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23화 (23/187)

23화 : 너는 반드시 타이탄스로 데려온다!

‘안경 D 에이스의 의지’는 프로 리그에 데뷔한 적 없는 신인 선수의 현재 레벨과 잠재 레벨을 보여준다.

유망주라고 평가되는 선수들의 레벨은 이십 후반이고, 초특급 유망주 레벨은 삼십 중반 정도다.

그리고 사십부터 프로 1군 턱걸이다.

레벨 39의 강대한은 이미 프로 1군에 근접한 능력을 갖춘 초특급 유망주가 맞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잠재 레벨이 40인 강대한은 프로로 데뷔하면 금방 한계를 드러낼 거다.

반면에, 염철수는 현재 레벨은 22지만, 잠재 레벨은 96으로 잘만 성장한다면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천재다.

한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안경 D 에이스의 의지 스킬이 아니었으면 지뢰를 지명할 뻔했어.’

그때 고깃집 종업원이 한수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손님, 주문은 뭐로 하시겠어요?”

한수는 메뉴판을 힐끔 보더니,

“밀면 하나 주세요.”

“···네.”

종업원이 주방으로 향하자, 한수는 다른 유망주들의 레벨도 확인했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얼굴과 이름을 파악해둔 유망주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이름: 김광철】

【레벨: 34 / 69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캐치 B】

김광철은 마산 충의고등학교 1번 타자다.

고교 최고 외야수라고 불린다.

아크로바틱 캐치로 유명해졌으며, 타석에서 펼치는 트레시 토킹이 일품이다.

【이름: 홍진철】

【레벨: 36 / 86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체력관리 S】

홍진철은 대전 폭풍고등학교의 에이스 투수다.

빠른 구속보다는 제구력을 바탕으로 수비를 활용하는 지능적인 투수인데, 제일 상대하기 짜증 나는 고교 투수 1위로 선정됐다.

강대한과 항상 비교되는 No. 2 투수다.

【이름: 최민준】

【레벨: 32 / 81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배드볼히터 A】

최민준은 서울 웅담고등학교 타자다.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타격력은 일품인 교타자다.

달리기 속도는 보통이지만, 눈치가 빨라서 도루 성공률이 높다.

【이름: 양성도】

【레벨: 39 / 40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승부욕 A】

양성도는 광주 무한고등학교 4번 타자다.

고등학교 No. 1 타자다.

승부욕이 어마어마해서 타석에서 분노 리액션이 어마어마하다.

‘No. 1 투수와 No. 1 타자는 나란히 지뢰구나.’

한수는 혹시 ‘안경 D 에이스의 의지’ 스킬이 잘못된 건 아닌가 걱정됐다.

그러자 창이 떠올랐다.

-띠링

【믿으세요. 믿으면 복이 옵니다.】

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의심할 필요는 없다.

‘강대한과 양성도를 지명하는 일은 없을 거야!’

곧바로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으로 정보창도 확인했다.

【강대한: Bronze 등급, 타이탄스 선수 재능 42%】

【양성도: Iron 등급, 타이탄스 선수 재능 10%】

【김광철: Iron 등급, 타이탄스 선수 재능 13%】

【최민준: Gold 등급, 타이탄스 선수 재능 81%】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등급이 왜 이래? 강대한이랑 양성도는 둘 다 잠재 레벨이 엉망인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거지? 그리고 김광철은 강대한보다 잠재 레벨이 훨씬 높은데, 왜 Iron 등급인 거야?’

그러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는 선수의 객관적인 실력을 레벨로 알려주지만,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은’ 타이탄스에 어울리는 선수를 알려주는 겁니다.】

‘타이탄스에 어울리는 선수···.’

【양성도는 옛날부터 신영 타이탄스를 조롱하는 SNS 글을 자주 올렸고, 항상 신아 재규어스(광주 야옹이)에 입단하고 싶어 하던 선수입니다.】

【김광철은 가족들이 모두 마산 티라노스 팬입니다. 타이탄스에 입단하느니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한수는 최고의 구단 가이드가 하는 말을 이해했다.

‘양성도나 김광철은 뽑아도 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소리네. 무조건 잠재 레벨이 높다고 해서 뽑아도 안 되겠네. 그래도 최민준은 골드 등급이어서 다행이다.’

그는 여기에 모인 유망주 중에서 최고의 잠재 레벨을 가진 홍진철을 쳐다봤다.

그 순간, 홍진철의 몸에서 찬란한 하얀색 빛이 뿜어졌다.

‘오오···!’

그리고 화려하게 꾸며진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홍진철】【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2%)

(타이탄스 코치진: 11%)

(타이탄스 프런트: 3%)

결론: 경기장의 서황(徐晃)입니다. 엄격하고 검소한 성격처럼 마운드에서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신경 씁니다. 수비수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선호해서, 그가 선발이면 수비수들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항상 체력 안배를 합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너구리.

2. S급 맞춰잡기.

3. 강심장.

4. 뛰어난 제구력.

