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 세월도 참 야속하네.
동래구, 돼지국밥 타이탄스.
한수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심상호를 찾았다.
손님들한테 주문받는 중인 심상호를 발견한 한수는 챙겨온 포수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했다.
‘아저씨 정보창 좀 확인해볼까?’
그 순간, 심상호의 몸에서 황금색 빛이 흘러나왔다.
-띠링!
그리고 황금색으로 꾸며진 정보창이 나타났다.
【심상호】【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7%)
(타이탄스 코치진: 60%)
(타이탄스 프런트: 89%)
결론: 프런트의 고순(高順). 대부분 업무에 평균 이상의 효율을 낸다. 그중에서 육성 분야는 Platinum 등급에 비견된다. 그가 육성하는 신인, 2군 선수들은 함구구(陷球鷗: 상대 구(球)단을 함(陷)락하는 갈매기(鷗))라 칭해질 거다.
【적성】
1순위: 육성팀.
2순위: 스카우트팀.
【특기】
1. 함구구(陷球鷗) 육성
2. 응원의 마에스트로
3. 우리 선수가 달라졌어요!
4. 본능적인 재능 파악
【호감도: + 87%】
정보창을 본 한수는 놀랐다.
‘대박인데?’
심상호는 타이탄스 황금기 응원 단장이자, 불펜 포수까지 했었다.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재능을 가졌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다.
‘함구구(陷球鷗)···. 특공대 느낌도 나고 멋진데?’
한수는 당장이라도 심상호를 육성팀 팀장에 임명하고 싶었다.
이때 뒤따라 들어온 양승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갑자기 포수 마스크는 왜···?”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별 거 아닙니다.”
“······?”
양승진은 뭔 소린가 싶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데, 한수는 별다른 말 없이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빙긋 웃었다.
한수를 본 심상호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고, 한수는 가볍게 목례했다.
“어서 와.”
“가게에 손님이 많네요. 국밥 먹으러 왔어요.”
“OK~ 스페셜로 두 그릇 준비할게. 편한 데 가서 앉아.”
한수와 양승진은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양승진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사장님하고 친하신가 봐요?”
“선친과 친분이 있어서요.”
“아~ 예···.”
양승진은 한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생각했다.
‘안하무인 망나니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평판이 안 좋은 거지?’
그때 한수가 물었다.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해 봐요.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하고 싶다는 거죠?”
“타이탄스 프런트는 조직 체계는 주먹구구식이고 낡았습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조직 개편을 통해 업무의 세분화, 전문화를 이뤄야 합니다.”
양승진은 수첩을 꺼내더니 조직도를 그렸다.
【구단주】
【사장】
【경영지원장】 【단장】
【경영지원팀】 【운영 1, 2팀】
【마케팅팀】 【스카우트팀】
【인사팀】 【육성팀】
【재무팀】 【데이터분석팀】
【홍보팀】
한수가 의아해서 물었다.
“운영팀은 왜 둘로 나눈 거죠?”
“1팀은 1군을, 2팀은 2군을 담당하게 할 겁니다.”
“사장 비서실은 왜 없앴나요?”
“불필요합니다. 제 스케쥴은 알아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조직을 개편하면···. 타이탄스 승률이 더 오릅니까?”
“네, 분명 오릅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
한수는 양승진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직 개편하세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심상호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다.
“수육을 잔뜩 담은 스페셜 국밥입니다. 맛있게 드십쇼!”
“와! 장난 아닌데요? 잘 먹겠습니다!”
“국물 반 수육 반이네요! 정말 스페셜한대요?”
그때 심상호는 수첩에 적힌 조직도를 보고 눈가를 움찔했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세요!”
심상호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한수가 물었다.
“문제가 뭔데요?”
“우선···. 인원이 부족합니다.”
“태업하는 직원들이 다 복귀해도요?”
“네. 무엇보다 팀장급 인재가 절실합니다.”
“간단한 문제네요. 채용하세요.”
“하지만 운영 자금이···.”
한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양 사장은 타이탄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 내내 걱정했는데 한시름 놨습니다.”
“OK~ 식기 전에 국밥 먹죠!”
한수는 국밥을 한술 크게 떴다.
그러자 양승진이 재차 입을 열었다.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뭔데요.”
