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38화 (38/187)

38화 : 당신 아웃.

한수가 남정남 감독을 자를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소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최민준을 바라봤다.

최민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목을 만지고 있었다.

‘구위에 밀리고 있어. 최민준이 힘이 부족한 타자이긴 하지만, 강대한의 공도 부담 없이 커트를 하던 선수야. 그런데···.’

그녀는 마운드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염철수를 보며 생각했다.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때 한수가 물었다.

“이 팀장, 파울 두 번이면 투 스트라이크죠?”

“네. 이제 1구만 스트라이크로 잡으면 원아웃입니다.”

“오호···.”

그때 염철수가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한수는 기대 어린 눈빛을 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쫄깃한데?’

이소희는 그런 한수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강민수 포수를 쳐다봤다.

그리곤 담담히 말했다.

“승부수를 던지네요. 가운데 빠른 공.”

염철수가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했다.

최민준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두 번째보다 더 강한 공이 뿌려졌다!

강하기만 한 게 아니다···.

전보다 훨씬 빠르다!

이소희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거 구속이 몇이지?’

그 순간···.

-따아아아악!

최민준이 정확히 타이밍을 잡고 공을 쳤다!

그는 곧바로 1루로 뛰었다.

한수는 깜짝 놀라 일어나며 소리쳤다.

“안돼!”

동시에 이소희가 침착하게 말했다.

“구위에 밀렸어요. 내야 플라이인데 유격수가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최민준이 친 공은 2루와 3루 사이로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잡기 딱 좋은 공!

유격수 김효철이 수비를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소리쳤다.

“잡아! 아웃!”

이때 1루로 달리던 최민준은 인상을 썼다.

‘공이 무슨 쇳덩어리 같네. 무브먼트도 더럽고···. 젠장, 아웃인가?’

그 순간···.

-콩!

김효철은 공을 글러브가 아닌, 얼굴로 받았다.

“으악!”

공은 바닥에 떨어졌다.

김효철은 당황하며 공을 주워 1루로 던졌지만···.

-휘익!

공은 1루가 아닌 마운드로 날아갔다.

“헉!”

김효철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 순간, 염철수가 공을 받아 1루로 송구하려 했지만···.

이미 최민준은 1루를 밟고 있었다.

한수는 어이가 없었다.

2억이 넘는 거액으로 계약한 김효철이 이런 실수를!?

‘젠장···!’

그는 다시 한번 김효철의 잠재 레벨과 정보창을 확인했다.

그때였다.

김효철의 몸에서 금빛과 하얀빛이 함께 뿜어졌다.

‘어? 이게 뭐야?’

-띠링!

금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묘한 정보창이 나타났다.

【이름: 김효철】

【레벨: 40 / ??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위기 해결 A】

└유격수에 도전하는 김효철의 잠재 레벨을 재측정하고 있습니다. 재측정 완료일 미정.

【김효철】【???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

(타이탄스 코치진: 21%)

(타이탄스 프런트: 7%)

결론: 경기장의 우금(于禁)입니다.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은 없지만, 부족하다는 건 아닙니다. 화려함보다 실리를 추구합니다. 느리지만 모든 능력치가 균등하게 성장해서 노오오오력한다면 뛰어난 선수가 될 겁니다. 수비에 자신감이 없지만, 성장을 위해 유격수에 도전했습니다!

【포지션】

1순위: 유격수

2순위: 지명 타자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조화로운 성장

2. 깔끔한 캐치

3. 인내의 상징

4. ?????? 【개발 중】

【호감도: 10%】

└유격수에 도전하는 김효철의 정보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 업데이트 완료일 미정.

한수는 눈을 크게 떴다.

‘잠재 레벨 재측정? 정보창 업데이트? 이런 것도 있는 거야?!’

-띠링!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선수, 코치진, 프런트 직원들은 인생이 뒤바뀔만한 선택을 했을 때 정보창이 업데이트되기도 합니다. 이때 능력치가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김효철은? 능력치가 떨어지는 거야?’

-띠링!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얼마나 성장하느냐는 김효철 선수 의지에 달렸지만···. 능력치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걸로 판단됩니다.】

동시에 심상호의 보고서 내용이 떠올랐다.

[김효철은 중학교 시절 대회 결승에서 수비 실책을 범한 뒤로 수비(특히 송구)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실제로 그의 어깨나 송구 컨트롤이 나쁜 게 아니다. ···(중략)··· 김효철을 설득해서 유격수 훈련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 좋은 성과를···.]

한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성장한단 말이지···! 혹시 Platinum 등급이 되는 건가?’

