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28화 (28/187)

28화 : 치사한 갈매기 놈들아!

KBO 신인 드래프트 전날.

타이탄스 김종문 단장이 사임했다.

[고등학교 감독 시절···. 저로 인해 상처받은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야구를 포기한 분들께도···.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타이탄스 단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이런 결정을 내려서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타이탄스의 명예를 실추시켜 구단주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김 단장, 믿었는데···. 애들 패고 뒷돈 받았단 게 전부 사실이라니···. 뒤통수 얼얼하네.

└이런 놈이 단장이었으니, 타이탄스 성적이 이 모양 이 꼴이지.

└윗댓 웃기네 ㅋㅋ 김종문 오기 전부터 타이탄스는 꼴찌였음 ㅋㅋ

└꼴빠 그냥 답이 없죠 ㅋ

└하다 하다 학폭 단장까지···. 꼴빠 팬 탈출은 지능 순이죠?

└타이탄스 신임 단장 누구? 곧 드래프트인데···.

└운영팀 팀장이 대리 수행한다는데?

└운영 팀장이면···. 구단주 여친이지?

└미쳤네. 이번 드래프트 망했다···.

└ㅋㅋㅋ 언제는 안 망한 적 있음? ㅋㅋㅋ

└다 필요없고 1라운드 지명만 제대로 하면 돼.

└초특급 유망주 강대한!

└타이탄스의 희망!

└강대한 코인 가즈아아앗!

그리고 다음 날.

서울 마이어 호텔, 그랜드 스텔라 룸.

KBO 신인 드래프트로 인해 수많은 신인 선수와 구단 및 협회 관계자들이 모였다.

중계방송을 위해 방송국에서도 나와 촬영 준비가 한창이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타이탄스 구단 지정석에 앉아 신인 드래프트 지명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옆자리의 이소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단주님, 시작하면 포수 마스크는 벗으실 거죠?”

“포수 마스크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어요?”

“그건 아닌데···. 방송 촬영도 하는데···.”

“그럼 더 쓰고 있어야겠네.”

“······?”

“내 얼굴이 방송을 타면 시청자들이 드래프트에 관심을 안 두고 날 보기 바쁠 테니까요.”

“아, 네···.”

‘자뻑도 이 정도면 병 아닌가···.’

맞은편의 윤가희가 꽃받침을 하며 말했다.

“구단주 오빠야는 자뻑도 멋지데이~!”

한수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하고 선수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선수들의 현재 레벨과 잠재 레벨, 특성이 보였다.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잠재 레벨이 높은 애들이 꽤 있긴 하지만···.’

-띠링!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이 발동합니다.】

정보창들을 확인하니 Iron과 Bronze 등급 천지였다.

'타이탄스랑은 어울리지 않아.’

Silver 등급이 종종 보였고, 드물게 Gold 등급 선수도 있었지만···.

이미 다른 구단에서 노리고 있는 선수였다.

하마터면 임무 8 완료에 필요한 Gold 등급 선수 두 명을 지명 못 할 뻔했지만···.

그때 휠체어에 앉아 있던 고민수가 고등학교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가운데 정장을 입고 있는 까까머리 남자를 가리켰다.

“구단주님, 저 친구가 김효철입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네.”

김효철은 드래프트 삼수생이다.

고등학교 때는 실력이 부족해서 지명받지 못했고···.

전문대에 진학하여 얼리 드래프트로 참가했지만, 어떤 구단도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효철은 포기하지 않고 4년제인 원암대학교로 편입해서 다시 한번 얼리 드래프트를 신청했고···.

이번에는 그를 주목하는 구단이 꽤 됐다.

대학 리그에서 활약이 꽤 준수했기 때문이다.

고민수 팀장은 김효철이 타이탄스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했다.

[이 친구, 고교 리그 때부터 봐왔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실력을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이 친구는 분명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이 되어줄 겁니다!]

한수는 김효철의 잠재 레벨을 확인했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이름: 김효철】

【레벨: 40 / 77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위기 해결 A】

‘현재 레벨, 잠재 레벨 모두 좋아. 특성도···.’

