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22화 (22/187)

22화 : 이 자식 지뢰였잖아?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은 등급마다 색이 정해져 있다.

Iron 등급은 갈색.

Bronze 등급은 녹색.

Silver 등급은 은색.

Gold 등급은 금색.

Platinum 등급은 찬란한 하얀색이다.

그럼, 최고 등급인 Diamond 등급은 어떤 색일까?

한수는 이제야 알게 됐다.

염철수의 몸에서 환하게 뿜어진 오색찬란한 빛.

그건 Platinum 등급보다 화려하고 눈이 부셨다.

‘이게 Diamond 등급···.’

그리고 화려하고 멋진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염철수】【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7%)

(타이탄스 코치진: 12%)

(타이탄스 프런트: 10%)

결론: 경기장의 자룡(子龍)입니다. 심지가 곧고, 강직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노력파입니다. 패배에 몰린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활로(活路)를 모색합니다. 팀에 대한 충의(忠義)와 헌신(獻身)이 강합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흔들리지 않고 침착한 Ace 마인드

2. ??? 슬라이더(미개발)

3. ??? 커터(미개발)

4. 철인(鐵人)

5. 헌신(獻身)의 아이콘

6. 신비한 회복력

7. 승부의 화신

【호감도: 0%】

선수로서 재능이 무려 97%다.

한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거 완전 나이스네.’

스카우트 리포터에 적힌 염철수의 데이터는 신인 선수 중 최하위에 속한다.

평가 내용을 살펴봐도 패전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서 열정적인 투구를 선보였지만, 구위는 보통, 구속과 제구는 엉망···.

성적은 당연히 전패(全敗).

누구도 염철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거다.

‘나 혼자 염철수의 잠재력과 재능을 알고 있단 말이지!’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좋아. 염철수는 반드시 지명하는 거야!’

그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숨겨진 진주를 전부 내가 가져볼까? 흐흐.”

그는 강덕수에게 연락을 했다.

[실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퇴근하라고 했는데, Sorry. 급하게 갈 데가 있어.”

[차 대기 시킬까요?]

“OK!”

전화 통화를 끝낸 한수는 염철수를 쳐다봤다.

염철수는 최종권 동상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또 보자고, 내 Diamond···!’

그리고는 곧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 = = =

염철수는 야구부 훈련이 끝나고 귀가할 때마다 타이탄스 구장을 일부러 지나간다.

한참을 돌아가야 되지만, 체력 훈련 겸 그가 존경하는 우상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신영 타이탄스 최초의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해낸 철인(鐵人) 최종권!

비록, 최종권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구장 앞에 전시된 동상이지만···.

그래도 그는 무척 행복했다.

“최종권 선배님!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니 최종권 동상에 쌓인 먼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먼지 좀 봐···.’

경기장에서 일하는 청소부 할아버지가 광이 나게 닦으셨는데···.

‘···청소부 할아버지가 바쁘신가? 아니면 어디 편찮으신가?’

그때 왠지 모르게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염철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지? 누가 쳐다본 거 같은데···.’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운동복 상의를 벗어서 동상의 먼지를 닦기 시작했다.

“선배님, 오늘은 제가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동상을 깨끗이 닦은 염철수는 꾸벅 인사를 했다.

“선배님, 내일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는 타이탄스 구장에서 벗어났다.

작은 구령 소리에 맞춰 힘껏 달려서 도착한 곳은 동래역 포장마차 거리였다.

허름한 포장마차들을 지나···.

염철수는 ‘11번’이라는 간판이 붙은 포장마차로 들어가면 소리쳤다.

“다녀왔습니다!”

장사를 준비하던 그의 엄마, 김명숙이 당황하며 말했다.

“왜 또 왔어? 집에 가서 쉬라니까···.”

“괜찮아. 괜찮아. 엄마 아들 강철 체력인 거 몰라?”

“하루종일 연습하느라 힘들 텐데···.”

“오픈 준비만 도와줄게!”

“그럼···. 정말 준비만 돕고 가. 알겠지?”

“알겠어요!”

염철수는 능숙하게 장사 준비를 했다.

김명숙은 그런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오픈 준비만 도와준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마감까지 있을 게 뻔했다.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심지어 경기 전날에도···.

염철수는 엄마의 장사를 도왔다.

야단을 쳐서 공부랑 야구에만 집중하라고 해도···.

‘아빠랑 약속했어. 엄마를 끝까지 지키기로. 부산 사나이가 약속을 어기면 쓰나!’

그렇게 말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때 아들의 낡은 운동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제대로 된 정장이라도 한 벌 사줘야지. 취업하려면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할 테니···.’

염철수는 프로 야구 선수가 꿈이었지만···.

김명숙과 오랜 상의 끝에 꿈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 있을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석하는 걸 마지막으로···.

모든 미련을 털어 내기로 했다.

김명숙은 재차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여보, 철수도 열심히 했어요···. 그러니까 철수의 선택을 축복해줘요···.”

그녀는 염철수와 함께 장사 준비를 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추억했다.

= = = = = = =

염철수의 아빠, 염민규는 타이탄스의 골수팬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11이다.

최종권 선수의 등번호.

그래서 포장마차 간판도 ‘11번’이라고 지었다.

염민규는 염철수가 돌잡이 때 금테 안경을 잡은 걸 보고,

‘내 아들은 타이탄스 투수가 될 거야!’

···라고 선언했다.

덕분에 염철수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배웠다.

물론 강요한 건 아니었다.

염철수도 아버지처럼 야구를 무척 좋아했으니까.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달랐다.

염철수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감독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철수는 근성은 있는데 재능이···.’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제 경험상 철수는 야구를 할 애가 아니에요···.’

