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21화 (21/187)

21화 : 세공이 안 된 다이아몬드구나!

신영 타이탄스 사무실 내 탕비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음에도 직원들은 탕비실에 모여서 수군거리고 있다.

짐을 싸는 전력분석팀 직원들과 좀 전에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K 단장 기사 때문이다.

‘구단주가 윤 팀장한테 그만두거나 2군 코치로 가라고 협박했대.’

‘십이 년을 스카우트로 일했는데 2군 코치를 하라니···. 구단주 미친 거 아냐?’

‘내 말이! 할아버지 잘 둬서 하루아침에 구단주 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야, 그것보다 K 단장, 이거 김종문 단장 맞지?’

‘방송이랑 스타 튜브에서도 활동하고, 고등학교 감독까지 했으면 100% 김 단장이지.’

‘혹시 구단주가 김종문 단장 해임시키려고 꾸민 짓 아냐?’

커피를 마시러 탕비실로 향하던 이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왔다.

‘꼬맹이가 또 뭔가 저질렀나 보네.’

예전 같으면 신경을 안 썼을 테지만···.

한수가 이정호 선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안 이상 모른척할 수만은 없었다.

‘삼촌도 부탁했고.’

이소희는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프로야구의 각종 사건, 사고와 온갖 소문들이 시작되는 마굴 같은 곳이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K 단장에 대한 게시글을 찾으며 생각했다.

‘여론이 타이탄스에 안 좋게 흘러가면 손을 써야겠어!’

그녀는 이 마굴에서 손꼽히는 고인물 of 고인물.

광안리 인어공주니까!

그때 댓글이 무척 많이 달린 게시글을 발견했다.

[오늘 터진 K 단장 썰 푼다.] - 부러진황금깃발

‘이 사람은···.’

이소희가 무척 싫어하는 회원이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지 제법 오래됐지만, 쓰는 게시글마다 전부 타이탄스에 대한 비판과 팀을 해체하라는 소리뿐이다.

‘이번엔 또 뭐라 씨부렸지?’

그녀는 게시글을 클릭했다.

[K 단장은 꼴찌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 팀의 단장인데, 기사들이 전부 조작된 거라는 소문이 있어.

현재 그 팀이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 중이래.

새 구단주가 자기 사람들도 프런트를 채우고 있대.

운영팀 팀장은 애인을 앉혔다는데? 어휴···.

(중략)

하여튼! 이번 K 단장 사건도 구단주가 언론사에 압력을 줬다고 들었어.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했던 K 단장을 쫓아내는 타이탄스는 해체해라!]

└강속구없는바보타자: K 단장 과거는 모르겠는데, 새로 온 구단주가 병X인 건 알겠음. 어떻게 애인을 운영팀장 시키냐?

└마운드의패배자: 타이탄스는 이번 스토브리그 망했다고 본다.

└낭만넘치는필두: 그런데 말이야···. 타이탄스가 스토브리그 때 안 망한 적도 있었나?

└벨트의고인물: 구단주는 그냥 돈이나 댈 것이지. 운영팀 팀장에 애인 앉힌 건 진짜 미친 XX다.

말도 안 되는 글에 이소희는 인상을 쓰며 바로 타자를 두드리려고 했다.

그 순간,

옆에서 인기척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쓰려고요?”

“······!?”

깜짝 놀라서 옆을 보니 한수가 그녀의 책상에 기댄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소희는 당황하며 말했다.

“어, 어, 언제부터···.”

“좀 됐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던 중입니다. 야구팬들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뇨···.”

“나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업무 계속하세요.”

이소희는 황급히 인터넷 창을 닫으며 말했다.

“이따가 하겠습니다. 그보다 여긴 무슨 일로···.”

“아, 이거 전해주려고요.”

한수는 ‘신인 드래프트 스카우트 리포트’라고 적힌 두꺼운 서류를 내밀었다.

“다음 주에 있는 신인 드래프트 자료인가요?”

“네.”

이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신인 드래프트에 직접 참석하시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굳이 직접 참석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근데 이걸 왜 절 주세요?”

“왜긴? 이 팀장도 나랑 신인 드래프트 참석해야죠.”

“제가요? 이건 단장이랑 스카우트팀···.”

그녀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김종문은 인터넷에 뜬 기사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고, 스카우트팀은 공중 분해됐다.

‘···갈 사람이 없구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신인 드래프트 스카우트 리포트를 잡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두겠습니다.”

“OK~! 그럼, 수고!”

한수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이소희는 스카우트 리포터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OPS(출루율 + 장타율),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WHIP(출루 허용률)···. 모든 수치를 다 정리해놨네. 체계적이야. 대체 누가 작성한 거지? 윤 팀장? 아니야, 그 사람은 세이버매트릭스를 할 줄 모를 텐데···.’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윤가희가 그녀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팀장님~!”

“네?”

“구단주 오빠야랑 친해요?”

“···아뇨, 딱히···.”

“사무실 들어오면서 보니까 두 분이 억쑤로 친해 보이던데···. 설마, 소문처럼···.”

“헛소문이에요. 정말 아무 사이 아니에요.”

“장난이에요. 장난. 응? 이거 신인 드래프트 지명된 선수들 자료네요?”

“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

이소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니···?

윤가희는 스카우트 리포트를 가리키더니,

“이거요. 스카우트팀 머스마들이 일을 억쑤로 못한다고 양 사장님이 저한테 지시해서 대신 만들었던 거예요.”

“아···.”

