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25화 (25/187)

25화 : 염철수 투수입니다.

한수는 그동안 이소희가 작성한 ‘신영 타이탄스가 팔 년 연속 꼴찌를 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이란 보고서를 바탕으로 팀에 부족한 것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문제가 많아도 너무 많네···.’

하나하나 해결하다간 죽을 때까지 타이탄스의 통합 우승에 도달할 수 없을 거 같았다.

‘한 번에 두 개, 세 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해.’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강대한 지명 포기’+‘독고준 투수’와 ‘3라운드 3순위 지명권(서울 삼둥이)’+‘오재근 타자’ 트레이드다.

과연 직원들은 이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수는 물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은 한수의 발언에 할 말을 잃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였다.

마케팅팀은 난색을 보였다.

‘독고준은 15년 동안 우리 팀에서 던진 투수인데···.’

‘독고준 유니폼 판매량이 2위 아니었나?’

‘갈매기 치킨에서 독고준을 모델로 불꽃 치킨 런칭한다고 한 거 같은데···.’

‘강대한을 모델로 진행하려 한 기획들도 All stop이네.’

‘전 팀장 뒤통수 얼얼하겠네···.’

마케팅팀 팀장 전주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구단주님, 갑자기 이런 트레이드를 하시면 손해가 큽니다. 불꽃 치킨 런칭이랑···.”

“불꽃 치킨 런칭은 중단하세요.”

“네?”

“갈매기 치킨은 새로운 메뉴 개발은 물론, 쓸데없는 메뉴는 전부 없애고 맛과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겁니다.”

전주희는 강대한 선수가 오면 하려고 했던 기획들은 어쩌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면 새로운 기획안을 준비하라고 하겠지?’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되면 운영 자금에 문제가···.”

“타이탄스 구단 운영 자금 담당하는 CFO(최고재무관리자)가 누구죠?”

그는 경영지원팀장에서 경영지원장으로 승진한 서동민이 손을 들며 말했다.

“본사의 김관필 본부장입니다.”

“그래요? 덕수야, 김 본부장 내일까지 나한테 오라고 해. 구단 운영 자금 문제로 할 얘기 있다고 OK?”

“네.”

CFO를 부산까지 내려오라고 하다니!

직원들은 어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한수는 전주희에게 말했다.

“전 팀장, 운영 자금 걱정하지 말고, 마케팅팀은 새로운 기획 준비해요.”

“···네.”

한수는 다른 직원들을 쭉 훑어봤다.

“내가 제안한 트레이드에 이견 있으신 분?”

그때 서동민이 결의에 찬 얼굴로 재차 손을 들었다.

모두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동민은 박종철 사장의 끄나풀에서 김종문 라인으로 갈아타려다가 실패한 걸 양승진이 주워서 재활용한 직원이다.

그런데 한수의 주장에 이견을 제시하다니!?

전주희는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경영지원장은 경영, 마케팅의 총책임자잖아. 그러니까 이 트레이드에 대해 뭔가 항의를···.’

그 순간!

-짝짝짝···!

서동민은 물개박수를 하며 힘차게 말했다.

“구단주님, 너무너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야! 국가대표 2번 타자 오재근을 데려오면 우리 타이탄스의 품격이 더! 더! 더! 높아질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직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럼 그렇지. 저 인간이 이견은 무슨···.’

‘천성이 박쥐 같은 인간이야.’

‘괜히 경영지원장으로 승진한 게 아니지.’

한수는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트레이드에 다들 동의한 걸로 알고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모두 수고했습니다. 양 사장님이랑 이 팀장, 고 팀장은 사장실에서 좀 봅시다.”

직원들은 하나둘 일어나더니 한수에게 인사를 하고 회의실에서 나갔다.

마케팅팀 막내로 발령이 난 前 홍보팀 팀장, 타이탄스 삼재(三災) 마재호는 회의실에서 나가자마자 독고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마재호: 준아! 구단주가 너 오재근이랑 트레이드하겠대! 이 XX, 완전 팀을 망칠 생각인가 봐!

= = = = = = =

부산시 동래구, 독고준의 오피스텔, 거실.

독고준은 소파에 앉아 MLB 경기를 시청하다가 마재호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인상을 팍 썼다.

‘구단주, 이 XX가···.’

그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타이탄스를 응원하며 야구의 꿈을 키웠고, 1차 지명(연고지)으로 신영 타이탄스에 들어온 에이스이자, 타이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독고준의 꿈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타이탄스의 두 번째 영구 결번! 그런데···.

