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 청백전 준비하세요.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올리며 커피를 한 모금 홀짝 마시고는 이소희가 내민 ‘2군 선수(지명 선수, 육성 선수) 육성 계획’ 보고서를 받았다.
“뭡니까, 이게?”
“육성팀 심 팀장이 기획한 보고서입니다.”
“근데 왜 이 팀장이 보고하는 겁니까?”
“남정남 2군 감독의 반대로 반려된 기획이라···.”
한수는 피식 웃더니,
“설마 이 팀장···. 나한테 청탁하는 겁니까? 삼촌 기획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저는 그저 이 보고서가 타이탄스에 도움이···.”
이소희는 말을 멈췄다.
그녀를 바라보는 한수의 눈빛이 묘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청탁 맞습니다. 하지만 심 팀장의 기획안을 컨펌해보니 타이탄스에 분명 도움이 될 거 같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좋네. 오케이, 지금 검토해보죠.”
“감사합니다.”
한수는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보고서에는 선수들의 육성 방법에 대해 적혀 있었다.
한참 뒤, 그는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상호 아저씨, 열심히 준비했네.’
이소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구단주님, 보고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괜찮네요.”
이소희의 표정이 환해졌다.
“정말이요? 그럼···.”
한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오늘도 버스 타고 왔습니까?”
“네? 아뇨. 오늘은 제 차로···.”
“잘됐네. 비서가 잠시 자리를 비웠거든요.”
“······?”
“갑시다.”
“어디요?”
“2군 구장이요.”
“지, 지금이요?”
한수는 씨익 웃으며,
“롸잇나우!”
= = = = = = =
김해시 상동면, 타이탄스 2군 구장.
주차장으로 빨간색 SUV 한 대가 도착했다.
SUV가 주차되고, 조수석에서 한수가 내렸다.
그는 운전석에서 내리는 이소희에게 말했다.
“이야, 운전 잘하네? 덕수보다 나은 거 같아요. 비서로 채용할 걸 그랬나?”
“괜찮습니다···.”
“뭐, 싫으면 말고.”
한수는 2군 구장을 쳐다봤다.
구장 안에서 구령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2군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이소희가 물었다.
“연락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도 괜찮을까요?”
“이 구장이 누구 거죠?”
“신영 그룹 자산입니다.”
“맞아요. 신영 그룹 거예요. 그리고 신영 그룹 창립자가 우리 할배고요.”
“······.”
“그래도 연락하고 와야 하나요?”
“···들어가시죠.”
두 사람은 나란히 2군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그때 한수가 물었다.
“2군 감독 이름이 뭐랬죠?”
“남정남 감독입니다.”
“특이한 이름이네.”
= = = = = = =
그의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남정남.
기본기, 트로트, 인기인, 일주일, 아시아···.
“남정남 감독님! 안녕하세요!”
“응?”
팔짱을 끼고 러닝 중인 2군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던 남정남 감독은 패딩 점퍼를 입은 안경 쓴 남자, 야구 Time의 배동식 기자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배 기자가 웬일이야?”
“홍보팀에서 도무지 취재 요청을 안 받아줘서···.”
남정남은 인상을 찌푸렸다.
“예끼,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오면 어떻게? 누구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에이~ 엿을 먹이다뇨!”
배동식은 능글맞은 미소를 짓더니 백팩에서 홍삼 선물 세트를 꺼냈다.
“홍삼 드링크를 마시게 해드려야죠!”
“아니, 이 사람이···. 누가 보면···.”
“누가 좀 보면 어떻습니까? 타이탄스 2군 구장의 통 아닙니까! 통!”
“허, 이 사람이···.”
“자, 자···. 요거 한 모금 하시면서 덕담 몇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흠···. 뭐, 덕담 정도면···.”
남정남 감독은 홍삼 선물 세트를 받은 뒤, 투수 코치 장보형을 불러서 선수들 포지션별 훈련을 지시했다.
장보형은 배동식 기자의 눈치를 보더니 물었다.
“걔는 어떻게 합니까?”
“누구?”
“샛별이요. 샛별.”
