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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6화 (16/187)

16화 : 고마 쌔리, 마!

월요일 아침, 신영 타이탄스 구단 프런트 오피스.

한수가 포수 마스크를 들고 입구로 들어오자, 로비에 대기 중이던 강덕수가 달려오며 인사를 했다.

“실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한수는 자동차 키를 강덕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함께 엘리베이터로 향하며 말했다.

“보고해.”

“희수 아가씨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유산 문제로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연락을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희수는 한수의 친동생이지만, 사이는 별로다.

한수가 계속 연락을 안 받아서 강덕수에게 한 거 같지만, 한수는 연락할 생각이 없었다.

“누구한테 연락해라, 마라야. 할 얘기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다음!”

“···지시하신 대로 이 팀장과 스캔들 기사는 전부 내리게 했습니다.”

“커뮤니티나 SNS에 퍼진 건?”

“전부 처리했습니다.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자들도 신고해서···.”

“OK.”

스캔들에 신경 쓰지 말라던 한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건 어제 생성된 임무 때문이다.

└두 번째 칼 : 이소희의 호감도를 + 30% 이상으로 높여서 당신을 적극적으로 돕게 하세요.

‘이 팀장이 스캔들로 몹시 불쾌해했으니까. 깔끔히 처리하면 호감도가 오르겠지.’

“그리고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건 권재중이었습니다.”

“권재중? 김종문이 시켰나 보네.”

“어떻게 할까요?”

“신고해. 초상권침해, 명예훼손 뭐···. 갖다 붙일 수 있는 건 전부! OK?”

“알겠습니다.”

한수는 엘리베이터에 탄 뒤 사무실이 있는 층을 누르며 말했다.

“김윤희는?”

“찾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게···.”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그 틈에 핸드백이 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이소희가 서 있었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실례합···.”

그러다가 한수를 보고 멈칫했다.

한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팀장, 굿모닝.”

이소희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한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재수 더럽게···.’

그때 한수가 웃으며 물었다.

“안 타요?”

“먼저 가세요. 저는 다음···.”

그러자 한수는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제는 땡땡이, 오늘은 지각인가?”

“···하아···.”

이소희는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탔다.

= = = = = = =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엘리베이터 안.

이소희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고, 빨리 사무실 층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그때 한수가 말했다.

“주말 잘 쉬었어요?”

“네, 뭐···.”

“다행이네요. 이번 주도 파이팅해요.”

“···네.”

이소희는 자상함이 넘치는 한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문디 자슥, 와 이러는데?’

한수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리고 스캔들 기사 더는 안 나올 거예요.”

“네···?”

“이 팀장이 불쾌하댔잖아. 싹 다 정리했어요.”

이소희는 의아했다.

스캔들은 곧 잠잠해진다며 별일 아니라고 하더니···

한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회지도층의 윤리라고 보면 돼요. 물론 내가 이런 선행을 함부로 베푸는 사람은 아닌데, 이 팀장을 위해 특별히 힘을 썼어요. 고마워해도 돼요.”

“아, 네···.”

이소희는 고맙기보단 한수가 무척 재수 없었다.

그래도 예의상 감사를 표했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사무실 층에 도착했다.

그녀는 후다닥 내려서 사무실로 뛰어갔다.

한수는 여유롭게 내리며 포수 마스크를 썼다.

‘호감도가 얼마나 올랐나 볼까?’

그는 멀어지는 이소희를 쳐다봤고···.

【이소희의 호감도가 3% 하락했습니다.】

【이소희의 현재 호감도 : -5%】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더 떨어지는 건데?”

“뭐요? 주식이요? 코인?”

“조용히 좀 해봐.”

“······.”

한수는 어이가 없었다.

‘스캔들을 말끔히 처리해줬잖아? 그런데 왜 호감도가 떨어지는 건데? 이게 말이 돼?’

그때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띠링!

【주의하세요. 호감도가 너무 낮아지면 대상이 구단주님을 적대시할 겁니다. 어쩌면 구단주님의 적과 손을 잡을지도 몰라요.】

‘내 적? 설마, 이재수?’

그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인상을 썼다.