“···김종문 단장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한수는 피식 웃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태울 겁니다.”
= = = = = = =
한수는 양승진과의 식사를 마치고 나와 차에 탔다.
운전석에 있던 강덕수가 말했다.
“김윤희 씨, 부산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지금쯤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거 같습니다.”
“출발해.”
“네.”
차가 출발하자 한수는 옆자리에 놔둔 김종문에 대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김종문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음습한 면이 있다.
능력이라도 뛰어나면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데리고 있겠지만···.
【김종문】【Silver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1%)
(타이탄스 코치진: 45%)
(타이탄스 프런트: 63%)
결론: 선수 출신 단장으로 능력은 있지만, 독사 같은 인물입니다. 감당되면 활용해보세요.
【적성】
1순위: 단장
2순위: 스카우트팀
【특기】
1. 안목 [내야수 전용]
‘굳이 데리고 있을 정도는 아냐.’
이소희, 양승진, 윤가희, 심상호에 비하면 태양 앞에 반딧불이다.
‘그러니까 처리하는 게 맞아.’
다만, 거액의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면 김종문이 스스로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김종문 같은 인간에게는 한 푼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은 준비되어 있다.
최고의 구단 가이드가 알려준 ‘첫 번째 칼’.
‘김윤희.’
그녀를 잘만 활용하면 선수, 해설, 지도자로 활약하며 단단한 지지층을 얻은 김종문 단장을 끝장낼 수 있다.
물론 100% 단언할 순 없다.
김종문이 김윤희 문제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며 버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팬들은 스토브리그에 집중하지 않고, 내부분열이 일어난 타이탄스에 크게 실망할 거다.
‘그럴 순 없지.’
그렇다면 김종문을 완벽히 보내버릴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그건 아마도 ‘두 번째 칼’일 거다.
‘이 팀장 호감도를 어떻게든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론가 걸어가는 이소희가 보였다.
‘선약 있다더니 이 근처에서 약속이 있나보지?’
그때 그녀가 돼지국밥 타이탄스로 들어갔다.
한수는 생각했다.
‘지난번에도 국밥집 앞에서 만났는데···. 이 팀장, 돼지국밥 좋아하나?’
= = = = = = =
돼지국밥 타이탄스.
이소희는 식당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삼촌, 저 왔어요.”
“많이 늦었구나. 국밥으로 줄까?”
“네.”
잠시 후, 심상호가 국밥과 반찬을 가져오더니 이소희에게 말했다.
“잠깐 앉아도 될까?”
“물론이죠.”
심상호는 맞은편에 팔짱을 끼고 앉았다.
이소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삼촌, 혹시 지난번에 내가 했던 제안···.”
“그건 아직 고민 중이고···. 너 이정호 선수 기억나지?”
이소희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녀는 이정호 선수를 무척 좋아했다.
모두가 철인(鐵人) 최종권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러 갈 때도, 그녀는 No. 9 이정호의 유니폼을 입을 정도로···.
“근데 갑자기 이정호 선수는 왜요?”
“···이정호 선수 아들이 부산에 왔어.”
“아들이요?”
“기억 안 나? 돼지국밥 먹기 싫다고 울던···.”
“아···.”
생각났다.
‘국밥 먹기 싫다고 우는 태희 언니 옆에서 덩달아 울던 귀여운 꼬맹이···.’
이소희가 돼지국밥을 대신 다 먹어주니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누나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는데···.
‘사실 걔가 나보다 오빠인데···.’
당시 그녀는 발육이 좋아서 언니인 이태희보다도 훨씬 키가 컸으니, 한수가 누나로 착각할만 했다.
이소희는 웃으며 물었다.
“꼬맹이가 어떻게 컸을지 궁금하네! 이제 국밥은 먹을 수 있으려나?”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잘 생겼어. 국밥도 잘 먹고.”
“정말요? 상상이 안 되는데···.”
“······.”
“아! 이정호 선수는 잘 지내신대요?”
이정호는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은퇴할 때도 송별식도 안 했다.
그는 조용히 짐만 챙겨서 구단을 떠났고···.
그가 떠났단 사실을 아는 팬은 극소수였다.
하지만 이소희는 똑똑히 기억한다.
