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34화 (34/187)

34화 : 타이탄스 덕분입니다!

다음 날 오후 무렵.

타이탄스 염규식 감독이 사임한다는 기사가 떴다.

그는 신아 재규어스(광주 야옹이)와 한영 벌처스(대전 짹짹이)에서 투수 코치를 하며 투수 용병술과 육성 능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지도자였다.

그래서 이 년 전, 염규식이 타이탄스 감독이 됐을 때 팬들은 많은 기대를 했지만···.

결국 타이탄스의 꼴찌 행보를 막진 못했다.

심지어는 코치진과 불화설, 선수들이 감독을 무시한다는 등의 구설수가 돌았다.

어떤 이들은 타이탄스가 감독 한 명 버려놨다고 조롱했다.

하여튼!

염규식은 떠나면서 동백 스포츠 박편복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Q. 타이탄스 감독직을 사임하면서 아쉬운 점은?

A. 열정적인 갈매기 팬들···. 아름다운 바다, 맛있는 먹거리···. 아쉬운 것들이 많습니다만···. 역시 가장 아쉬운 건 빛나는 재능을 가진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없다는 겁니다.

Q. 빛나는 재능을 가진 선수가 누굽니까?

A. 이번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우리 팀이 지명한 동산고 염철수 선수입니다. 이 선수를 발굴해 낸 타이탄스 스카우트 팀에 경의를 표하고 싶군요.

Q. 염철수 선수는 동산고 패전처리투수였는데···.

A. 염 선수는 작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가르친 중, 고등학교 지도자들은 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멩이만도 못한 취급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프런트는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한 그의 재능을 발견했고···.

Q. 염철수와 강대한을 비교한다면?

A. 비교할 가치도 없습니다. 염철수의 압승입니다. 강대한은 고교 리그에서나 먹히는 선수고, 반면에 염 선수는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샛별···.

염규식 감독의 인터뷰는 염철수 홍보로 이어졌다.

다른 사람이 이딴 소리를 했다면 미쳤다고 무시하겠지만···.

염규식은 다른 건 몰라도 투수 안목만큼은 뛰어나다.

재규어스는 물론, 벌처스에서도 전도유망한 투수를 키웠고, 타이탄스에서도 문희동이라는 뛰어난 셋업맨(중간 계투의 한 종류)을 육성했으니까.

그런 그가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샛별이라고 표현하다니!

덕분에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염 감독 미친 거 아님?

└패전처리투수 따위가 강대한 보다 뛰어나다고?

└염철수, 염규식. 각 나옴. 염 감독 아들이네.

└이거 설마···. 염 감독이 드래프트에 개수작부린 거 아냐?

└타이탄스···. 아주 가관이네.

└염철수 경기 영상 봤는데 그냥 배팅 머신임. 나도 칠 수 있을 거 같음. 이런 게 샛별? ㅋ

처음엔 염규식과 염철수가 부자 관계라는 낭설이 퍼졌지만, 곧바로 반박 글이 올라왔다.

[염철수 선수 아버지는 육 년 전에 음주운전을 한 개XX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염철수 선수에게 상처주는 말은 그만두세요!]

커뮤니티 회원들은 ‘정말? 몰랐지~!’, ‘염 씨가 흔하지 않으니까 그랬지~!’, ‘아이고~ 불쌍한 친구였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그럼, 정말 염철수가 재능이 있다는 거야?

└염 감독이 떠나는 마당에 헛소리할 리가 없잖아?

└떠나는 마당이니까 헛소리한 거 아닐까?

└그런데 신인 드래프트 중계방송 때, 타이탄스가 염철수 지명하니까 스페이스에서 지랄하지 않았냐?

└맞아 그랬음.

└그거 최민준 뺏겨서 그런 거 아님?

└최민준은 스페이스에서 포기했잖아. 아쉬웠으면 먼저 지명했어야지.

└염철수 경기 다시 한번 봐야 하나?

└정말 염철수가 엄청난 재능을 가졌나?

그렇게 타이탄스 팬들은 서서히 염철수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 시작했다.

이때 타이탄스가 열 개 구단 중 제일 먼저 신인 지명선수 계약 현황을 발표했다.

그리고···.

