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9화 (19/187)

19화 : 운이 좋군.

KBO 신인 드래프트.

옛날에는 신인 드래프트가 1차 지명(연고지), 2차 드래프트로 나누어졌었는데, 지금은 1차 지명은 폐지됐고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다.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진행되며 이 드래프트를 통해서 총 110명의 선수가 새로운 프로 선수로 데뷔하게 된다.

한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만 있으면 최고의 신인을 뽑을 수 있어!’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은 한수는 양승진에게 전화했다.

[구단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신인 드래프트, 언제입니까?”

[다음 주 목요일입니다.]

“며칠 안 남았군요?”

‘김종문 처리랑 스카우트팀 구성을 서둘러야겠어.’

신인 드래프트는 단장과 스카우트팀이 참석한다.

김종문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 한다.

“양 사장님, 오후에 스카우트팀이랑 미팅을 잡아주세요.”

[무슨 일로···.]

“스카우트팀을 개편하려고 합니다.”

정보창을 토대로 팀원들을 직접 만나보고 처우를 결정할 생각이다.

양승진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구단주님께서 직접 하시려고요?]

“문제 있습니까?”

[스카우트팀은 단장 직속이라 직접적으로 관여하시면 좋지 않은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만···. 이미 파격적으로 인사 발령을 내셔서···.]

“그런 잡음은 양 사장님이 알아서 처리해주시고, 내일 오전에 미팅 잡으세요.”

양승진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한수는 윤재규 팀장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윤재규】【Bronze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5%)

(타이탄스 코치진: 51%)

(타이탄스 프런트: 10%)

결론: 선수 출신으로 코치에 적합합니다.

【적성】

1순위: 배터리 코치

2순위: 투수 코치

【특기】

1. 지도 [포수 전용]

【호감도: + 3%】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는 윤재규가 코치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도 타이탄스는 8년 동안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신인왕이 아니어도, 적어도 한 사람 몫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스카우트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오죽하면, 양승진이 운영팀 팀장을 할 때, 스카우트팀 업무까지 도와줬겠는가?

‘일단 윤재규랑 얘기는 해봐야겠지.’

그렇지만 그를 어떻게 할지는 이미 생각해뒀다.

만약 그 제안을 거절하면···.

‘자르는 거지 뭐.’

타이탄스의 우승에 방해되는 요소는 모두 제거할 생각이다.

“할배의 유언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 에휴···.”

그렇게 한숨을 내쉰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차에서 내려 김윤희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 출입문 앞에서 한수를 기다리던 강덕수가 급히 다가왔다.

한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왜 여깄어? 김윤희 씨는?”

“카페 안에 있어요, 김윤희씨 만나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일 있어?”

“김윤희씨가 고민수 씨도 데리고 나왔습니다.”

“고민수가 누군데?”

“김윤희씨 남편이요.”

“위독하다며?”

“며칠 전에 기적적으로 회복됐다고 합니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회복한 건 다행이지만···.

하마터면 한수를 저세상 사람으로 만들 뻔하고, 슈퍼카를 요단강에 처박아 버린 자라···.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나저나 날 만나러 당당하게 온 걸 보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건 아닌 거 같네.’

머릿속이 복잡해진 한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덕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 만나시려고요?”

“응, 문제 있어?”

“시도 때도 없이 포수 마스크는 왜 자꾸 쓰시는 거예요? 저 사람들이 실장님을 어떻게 생각하겠냐고요!”

“내가 언제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았냐?”

“···남들이 실장님 눈치를 보죠···.”

“바로 그거야!”

한수는 거리낌 없이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강덕수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고 따라 들어갔다.

= = = = = = =

강덕수는 김윤희와 고민수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자그마한 체구의 안경 쓴 여자와 휠체어에 탄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가 보였다.

‘저 둘이군.’

‘정보창을 한 번 확인해볼까?’

김윤희 몸에서 갈색 빛이 뿜어졌다.

-띠링!

그리고 정보창이 나타났다.

‘Iron 등급이네.’

【김윤희】【Iron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4%)

(타이탄스 프런트: 21%)

결론: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죠. 김종문 단장의 딸인데 어련할까요? 웬만한 프런트 직원보다 나을 겁니다.

【적성】

1순위: 전력분석팀

【특기】

1. 세이버매트릭스

【호감도: - 5%】

프런트 재능 21%면 타이탄스에 있는 Iron 등급 프런트 직원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었다.

다음으로 고민수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됐다.

그 순간!

고민수의 몸에서 찬란한 새하얀 빛이 뿜어졌다.

“······!”

그리고 화려하게 꾸며진 창이 떠올랐다.

바로, Platinum 등급의 정보창이다.

【고민수】【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11%)

(타이탄스 코치진: 59%)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서황(徐晃)입니다. 고교 시절 유망주였지만 혹사와 학교 폭력으로 은퇴를 했습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지도자 과정을 밟았지만···. 사랑 때문에 야구계를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마음속엔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합니다.

【적성】

1순위: 스카우트팀

2순위: 육성팀

【특기】

1. 믿음을 주는 카리스마.

2. 혹독한 업무 지시.

3. 안목 [교타자, 강타자, 포수, 내야수, 외야수, 중견수.]

4. 안목 [신인왕] - 신인 드래프트 전용 특기

【호감도: 0%】

스카우트팀을 개편하려는데, 딱 알맞은 인재가 등장하다니!