특성 설명창이 나타났다.

【위기 해결 A: 대량 실점을 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 or 결정적인 득점이 필요한 순간. 본인 능력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활약을 선보입니다. (A등급 : 발동 확률 50%)】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위기의 순간에 활약한 건 이 특성 덕분인가? 아주 좋네!’

곧바로 정보창도 확인했다.

-띠링

【김효철】【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6%)

(타이탄스 코치진: 21%)

(타이탄스 프런트: 7%)

결론: 경기장의 우금(于禁)입니다.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은 없지만, 부족하다는 건 아닙니다. 화려함보다 실리를 추구합니다. 느리지만 모든 능력치가 균등하게 성장해서 노오오오력한다면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무척 부족합니다.

【포지션】

1순위: 유격수

2순위: 지명 타자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조화로운 성장

2. 깔끔한 캐치

3. 인내의 상징

【호감도: 0%】

정보창도 만족스러웠다.

그때 이소희가 말했다.

“다른 구단 눈치를 살펴봤는데, 고 팀장이 예상대로 6, 7라운드쯤에 김효철을 지명할 생각인 거 같아요.”

“대학 리그에서 나름 검증됐는데 하위 라운드에 지명하네?”

그러자 고민수가 대답했다.

“23살의 대학 선수보다 재능 있는 고교 신인을 데려와서 1, 2년쯤 육성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군대에 보내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걸 겁니다.”

“군대라···. 흠, 그렇군요.”

그때 윤가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빠야는 군대 다녀왔어요? 아, 혹시 미국 국적 뭐 그런 거···.”

“병장 만기 제대입니다.”

“오오, 의외다~!”

故 이태백 회장은 방산업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대를 경험해야 한다면서 자식들을 무조건 군대에 보냈다.

하여튼!

한수는 시선을 돌려 김효철을 쳐다봤다.

고민수의 의견이 아니어도 김효철은 ‘위기 해결 A’라는 특성이 있어서 클린업 트리오에 들어가기 딱 좋았다.

‘감독이랑 얘기를 해봐야겠지만···.’

한수는 차가운 눈빛을 했다.

현재 타이탄스 지휘봉을 쥐고 있는 염규식 감독은 팀을 제대로 이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래프트가 끝나면 염 감독과 약속을 잡아야겠어.’

시즌이 끝나고 가을 야구만 남은 시점.

감독 FA 시장에 대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염 감독이 가망이 없으면···.’

“불태우고 새로운 감독을 잡아야지.”

한수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프로야구 팬 여러분! 지금부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지명 순서는 이번 시즌 팀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됩니다!]

사회자의 말에 이소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성적의 역순···. 타이탄스 두 번 죽이네. 저 사회자 마산 사람인가? 아니면···.’

[그럼, 지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1라운드 1번 지명권을 지닌 신영 타이탄스부터 지명하겠습니다!]

사회자 뒤편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타이탄스 테이블이 비췄다.

그러자 이소희가 한수를 힐끔 쳐다봤다.

한수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신영 타이탄스 지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영 타이탄스는 폭풍고 투수인 홍진철 선수를 지명합니다!”

그녀의 지명에 사전에 타이탄스와 뒷거래했던 엔젤 트리플스 제외한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놀랐다.

방송을 지켜보던 야구팬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강대한 부른 거 맞지?

└미친···. 저 XX들 돌았나!?

└잘못 말한 거라고 해라! 다시 지명해!

└홍진철!? 장난치냐!? 만년 2등 XX를 왜 데려와!

전광판에 멍하니 앉아 있는 홍진철의 모습과 그의 프로필이 떴다.

【성명 : 홍진철】 【포지션 : 투수】

【생년월일 : 20XX년 07월 17일】

【출신학교 : 폭풍고등학교】

【투타 : 우투우타】

야구팬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ㅋㅋㅋ 와! 꼴빠 답네 ㅋㅋㅋ 강대한을 버리네 ㅋ

└참새 새끼들 테이블 정신없는 거봐라.

