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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45화 (45/187)

45화 : 나이스!

타이탄스 사장실.

한수는 소파에 앉아서 타이탄스 1군 감독 후보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지난번 면접 때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감독 후보를 찾는 거다.

요즘 이소희가 워낙 바빠서, 이번에는 양승진 혼자 후보 명단을 작성했다.

감독 후보자는 총 네 명이다.

【임태현】 【안문호】 【이승혁】 【페르난도 킴】

임태현은 작년까지 무려 7년이나 두성 그리즐리스 감독을 했다.

두성의 두 시즌 연속 정규시즌 1위, 포스트시즌 6회 연속 진출, 한국 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3회라는 금자탑을 쌓은 뛰어난 감독이다.

심지어 통합 우승도 1회를 기록했다!

지도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감독이다.

그는 수비형 포수 출신으로 선수 육성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임태현···. 통합 우승을 이뤘던 감독···.’

첫 번째 후보부터 군침이 돌았다.

한수가 임태현 감독의 자료를 유심히 살피자, 커피를 홀짝이던 양승진 사장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임태현 감독이 탐나십니까?”

“뭐, 워낙 경력이 화려하니까요. 근데 계약금이 꽤 세죠?”

“두성과 마지막 재계약을 했을 때 28억 원이었습니다. 계약금 7억에 연봉이 7억으로···. 당시 KBO 최고 대우였죠.”

“흠···.”

통합 우승만 해준다면 28억쯤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때 양승진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결과만 두고 보면 임태현 감독은 명장이지만, 투수 기용에 논란이 많기는 합니다.”

“논란이요?”

“임태현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있으면 엄청나게 연투를 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컨디션이 좋으면···.”

“엄청나게.”

“······.”

“정말 질릴 정도로 연투를 시킵니다. 우리 타이탄스 못지않은 투수 혹사의 아이콘이 임태현 감독입니다.”

“그렇군요···.”

한수의 표정이 떨떠름해지자, 양승진이 재차 입을 열었다.

“타자 기용도 좌우 놀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물론 스타일이기는 하지만요. 아! 빅볼 야구를 선호해서 번트를 아주 싫어합니다.”

“···양 사장.”

“네?”

“임태현 감독이 오는 거 싫습니까?”

“싫다기보다는···.”

양승진은 안문호 감독의 자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안문호 감독을 추천합니다.”

“안문호 감독···.”

“연방고의 하얀 악마라 불렸던 뛰어난 감독입니다.”

“하얀 악마요?”

한수는 그의 자료를 살폈다.

안문호는 연방고등학교 야구 감독 시절 출전 경기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NPB로 진출해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팀을 경험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

최근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감독 맡을 팀을 찾던 중에 타이탄스 1군 감독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작년 NPB 포스트시즌에서 수비 코치로 활약하며 팀이 우승하는데 큰 영향력을···.”

“다 좋은데, 이 사람은 연방고등학교 말고는 감독 경력이 없네요.”

“카리스마나 경험은 충분합니다. 프로 구단 감독 역할도 잘 해낼 겁니다.”

“글쎄요···.”

양승진의 안목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통합 우승을 경험해 본 임태현 감독을 놔두고 안문호 감독을 고르긴 힘들었다.

그때 다음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이승혁】

“이 사람은···.”

이름이 무척 낯이 익다.

그러자 양승진이 웃으며 말했다.

“국민타자 이승혁입니다.”

“아···. 이 사람, 선수 그만뒀습니까?”

“접은 지 꽤 오래됐습니다. KBO 홍보대사랑 해설자로 활동하다가 요즘은 예능 쪽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예능이요?”

“J-TV에서 방영 중인 ‘무적 야구’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들어본 거 같네요. 그런데 이 사람은 왜 넣은 겁니까?”

“뛰어난 선수는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곤 하지만···. 왕년에 잘난 선수들한테는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

“과거 라이언스 왕조를 세우는데 1등 공신이었던 이승혁한테는 뭔가 배울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안문호 감독과 이승혁 중에는···.”

양승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안문호 감독입니다.”