비록, 김종문의 사위지만, 문제없다.

‘슈퍼카 수리비를 빌미로 타이탄스에서 뼈를 묻게 해주마!’

-띠링!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김종문을 처단할 첫 번째 칼 ‘김윤희’의 진명(眞名)이 개방됩니다.】

【‘김윤희’ → ‘김윤희 부부’로 변경됩니다.】

【고민수는 고교 시절 부상으로 은퇴했습니다.】

【당시 고민수를 지도한 감독은 김종문입니다.】

【고민수의 과거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운이 좋군.”

그는 환한 미소를 짓고, 포수 마스크를 벗어 강덕수에 맡긴 뒤 김윤희와 고민수에게 다가갔다.

= = = = = = =

김윤희는 테이블로 다가오는 한수를 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첫인사를 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예상과 달리 환한 미소를 짓는 한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안하무인 망나니 재벌 3세라는 소문답게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피해보상금을 얼마나 요구할까?’

불안함에 덜덜 떠는데, 남편 고민수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민수 씨···.”

애써 미소 짓는 남편을 보며 김윤희는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래, 민수 씨가 살아있잖아. 이걸로 충분해. 돈은 갚으면 돼. 정 안 되면···.’

정말, 정말 끔찍하게 싫지만···.

‘아빠한테 다시 한번 연락해보자. 또, 거절하면 협박을 해서라도···.’

그녀가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하는 순간, 한수가 테이블 앞에 도착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한수입니다.”

김윤희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김윤희입니다. 사, 사고를 낸 고민수씨의 아내입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고민수도 휠체어에 탄 채 힘겹게 인사했다.

“고민수입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런 실수를···. 정말···. 정말이지 죄송합니다···.”

“사과는 거기까지만 듣겠습니다.”

“······.”

“······.”

한수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을 이어갔다.

“무리한 요구할 생각 없습니다. 자동차 수리비랑 피해보상금만 받으면 됩니다. 시간을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김윤희와 고민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십억이 넘는 슈퍼카가 완파됐는데,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게다가 피해보상금까지···.

‘민수씨 병원비도 아직 해결 못했는데···.’

김윤희는 고개를 떨궜다.

그때 고민수가 입을 열었다.

“···정말 면목 없지만···. 지금 당장 갚을 능력이 안 됩니다. 하지만 기다려주시면 십 년이 걸리든, 이십 년이 걸리든 반드시 갚겠습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요? 트럭 운전해서? 평생 일해도 힘들 거 같은데···.”

“트럭 운전이 됐든,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든···. 어떤 일이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주십쇼. 부탁드립니다.”

사고로 다친 목을 힘겹게 조아리며 부탁하는 고민수.

김윤희도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저, 저도 부탁드립니다! 저도 남편과 함께 최선을 다해 갚겠습니다. 그러니까···.”

한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시간···. 줄 수도 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김윤희와 고민수는 마주 보며 안도의 눈빛을 나눴다.

한수는 손을 들며 말했다.

“잠깐, 잠깐. 아직 시간을 주겠다곤 안 했어요. 줄 수도 있다고 한 거지.”

“······.”

“······.”

“사실 말이죠. 제가 두 분 뒷조사를 좀 했습니다.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나를 죽일 뻔했던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한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고민수가 대답했다.

“당연히 그러시겠죠. 이해합니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여튼! 두 분에 대해서 알고 보니···.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김윤희는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었고, 고민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신영 타이탄스 구단주입니다.”

“······!”

“······!”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왜냐면 신영 타이탄스에는···.

‘아빠가···.’

‘장인어른이···.’

한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김종문 단장을 자르고 싶어요.”

“······!”

“······!”

“그런데 계약 기간이 내년 11월까지라 그전에 자르면 거액의 위약금을 줘야 해요. 뭐, 까짓거 몇 푼 되지도 않는 거 줘도 상관없는데···.”

한수가 뒷말을 흐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김윤희는 손을 파르르 떨었고, 고민수는 그런 아내의 손을 꽉 잡아줬다.

한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김 단장이 하는 꼬락서니가 밥맛이라 한 푼도 주고 싶지 않아요.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쫓아내고 싶은데···.”

“······.”

“······.”

“두 분이 해주시겠어요? 김종문 끝내버리는 거요. 그럼, 수리비랑 피해보상금 갚을 시간을 드리죠.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고민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그때 김윤희가 말했다.

“···할게요.”

고민수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여보! 무슨 말 하는 거야 지금!?”

“민수씨, 나 때문에 괜히 마음 쓰지 마. 아빠는 어차피 우리한테···. 알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인어른을 해코지하겠다는 거야?”

“아빠가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었어?”

“여보···. 윤희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나한텐 아빠보다 당신이 더 중요해···. 지금은 우리 둘만 생각만 하자. 응?”

고민수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김윤희는 다시 한수를 보며 말했다.

“할게요. 아빠가 조용히 물러나게 만들도록 할게요. 대신···.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빠의 위약금만큼···. 저희가 갚아야 하는 돈에서 차감해주세요”

“못 해줄 건 없는데, 별로 내키지 않는 제안이네요.”

“······.”

김윤희는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그 순간!

“대신···.”

“······?”

“두 분한테 기회를 드릴까 합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보며,

‘타이탄스의 우승을 위해 피땀 흘릴 기회!’

한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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