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37화 (37/187)

37화 : 포수 바보 아닙니까?

타이탄스 2군 경기장, 관람석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는 팔짱을 끼고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염 선수가 제대로 못 던지면 어쩌지?’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을 쓰긴 했지만, 정신력 +1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감이 안 잡혔다.

고민하던 그는 상점 메뉴를 선택했다.

【Lv 1 상점에 접속했습니다.】

【현재 13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템을 발견했다.

[거대한 호랑이 가라사대, ‘구속보다 제구력이다!’]

└종류 : 투수 전용 액세서리

└등급 : 실버

└설명

조선의 4번 타자는 은퇴식에서 전도유망한 신인 투수에게 천금 같은 조언을 했다. 덕분에 신인 투수는 다음 시즌 20승 투수가 되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① 제구력 + 2

└필요 포인트: 6

현재 포인트에서 절반 가까이 소모해야 하지만···.

‘아끼다 망하면 X 되는 거지.’

곧바로 구매하고, 염철수에게 착용시켰다.

【염철수가 아이템을 착용했습니다!】

【염철수(Diamond 등급)의 제구력이 2 오릅니다.】

【염철수의 장비 슬롯이 1칸 채워졌습니다.】

【염철수 장비 슬롯 : [ 1 / 7 ] 】

장비 슬롯은 Iron 등급 선수는 2칸, 브론즈는 3칸, 실버는 4칸, 골드는 5칸, 플레티넘은 6칸, 다이아몬드는 7칸이 주어진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좀 안심이 되네.’

그때 염철수 곁으로 강민수가 다가가는 게 보였다.

‘2군 선수(지명 선수, 육성 선수) 육성 계획’에서 언급된 선수다.

현재 외야수를 맡고 있지만···.

심상호는 그가 포수로 포지션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강민수 1군에 데뷔한 적이 없는 선수라 잠재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이름: 강민수】

【레벨: 45 / 69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안방마님 B】

현재 레벨은 1군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았고, 잠재 레벨도 나쁘지 않다.

【안방마님 B: 최고의 포수 전용 특성. 이 특성을 보유하고만 있어도 투수와 친화력이 높아집니다. 포수 포지션을 맡을 때 포구 능력이 70%(B등급) 상승합니다. 투수의 정신력을 3%(B등급) 높여줍니다.】

‘포수 특성이네···. 아주 좋네.’

특히 정신력을 높여주는 부분이 좋았다.

‘염 선수와 시너지가 좋을 거 같은데···.’

심상호가 강민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한 거 같았다.

‘정보창은 어떠려나?’

막 정보창을 확인하려는데, 옆에 앉아 있던 이소희가 말했다.

“구단주님, 경기 시작하려나 봐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백팀 선발 투수, 염철수가 마운드로 향하고 있었다.

“이 팀장, 어느 팀이 이길지 내기할래요?”

“어느 팀에 거실 건데요?”

한수는 씨익 웃으며,

“백팀.”

그 순간, 염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타석에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 선수이자, 고교리그 최고의 배드볼히터인 최민준이 섰다!

= = = = = = =

타이탄스 2군 경기장 더그아웃.

남정남 감독은 수비 위치를 잡은 백팀 선수들을 훑어봤다.

12월 방출 예정인 외야수 강민성은 포수, 마인드컨트롤만 잘하면 10승은 거뜬히 할 수 있는 투수 박종구는 외야수, 수비에 자신감이 없어 해서 타격 훈련에만 집중시키려고 했던 김효철은 글러브를 끼고 내야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위치에 서 있다.

그리고···.

마운드로 향하는 얼간이 투수 염철수.

그는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육성 팀장 개XX 치사하게 구단주한테 고자질을···. 이래서 낙하산이랑은 상종하면 안 돼. 젠장, 야구가 애들 장난인 줄 아나?”

수석 코치 장보형이 다가오더니 물었다.

“1번은 태길이로 할까요? 철수 상대로 적당할 거 같은데···.”

신태길은 육성 선수 2년 차로 주력은 뛰어나지만, 선구안은 떨어진다.