5. 견제의 스페셜리스트.

【호감도: 0%】

한수는 반짝이는 눈으로 밀면을 먹고 있는 홍진철을 보며 중얼거렸다.

“홍진철, 너는 반드시 타이탄스로 데려온다!”

그때 한수가 주문했던 밀면이 나왔다.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한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포장해주세요.”

종업원은 포수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잘생긴 한수의 얼굴을 멍하니 감상하다가 ‘아차!’ 하며 대답했다.

“···네!”

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려고 했다.

그때 독고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구단주 이 XX 미친 거 아냐?! 팀을 망치려고 작정했나!?”

“······.”

한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독고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 = = = = =

조금 전, 한수가 막 고깃집에 들어왔을 때쯤···.

홍진철은 기분이 별로였다.

초특급 유망주 강대한의 생일 파티에 왔기 때문이다.

그는 강대한이 싫었다.

강대한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No. 2로 불렸고, 강대한과 달리 재미없는 야구를 한다고 욕까지 먹었다.

성적은 홍진철이 더 좋은데, 사람들은 모두 강대한에 열광했다.

강대한의 잘생긴 외모도 한몫했겠지만···.

하여튼!

홍진철은 우울했다.

‘민준이 자식이 같이 가자고 조르지만 않았어도···.’

최민준은 워낙 사교성이 좋아서 재수 없는 성격의 강대한과도 친분이 있는데, 부산까지 혼자 가기 심심하다며 홍진철을 꼬신 거다.

그래도 부산이라는 도시는 마음에 들었다.

대전 토박이인 그에게는 조금 색달랐다.

‘바다 냄새도 나쁘지 않고···.’

물론 모두 홍진철처럼 느낀 건 아니다.

양성도는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야, 음식에서 비린내 나지 않냐? 부산이라 그런가? 무슨 소고기에서도 비린내가···.”

그러자 강대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인중에서 풍기는 거겠지. 병X 새X.”

"뭐!? 너 이···!?"

양성도는 버럭 소리를 치려다가 강대한 옆에서 고기를 먹는 독고준 선수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강대한 개XX···. 저놈 일부러 독고준 부른 거야. 나 엿 먹이려고···! XX!’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독고준이 동문 후배 강대한을 무척 아낀다는 사실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자칫 잘못해서 밉보였다간 뭔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양성도는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독고준, 저 늙은이 XX는 대체 왜 온 거야?’

홍진철은 그런 양성도를 보며 혀를 찼다.

‘쟤는 언제쯤 생각이란 걸 할지···. 강대한이 엿 먹이려고 초대한 걸 예상 못하나?’

그렇지만 솔직히···.

홍진철은 독고준을 힐끔 쳐다봤다.

‘아무리 강대한을 아낀다고 해도, 독고준이 이 자리에 올 줄은 몰랐네. 저 사람, 자존심이 어마어마하다던데···.’

그때 김광철과 수다를 떨던 최민준이 밀면이 담긴 그릇을 홍진철에게 내밀었다.

“야, 진철아. 이것 좀 먹어 봐. 엄청 맛있다.”

“뭐야? 냉면? 아니, 비빔 국수인가?”

“아니, 밀면이야. 밀면.”

“밀면?”

“부산 향토 음식이래. 먹을 만해! 먹어봐!”

편식이 심한 최민준이 추천하는 걸로 봐선 정말 먹을 만할 거 같았다.

홍진철은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밀면을 먹었다.

‘···어, 엄청 맛있잖아!?’

대전 토박이 홍진철은 부산이 더 좋아졌다.

이때 독고준이 강대한의 접시에 잘 구워진 소고기를 올려주며 말했다.

“너도 이제 곧 타이탄스 팀원이 되겠네. 내년에 기대할게.”

“하하, 타이탄스에서 저를 지명해야···.”

“미치지 않고서야 널 왜 안 뽑겠냐? 옛날 같았으면 넌 그냥 1차 드래프트 통해서 우리 타이탄스로 오는 거였는데···.”

“뭐, 확실히 얘기가 끝난 건 아니에요. 스카우트 팀장님이 계약금에 확답을 안 주셔서···.”

“윤 팀장이? 하이고, 그 양반 원래 일 더럽게 못 하니까 네가 이해해라. 1순위 지명권 가지고 어디서 쓰레기 같은 놈들만 주워오고···.”

강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윤 팀장인가 하는 사람, 실실 쪼개기만 하고 뭔가 믿음직스럽지 않더라고요.”

“그 양반 선수 때는 좀 쳤는데 왜 그렇게 됐나 몰라. 하여튼 계약금 문제는 내가 도와주마.”

“어? 정말입니까?”

“그래! 내가 윤 팀장한테 확실하게 말해둘게. 우리 초특급 유망주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라고!”

기세등등하게 말하는 독고준.

강대한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뭘 이 정도쯤이야!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내년에 마운드 오를 준비나 해. 3선발은 너니까.”