“감히 나를 트레이드한다고!?”

독고준은 분노에 찬 얼굴로 리모컨을 TV로 던져버렸다.

-콱!

부숴진 TV 액정과 리모컨···.

그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옆에 있던 쿠션까지 집어던지며 괴성을 질렀다.

“젠자아아앙!!!”

그는 씩씩거리다가 얼마 전 후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형님, 저 구단주 XX 가만히 둘 겁니까? 애들 풀어서 확···.]

독고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후배는 부산에 유명한 조직폭력배와 연결이 되어있다.

아무리 한수가 재벌이라도···.

‘···아냐. 선은 넘지 말자. 자칫 잘못하면 영구 결번은 고사하고 선수 인생이 끝장날 수 있어···.’

독고준은 부엌으로 가서 냉수를 마시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타이탄스를 위해 던진 공이 몇 개인데···. 나를 어떻게···. 오재근 따위랑···.’

오재근은 국가대표 2번 타자이고, 현재 제일 잘나가는 테이블세터 중 하나지만, 자존심 강한 독고준한테는 건방진 후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순간!

“···그래, 그 방법이라면···.”

독고준은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휴대폰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양아치 갈매기가 웬일로 전화를 다 했어?]

“···투지 형, 저녁에 한잔 어때? 내가 쏠게.”

전화 상대는 바로, 대명 티라노스(마산 티라노)의 포수 양투지였다.

[술은 무슨···. 인마, 우리 곧 있으면 준플레이오프야. 감독님이 포스트 시즌 끝날 때까지 금주령 내렸어.]

대명 티라노스는 시즌 3위로 와일드카드전 승자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붙는다.

와일드카드전은 대운 드래곤스와 자람 빌런스.

대부분 드래곤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어서, 티라노스도 드래곤스와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상대 전적에서 대운 드래곤스가 우세해서 타라노스 감독은 금주령까지 내리며 선수들 관리를 시작했다.

독고준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럼 밥이라도···.”

[싫어. 너랑 밥 먹다가 진호가 알기라도 하면···. 어우~! 난 너희 사랑싸움에 끼고 싶지 않아.]

윤진호는 티라노스 4번 타자로 독고준과는 고교 시절부터 앙숙이다.

독고준은 버럭 소리쳤다.

“윤진호 그 X끼랑 이상하게 엮지 마···!”

[뭐, 하여튼! 바쁘니까 할 말 있으면 지금 말해.]

“······.”

[없으면 끊는다.]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나 좀 도와줘.”

[······.]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양투지는 선수협의 11대 회장이다.

[뭘 도와달라는 건데?]

“우리 팀 구단주가 새로 왔는데, 미친 XX가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오재근이랑 보복 트레이드를···.”

[준아.]

“······.”

[선수협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인 거 알잖아. 특히 계약, 트레이드, 방출 문제는···.]

“아니, 씨X! 선수협이면 선수를 보호해야지!”

[우리가 나서봐야 구단에선 콧방귀도 안 낄 거야.]

“형!”

[미안하지만 도와주긴 어려울 거 같아.]

“씨X! 이럴 거면 선수협은 왜 만든 건데? 폼이야?! 그냥 없애버려!”

[머리 식히고 다른 방법을···.]

독고준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다가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뒤지더니. ‘동백 스포츠 박 기자’의 번호를 찾았다.

동백 스포츠는 독고준에게 우호적인 지역 언론사다.

[오~ 독고준 선수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했어?]

“오랜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박 기자님께 술이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 그래? 그럼, 어디서 볼까?]

“청운정에서 저녁 어떻습니까?”

[한정식~ 좋지! 이따 보자고~!]

“네!”

전화 통화를 끝낸 독고준은 씨익 웃었다.

‘팬들은 내 편이라고···. 구단주 이 XX야. 절대 네 뜻대로 안 될 거다!’

= = = = = = =

신영 타이탄스 사장실.

한수와 양승진, 이소희, 고민수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때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강덕수가 들어왔다.

그는 한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실장님, 방금 박 기자한테···.”

한수는 그의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겠어. 거기로 가지. 일단 대기하고 있고···.”

이소희는 대화를 나누는 한수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번 트레이드···. 괜찮은 생각이야. 독고준은 잘 던지기는 하지만 제어가 안 되는 독불장군이었으니까. 선수들 편 가르기도 심하고···. 차라리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진철을 데려와서 육성에 힘쓰면···. 하민철 포수가 더 활약할 수 있을 거고···.’