올해 퓨처스 리그에서 삼진률이 44%나 됐다.

남정남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인마, 너 구단주한테 아부 떠냐?”

“아, 아니. 그게 무슨···.”

“아닌데 태길을 1번으로 쓴다는 개소리를 해!”

“전 그냥 연습이고···.”

남정남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홍진철과 떠들고 있는 최민준에게 소리쳤다.

“최민준! 네가 1번이다!”

“네? 제가요?”

최민준은 고교리그 최고의 배드볼히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미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됐다.

특히 상대 투수를 엿 먹이는 능력이 일품이다.

주력만 더 높이면 흠잡을 데가 없을 텐데···.

하여튼 내년 퓨처스 리그에서 적당히 감을 올리면 금방 1군으로 콜업될 인재다.

남정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가서 염철수 조지고 와!”

“에···.”

최민준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조지라는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남정남이 소리쳤다.

“볼 카운트 10개 이상!”

“네···.”

최민준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배트를 챙겨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때 장보형이 그에게 속삭였다.

“실수인 척 초구에 안타 쳐.”

“하지만 감독님은···.”

“내가 책임질게. 오케이?”

“네···.”

‘대체 누구 지시를 따라야 하는 거야?’

최민준은 투덜거리며 타석으로 향했다.

그는 타석에 서서 마운드에 오른 염철수를 쳐다봤다.

‘초구 안타도 쉽고, 볼 카운트 10개도 껌이긴 한데···.’

자만이 아니고, 실제 고교 리그에서 그는 염철수를 상대로 초구에 안타도 쳐봤고, 볼 카운트도 10개 이상 쌓아봤다.

‘쟤는 투수보다는 그냥 외야수 훈련 열심히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때 포수 장비를 체크하던 강민수가 말했다.

“민준아, 머리 조심해라.”

“네?”

최민준이 당황하며 되묻자, 그는 씨익 웃으며,

“샛별이가 제구력이 딸려서 리드를 못 할 거 같아서···. 다 잡아 줄 테니, 맘 편히 던지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머리 조심해. 샛별이가 제구는 안 돼도 구위는 제법이잖아?”

“···충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민준은 타자 헬멧을 만지며 생각했다.

‘찝찝한 말을 하네. 이것도 트래시토크인가?’

그는 조심스레 강민수를 살폈다.

같은 외야수 훈련을 받고 있긴 하지만···.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다.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최고의 포수 강민수···.’

하지만 신이고 야구부로 진학한 어느 날···.

그는 포수를 그만뒀다.

사정은 대충 알고 있다.

‘미국에서 전학 온 ‘그 녀석’ 때문에···.’

그때 주심을 보는 타격 코치가 말했다.

“준비됐지? 시작한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최민준은 잡생각을 털어버리고 경기에 집중했다.

그는 염철수를 보며 생각했다.

‘초구 안타는 그렇고···. 어차피 볼일 테니까. 포볼로 나가자.’

그 순간, 염철수가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했고,

-휘이이이이익!

바람을 가르며 공이 바깥 아래쪽으로 쏘아져 왔다!

최민준은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는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 = = = = = =

마운드 위에 선 염철수는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틀 전 연습 경기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민수 선배 덕분인가?’

[다른 건 몰라도 포구는 자신 있거든? 절대 패스드 볼(Passed ball)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마음껏 던져. 알겠지?]

확실히 강민수와 배터리를 짠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이것 때문만은 아닐 거다.

그는 관중석을 쳐다봤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수가 보였다.

문득 한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신영 그룹 황태자인 제가 장담하는데, 염 선수는 누구보다 재능이 있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손에 쥔 야구공의 실밥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

염철수는 쓰고 있는 금테안경을 글러브 낀 손으로 살짝 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구단주님께서 보러 와주신 덕분에···.”

그때 주심이 경기 시작 신호를 보냈다.

차분하게 호흡을 하며 홈플레이트를 쳐다봤다.

타석에 선 최민준이 보였다.

그때 묘한 착시 현상이 생겼다.

갑자기 흐릿하게 육분할된 아니, 사분할 된 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놀라서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착시 현상이 사라졌다.