“흠···.”

“사실 이승혁은 워낙 스케쥴이 빡빡해서 면접을 볼 수나 있을지···.”

“뭐, 바빠 봐야 얼마나 바쁘겠습니까? 시간은 만들면 되는 거고···.”

그때 마지막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페르난도 킴】

“이 사람은 누굽니까? 외국인인가요?”

“한국계 스페인인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스페인···.”

“이 사람···. 이력이 특이하네요?”

【테르세라 디비시온 RFEF(스페인 5부 리그), CF 페랄라다, 주전 GK】

【LPB(콜롬비아 프로야구 리그), 토로스 데 신셀레호, 포수】

【LIDOM(도미니카 공화국 프로야구 리그), 히간테스 델 시바오, 포수】

【CPBL(대만 프로야구 리그), 퉁이 라이온즈, 포수】

【LPB(콜롬비아 프로야구 리그), 토로스 데 신셀레호, ‘포수 코치’】

【CPBL 퉁이 라이온즈 ‘배터리 코치’】

【KWBL(한국 휠체어 농구 연맹) 고양 홀리 ‘코치’】

【경의중 야구부 ‘감독’】

스페인 축구 5부리그에서 골키퍼로 활동하더니, 콜롬비아 프로야구로 진출해서 포수를 하기 시작하고, 도미니카 공화국과 대만에서 야구 경력을 이어오다가···.

갑자기 한국 휠체어 농구 연맹에 가입해서 고양 홀리 팀 코치를 맡더니···.

“경의중 야구부 감독···?”

“재밌는 이력이죠? 그런데 실력은 있는 거 같습니다. 작년까지 꼴찌였던 경의중 야구부를 올해 대통령기 중학야구대회와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통합 우승을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한수는 통합 우승이라는 말에 흥미로운 눈빛을 했다.

“그런데 휠체어 농구 연맹? 이건 뭔가요? 뜬금없이 농구 코치는 왜 한 거죠?”

“그것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수는 페르난도 킴의 정보를 차근차근 살피더니 양승진에게 물었다.

“양 사장이 보기에 이 사람은 어때요?”

“다른 세 감독보다 계약금은 쌀 거 같습니다.”

“돈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실력이 어떨 거 같냐고요. 실력!”

“···솔직히 반신반의합니다. 아무래도 KBO 경력이 없으니까.”

“안문호도 KBO 경력은 없습니다만?”

“······.”

“······.”

양승진은 어색하게 웃더니,

“일단 면접 약속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단주님께서도 직접 봐야죠?”

“그래요. 1군 선수들 연봉 협상 전에 감독을 빨리 뽑아야 하니까요.”

1군 선수 방출, 재계약은 프런트와 감독, 코치진이 함께 상의해야 한다.

물론 프런트의 입김이 강하긴 하지만···.

하여튼!

“최대한 빨리 면접 일정을 잡으세요.”

“네!”

그리고 며칠 뒤, 면접이 잡혔다.

양승진 사장, 이소희 운영 팀장 그리고 한수가 면접관으로 참석했고···.

면접을 보러온 사람은 세 명이었다.

임태현, 안문호, 페르난도 킴.

국민타자 이승혁은 타이탄스 감독 제안을 거절했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 진행은 양승진, 이소희가 전담했고,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수는 감독들의 정보창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선 한수가 기대했던 임태현 감독은 Silver 등급이었다.

【임태현】【Silver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1%)

(타이탄스 코치진: 63%)

(타이탄스 프런트: 15%)

결론: 두성 그리즐리스 선수 출신(포수) 감독입니다. 두성 그리즐리스 왕조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선수 기용에 조금 논란이 있습니다. 투수 혹사도 그렇고, 성적이 저조해도 본인이 믿는 선수는 계속 출전시키는 고집이 있습니다. 물론 그 고집이 한국 시리즈에서 빛을 발하긴 했지만···. 어쨌든 타이탄스와는 별로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다른 팀이었으면 Gold 등급은 나왔을 텐데···.