이때 이소희는 한수가 실망했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효철 선수는 원래 수비 실책이 많아요. 유격수도 중학교 이후로는 한 적이 없고···. 그래도 타율이 워낙 좋은 선수라···.”

“괜찮습니다.”

“네?”

“오랜만이니 그럴 수 있지요. 암요. 이해하고 말고요.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녀는 너그러운 한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러지?’

그때 좌익수를 보던 선수가 소리쳤다.

“야! 투수! 그걸 못 잡고 출루를 시키냐!? 당장 내려와!”

실책은 김효철이 범했는데, 염철수를 비난하다니!

그때 이소희가 말했다.

“박종구 선수네요.”

“박종구면···.”

심상호의 보고서에 적힌 네 명의 선수 중 한 명.

올해 초에 입단한 1년차 육성 선수다.

포지션은 투수, 별명은 연습 경기의 페드로다.

‘어디 한 번 볼까?’

그의 머리 위로 나타난 반투명한 창이 보였다.

【이름: 박종구】

【레벨: 47 / 72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레일건 송구 B】

‘레벨은 나쁘지 않은데. 특성이···.’

투수 특성이 아니고, 송구 계열 끝판왕 특성이다.

한수는 정보창도 확인했다.

박종구의 몸에서 금색 빛이 뿜어졌고···.

-띠링!

Gold 등급 정보창이 떠올랐다.

【박종구】【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0%)

(타이탄스 코치진: 6%)

(타이탄스 프런트: 2%)

결론: 경기장의 유엽(劉曄)입니다. 어깨도 강하고, 구속, 구위, 제구 모두 평균 이상은 합니다만···. 어마어마한 새가슴입니다. 마운드에 서면 긴장해서 가진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주인공 심리가 있어서 투수 포지션을 고집합니다만···.

【포지션】

1순위: 외야수

2순위: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마운드 위의 새가슴

2. 주인공 본능

3. 용수철 점프 캐치

4. 매우 정확한 송구

5. 매우 날렵한 몸놀림

【호감도: 0%】

’상호 아저씨 판단이랑 비슷하네.’

박종구는 투수 포지션만 포기하게 만들면 뛰어난 수비수가 될 거다.

문제는 타격력인데···.

‘그래서 보고서에 박종구는 1군 선수 한 명을 붙여서 집중 타격 훈련을 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문제는 박종구가 투수 포지션만을 고집한다는 거다.

한수는 싱긋 웃으며 생각했다.

‘설득이야 하면 되는 거지.’

“그보다 다음 타자는 왜 타석에 안 서죠? 원래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연습 경기니까 감독이 테스트할 선수를 올릴 거 같습니다.”

그때 2번 타자가 타석으로 향했다.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남자였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신인? 액면가가 높아 보이는데···.’

“신용식 선수가 올라오네요···.”

“신용식? 누굽니까?”

“재활 훈련 중인 1군 선수예요.”

“1군? 잘 치나요?”

이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

“네 시즌 동안 평균 타율이 1할을 간신히 넘어요. 홈런은 한 번도 없고, 그나마 발이 빠르긴 하지만···. 애초에 출루해야 뭘 하든 하는데···. 하여튼! 이번 시즌에는 손목 부상으로 절반을 날렸고···. 연습보다는 SNS나 방송 출연만 좋아하는 허파에 바람든 선수죠.”

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놈이 네 시즌 동안 1군에 있으니···. 타이탄스가 이 모양이지···.’

“그렇지만···. 염 선수한테 불리하네요.”

“왜요? 최민준보다 못한 거 아닙니까?”

“최민준이 잠재력은 높을지 몰라도 신용식 선수의 경험치는 무시 못해요···. 그리고 선구안이 나쁘지 않아서 1군에 있을 때도 상대 투수 볼 카운트를 높이는 카드로 자주 쓰였어요.”

“그 말은···.”

“감독이 염 선수 볼 카운트를 늘리려고 작정한 거 같아요. 연습 경기인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그녀의 말에 한수는 더그아웃을 힐끔 쳐다봤다.

투수 코치 장보형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정남 감독이 보였다.

남정남의 몸에서 초록색 빛이 흘러나왔다.

-띠링!

【남정남: Iron 등급, 타이탄스 코치진 재능 11%】

‘Iron 등급···. 자꾸 거슬리는데 어쩔까?’

그때 옆에 있는 장보형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그 순간, 장보형의 몸에서 금색 빛이 뿜어졌다.

‘오···!’

-띠링!

