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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33화 (33/187)

33화 : 해주실 수 있죠?

염철수, 김명숙은 한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계약을 했다.

다음 날 오전 무렵.

한수는 양승진의 연락을 받고 신영 타이탄스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로 들어가자 책상 앞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양승진이 보였다.

한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굿모닝, 양 사장!”

“오셨습니까? 아침부터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아뇨~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오려고 했으니까. 그보다 할 말이 뭐죠?”

“일단 앉으시죠. 얘기가 좀 길어질 거 같아서···. 아! 차는 어떤 게 좋으십니까?”

한수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며,

“커피로 주세요. 설탕은 두 스푼!”

“알겠습니다.”

양승진은 직접 탕비실로 향했다.

잠시 후, 그는 한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놨다.

“고마워요.”

한수는 여유로운 얼굴로 커피 향을 맡더니,

“이야~ 향이 무척 좋네요. 전임 사장은 그냥 설탕물을 가져왔는데~! 일도 잘하고, 커피도 잘 내리고. 역시 인재야, 인재!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양승진 사장은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게···. 염철수 선수 계약금을 낮추는 게 어떠신가요? 팬들은 물론이고 이번에 계약하는 신인 선수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 같습니다만···.”

염철수는 고교 리그에서 패전투수와 외야수로 몇 번 경기에 출전한 거 말고는 활약이 전혀 없다.

그런데 계약금 2억 원이라니!

다른 신인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의문스러울 거다.

한수는 커피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위 라운드에 지명한 선수가 계약금을 더 받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드래프트 전략으로 더 뛰어난 선수를 나중에 지명하기도 해서···.”

“그러면 계약금을 낮출 필요 없겠네요. 염 선수는 2억이 아깝지 않은 투수입니다.”

양승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내년엔 모두가 우리의 선견지명에 놀랄 겁니다.”

“염 선수가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 팀장이나 고 팀장한테 듣긴 했습니다. 재능에 맞는 대우를 해준다는 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이게 팀의 분위기를 해치는···.”

“오케이! 거기까지.”

“······.”

“팀의 분위기는 염 선수가 잘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걱정할 게 아니고···. 혹시 불만인 선수가 있으면 저한테 보내세요. 다시는 불만이란 걸 품지 못하게 정성껏 대화를 나눠드리죠.”

양승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건 내 선에서 처리해야겠군···.’

“알겠습니다. 신인 선수들과 스포츠 영양사 김명숙 씨의 계약 내용을 정리해서 본사로 보내겠습니다.”

한수는 물었다.

“김명숙씨와 한 계약엔 태클을 안 거네요?”

“태클이라뇨. 전 그저 타이탄스를 위해 조언을···.”

“조언이라 치고~ 왜 스포츠 영양사 계약은 조언을 안 합니까?”

“저 11번 포차 단골입니다. 술을 팔지 않아서 손님이 많진 않지만···. 11번 포차 음식이 정말 맛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승진은 힐끔 김명숙의 이력서를 바라봤다.

* * *

(중략)

② 학력 사항

(중략)

3. 대한 조리과학 고등학교 卒業

4. 원암 대학교 식품 영양학과 卒業

③ 자격증 및 특기 사항

1. 한식조리기능사

2. 영양사

④ 경력 사항

1991년 02월~1992년 11월 / 동명초등학교 영양사

(이하 생략)

* * *

영양사 자격증은 물론, 초등학교에서 영양사로 잠깐 일했던 경력도 적혀있었다.

채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차피 영양사를 새로 구하려고 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이번에 계약한 내용 정리하는 대로 본사로 보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한수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돼지국밥 타이탄스 사장 심상호였다.

한수는 양승진에게 말했다.

“잠깐 실례. 중요한 전화라서.”

“자리를 피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일어나려는 양승진을 제지하고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심상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수야, 통화 가능해?]

“네, 말씀하세요.”

[네 제안···. 수락할게.]

한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인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졌다!

“고마워요. 국밥집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둘 다 할 순 없으니···. 당분간 쉬어야지.]

“저런~ 아쉽네요. 이제 점심은 어디서 먹어야 하나.”

빈말이 아니고 추억이 깃든 돼지국밥 타이탄스 문을 닫는 게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일을 그칠 수도 있다.

한수는 심성호의 선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심상호는 밝은 목소리로 했다.

[먹고 싶을 땐 언제든 말해.]

“하하,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이따 직원 편에 계약서 보낼게요.”

[알겠어. 그럼 수고해.]

한수는 심상호와 전화 통화를 끝낸 뒤, 양승진에게 말했다.

“이 팀장한테 계약서 들고 돼지국밥 타이탄스 사장님 찾아뵈라고 하세요.”

“돼지국밥 타이탄스 사장님이요? 거긴 왜···.”

“육성팀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

양승진이 놀란 표정을 짓자, 한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이번 계약은 조언할 게 있나?”

“육성팀 팀장은 선수 출신이 주로 맡습니다. 컨디셔닝 코치나 트레이너들도···.”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도 있죠?”

“···네.”

“선수 출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해도 밀어붙일 생각이었지만···. 그럼, 됐네요. 계약 진행해요.”

“구단주님···.”

양승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한수가 말했다.

“정 걱정되면 내기할까요?”

“내기요?”

“돼지국밥 타이탄스 사장님이 육성팀을 맡아서 성과를 낼지, 못 낼지요. 만약 성과를 못 내면···.”

