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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40화 (40/187)

40화 : 청백전 한 판 더 때리죠!

참으로 공교롭다.

외국인 용병과 계약 문제를 처리하려고 고민수를 찾아왔더니, Platinum 등급의 선수가 등장하다니.

그때 기용찬의 머리 위로 잠재 레벨 창도 떠올랐다.

【이름: 기용찬】

【레벨: ?? / ??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 S】

└좌완을 완성하기 전까진 특성과 레벨은 비활성화.

한수는 의문이 들었다.

잠재 레벨 창은 신인 선수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사람 싱글 A에서 활동 중인 거 아닌가?’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띠링!

【배팅볼 투수는 정식 투수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마이너리그 선수를 배팅볼 투수로 쓰기도 하지만, 기용찬 선수는 고등학교 이후로 정식 경기에 출전해본 적 없는 신인입니다.】

‘흠···. 이 사람 잠재 레벨 엄청날 거 같은데···. 빨리 회복시킬 방법 없으려나?’

그러다가 2군 임시 감독으로 임명한 장보형의 정보창 내용이 떠올랐다.

‘분명 더그아웃의 지공장군(地公將軍)이고 재활은 마치 요술(妖術)과 같다고···.’

만약 기용찬을 입단시켜 2군으로 재활 훈련을 보낸다면···.

‘복귀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이때 한수와 악수를 끝낸 기용찬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눈빛이 조금 무서운데···. 그보다 포수 마스크는 왜 쓰고 있는 거야?’

그때 고민수가 말했다.

“구단주님, 혹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네, 계약할 외국인 용병을 찾았는지 궁금해서요.”

기용찬은 외국인 용병이라는 말에 눈가를 움찔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 A 팀의 배팅볼 투수지만, 어떤 리그가 됐건 마운드에 복귀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 때문에 매번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서 좌완 투수로 거듭났으니까.

현재 소속된 싱글 A 팀도 흥미를 보이고 있지만···.

그를 마운드에 올릴 생각은 전혀 없다.

기용찬은 주먹에 힘을 주며 생각했다.

‘외국인 용병···.’

그러나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힘을 풀었다.

‘아서라, 욕심낼 걸 내라···.’

그때 고민수가 대답했다.

“후보들을 몇 명 추리긴 했는데···. 아직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합니다. 내일 오전 중으로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한수는 기용찬의 표정을 살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사람, 외국인 용병에 흥미를 보였어. 이거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겠는걸?’

제대로 된 외국인 용병 투수를 구하려면 백만 달러(1년 차 상한)는 써야 한다.

하지만 정보창에 나온 기용찬 상황이라면 헐값에 데려올 수 있을 거다.

‘십만 달러쯤 불러도 감사하다고 할 거 같은데?’

일단 기용찬과 조금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기용찬씨도 현역 선수입니까?”

“그게···.”

고민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힐끗 기용찬을 쳐다봤다.

기용찬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수는 사정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요. 제가 야구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현역 선수들을 잘 모릅니다. 타이탄스 구단주가 됐을 때도 이소호 말고는 전부 몰랐거든요!”

고민수가 입을 열려는 찰나, 기용찬이 웃으며 대답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KBO 선수가 아니어서요.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요? 혹시 일본 리그에서 활동 중이신가?”

“미국 마이너리그 싱글 A팀에서 배팅볼 투수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기용찬이 마이너리그 싱글 A팀 배팅볼 투수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아~ 그래요?’라며 김빠진 표정을 한다.

하지만 한수는 달랐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더니 무척이나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대단합니다. 외국에서 선수 생활하기 힘드시죠? 저도 대학을 미국으로 다녔는데 여러모로 고생했거든요.”

“네? 아···. 그 딱히 고생은 없습니다···. 일단 전 귀화해서···.”

“아~ 그럼 외국인이네! 혹시 영어로 대화가 편한가?”

“아닙니다. 집에선 한국어를 써서···.”

“미국 어디서 지내십니까?”

“캘리포니아입니다.”

“아~ 캘리포니아~! 저도 사업차 종종 방문했었습니다. 참 좋은 곳이지요.”

“네···.”

“이야, 캘리포니아에서 오신 마이너리그 선수라니. 우리 왠지 인연인 거 같습니다. 고 팀장, 그렇게 생각하죠?”

고민수는 내심 의아했지만, 한수의 말에 토를 달고 싶지 않았다.

아직 한수에게 갚아야 할 수많은 빚이 있으니까.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정말 깊은 인연인 거 같습니다.”

기용찬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고민수는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코치님 왜 이러시지?’

그 순간, 한수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 오늘 저녁이라도 함께하는 거 어떻습니까? 이렇게 반가운 인연을 만났는데,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군요!”

“저, 저녁이요? 저는···.”

“좋은 생각입니다, 구단주님. 제가 식당 예약해두겠습니다.”

“코치님···?”

“알겠어요. 기용찬씨가 좋아하는 데로 예약해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이따 봅시다.”

“살펴 가십시오, 구단주님!”

한수가 사라지고, 기용찬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코치님, 이게 무슨···.”

그러자 고민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용찬아, 정말 미안하다. 오랜만에 둘이 한잔하기로 했는데···. 멋대로 약속을 잡아서···.”

“아녜요. 왜 이러세요? 고개 드세요! 사과하실 건 아니고···. 그냥 좀 당황스러워서···.”