* * *

【1라운드】

이름: 홍진철 / 포지션: 투수 / 소속: 폭풍고

계약금: 4억 5천만 원 / 연봉: 3,000만 원

【2라운드】

이름: 최민준 / 포지션: 외야수 / 소속: 웅담고

계약금: 3억 원 / 연봉: 3,000만 원

【3라운드 ①】

이름: 김효철 / 포지션: 지명 타자 / 소속: 원암대

계약금: 2억 1천만 원 / 연봉: 3,000만 원

【3라운드 ②】

이름: 염철수 / 포지션: 투수 / 소속: 동산고등학교

계약금: 2억 원 / 연봉: 3,000만 원

【4라운드】

이름: 양동식 / 포지션: 내야수 / 소속: 무상고

계약금: 1억 6천만 원 / 연봉: 3,000만 원

(이하 생략)

* * *

염철수에게 2억을 배팅했다는 사실에 모두 놀랐다.

덕분에 염철수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보유했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풀어졌고···.

이때 동산고 야구부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Q. 염철수는 어떤 선수였나요?

A. 철수는 정말 안타까운 선수였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충격 때문에 입스(YIPS)를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철수는 언제나 노력했습니다.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 마치 갈매기가 우승하기 위해 투쟁하듯···!

Q. 염철수와 강대한을 비교하면?

A. 대한이도 뛰어나죠. 하지만 철수가 입스를 극복하면···. 뭔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내년 시즌을 지켜보면 알 겁니다.

그렇게···.

└뭐야, 뭐야~ 타이탄스 대어를 문 거야!?

└1992년 추억이 떠오르네···.

└그러고 보니 염철수 안경 쓴 우완투수네?

└왠지 모르게 용정식하고 닮은 거 같아···.

└설마 다시 한번 무명의 신인이 리그를 씹어먹고···!

└한국 시리즈 2회 우승을 달성하는 건가?!

타이탄스 팬들은 흥분했고···!

└ㅋㅋㅋㅋㅋ 미친 꼴빠 놈들 지치지도 않냐?

└염철수가 용정식을 닮았다고? 꼴빠 XX들 애 어깨를 부숴 놓으려고 작정했네.

└금테+우완+혹사 = 타이탄스 한국 시리즈 우승 ㅋ

└철수야 우짜니~ 계약서에 서명도 했는데~

└알겠심더! 마, 어깨 함 부숴보겠슴더!

└잔인한 꼴빠 XX들 ㅋㅋㅋ

다른 팀 야구팬들은 조롱했다.

= = = = = = =

서울, 신영 그룹 본사, 지하 주차장.

한수는 박동석 상무를 만나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폰으로 동산고 야구부 감독 인터뷰를 보고 피식 웃더니 뒤따라오던 강덕수에게 말했다.

“이 양반, 인터뷰 멘트 좋네.”

“괜찮습니까? 오버한 거 같아서 커트할까 했는데···.”

“괜찮아. 이런 느낌 좋아. 우승을 위해 투쟁하는 갈매기···. 캬아! 그래, 이래야지.”

“감독한테 좀 더 챙겨줄까요?”

“알아서 해.”

“네!”

한수는 강덕수가 잡은 엘리베이터에 타며 말했다.

“이 팀장한테 신임 감독 후보 결정되면 나한테 보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한수는 층 버튼을 누르고 포수 마스크를 쓰며 생각했다.

‘히어로 메이커 작전은 성공 같군. 이제 중요한 건 염 선수가 입스를 극복하는 거지만···.’

“아무 문제 없지.”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18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Lv 1 상점을 오픈하고 물품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이쯤에 있었는데···. 아! 여깄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종류 : 선수 전용 부적(소모 아이템)

└등급 : 실버

└설명

① 정신력 +1 (트라우마, 입스 극복에 유용)

② 중복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요 포인트: 5

망설임 없이 아이템을 구매했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을 구매했습니다.】

【현재 13 Point가 남았습니다.】

또 Gold 등급 우완투수 전용 아이템을 사는 날이 멀어졌지만···.

그것보다 염철수의 입스를 이겨내는 게 우선이다.

‘좋아, 이걸 이제 염 선수한테···.’

한수의 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띠링!

【염철수 선수(Diamond 등급)에게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한수는 【예】를 선택했다.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염철수 선수(Diamond 등급)의 정신력이 1만큼 강화됩니다.】

‘오케이!’

그때 목적 층에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박동석 상무의 모습이 보였다.

‘어라? 박 상무가 왜···.’

박동석은 엘리베이터에 타려다가 포수 마스크를 쓴 남자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뭐, 뭐야? 이 사람은?’

한수는 놀라는 그를 보며,

“박 상무님, 설마 제 마중을 나오신 겁니까?”

“설마···. 이한수 실장?”

“노우~ 노우~ 실장 말고! 이젠 이한수 구단주라고 부르세요. 명함을 새로 팠거든요.”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박동석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박동석: Silver 등급, 타이탄스 프런트 재능 71%】

‘나쁘진 않지만···. 영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

박동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명함을 받으며 말했다.