‘이건···?’

그때 강민성이 사인을 보냈다.

바깥쪽 낮은 공.

염철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집중했다.

그러자 다시 사분할 된 창이 보였다.

왠지 어디든 던질 수 있을 거 같았다.

염철수는 그대로 와인드업을 했다.

“흐으읍!”

그대로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강민수가 미트를 대고 있는 방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공.

그 순간, 최민준은 움찔하더니,

-따아아악!

몸을 쭉 뻗으며 배트를 휘둘러 공을 쳤다.

“파우우울!!”

공은 뒤쪽 담장으로 날아가 강하게 부딪혔다.

염철수는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비록 파울이지만···.

‘제구가 됐어!’

= = = = = = = =

타이탄스 2군 경기장 관람석.

한수는 염철수가 던진 공을 최민준이 치자 인상을 썼다.

다행히 파울이 되긴 했지만···.

‘젠장, 아이템이 효과가 없는 건가?’

그는 최민준과 염철수의 레벨을 비교했다.

【이름: 최민준】

【레벨: 36 / 81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배드볼히터 A】

【이름: 염철수】

【레벨: 29 / 96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성장도 S】

처음에 봤을 때보다 둘 다 성장했다.

특히 22레벨이었던 염철수는 무려 7이나 올랐다.

입단과 동시에 적용된 성장도 S 특성 덕분이다.

‘그래도 레벨 차이가 커.’

한수는 최민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최민준】【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1%)

(타이탄스 코치진: 79%)

(타이탄스 프런트: 80%)

결론: 경기장의 여몽(呂蒙)입니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입니다.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친하지만, 사실 진심으로 마음을 연 상대는 몇 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연 상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합니다. 뛰어난 눈과 반사신경을 보유했지만, 신체 능력은 평균보다 떨어집니다. 근육 트레이닝이 시급합니다.

【포지션】

1순위: 내야수 /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선구(選球)의 마안(魔眼)

2. 도루 타이밍 예측

3. 수비 포인트 예측

4. 매우 정교한 타격

5. 볼 카운트 먹는 하마

【호감도: 3%】

예전에 식당에서 봤을 때도 느꼈지만, 특이한 정보창이다.

‘염 선수가 아무리 Diamond 등급이고 아이템 효과를 받았어도···. 아직 최민준을 상대할 순 없는 건가?’

그때 이소희가 말했다.

“염 선수, 투구폼이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한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못 보셨어요? 염 선수가 방금 포수가 요구하는 곳으로 공을 제대로 던졌어요.”

“······!”

강민수에게 공을 받은 염철수가 다시 와인드업했다.

그리고···.

역동적인 투구와 함께 초구보다 더 빠른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갔다.

이소희가 말했다.

“같은 코스에요.”

그 순간,

-따아아아악!

최민준이 다시 배트로 쳐냈고, 공은 뒤쪽 담장으로 날아갔다.

한수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포수 바보 아닙니까? 최민준이 초구에 친 코스로 왜 또 던지게 하는 겁니까?”

“바보가 아니에요. 저게 최민준이 그나마 어려워하는 코스예요.”

“아···. 그래요?”

한수는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으로 강민수를 쳐다봤다.

그의 몸에서 금색 빛이 뿜어지고 Gold 등급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강민수】【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0%)

(타이탄스 코치진: 39%)

(타이탄스 프런트: 41%)

결론: 경기장의 마충(馬忠) 덕신(德信)입니다. 도량이 크고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핵인싸입니다. 팀의 분위기메이커로도 활약할 수 있습니다. 준수한 능력치를 가졌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건 열등감입니다.

【포지션】

1순위: 포수

2순위: 내야수

3순위: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투수의 요람

2. 안방마님의 트래시 토크

3. 포수 리드의 정석

4. 근육 송구

5. 기대 안 했을 때 터뜨리는···.

【호감도: 5%】

한수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애를 12월에 방출한다고?’

그는 더그아웃 쪽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남정남 감독을 보며 중얼거렸다.

“2군 감독도 새로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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