지금은 최종권 동상이 세워져 있는 그 자리에서···.
이정호 선수와 했던 약속을···.
‘내가 포기해버렸지만···.’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심상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정호 선수···. 돌아가셨단다. 은퇴하시고 얼마 뒤에 교통사고로···.”
“······!?”
충격적인 소식에 이소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정호 선수가···. 돌아가셨다고···? 말도 안 돼···.’
그리고 이어진 심상호의 말은 그녀를 더욱 패닉에 빠뜨렸다.
“그리고···. 이정호 선수의 아들 말이다. 너희 구단주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신영 타이탄스의 새로운 구단주 이한수가···. 이정호 선수 아들이라고.”
이소희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말도 안 돼요!”
심상호는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많이 놀랐지? 나도 처음엔 믿기 힘들었어. 이정호 선수가 이태백 회장의 장남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
“그, 그 울보 꼬맹이가···.”
‘재수 덩어리 구단주라니···!? 말도 안 돼···.’
“소희야. 한수 걔···.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상처가 많은 거 같더라.”
이소희는 신영 그룹의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있어서 심상호의 말이 더 와닿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시고···.
가족들은 한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고···.
‘···힘들긴 하겠네···.’
그때 심상호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네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위로도 해줘.”
“제가 그럴 능력이 되나요? 꼬맹이는 구단주고 저는 일개 직원인데···.”
“구단주와 직원 관계를 떠나서, 어릴 때 너희 둘이 잘 놀았잖아. 네가 한수 귀엽다면서 업고 다닌 거 기억 안 나?”
이소희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제, 제가 언제요!?”
“기억 안 나면 됐고. 하여튼!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마음 좀 써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정호 선수 아들이잖아.”
“···알겠어요.”
“그래, 너만 믿는다. 국밥 식겠다. 어서 먹어.”
심상호는 주방으로 갔고, 혼자 남은 이소희는 자리에 앉아 중얼거렸다.
“그 귀엽고 착했던 꼬맹이가···. 세월도 참 야속하네.”
‘잘 생각해보니까 어릴 때 모습이 조금 남아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에 돼지국밥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 = = = = = =
부산 동래구, 어느 카페 주차장.
한수가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띠링!
포수 마스크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임무 6 완료는 아직 멀었다.
왜냐면 이소희의 호감도가 아직도 마이너스니까.
그렇다면···.
‘임무 6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임무가 생성된 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됐다.
그때 차 문을 열어 주고 있던 강덕수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안 내리세요?”
“덕수야, 김윤희한테 먼저 가 있어. 난 확인할 게 좀 있어서.”
“알겠습니다.”
강덕수가 문을 닫자,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썼다.
-띠링!
【이소희의 호감도 잠금이 해제됐습니다.】
【현재 호감도는 + 30%입니다.】
‘호감도 잠금···? 설마, 애초에 호감도를 못 올리는 거였나?’
허탈해하는 순간,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호감도가 오른 거지?’
그 순간, 여러 개의 창이 나타났다.
-띠링!
【두 번째 칼, ‘광안리 인어공주’를 얻었습니다.】
【임무 6을 완료했습니다.】
【임무 성과에 따른 Point를 지급합니다.】
【9 Point가 지급됩니다.】
【현재 18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2 Point만 더 모으면 그때 봐뒀던 아이템을 살 수 있네!’
한수는 Lv 1 상점에 접속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포기를 모르는 원조 금테 안경]
└종류 : 우완 투수 전용 아이템
└등급 : 골드
└설명
① 커브 속도 +3Km
② 커브 폭 +1
└필요 포인트: 20
‘2 Point 빨리 모으자!’
그리고···.
【임무 7이 생성됐습니다.】
한수는 임무 메뉴를 선택해서 임무 7를 선택했다.
-띠링!
『임무 7』
【구단주님! 김종문 단장의 처우를 결정하고, 스카우트팀을 재정비하세요! 곧 KBO 신인 드래프트입니다!】
└첫 번째 조건: 김종문 처우 결정.
└두 번째 조건: 신인 드래프트 전까지 팀장, 책임, 선임, 막내로 이뤄진 스카우트 팀 구성하기.
【보상 : 5 Point】
한수는 임무 내용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KBO 신인 드래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