“···빨리도 왔군요.”

약속 시간은 2시 반인데, 지금은 1시다.

무려 1시간 반이나 일찍 온 거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제가 약속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더군다나 업무 약속이면···. 말해 뭐하겠습니까? 비즈니스는 애들 장난이 아니잖아요.”

한수의 말에 박동석은 의외라는 눈빛을 했다.

‘망나니치곤 생각하는 게 제법···.’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한수와 대면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는 이태백 회장도 포기한 망나니 중의 망나니다.

‘이것도 다 연기일 수도 있어.’

“지금은 회의가 있습니다. 제 집무실로 가서 기다리면 약속 시간에 맞춰···.”

한수는 그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회의가 몇 시에 시작합니까?”

“···1시 30분입니다. 그건 왜 묻는 겁니까?”

“지금이 1시···. 5분이면 됩니다. 저랑 먼저 얘기하시죠.”

박동석은 어이가 없었다.

“좀 전에 비즈니스는 애들 장난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멋대로 일정을 바꾸다니···. 참 황당한 경우가 다 있군요.”

“박 상무님, 손익 계산이 느리시네.”

“···뭐라고요?”

“저한테 지금 5분만 투자하면 박 상무는 손해 보는 건 전~혀 없이 세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박동석이 의문 섞인 얼굴을 하자, 한수는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첫 번째 이득은 2시 반에 있는 저와의 약속이 없어지므로, 박 상무님 일정에 여유가 생긴다는 겁니다. 지금 가려는 회의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겠죠?”

“······.”

“두 번째는 만년 적자인 신영 타이탄스를 흑자로 만들 계획을 빨리 들을 수 있다는 거죠.”

“신영 타이탄스가 만년 적자는 아닙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없어서 그렇지. 홍보도 제법 되고 있으니···.”

“빙고! 이야~ 박 상무님, 나이스샷! 안목이 탁월하시네! 그래요. 맞습니다. 우리 타이탄스가 매년 적자인 건 아니죠. 우리 그룹이 방산업이 주력 사업이긴 하지만, 어떻게 대중들한테 유명해졌습니까? 바로, 타이탄스 덕분입니다!”

“···뭐, 그렇긴 하지만···.”

한수는 씨익 웃으며 USB를 건넸다.

“프로젝트명 ‘히어로 메이커’입니다. 저는 이걸로 타이탄스를 흑자로 돌릴 계획입니다.”

“히어로 메이커···?”

“천천히 읽어보시고 연락주세요. 이번 시즌에 필요한 투자 자금도 적어뒀습니다.”

한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더니 박동석에게 폰 화면을 보였다.

“1시 5분이네요.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박동석은 어이없단 표정으로,

“이게 무슨···. 프로젝트 설명도 없이 그냥 USB를 던져주면 끝입니까?”

한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곤 씨익 웃으며,

“에이~ 그렇게까지 성실하면 안 되죠. 제 아이덴티티는 망나니잖아요.”

“허···!”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한수는 여유롭게 안으로 들어갔다.

박동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에 탔다.

두 사람은 각자 가려는 층을 눌렀다.

박동석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타이탄스 운영 자금은 대폭 삭감될 겁니다.”

“제가 계획한 프로젝트 보시고 결정하시죠.”

“보고 싶은 기분이 안 드는군요.”

그러자 한수는 피식 웃더니,

“보실 거면서 괜히 그러시네.”

“분명 보고 싶은 기분이···.”

“하늘나라로 간 우리 할배가 박 상무님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회장님이···?’

“비즈니스에 누구보다 진지하며 공과 사 구분이 확고하고 책임감이 무척 강한 분이라고요.”

“······.”

“타이탄스 CFO로서 책임감을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박동석은 능글맞은 한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회의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박동석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다가 한수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까 제가 5분을 투자하면 얻을 이득이 세 가지라고 했잖습니까? 근데 두 가지만 말했는데···.”

“아~ 세 번째요. 궁금하십니까?”

“뭐, 그냥···.”

한수는 검지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처럼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남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세 번째 이득입니다.”

“······.”

한수는 어이가 없단 표정의 박동석에게 빙긋 웃으며,

“박 상무님, 종종 봅시다! 그럼!”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박동석은 중얼거렸다.

“저놈 저거 완전 미친X이네···.”

이때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던 한수에게 이소희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소희 팀장: 【신임 감독 후보 명단 문서 파일】

└이소희 팀장: 구단주님, 감독 후보는 총 네 명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 팀장이 일 처리가 참 빠르다니까.’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그는 문서 파일을 오픈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