배동식은 눈을 반짝였다.
‘샛별? 혹시···.’
그때 남정남이 인상을 팍 쓰더니,
“뭘 물어! 외야수 훈련 시키랬잖아!”
“그래도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거 어떻습니까? 프런트에서 기대가 큰데···. 그리고 하드웨어는 좋습니다. 어깨도 그렇고···. 입스도···.”
“인마, 입스가 장난인 줄 알아? 제대로 던지지도 못하는 놈을 어쩌라고! 그리고 프런트가 뭐!? 걔들이 육성하냐? 지도의 지! 자도 모르는 놈들이···!”
“······.”
“가서 훈련 시작해!”
“네···.”
장보형이 선수들에게 걸어가자, 남정남은 콧방귀를 끼며 배동식에게 말했다.
“가지.”
“아, 네···!”
그렇게 둘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 = = = = = =
상동 타이탄스 2군 경기장 관람석.
관람석은 사직에 있는 홈구장처럼 넓진 않지만 비교적 깔끔했다.
한수와 이소희는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관람석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산속이라 그런가? 공기가 맑네. 이런 데서 훈련하면 실력이 쑥쑥 늘겠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늘고 아닌 사람은 도태되겠죠.”
“이야, 냉정하네. 자아~ 그럼 우리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수가 경기장을 훑어보자 이소희가 물었다.
“구단주님, 염 선수를 만나러 오신 겁니까?”
“빙고!”
“···그러면 경기장이 아니고 타이탄스돔 피칭장에 있을 겁니다. 투수들은 보통 거기서 연습하니까요.”
“그래요? 마운드에서 던지는 줄 알았네.”
한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더니 경기장에서 수비 코치가 배트로 치는 공을 잡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면 저기 경기장에서 뒹굴고 있는 선수들은 뭡니까?”
“외야수 포지션 선수들이 훈련 중인 거 같습니다.”
그때 뜬 공을 잡기 위해 달리는 선수가 보였다.
어렵지 않은 플라이였지만, 선수는 포구에 실패했다.
한수는 혀를 찼다.
“뭐 하는 놈이야···. 저런 건 잡아줘야지.”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네요. 달리면서도 날아오는 공에서 시선을 떼면 안 되는데···. 아마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지 얼마 안 된 선수 같아요.”
“흠···. 그래요?”
한수는 포구가 엉망인 선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익숙하네?’
잠시 후, 한수는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염 선수가 도대체 왜 외야수 훈련을 하고 있는 거야?”
= = = = = = =
2군 경기장, 더그아웃.
남정남은 벤치에 다리를 꼬고 앉아 홍삼 영양제를 마시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배동식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감독님, 샛별이가···. 동산고 염철수 맞습니까?”
“뭐야? 그놈 취재하러 온 거야?”
“염철수 맞죠? 그런데 왜 염 선수가 외야수 훈련을 하는 겁니까? 염 선수는 투수 아닙니까? 혹시 어디 다쳤습니까?”
“그만, 그만···. 그놈 얘기라면 더 할 거 없어.”
“에이~ 그러지 마시고! 너무 궁금해서 그럽니다.”
남정남은 몹시 귀찮은 얼굴을 했다.
프런트도, 육성팀 팀장도, 팬들도, 배동식까지···!
‘육성이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그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말해봐요. 나도 듣고 싶네.”
“······?”
“······?”
남정남과 배동식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한수와 이소희가 서 있었다.
‘뭐야, 저놈은?’
‘저 사람들은···.’
한수는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왜 대답을 안 하지? 내 말 안 들렸나? 아니면, 무시하는 건가?”
남정남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인상을 쓰며,
“이봐. 딱 봐도 나보다 어린 거 같은데, 반말을 찍찍해대고···. 그리고 여기 관계자 외 출입 금지야! 당신 누구야!?”
배동식이 일어나 남정남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남 감독님, 저 사람 구단주예요! 구단주!”
“뭔 소리야? 구단주가···. 뭐!?”
남정남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수를 쳐다봤다.
한수는 배동식을 보며 생각했다.
‘저 남자는 야구 Time의 기자···.’
