소희는 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문디자슥···. 확 마···!”

그때 복도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양승진이 물었다.

“얘기 잘 나눴습니까?”

“···그냥···.”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

두 사람은 구단 앞에 있는 카페로 갔다.

양승진은 녹차가 든 컵을 쥐며 말문을 열었다.

“지난번에 말입니다. 제가···.”

“······?”

“구단주가 누가 되든···. 타이탄스가 바뀔 일이 없다고 했었죠.”

“그러셨죠.”

양승진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틀린 말 같아요. 이한수 구단주는 팀을 송두리째 바꿀 거 같습니다.”

이소희는 냉정하게 말했다.

“바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예요. 결과가 안 좋으면 헛짓거리에 불과하죠.”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결과가 나빠도 이런 과도기를 겪으면서 성장해 나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보내주신 보고서 봤습니다. 파격적이던데···.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헛짓거리라는 말을 할 줄 몰랐네요. 혹시 다른 분이 작성하신 건···.”

이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쓴 보고서입니다.”

“그렇다면···. 구단주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러는 거군요.”

“······.”

정답이다.

그녀는 신경을 건드리는 한수가 타이탄스에 변화를 주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소희는 본인의 속내를 단번에 파악한 양승진을 보며 생각했다.

‘불같은 성미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더니···.’

양승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도 구단주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기회니까요.”

“······.”

“구단주는 타이탄스 우승을 위해선 뭐든 할 생각 같습니다. 저는 그걸 이용해서 타이탄스를 부흥시킬 생각입니다. 광안리 인어공주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이소희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자, 양승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광어 공주님 맞네요.”

“어떻게···.”

“보내주셨던 보고서요. 바빠서 어제서야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더라고요. 논문이랑 칼럼을 샅샅이 뒤지다가···. 광어 공주님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찾았습니다.”

“블로그는 폐쇄했는데···.”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불펌해뒀습니다.”

“······.”

양승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팔 년 넘게 블로그 운영을 안 하셔서 팀 세탁하신 줄 알았습니다. 응원도 안 오시고···. 팬들도 그렇지만 프런트 직원들도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운영팀에 지원하셨을 때, 광안리 인어공주였다는 걸 말씀하셨으면···.”

“이력서에 적었어요. 면접 때도 얘기했고요.”

“정말입니까?”

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취미 생활 따위는 경력으로 쳐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누가 면접을 한 겁니까?”

“김종문 단장이요.”

양승진은 인상을 썼다.

“그 인간···. 대체 무슨···. 광어 공주님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이소희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다 지난 일이에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하여튼, 저도 양 팀장님 말씀에는 동의해요. 구단주가 우승을 원하는 만큼, 투자가 된다면 말이죠.”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도 구단주는 마음에 안 들어요. 계속 신경을 긁는 것도 그렇고···. 대책 없이 일을 벌이는 것도···.”

“···꼭 나쁜 건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이소희는 양승진을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렇게 긍정적인 분인 줄 몰랐네요.”

양승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부정적이면 꿈도 희망도 없는 타이탄스에서 일 못 하죠.”

“······.”

“어쨌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광어 공주님.”

“···그냥 이 팀장이라고 부르세요.”

“알겠습니다. 이 팀장님.”

이소희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생각했다.

‘일의 순서가 잘못됐어. 이런 파격적인 인사 전에 김종문 단장을 먼저 쳐냈어야 해. 분명 김종문이 뭔가 일을 벌였을 텐데···.’

그때 양승진은 윤가희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구단 게시판에? 알았어. 확인해볼게.”

이소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 있나요?”

“그게 조금 아니, 꽤 귀찮은 문제가 생겼네요. 이것 좀 보시죠.”

“······?”

양승진은 구단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여줬다.

[구단주는 보복성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물러나라!]

그걸 본 이소희는 생각했다.

‘김종문 단장 짓이구나!’

= = = = = = =

타이탄스 구단 주차장.

강덕수는 한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걸어오는 걸 발견하고 다가가며 물었다.

“실장님, 그러고 다니신 겁니까?”

“응? 아···.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강덕수는 의아한 표정을 했다.

‘포수 마스크 쓰고 뭘 확인하신다는 거야?’

“뭐해? 안 가?”

“아, 죄송합니다.”

그는 황급히 뒷좌석 문을 열었다.

한수가 차에 타자, 강덕수는 운전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동을 걸며 말했다.

“실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그게···. 김종문 단장을 비롯해 홍보팀, 전략분석팀, 육성팀 직원들이 전부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태업에 들어간 거 같습니다.”

한수는 냉정하게 말했다.

“김종문 빼고 다 직위 해제해. 양 사장한테 징계 위원회 준비하라 하고.”

“당장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왜? 소송 때문에 그래? 그건 본사 법무팀에···.”

“그게 아니고···.”

강덕수는 태블릿 PC로 타이탄스 구단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여줬다.

[구단주는 보복성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물러나라!]

한수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이것들이 가지가지 하네.’

그는 천천히 글을 읽어내려갔다.

└신영 타이탄스의 이한수 구단주는 故 이태백 회장님께 구단을 상속받고, 사장을 비롯한 타이탄스 중진들이 인사를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종철 사장을 해임했고 ···(중략)··· 본인이 제안한 회식에 오질 않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구단을 위해 애써왔던 직원들을 보복성 인사발령 ···(중략)··· 그리고 아무런 경력도 없는 애인을 운영팀 팀장 자리에 앉혔다. 우리는 이런 구단주의 만행을 더는 지켜볼 수 (이하 생략)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애인을 운영팀 팀장에 앉혀? 누가 내 애인이라는 거야?”

“글 하단부에 보시면 사진 있습니다.”

“사진···?”

강덕수 말대로 하단부에는 두 장의 사진이 있었다.

[타이탄스 구장 관람석에서 한수가 웃으며 모자를 눌러 쓴 이소희한테 치킨 다리를 건네는 모습.]

[크랩 랜드 전복 공주 식당 앞,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는 한수와 이소희의 모습]

“이게···. 뭐냐···? 비서 씨가 왜 내 애인이야?”

강덕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 비서를 운영 팀장으로 인사 발령한 걸 깎아내리려고 문제 삼은 거 같습니다.”

“······.”

“어떻게 할까요?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스캔들 한두 번도 아니고···. 연예인이랑 터진 거도 아니잖아? 그냥 놔두면 잠잠해지겠지.”

“조금 민감한 사항이라···.”

“정 그러면 네가 문제 안 생기게 처리해봐.”

강덕수는 오랫동안 한수를 보필하면서 스캔들 막는 건 도가 텄다.

정보창에 ‘스캔들, 찌라시, 악성 루머 막기’가 특기로 적혀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강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어서 출발해. 권 시장, 기다리다 목 빠지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산 시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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