“염 감독님께서 절 3선발로 쓰신대요?”

독고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인마, 내가 3선발이라면 3선발인 거야.”

“아···!”

“대한이 넌 나만 믿으면 돼. 알겠어?”

“네, 선배님!”

“아, 기다려 봐. 그냥 지금 윤 팀장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지금이요? 너무 늦지 않았나요?”

“야, 야. 나 독고준이야, 독고준. 기다려봐!”

독고준은 휴대폰을 꺼내서 윤재규한테 전화를 했다.

그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 팀장님, 저 독고준인데,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다름이 아니고 대한이한테 계약금 확답을 아직 안 줬다면서요? 그거 지금 당장···. 네? 뭐라고요?”

[못 들었습니까? 저 이제 스카우트 팀장 아닙니다. 계약에 대한 건, 신임 운영 팀장한테 말씀하세요.]

독고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신임 운영 팀장이 그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구단주의 애인이란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한테는 부탁하기 싫은데···.’

그때 기대 어린 눈빛을 한 강대한이 보였다.

‘젠장, 후배 앞에서 스타일 구기게···.’

독고준은 혀를 차며 말했다.

“윤 팀장님, 그러게 잘 좀 하시지. 우리 대한이 계약을 그딴 식으로 처리하니까 잘리죠.”

[뭐, 뭐라고요···?]

“수고하십쇼!”

그는 전화 통화를 끝내며 강대한에게 말했다.

“윤 팀장, 잘렸다네?”

“아···. 그럼, 제 계약은···.”

“아, 걱정하지 마. 단장한테 직접 전화하면 되니까.”

독고준은 김종문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김종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왜 안 받아? 설마 벌써 자나?’

“선배님, 단장님 전화 안 받으세요?”

“그게···.”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양성도가 말했다.

“김종문 단장님 잘린 거 아닙니까?”

독고준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게 뭔 소리야?”

“인터넷 기사 안 보셨습니까? K 단장 사건이요. 야구 커뮤니티에서 그거 김종문 단장님이라던데···.”

“뭐···?”

“이거 보십쇼.”

양성동은 독고준에게 야구 커뮤니티에서 부러진황금깃발이 쓴 ‘오늘 터진 K 단장 썰 푼다.’라는 게시글을 보여줬다.

글을 다 읽은 독고준은 버럭 소리쳤다.

“구단주 이 XX 미친 거 아냐?! 팀을 망치려고 작정했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망주들은 화들짝 놀랐다.

밀면을 먹고 있던 홍진철은 너무 놀라 면이 목에 걸려 연신 기침을 하며 독고준을 쳐다봤다.

‘뭐야? 왜 저래?’

강대한도 부러진황금깃발이 쓴 글을 보고 인상을 쓰며 물었다.

“선배님, 이거 정말이에요? 저 이러면···.”

강대한은 입을 다물었다.

타이탄스 지명을 거부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을 노릴 거라는 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독고준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구단주가 개판 쳐놨어도 신경 쓰지 마. 내가 내일 네 계약금 문제 전부 해결해줄게. 프런트는 내 말에 꼼짝 못 하니까!”

“네···.”

“야구에 야자도 모르는 애송이 구단주 XX···. 진짜 확 담가버릴까 보다···!”

다른 유망주들은 험악한 분위기에 눈치를 보며 깨작깨작 식사를 이어갔다.

홍진철은 양성동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뭐 때문에 그래?”

“그게···.”

양성동은 부러진황금깃발이 쓴 게시글을 보여줬다.

그러자 홍진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구라야, 구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광안리 인어공주님이 올린 글 안 읽었냐? 지금 커뮤니티 1등 먹고 있는 건데?”

“광안리 인어공주? 그게 누군데?”

“이 새X 뉴비네? 인어공주님도 모르냐. 하여튼, 이 게시글 다 구라야! 인어공주님 가라사대! 새로 온 구단주는 내년 타이탄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계시니까 아무 걱정···.”

그때 독고준이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소리쳤다.

“너 이 새X 방금 뭐라고 씨부렸냐?”

“네? 네?”

“구단주가 타이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네가 그 구단주 그 미친 새X를 봤어? 어!?”

“저는 그냥 인어공주님이 커뮤니티에 쓴 글을···.”

“한심한 새X···. 그딴 커뮤니티 질이나 하고 있으니까 만년 No. 2지.”

“······!”

홍진철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했다.

그러자 독고준이 피식 웃으면 말했다.

“이 새X 봐라? 표정 안 푸냐?”

“······.”

“어쭈? 노려보냐? 이 X끼가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 마! 눈깔을 확! 그냥!?”

독고준은 버럭 소리치며 홍진철의 멱살을 잡았다.

다른 유망주들이 화들짝 놀란 순간,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거참,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

모두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포수 마스크 쓴 남자, 한수가 서 있었다.

독고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낯이 익은데···.’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홍진철 선수 멱살 놔.”

“당신 설마···.”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올리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 잘 지냈어? 똥.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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