그때 남정남이 앉아 있던 자리에 홍삼 선물 세트가 보였다.
한수는 서늘한 눈빛으로 남정남을 쳐다봤다.
그때 남정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정말 구단주님이십니까?”
“맞아요.”
“연락도 없이 여기까지 어쩐 일로···.”
“질문은 내가 먼저 한 거 같은데요?”
“······.”
“어째서 염 선수가 외야수 훈련을 받는 겁니까?”
“이틀 전에 있었던 연습 경기를 통해 포지션 변경을 결정했습니다. 투수를 계속할 상황이···.”
“연습 경기를 이틀 전에 했다고요?”
“네? 아, 네···. 그렇습니다만···.”
한수는 어제 염철수한테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아이템을 사용했다.
이틀 전이면 아이템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을 때다.
그러니까···.
“연습 경기 다시 합시다.”
“네? 그게 무슨···.”
“염 선수가 투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고요!”
남정남은 정색하며 말했다.
“아무리 구단주님이라도 훈련 일정을 멋대로 바꿀 순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연습 경기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나빠지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절대 허락할 수 없습니다.”
한수는 고민했다.
‘구단주의 권위로 찍어눌러 버릴까? 아니면, 기자한테 뇌물 받은 걸로 협박을 할까?’
그때 이소희가 입을 열었다.
“남 감독님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청백전은 한 번 더 진행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쪽은 뭔데···.”
“운영 팀장 이소희입니다.”
“아, 그···.”
남정남은 한수를 힐끗 쳐다봤다.
구단주 애인이 신임 운영 팀장이 됐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소희는 속으로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틀 전이면 신인 선수들이 아직 2군에 적응하기 전이라 실력 발휘를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날 안목도 없는 쓰레기 취급하는 거요? 선수 하나 제대로 못 볼 거 같소?”
“쓰레기 취급한 적 없습니다. 그저 확실히 하자는 겁니다.”
“입스 온 선수한테 대체 뭘 바라는 거요! 철수 저놈 마운드에 올라가면 조롱거리밖에 안 된다고!”
“프런트 입장도 생각해주셔야죠. 우리는 염 선수가 뛰어난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억을 베팅했습니다. 그런데 일언반구도 없이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다뇨? 자금을 지원해주는 그룹이나 염 선수한테 기대감을 품고 있는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거 같습니까?”
“당신들 체면 지키려고 선수 인생을 망칠 셈이야?!”
“청백전 한두 번 더 한다고 선수 인생이 망가지나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쓸데없는 희망 고문이란 말이요! 희망 고문!”
“연습 경기를 희망 고문 취급하다니···. 아무래도 2군 감독님을 새로 알아봐야겠네요!”
“뭐요?!”
“왜요!?”
그 순간, 한수가 박수를 짝! 치더니 말했다.
“둘 다 조용.”
“······.”
“······.”
“싸움 구경이 재밌긴 한데···.”
그는 뻘쭘하게 서 있는 배동식을 가리키며,
“외부인 있는 데서 이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둘 다 정신 좀 차리는 게 어때요?”
이소희와 남정남은 움찔하며 고개를 떨궜다.
배동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배 기자님 맞죠?”
“네, 야구 Time 배동식입니다.”
“녹음하고 있습니까?”
배동식은 움찔하더니,
“아, 아뇨···.”
한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녹음기는 좋은 말로 할 때 끄시고, 괜히 쓸데없는 기사를 써서 타이탄스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서로 웃으면서 보자고요. 알겠죠?”
“무, 물론이죠. 저도 부산 갈매기입니다. 타이탄스에 피해를 주는 기사를 왜 쓰겠습니까? 하하.”
“믿어보죠.”
그는 남정남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청백전 준비하세요.”
“구단주님, 훈련 일정은···.”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잘리기 싫으면 청백전 준비해요.”
날카로운 반응에 남정남은 움찔하더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염 선수 말고도 테스트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습니다.”
“누굽니까?”
“강민수, 김효철, 박종구 이렇게 세 명입니다.”
남정남은 눈가를 움찔했다.