【장보형】【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1%)

(타이탄스 코치진: 81%)

(타이탄스 프런트: 63%)

결론: 더그아웃의 지공장군(地公將軍)입니다. 그의 재활은 마치 요술(妖術)과도 같습니다.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무척 뛰어난 투수였습니다. 1차 지명으로 서울 삼둥이에 입단했지만,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쳐서 선수 생활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야구 지도자 공부를 했습니다.

【적성】

1순위: 투수 코치

2순위: 재활 코치

3순위: 수비 코치

【특기】

1. 재활의 요술사

2. 투수 육성 스페셜리스트

3. S급 불펜 활용

4. 금쪽같은 내 커브 [잠재 Lv 80 이상 투수에게만 전수 가능]

5. 숨겨 왔던 나의~ 팜볼 [잠재 Lv 90 이상 투수에게만 전수 가능]

【호감도: 1%】

한수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금덩이 천지였네···. 흐흐.”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소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일어나세요?”

“명색이 구단주인데 일반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러면 귀빈실로 가셔서 TV로 시청을···.”

“아뇨, 아뇨, 그게 아니죠.”

“······?”

한수는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야구 관람하기 딱 좋아 보이네요!”

“······네?”

= = = = = = = =

타이탄스 2군 경기장 더그아웃.

투수 코치 장보형은 묘한 시선이 느껴져서 움찔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남정남이 물었다.

“왜 그래?”

“아뇨. 그냥 좀···. 그보다 감독님!”

“왜?”

“용식이한테도 철수 볼 카운트 늘리라고 지시하셨습니까?”

“그래.”

“왜 자꾸 그래요. 좀 전에 철수 공 못 봤습니까? 제구도 되고, 마지막 공은 130km/h입니다. 제대로 된 타자로 좀 더 테스트를···.”

남정남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인마, 용식이 무시하냐? 쟤 1군이야, 1군.”

“무시하는 게 아니고 용식이는···.”

“시끄러워! 너 오늘따라 왜 이래? 설마, 구단주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무슨 소립니까! 그게 아니고, 철수가···.”

“그놈의 철수 타령 좀 그만해! 그깟 130km/h 던진 게 뭐? 뭐!? 저런 놈은 2군에 쌔고 쌨어!!!”

남정남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주심을 보던 타격 코치가 잠시 경기를 중단했다.

모두의 시선이 둘에게 향했다.

장보형은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 아니, 선배님, 못 보셨습니까? 민준이가 힘에서 밀렸어요. 공의 무브먼트가 달랐다고요. 철수 쟤 입스를 극복한 게 분명해요.”

“······.”

“선배가 입스를 극복 못하고 선수 생활 접었던 악몽 때문에 입스라면 학을 떼는 건 알겠는데···. 입스를 극복할 수 없다고 일반화하는 건···.”

그 순간, 남정남이 장보형의 멱살을 잡았다.

“이 XX가 뚫린 입이라고···!”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아니면···.”

둘의 살벌한 모습에 2군 선수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코치진이 달려와서 말리기 시작했다.

“두 분 왜 이러세요!?”

“거참, 애들 보는 앞에서···.”

“감독님! 놓고 말해요! 놓고!”

“보형아! 그만 말해! 그만!”

남정남은 씩씩거리며 장보형에게 소리쳤다.

“이 XX! 너 여기서 당장 나가!”

그 순간,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놈의 팀은 1군이고 2군이고 할 거 없이 싸우는 게 취미인가?”

모두가 놀라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봤다.

거기엔 한수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남정남이 당황하며 장보형의 멱살을 놓으며 말했다.

“구단주님, 이건···.”

“난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오늘은 좀 참아보려고 했어. 내가 지명한 선수들의 실력을 보고 싶었거든.”

“······.”

“기자한테 뇌물을 받고 신인에 대한 정보를 누설한 죄. 원 스트라이크.”

“구단주님, 뇌. 뇌물이라뇨!? 그건 그냥 인사로···! 그리고 정보를 누설한 건···.”

한수는 남정남의 변명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연습 경기 가지고 괜한 고집을 부리고 이 팀장과 분란을 일으킨 죄. 투 스트라이크.”

남정남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한수 옆에 서 있는 이소희를 가리켰다.

“그건 저 여자! 아, 아니! 운영팀장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그리고!!!”

“······!”

“더그아웃에서 폭력을 쓴 죄. 쓰리 스트라이크.”

그리고는 아웃 포지션을 취하며,

“당신 아웃.”

“구단주님!”

한수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팀에서 꺼져. 당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