물론 강대한이 아깝긴 하지만···.

‘맞혀 잡기가 특기인 홍진철과 거미손 오재근의 조합이면 손해볼 건 없어!’

오늘 처음 출근한 스카우트팀의 팀장 고민수도 휠체어에 앉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타이탄스에 가장 시급한 건 테이블세터(1번, 2번 타자)···. 오재근은 평균치 이상의 타격력과 리그 정상급 도루 성공률을 보유했지만, 트리플스에는 오재근 못지않은 이택수가 있어.’

그러니까···.

‘최소 10승은 해주는 독고준과 초특급 유망주 강대한을 얻을 수 있다면 반드시 트레이드할 거야.’

그는 강덕수에게 지시하는 한수를 힐끔 쳐다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정말 좋은 선택이야. 망나니 재벌 3세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우연인가? 아니야, 우연이라고 하기엔 아까 회의 때 모습이···.’

양승진 사장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경기장 리모델링으로 펜스를 6.2M까지 증축하면 홈럼 대신 장거리 안타가 많이 나올 거야. 그렇다면 외야 수비를 더 보강해야 해. 오재근이라면···. 아주 좋은 선택이야. 이번 드래프트에서 수비력 강화에 힘을 더 준다면···.’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발판이 마련되는 거야. 타이탄스 왕조가 건설될···!’

그때 한수와 강덕수의 대화가 끝났다.

“그럼, 나가서 대기하고 있어.”

“네, 실장님.”

강덕수가 사장실에서 나가고, 한수는 세 사람을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껜 지시할 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우선, 양 사장님.”

“네.”

“스카우트팀 정비를 서두르세요. 팀장이 정해졌으니까, 팀원들은 어렵지 않죠?”

“네, 알겠습니다.”

한수가 이런 지시를 내린 건 임무 때문이다.

『임무 7』

【구단주님! 김종문 단장의 처우를 결정하고, 스카우트팀을 재정비하세요! 곧 KBO 신인 드래프트입니다!】

└첫 번째 조건: 김종문 처우 결정. (완료)

└두 번째 조건: 신인 드래프트 전까지 팀장, 책임, 선임, 막내로 이뤄진 스카우트 팀 구성하기.

【보상 : 5 Point】

김종문의 처리는 끝났지만, 스카우트 팀 구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임무 7을 빨리 끝내야지, 다음 임무도 받고 포인트를 모을 수 있으니까.

한수는 이어서 이소희를 쳐다봤다.

“이 팀장은 엔젤 트리플스와 트레이드를 맡아줘요.”

“그런데 독고준 선수가···.”

“독고준은 걱정하지 말고. 진행해요.”

이소희는 성질 더러운 독고준을 걱정하지 말라는 한수가 조금 의아했지만···.

‘···뭔가 대책이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한수는 마지막으로 고민수를 쳐다봤다.

“고 팀장은 이번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할 타자들을 정리해주세요.”

고민수는 ‘안목 [교타자, 강타자, 포수, 내야수, 외야수, 중견수]’라는 특기를 보유하고 있다.

지명할 타자들은 그가 고르는 게 효과적일 거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투수는 홍진철만 지명하는 겁니까?”

“아뇨. 한 명 더 지명할 겁니다.”

그 말에 이소희, 양승진은 무척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고민수는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누군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동산고등학교···.”

동산고등학교라는 말에 세 사람은 강대한 말고 2선발 선수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지.’

‘한 6라운드쯤 지명하면···.’

그 순간, 한수가 선수의 이름을 말했다.

“염철수 투수입니다.”

동시에···.

고민수, 이소희, 양승진은 생각했다.

‘누구지? 익숙한 이름은 아닌데···.’

‘···최하위 명단에서 본 거 같은데···.’

‘···동산고 염철수? 걔는 패전처리···.’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고 팀장, 이 팀장은 염철수 선수와 계약도 준비해두세요.”

“아, 네···.”

“···저, 구단주님···.”

“지시는 여기까지! 저는 일정이 있어서 이만. 모두 파이팅!”

한수는 사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주차장에 대기 중인 차로 향했다.

뒷좌석에 앉은 한수는 강덕수에게 말했다.

“청운정이랬지?”

“네.”

“출발해. 우리 불꽃 투수님 송별주라도 한 잔 따라드려야지.”

그렇게 한수는 청운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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