‘이거 설마···.’
그때 한수가 ‘2군 선수(지명 선수, 육성 선수) 육성 계획’ 보고서를 내밀었다.
“육성팀 팀장이 작성한 건데···. 테스트해 볼 만한 거 같아서요.”
‘그 빌어먹을 낙하산 XX···! 젠장!’
“이대로 청백전 진행해요. 오케이?”
남정남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한수의 차가운 눈빛을 보자 고개를 떨구며,
“···알겠습니다.”
= = = = = = =
타이탄스 2군 경기장 한 구석, 염철수는 진지한 눈빛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이틀 전 연습 경기 이후, 외야수로 포지션 변경 통보를 받았다.
불만은 많았지만, 연습 경기 때 너무 엉망이었던지라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운드에 오르는 걸 포기한 건 아니다.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외야수 훈련을 받으며 투수 훈련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어제 피칭 연습 때는 평소보다 어깨도 가볍고, 제구도 잘 되는 거 같았어···.’
공을 잡아주는 포수나 투구를 봐주는 사람도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마운드에 오를 기회는 분명 다시 찾아올 거야. 그때를 대비해서 더 노력하자!’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청백 팀으로 나눠 연습 경기가 잡혔고, 그가 백팀의 선발 투수가 됐다.
염철수는 관중석을 쳐다봤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수가 보이자,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구단주님께서 손을 쓰신 건가?’
고맙다는 생각과 동시에 신인 드래프트 때 한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보통 사람들한테 세공이 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은 평범한 돌멩이로 보입니다.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내 눈에는 당신의 빛나는 재능이 보여.]
[신영 그룹 황태자인 제가 장담하는데, 염 선수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한수는 모두가 재능이 없다고 하는 그를, 공 하나 제대로 못 던지는 패전처리투수였던 그를···.
일말의 흔들림 없이 믿어준 사람이다.
그래서 한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한수가 말했던 빛나는 재능을 선보이고 싶었다.
염철수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그때 그의 옆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와 우람한 근육질, 순박한 인상의 강민수가 다가왔다.
강민수는 2년 차 육성 선수로 포지션은 외야수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포구 능력이 좋은 선수다.
강민수는 염철수를 툭 치면서 말했다.
“이야, 샛별이 눈빛 쏴라있네? 상대 타자 다 씹어 먹을 거 같은데?”
“네? 그, 그게···.”
염철수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강민수와 함께 외야수 훈련을 받긴 하지만, 오고 가며 몇 번 인사를 나눈 게 전부다.
이렇게 농담을 할 사이는 아닌데···.
‘왜 이러지?’
그러자 강민수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친한 척해서 당황스러워?”
“아, 아닙니다.”
“아니긴. 말을 거는 나도 어색한데···.”
“네?”
어색하다면서 왜 이런 농담 따먹기를 하나 싶었다.
그때 강민수가 포수 미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냐? 배터리 짜게 됐으니, 조금 친해져야지. 안 그래, 샛별아?”
“배터리요? 설마 선배님이 포수를 하시는 겁니까?”
“응.”
염철수는 당황했다.
2군에 포수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외야수인 강민수가 포수를 본단 말인가?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네 기회를 망칠 생각은 없어.”
“네···.”
대답은 했지만,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때 강민수가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인마, 표정 풀고 형 좀 믿어봐라. 다른 건 몰라도 포구 실패는 안 할 테니까.”
“아, 네···.”
“너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몇 개냐?”
“세 개입니다···.”
“샛별아, 약 팔지 말고. 솔직히 말해.”
염철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강민수는 피식 웃으며,
“이틀 전에 연습 경기 때봐서 제구력이 엉망인 건 아니까.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걸로 말해봐.”
염철수는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어제 투구 연습 이후로 제구력에 조금 자신감이 붙었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으니···.
“패스트볼이요.”
강민수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 포심이지? 볼 배합 고민할 필요 없어서 좋네. 그러면 코스 사인만 정하자.”
“저기···.”
“왜?”
염철수는 볼을 긁적이더니,
“포심, 투심 둘 다 자신 있어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