“그건 절대 안 되지. 덕수야.”

“네, 실장님.”

“점심, 싼타루치아로 두 명 예약해둬.”

싼타루치아는 부산 마이어 호텔 스카이라운지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강덕수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실장님! 감사합니다! 저 싼타루치아 진짜 가보고 싶었거든요. 거기 미슐랭 가이드에 별 3개 받은 레스토랑이잖아요! 실장님 덕분에···.”

“인마, 누가 너랑 간대?”

“네? 저 아니에요···?”

한수는 이소희를 쳐다보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중얼거렸다.

“여자 하나 꼬시는 건 일도 아니지.”

그는 몸을 돌려 사장실로 향하며 말했다.

“아까 하려던 보고 마저 해. 김윤희 찾았다고?”

“네, 그런데··· 고민수씨 부인이더군요.”

“고민수? 그게 누구야?”

“실장님 슈퍼카 무지개다리 건너게 만든 트럭···.”

한수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되물었다.

“그 씨 발라먹을 덤프트럭?”

“네.”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김윤희랑 약속 잡아봐.”

= = = = = = =

부산 수영구, 어느 카페.

김종문은 몹시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엊그제 절연한 딸, 김윤희한테 연락이 와서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그때 이재수 사장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종문은 카페 입구와 시간을 확인한 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

[김 단장, 주말 잘 보냈어요?]

“네, 덕분에···.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까?”

[다른 게 아니고···. 한수를 칠 다음 무기는 뭔가 해서요. 프런트 태업이랑 직원과 스캔들은 너무 순한 맛이었던 거 같아요.]

김종문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는 기자한테 이한수 인터뷰를 부탁할 겁니다.”

[인터뷰? 음···.]

이재수는 계획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한수 그 자식, 기자 상대하는 데 도가 튼 놈인데···.]

“아무리 도가 텄어도 제대로 된 기사가 나갈 일은 없으니 상관없습니다.”

김종문이 인터뷰를 부탁할 기자는 악마의 편집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돈만 주면 성인군자도 쓰레기로 만드는···.

[알겠어요. 이번엔 확실한 매운맛! OK?]

“네···.”

이재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김종문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재벌 3세란 것들은 전부 예의를 밥 말아 먹은 건가? 이태백 회장은 대체 손자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그때 마재호가 카페로 들어왔다.

“단장님!”

“어떻게 됐어?”

“송 기자가 하겠답니다. 계약금 보내고 인터뷰 날짜 잡으면 연락 달랍니다.”

“뭔 날짜를 잡아. 내일 당장 인터뷰하라고 해.”

“내, 내일이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한테 자객을 언제 보낼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알려주나?”

“그건 아니지만···.”

타이탄스 홍보팀을 담당했던 책임감 때문에 조금 망설여졌다.

그때 김종문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가서 어떻게든 구단주 인터뷰 따라고 해.”

“···알겠습니다. 저기 그리고···.”

“왜?”

“재중이 말입니다. 오늘 경찰 조사 갔는데···.”

이재수랑 통화하면서 뭔가 깜박한 것 같아서 찜찜했는데, 권재중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거였다.

‘하지만···.’

이재수의 재수 없던 말투가 떠올라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재중이는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마재호는 김종문의 눈치를 살피며 생각했다.

‘도와줄 마음이 없는 거 같은데···.’

“뭐해? 서두르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그는 카페에서 나가며 중얼거렸다.

“김 단장을 계속 믿어도 되는 건가? 차라리···.”

그러나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송 기자한테 연락이나 하자···.’

= = = = = = =

서울 광화문, 데일리 아이리스 본사.

이새롬 기자는 사회부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쓸만한 기삿거리 없나···.’

동기나 선배 중에는 구독자를 높이기 위해 스타 튜브에서 본 사실 확인도 안 된 것들을 진짜처럼 기사화하기도 하지만···.

이새롬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기삿거리는 없어도, 자부심을 버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휴···. 국장님한테 혼나게 생겼네.”

그때 스포츠부에서 머리가 반쯤까진 성격 더러워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전화 통화를 하며 나왔다.

송신철 기자다.

소문도 안 좋고, 성격도 안 좋은 선배로···.