윤가희는 텅 빈 스카우트팀 책상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새로 뽑히는 스카우트 팀원들은 사람 구실 좀 했으면 좋겠네요. 뭐, 구단주 오빠야가 잘 뽑아줄 거라고 믿어요!”

책상으로 돌아가는 윤가희를 보며 이소희는 중얼거렸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 = = = = = =

양승진 사장은 한수가 준 연락처로 전화해서 고민수와 약속을 잡았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니···.’

양승진은 퇴근 후에 입원실로 찾아가기로 하고, 서류를 검토하면서 스카우트팀 직원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새로 뽑기보다는 직원 중에서 스카우트팀에 어울릴 인재를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정도 다 구성됐네.’

양승진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구단주님께는 고민수 씨에 대한 미팅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보고드리자. 팀장까지 다 결정하고···.’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김종문 단장이었다.

“······.”

왜 전화했는지 대충 짐작은 됐다.

하지만 이미 김종문은 해임됐고, 그는 새로운 단장 후보를 찾고 있다.

이런 와중에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아니,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김종문의 전화를 받을 이유는 없다.

그는 김종문한테 걸려온 전화를 끊어버렸다.

‘잘 가요, 김 단장님.’

양승진은 마음속으로 김종문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 = = = = = =

사무실에서 나온 한수는 강덕수한테 포수 마스크를 건네받아 착용한 뒤, 이소희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이소희】【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2%)

(타이탄스 코치진: 60%)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서원직(徐元直)입니다. 보좌, 운영, 스카우트, 육성, 분석에 특출납니다. 특히, 보좌, 운영, 분석 세 분야는 다이아몬드 등급에 비견됩니다.

【프런트 업무 적성】

1순위: 비서실, 운영팀, 분석팀, 단장

2순위: 스카우트팀, 사장

3순위: 육성팀

【특기】

1. 보좌의 스페셜리스트.

2. 잔혹한 책사.

3. 회의의 지배자.

4. 안목 [투수, 포수, 코치진]

5. 치밀한 세이버매트릭스

【호감도: + 30%】

양승진은 프런트 직원과 코치진을 보는 안목밖에 없지만, 이소희는 투수와 포수를 보는 안목까지 있다.

그녀는 사무실에 앉아서 스카우트 리포트를 읽는 이소희를 보며 생각했다.

‘분명 도움이 되겠지.’

그때 이소희 옆으로 윤가희가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윤가희 얘도 분명···.’

-띠링

【윤가희】【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19%)

(타이탄스 프런트: 87%)

결론: 프런트의 장합. 판단력과 행동력이 뛰어납니다.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보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나는 인재입니다.

【적성】

1순위: 운영팀.

2순위: 스카우트팀.

3순위: 전력분석팀.

【특기】

1. 안목 [내야수, 외야수]

2. 외모지상주의.

3. 터보 엔진.

4. 세이버매트릭스.

【호감도: + 90%】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안목 특기가 있네. 이 팀장이랑 겹치지도 않아. 윤가희도 드래프트 때 데려가야겠어.’

그때 뒤따라오던 강덕수가 물었다.

“실장님, 바로 퇴근하실 겁니까?”

한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겨울이 가까워져서인지 벌써 석양이 지고 있었다.

그는 타이탄스 경기장이 노을빛으로 물드는 걸 지켜보다가 말했다.

“산책할래.”

“그럼, 저도···.”

“됐어. 저녁 먹고 퇴근해. 나는 알아서 갈게.”

강덕수는 한수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싫어한단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한수는 강덕수가 사라지자, 천천히 타이탄스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 = = =

타이탄스 경기장, 철인 최종권 동상 근처.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최종권 동상 근처를 거닐며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명단에는 이름과 출신학교, 신상정보, 기본 기록, 상황별 기록, 구종별 기록, 다양한 데이터 수치 등등 여러 내용이 적혀 있는데···.

‘···잘 모르겠네.’

차라리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이 보여주는 정보창이 더 쉽게 이해됐다.

명단을 덮으려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선수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안경을 썼네.”

부산에 있는 동산 고등학교 출신의 투수였다.

우투우타···.

‘우완투수네.’

부산 출신의 안경 쓴 우완투수.

‘학교에서 혹사까지 당했으면 완전 타이탄스 에이스감인데···.’

한수는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안경 쓴 우완투수의 이름을 기억해뒀다.

‘염철수···. 이름은 평범한데, 성이 특이하네.’

그때였다.

“최종권 선배님!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갑자기 들려온 외침에 한수는 시선을 돌렸다.

낡은 운동복을 입은 더벅머리 안경 소년이 최종권 동상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 하는 거야? 종권 아저씨 동상에 왜···.’

의아하게 소년을 쳐다보다가 돌아서는 순간!

‘어라? 잠깐···. 저 남자애···.’

한수는 안경 소년과 스카우트 리포트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쟤···. 염철수잖아?”

그때 창이 떠올랐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뭐?’

염철수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이름: 염철수】

【레벨: 22 / 96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성장도 S (구단 입단과 동시에 발동)】

‘설마 이게 잠재 레벨···?’

-띠링

【맞습니다. 염철수는 현재 레벨은 무척 낮지만, 잠재 레벨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선수입니다. 심지어 성장도 S 특성까지 보유했으니, 엄청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한수는 창에 적힌 내용을 읽고 눈을 반짝였다.

스카우트 리포트에 적힌 데이터는 좋지 못했다.

동산 고등학교에서 패전 투수로 활동했는데···.

‘세공이 안 된 다이아몬드구나!’

“정보창도 한 번 볼까?”

그 순간, 염철수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졌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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