“···구단주님이 조금 특이한 면이 있긴 하시지만, 나쁜 분은 아니야. 아마 믿기진 않겠지만···. 정말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을 만난 게 반가워서 함께 식사하자는 걸 거야···.”

기용찬은 아무리 그래도 한수의 친절함이 뭔가 불편했다.

맨 처음에 그를 바라보던 무서운 눈빛도 그렇고···.

그때 고민수가 물었다.

“···저녁 뭐 먹고 싶니?”

= = = = = = =

타이탄스 프런트 사무실.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가 나타났다.

퇴근 시간이 다 돼서 설렁설렁 일하던 직원들은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구단주님, 안녕하세요···!”

“헉!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한수는 적당히 인사해주며 운영팀을 향해 걸어갔다.

직원들은 자라목을 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구단주의 심기에 거슬렸다가 대기 발령 조치를 받거나 잘린 직원이 무척 많았다.

그들에게 한수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구단주가 왜 자꾸 사무실에 오냐고···.’

‘구단주실 하나 만들어주면 안 되나?’

‘곧 퇴근 시간인데···.’

‘일하는 척하자. 일하는 척···.’

한수는 누군가와 통화 중인 이소희를 쳐다봤다.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이 발동하며 그녀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이소희】【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2%)

(타이탄스 코치진: 60%)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서원직(徐元直)입니다. 보좌, 운영, 스카우트, 육성, 분석에 특출

···(중략)···

【프런트 업무 적성】

···(중략)···

【특기】

1. 보좌의 스페셜리스트.

2. 잔혹한 책사.

3. 회의의 지배자.

4. 안목 [투수, 포수, 코치진]

5. 치밀한 세이버매트릭스

【호감도: + 77%】

한수는 그녀의 특기 ‘안목 [투수, 포수, 코치진]’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팀장도 데려가야겠어.’

그녀가 직접 기용찬을 보게 한 뒤, 조사해보라고 지시할 생각이다.

그때 이상한 점 두 가지를 발견했다.

우선, 첫 번째.

‘선수 재능 32%? 이거 Bronze 등급 아니야?’

그 순간, 알림창이 나타났다.

-띠링!

【이소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포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은 포기하지 못했고···. 몇 년 전까진 서울의 모 기업의 사회인 야구단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습니다.】

“······.”

이소희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다.

야구에 왜 그렇게 미쳐 있나 했더니···.

‘참 흥미로운 여자야.’

한수는 그녀에게 다가가며 두 번째 이상한 점을 생각했다.

‘호감도가 왜 이렇게 높지?’

얼마 전까지 호감도가 마이너스였던 그녀인데, 올라도 너무 잘 오르고 있다.

‘뒤늦게 내 매력에 빠져버린 건가? 이것 참···.’

사실은 한수가 이정호 포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안쓰럽고, 애틋해서 호감도가 쑥쑥 오르는 거지만···.

하여튼!

통화를 끝낸 이소희는 한수를 발견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구단주님, 오셨어요?”

“바쁜가요?”

“아닙니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시킬 일은 아니고···. 저녁에 시간 어때요?”

이소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저녁이요···?”

= = = = = = =

그날 저녁,

부산 동래구 타이탄슨 구장 인근의 한정식 식당.

한수와 이소희, 고민수, 기용찬은 함께 식사를 했다.

스카우트팀 사무실 앞에서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수는 기용찬에게 관심을 드러내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물어봤고, 고민수와 기용찬이 번갈아 가면서 질문에 대답을 했다.

이소희는 대화에 끼지 않고 조용히 식사하며 기용찬을 살폈다.

‘대동고 출신 투수 기용찬···. 이 사람 때문에 날 저녁 식사에 초대한 건가?’

기용찬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야구부를 그만뒀을 때, 중학생 리그에 어마어마한 유망주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니까.

그 유망주가 바로 기용찬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불행한 사고로 오른쪽 어깨를 다쳐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 가서 싱글 A 팀에서 배팅볼 투수를 하고 있다고?’

그녀는 의문이었다.

오른쪽 어깨가 망가졌을 텐데 어떻게···.

그때 기용찬이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소희는 눈을 반짝였다.

‘좌완 투수로 전향했구나.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용찬을 살피며 이런저런 계산을 했다.

한수와 대화를 나누던 기용찬은 이소희의 시선을 느끼며 생각했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도끼 눈을 뜨면서···.’

기용찬은 식사 자리가 몹시 불편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한수는 이소희와 타이탄스 프런트 오피스 주차장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어때요?”

주어도 생략된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이소희는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고교리그 최고의 유망주였던 기용찬과 지금의 기용찬은 너무도 다르니까요. 좌완에 얼마나 익숙해졌는지도 확실치 않고···.”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거 말고 다른 문제는 없는 거죠?”

이소희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가장 큰 문제가 어깨인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같은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술도 안 마셨는데 취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외 다른 문제는 없지만···. 용병 말고 다른 식으로 데려올 방법도 있는데, 굳이 배팅볼 선수한테 용병 카드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자자,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테스트해보는 게 어때요? 테스트!”

“테스트요? 메디컬 테스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이, 그런 건 재미없죠.”

“그럼···.”

한수는 씨익 웃으며,

“청백전 한 판 더 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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