이새롬과는 사이가 무척 안 좋다.

그녀는 송신철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몸을 돌렸다.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고, 더러워서였다.

괜히 마주치면 별거 아닌 걸로 시비를 거니까.

그때 송신철의 통화 내용이 들렸다.

“확인했어. 걱정하지 마. 까짓거 이한수가 지랄해도 재벌 3세가 국민의 알 권리는 무시하고 언론 탄압한다고 멕이면 되니까.”

이새롬은 발걸음을 멈추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한수···?’

왜 송신철이 한수를 언급하나 싶었다.

“부산 마이어 호텔에 묵는다고? 알겠어. 뭐, 엇갈리면 타이탄스 사무실로 찾아가지. 아! 이번에 이한수랑 스캔들 난 여자 있지? 걔 인터뷰도 겸사겸사···.”

이새롬은 멀어지는 송신철을 빤히 보다가 휴대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덕수 씨, 안녕하세요. 저 데일리 아이리스 이새롬 기자예요. 거래할 정보가 있는데···.”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타는 송신철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 = = = = =

점심시간.

한수와 강덕수는 타이탄스 프런트 오피스 복도를 걷고 있었다.

“좀 아까 이새롬 기자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왜?”

“송신철이라는 스포츠부 기자가 실장님한테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

‘이재수 짓은 아닌 거 같고···.’

이재수는 한수가 기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종문 단장이 벌인 짓인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 내일쯤 실장님께 찾아올 거 같은데···.”

“흠···. 이 기자는 뭐래?”

“절대 마주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스치기만 해도 없는 얘기를 지어내서 실장님을 엿 먹일 기사를 쓸 거라고···.”

“김종문한테 돈이라도 받은 건가?”

“조사해볼까요?”

한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조사해봤자 뭐하냐?”

“그럼···.”

“기다려봐. 해결 방법이 있으니까.”

한수는 스마트폰을 꺼내 ‘블랙 캣츠 엔터, 유 대표’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했다.

블랙 캣츠 엔터테인먼트는 데일리 아이리스 마찬가지로 아이리스 그룹의 계열사고 유 대표는···.

‘아이리스 그룹의 실세 중의 실세지.’

잠시 후,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유 대표님, 잘 지내셨죠?”

한수의 살가운 목소리에도 여자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로 연락하셨죠?]

“대표님과 거래를 하고 싶어서요.”

[···당신과는 별로 거래를···.]

“앞으로 레아 안 만나겠습니다. 연락도 차단하죠.”

[그 말 진심인가요···?]

레아는 세계적인 걸그룹 스페이스 걸즈 출신의 솔로 가수로, 블랙 캣츠 엔터에서 제일 인기 많은 간판 연예인이다.

그녀는 올 초에 한수랑 스캔들이 났었다.

실제로 사귄 건 아니고, 그녀가 한수한테 반해서 졸졸 따라다녔고, 한수도 몇 번 만나준 거뿐인데···.

하여튼!

한수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원하는 걸 말해보세요.]

“데일리 아이리스 스포츠부 송신철 기자가 저한테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 같아서요. 막아주시죠.”

[흠···.]

“질 나쁜 인간이니까 겸사겸사 일벌백계하시면 보다 나은 사회가 될 거 같습니다만?”

[···알겠어요. 오늘 중으로 처리하죠.]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식사라도···.”

그러나 한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끝났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강덕수에게 말했다.

“이따가 이새롬 기자한테 송신철 잘 처리됐는지 확인해봐.”

“네.”

한수는 김종문을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윤희는 뭐래?”

“내일 찾아뵙겠다고 합니다.”

“OK. 김종문이랑 김윤희에 대한 자료는 저녁 전까지 메일로 보내놔.”

“알겠습니다.”

“그리고···. 싼타루치아 예약했지?”

“네.”

“잘했어.”

‘이제 이 팀장 호감도를 올리는 일만 남았네!’

한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타이탄스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한수의 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문디 자슥아! 고마 쌔리, 마!”

사무실 안을 바라보자 윤가희가 어떤 남자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이소희가 말리고 있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했다.

‘이건 또 뭔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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