└참새는 어차피 타자 골라야 함. 투수는 쓸데없음.

└삼둥이 단장 실실 쪼개는 거 봐라.

└쟤네 타이탄스랑 뒷거래한 거 아님?

└타이탄스 역대급 똥망 지명이네.

사회자도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타이탄스가 1순위로 홍진철 선수를 지명했습니다. 홍진철 선수는 트리플스 행이 유력한 선수였고···. 에, 또···. 타이탄스는 강대한 선수를 선택할 걸로 예상됐는데요. 어쨌든···! 지명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다음 순서는, 한영 벌처스 입니다!]

= = = = = = =

신인 드래프트 지명 선수 대기석.

첫 번째 자리에 앉아 있던 강대한은 모자를 눌러쓰며 인상을 찡그렸다.

‘타이탄스 개XX···. 나를 버리고 홍진철 따위를···!’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 계약금으로 10억을 불렀던 거 때문인가?

‘씨X···. 그러면 계약금을 낮춰달라고 빌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열 받았다.

개떡 같은 팀이지만, 태어난 고향의 구단이라 큰맘 먹고 입단을 해주려고 한 건데···.

‘감히, 감히···!’

그때 트리플스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엔젤 트리플스는 동산고 투수인 강대한 선수를 지명합니다!]

트리플스는 원래 홍진철과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고교 최고 투수인 강대한을 데려올 수 없으니, 만년 2등 홍진철을 노린 건데···.

‘타이탄스 이 개XX들···. 내 지명을 가지고 뒷거래를 한 게 분명해···! 젠장! 젠장!’

“···트리플스로 가라고? 웃기지 말라고 해. 타이탄스가 아니면 차라리···.”

이를 갈며 중얼거리던 강대한은 휴대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 = = = = = =

신성 스페이스 테이블.

임정태 단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홍진철이랑 강대한 바꾸는 조건으로 타이탄스가 3라운드 3순위 지명권까지 받은 건가? 아니야, 트리플스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그러진 않았을 텐데···.”

그때 스카우트팀 팀장 신민호가 문자를 확인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단장님, 독고준이랑 오재근 트레이드한답니다! 방금 독고준 인터뷰 기사 떴습니다!”

“···타이탄스 이 XX들, 아주 여기저기 개수작을···.”

“그래도 이번 드래프트 승자는 저희가 될 겁니다.”

그 말에 임정태는 씨익 웃었다.

“그래, 아주 좋은 보석을 찾아냈으니까.”

그의 시선이 지명 선수 대기석 코너로 향했다.

거기엔 동산고 유니폼을 입은 염철수가 앉아 있었다.

“염철수를 노리는 팀은 없겠지?”

“있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3라운드에 지명하는 팀은 절대 없을 테니까요. 검증된 다른 선수들이 있는데, 모험할 이유가 없죠. 아무리 염철수의 재능을 알아봤다고 해도···. 5라운드쯤 지명할 겁니다. 흐흐.”

“그래, 그럼, 다행이지.”

드래프트 3라운드가 시작됐다.

1순위 지명은 신영 타이탄스였다.

[신영 타이탄스는 원암대학교 타자인 김효철 선수를 지명합니다!]

타이탄스의 지명에 신민호는 씨익 웃었다.

‘김효철이라···. 제법 짱구를 굴린 거 같은데. 흐흐. 그래봤자 우리한텐 안 되지!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지명은 바로 우리···.’

그리고 한영 벌처스의 2순위 지명이 끝나고···.

트리플스에게 지명권을 받은 타이탄스가 3순위 지명을 시작했다.

이소희는 마이크를 잡고 눈에 힘을 주더니,

[신영 타이탄스는 동산고 투수인 염철수 선수를 지명합니다!]

···라고 소리쳤다.

임정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신민호는 테이블을 쾅! 치고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야! 이! 치사한 갈매기 놈들아! 너희들이 사람 새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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