【적성】

1순위: 감독

2순위: 수석 코치

【특기】

1. 안목 [강타자, 포수, 투수]

2. 좌우 놀이 달인

3. 빅볼의 추종자

4. 번트는 안 돼~!

5. 오늘도 네가 선발 투수다!

6. 가을에 야구 하는 남자 【타이탄스에선 비활성화】

【호감도: 0%】

한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지난번 염규식 감독도 그렇고, 타이탄스랑은 왜 이렇게 궁합이 안 맞는 감독이 많은 거야.’

특히 임태현의 특기 ‘가을에 야구 하는 남자’는 분명 플레이오프 진출을 염두에 둔 특기 같은데, 타이탄스에선 비활성화된다니···.

‘임태현은 포기해야겠어.’

다음은 양승진 사장이 추천한 안문호 감독이다.

안문호는 Gold 등급 정보창이었다.

【안문호】【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

(타이탄스 코치진: 82%)

(타이탄스 프런트: 79%)

결론: 경기장의 가충(賈充)입니다. 그는 NPB에서 지도자 경험도 있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안문호가 감독을 맡으면 팬들은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그는 패색이 짙은 경기는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자는 마인드이지만···. 선수들과도 충돌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성적은 오를 겁니다. 성적은 말이죠.

【적성】

1순위: 감독

2순위: 수비 코치

3순위: 수석 코치

【특기】

1. 안목 [타자, 내야수, 외야수]

2. 기계식 데이터 야구

3. 허슬 플레이 금단증상

4. 데이터에 따른 용병술

5. 번트 중독자

6. 냉혈 인간

7. 냉철한 카리스마

【호감도: 0%】

‘능력은 괜찮은 거 같네···.’

감독으로서 특기는 지난 면접 때 유일한 Gold 등급인 신병우 감독보다도 나은 거 같았다.

신병우는 투수 코치에 적당한 특기를 보유했으니까.

【신병우 감독(Gold 등급) 특기】

1. 안목 [투수]

2. 던질 수 있지? [투수 버프]

3. 경쟁을 통한 선수 육성

4. 불펜 용병술

5. 공 던지기 참 쉽죠? [투수 육성]

그에 반해 안문호는 감독에 더 어울리는 거 같았다.

다만···.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선수들과 충돌할 수도 있단 말이지.’

예전에 한수였다면 성적만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타이탄스를 하나하나 뜯어고치다 보니···.

‘너무 엉망이라 짜증이 나긴 하지만···.’

조금 애정이 생긴 거 같았다.

그래서 기왕이면 성적만 생각해서 감독을 뽑는 게 아니라, 타이탄스에 어울리는 최고의 감독을 뽑고 싶었다.

안문호 감독의 면접까지 끝나고···.

양승진이 이소희에게 물었다.

“안 감독 어땠습니까? 괜찮지 않나요?”

“···글쎄요. 너무 데이터를 신봉하는 거 같은데요.”

“임태현 감독의 믿음 야구보다는 데이터 야구가 더 좋지 않습니까?”

“믿음 야구랑 데이터 야구, 어떤 게 뛰어난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안문호 감독은 너~무 데이터를 믿는 거 같아서 우려된다는 말이에요.”

“이 팀장은 임 감독이 더 마음에 든 건가요?”

“저는···. 차라리 지난번에 면접을 봤던 신병우 감독이···.”

두 사람의 대화가 길어지자 한수가 말했다.

“감독을 누구로 결정할지는 마지막 후보까지 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네, 구단주님.”

그리고 마지막 감독 후보.

한국계 스페인인이자, 특이한 이력을 가진 페르난도 킴 감독이 사장실로 들어왔다.

한수는 빨간색 정장에 하얀 구두를 신은, 화려한 장발과 멋진 콧수염의 페르난도 킴을 보며 피식 웃었다.

‘패션은 합격이네. 어디 정보창을 볼까?’

그 순간, 페르난도 킴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졌다!

한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리고 그의 앞에 Platinum 정보창보다 화려하고 멋진 Diamond 정보창이 나타났다.

한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생각했다.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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