양승진은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으며,

“아닙니다. 이런 걸로 내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대신 부탁하나만 드리겠습니다.”

“말해봐요.”

“내년 연습 경기 때까지 신인과 2군에서 성과가 없으면, 육성팀 팀장은 제 임의로 교체하겠습니다.”

그의 진지한 목소리에 한수는 ‘참 재미없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해요.”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

“아! 점심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대접을···.”

“아뇨. 다음에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요.”

한수가 사장실에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강덕수가 말했다.

“염규식 감독,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거 같습니다.”

한수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2시 약속 아니었나?”

“맞습니다.”

한수는 피식 웃더니,

“뭐···. 나야 빨리 끝내면 좋지. 가자.”

“네!”

한수는 약속 장소인 한식 전문점 동백으로 향했다.

= = = = = = =

부산 동래구, 한식 전문점 동백, 어느 룸.

한수와 염규식이 마주 보고 앉았다.

둘은 인사를 간단히 나누고 식사를 주문한 뒤 대화가 끊겼다.

염규식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한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사람 참 답답하네.’

그는 들고 온 포수 마스크를 착용해서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으로 염규식을 바라봤다.

그의 몸에선 은색 빛이 흘러나왔고,

-띠링!

정보창이 떠올랐다.

【염규식】【Silver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7%)

(타이탄스 코치진: 71%)

(타이탄스 프런트: 40%)

결론: 선수 출신 감독으로 능력이 꽤 뛰어납니다. 다른 팀 감독이었다면 Gold 등급은 됐을 겁니다만, 타이탄스랑은 맞지 않습니다. 부산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유학 중인 딸 때문에 미국으로 간 아내와 관계가 나빠져서 정신적으로 무척 불안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타이탄스 성적 때문에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있어서 감독으로서 권위도 잃은 상황···. 미국 트리플 A 구단으로부터 투수 코치 제안을 받은 상태입니다.

【적성】

1순위: 감독

2순위: 투수 코치

3순위: 배터리 코치

【특기】

1. 안목 [투수 전용]

2. 수비 특화 용병술

3. 온화한 카리스마 [타이탄스에서 사용 불가]

4. 에이스 투수 육성 [타이탄스에서 사용 불가]

【호감도: 3%】

한수는 생각했다.

‘새로운 감독 구해야겠구나.’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팀은 도대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네. FA로 나온 감독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으려나? 코치진 안목 특기를 가진 직원이···.’

양승진과 이소희 둘 다 코치진 안목이 있다.

‘두 사람한테 새로운 감독 후보자를 물색해보라고 해야겠네. 자, 그러면 염 감독은···.’

그때 염규식이 고개를 들더니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의 모습에 흠칫 놀라며 생각했다.

‘포수 마스크는 왜 쓰고 있는 거지?’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물었다.

“드디어 고개를 드셨네요. 주문한 음식 나오기 전에 얘기 끝내고 마음 편하게 식사하는 게 어때요?”

염규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임하겠습니다.”

“그래요.”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자, 염규식은 움찔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긴 했지만···.

막상 한수가 아쉬운 내색을 안 하니, 왠지 모르게 입맛이 썼다.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송별주 한 잔 마실까요?”

“······.”

“어라? 표정이 왜 그래요? 누가 보면 내가 그만두라고 한 줄 알겠네.”

“아, 그게···.”

염규식이 당황하자, 한수는 팔짱을 끼며,

“타이탄스에 계속 있고 싶어요? 아닐 텐데···. 미국 트리플 A 구단에서 코치직 제안도 받았으니, 이참에 기러기 아빠 생활 청산하고 싶잖아요.”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

“댁이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웃으면서 떠나요. 일 못한다고 주인한테 버려진 비루먹은 당나귀 같은 표정 지어서 괜히 쓸데없는 소문 돌게 하지 말고. 오케이?”

한수의 말에 염규식은 다시 고개를 떨구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한수는 자신감 없는 그 모습에 혀를 차더니,

“영 믿음은 안 가지만···. 깔끔하게 잘 마무리하는 게 피차 좋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염규식이 고개를 들자, 한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깨 좀 펴요. 가장은 힘들 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지. 그러면 쓰나! 지금 모습 아내나 딸이 보면 어떻겠습니까?”

“······!”

그때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왔다.

한수는 전통주도 한 병 주문한 뒤에 염규식한테 말했다.

“타이탄스랑 염 감독님은 인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염 감독 능력 있어요. 미국에서 영입 제안도 받고···. 그러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아셨죠?”

“구단주님···.”

염규식은 조금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한수는 종업원이 가져온 전통주 병을 잡고 염규식의 잔에 술을 채우며,

“그래서 말인데···. 떠나는 김에 인터뷰 한번 시원하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인터뷰요···? 어떤···.”

“일단 성적에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건 당연히 언급해주시고···. 이번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염철수 선수에 대해 좋은 말씀 좀 해주세요.”

“좋은 말씀이라면···.”

한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철수는 강대한과 비교할 수도 없는 재능을 보유한 선수다. 이 선수가 내년에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없어서 무척 슬프다···. 뭐, 이런 거요.”

“······!”

염규식의 동공에 지진이 났다.

한수는 씨익 웃으며 물었다.

“인터뷰 날짜는 내일로 잡을까 하는데···. 해주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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