‘죽을 만큼 노력하면 타자로선 조금 가능성이 있는데···. 투수는 말도 안 돼요. 몸만 튼튼하면 뭐 합니까? 제구, 구속 다 엉망인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염철수는 의기소침해졌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염철수는 중학교에 입학했고 야구부에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장사를 준비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나···. 야구 그만둘까?’

‘다른 꿈이 생긴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다들 난 재능이 없다고···.’

염민규는 의기소침한 아들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철수야, 누가 넌 할 수 없다고 하거든, 귀담아듣지 마. 그게 설령 아빠나 엄마라고 해도. 알았지?’

‘아빠···.’

‘사람들은 말이다. 자신이 못 하면 남들도 못할 거라고 쉽게 단정해버려. 그러니까 남들 말에 휘둘려서 꿈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하지만 정말 재능이 없으면···. 자신이 없어.’

‘···스스로한테 자신이 없을 수 있어. 철수 너 아빠 믿지?’

‘당연하지.’

‘그럼, 너를 믿는 아빠를 믿어봐.’

‘아빠···.’

‘아빠가 말이다. 최종권 선수 신인 때 첫 경기만 보고도 이 선수는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예언한 사람이야!’

‘······.’

‘아빠가 장담하는데, 철수 너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어. 아빠를 믿어!’

‘······알겠어! 아빠, 나 중학교에서도 야구 열심히 할게!’

‘그래! 파이팅!’

‘파이팅!’

그리고 그날···.

염민규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엄마를 지키고, 꿈을 이루라는 유언만 남긴 채···.

= = = = = = = =

저녁, 부산 서면의 어느 도로. 차 안.

한수는 강덕수가 조사해온 염철수에 대한 자료를 읽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스토리네. 청춘 드라마 한 편 찍어도 되겠어.”

운전 중인 강덕수가 말했다.

“실장님이랑 상황이 비슷한 친구 같습니다.”

“···나랑 얘랑? 장난치냐? 비교할 걸 비교해라. 일단 마스크부터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죄송합니다···.”

“그보다 아직이야?”

“거의 다 왔습니다. 아, 여기네요.”

그들이 도착한 곳 어느 고깃집이었다.

한수는 창문을 보며 씨익 웃었다.

“여기에 이번 신인 드래프트 대어들이 모여 있단 말이지?”

“네, 동산 고등학교 강대한 생일이라 전부 모였답니다. 고교 에이스들끼리는 사이가 각별한가 봐요.”

강대한은 동산 고등학교 에이스로 대통령배, 신성 N마트배, 봉황대기, 청룡기 우승을 이끈 초특급 유망주다.

주 무기는 140km가 넘는 빠른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커브이고, 철인(鐵人) 최종권을 떠올리게 만드는 강하고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부산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인이다.

타이탄스 팬들은 신영 타이탄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은 무조건 강대한한테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며 말했다.

“대한이 덕분에 전국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겠네. 대한민국 만세다. 만세. 흐흐.”

“포수 마스크 왜 또 쓰고 가세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뒤에서 수군거립니다.”

“너는 차에서 대기하고 있어. 금방 나올게.”

“···웬만하면 포수 마스크 벗고 가세요···.”

대답 대신 포수 마스크를 깊게 눌러 쓴 한수는 신인 드래프트 대어들이 모여 있는 고깃집으로 향했다.

그때 한수보다 한발 먼저 고깃집으로 들어가는 남자가 있었다.

뒷모습이 묘하게 낯이 익었다.

‘누구지···?’

그 순간, 남자가 식당 사장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몸을 돌렸고, 한수는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바로, 現 신영 타이탄스의 2선발 투수.

프렌차이즈 스타.

불꽃 투수 독고준이었다!

‘저자가 왜 여기에···.’

이때 독고준의 몸에서 은색 빛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띠링!

독고준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독고준】【Silver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60%)

(타이탄스 코치진: 3%)

(타이탄스 프런트: 1%)

결론: 한때는 초특급 유망주였지만, 재능만 믿고 날뛰다가 몰락했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자기 관리를 하고 있지만, 지나간 세월을 되돌린 순 없죠. 인성 문제만 해결되면 적당히 쓸만합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마무리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승부사

2. 편 가르기

3. 고고한 자존심

【호감도: - 80%】

그의 정보창을 보면서 생각했다.

‘호감도 – 80%? 장난하나, 인성 문제 해결하느니 트레이드 시켜버리고 말지. 이 팀장도 독고준의 편 가르기 문제가 해결되면 타이탄스 승률이 1할은 오른댔으니까.’

“독고준은 트레이드 시켜버리자.”

한수는 살생부에 독고준 이름 석 자를 올리며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고깃집 사장은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이, 이 자식은 뭐야?’

“어, 어서 오세요. 손님···.”

“아무 빈자리에나 앉으면 되죠?”

“네···.”

한수는 고깃집을 두리번거리다가 덩치 좋은 청년들과 독고준 모여 앉아 있는 테이블을 발견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독고준은 왜 저깄는 거야?’

궁금하긴 했지만, 어차피 독고준은 트레이드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번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유망주 강대한!’

한수는 대어들이 앉은 옆으로 자리 잡고 강대한을 찾았다.

부티나게 생긴 외모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대한을 발견했다.

‘찾았다, 강대한!’

그 순간, 창이 나타났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강대한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한수는 기대감 가득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이름: 강대한】

【레벨: 39 / 4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자존심 S】

“···뭐야, 이게?”

현재 레벨은 39로 22인 염철수보다 훨씬 높지만···.

잠재 레벨이 40밖에 안 됐다.

‘이 자식 지뢰였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