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 내가 단장이라고요.
타이탄스 프런트 오피스, 단장실.
한수는 며칠 전부터 단장실을 개인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구단에 매일 출근하는데, 계속 사장실과 회의실에서 지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오덕훈 감독이 보낸 ‘철인 최종권 1984’ 영화 시나리오를 읽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무척 빨리 나온 이유는 오덕훈이 타이탄스의 골수팬인 덕분이다.
한수는 다 읽은 시나리오를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시나리오 잘 빠졌네. 좋아, 좋아.’
그는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홀짝이며 중얼거렸다.
“종권 아저씨가 한국 시리즈 MVP 상을 못 받았었구나. 시즌 MVP 받았다고, 몰아주면 공정하지 못하다니···. 뭔 개똥 같은 소리야?”
1984년 한국 시리즈에서 4승을 한 최종권은 MVP 수상을 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MVP여서 상을 몰아주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기자들의 판단 때문이었다.
최종권 대신 MVP를 수상한 건 끝내기 쓰리런을 날린 윤두열 타자였다.
한수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뼈 빠지게 네 경기 던져도 홈런 한 방이 최고구나.”
물론 시나리오 마지막에 윤두열은 진정한 MVP는 최종권이라고 했고···.
최종권은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윤두열 덕분이라며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시나리오 나왔으니. 바로 제작에 들어가면 되는데···.’
“돈을 구해야겠네.”
이창호 부회장의 태클로 히어로 메이커 프로젝트에 그룹 차원에서 투자는 제로다.
그룹 본사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갈까 했지만···.
박동석 상무 때문에 참았다.
그는 이창호 부회장이 인상안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하더니,
[···그룹 차원의 투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히어로 메이커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
한수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박 상무가 돈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어. 일단 덕수한테 투자자 좀 찾아보라고 해야겠네. 정 안 되면···.’
“아깝지만 빌딩 하나 팔지, 뭐.”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이소희가 들어왔다.
“구단주님, 1군 선수들 연봉 협상 완료했습니다. 방출 명단도 함께 확인 부탁드립니다. 페르난도 감독 컨펌도 받았습니다.”
“오케이. 수고했어요, 이 팀장.”
“아닙니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둔 포수 마스크 위로 느낌표가 나타났다.
한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임무 9 완료했구나. 흐흐, 30 Point로 뭘 할까? 아이템? 아차차, 상점을 Lv 업 하기로 했지. 흠···.’
“그리고 윤동균 감독은 수석 코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윤동균 감독은 70세가 넘는 고령의 백전노장이다.
수석 코치의 재능이 있긴 하지만···.
‘Silver 등급이었으니까. 굳이 목맬 필요는 없지.’
“알겠어요. 그럼, 수석 코치는 저번에 얘기한 대로 문동신 내야 수비 코치가 겸업하는 걸로 하죠.”
문동신은 타이탄스 선수 출신의 수비 코치로, 타이탄스에서만 커리어를 보낸 원 클럽 플레이어다.
선수 때 실력은 잘 쳐줘도 백업 정도였지만···.
타이탄스의 내야 사정이 끔찍할 정도로 절망적이었던지라···. 문동신은 부족한 실력에도 붙박이 주전 유격수였다.
아주 가끔 ‘이걸 문동신이?!’라는 호수비를 할 때가 있었지만, 거의 ‘마!!!’ 소리를 많이 들었던 선수다.
어쨌든!
윤동균이 수석 코치 제안을 거절하면 문동신을 수석 코치로 올리기로 했었다.
원클럽맨이라 그런지 팀에서 입김이 세서 코치진들이 모두 그를 추천했고, 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인 페르난도 킴도,
‘누구든 상관없어요~!’
···라고 했다.
한수는 1군 코치진의 능력치를 떠올렸다.
【1군 코치진】
감독 : 페르난도 킴(Diamond 등급, 재능 95%) 【부임 예정】
수석 코치 : 空席
투수 코치 : 空席
배터리 코치: 최정혁(Silver 등급, 재능 60%)
불펜 코치 : 임형민(Gold 등급, 재능 81%)
타격 코치 : 타이거 쇼트(Silver 등급, 67%)
외야 수비 / 타격(보조) 코치 : 남강인(Bronze 등급, 41%)
내야 수비 : 문동신(Bronze 등급, 재능 42%)
1루 작전 / 주루 / 외야(보조) 코치 : 최만호(Bronze 등급, 재능 39%)
QC : 현창진(Bronze 등급, 재능 47%)
‘등급으로 따지면 임형민 불펜 코치가 수석이 되는 게 좋지만···.’
양승진 사장이 반대했다.
임형민은 선수 시절에도 임천사라고 불릴 정도로 온화한 성격인데, 선수들한테 싫은 소리 하는 거조차 어려워한다며 수석 코치직을 수행하는 건 조금 무리가 있을 거 같다고 했다.
한수는 아쉽긴 했지만,
‘양 사장의 안목을 믿어야지.’
그때 이소희가 말했다.
“신병우 감독은 수석 코치를 겸하게 해주면, 투수 코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신병우요?”
신병우는 첫 번째 감독 면접 때 유일하게 Gold 등급이었던 지원자다.
한수는 신병우의 정보창을 떠올렸다.
【신병우】【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
(타이탄스 코치진: 80%)
(타이탄스 프런트: 14%)
결론: 더그아웃의 허유(許攸)입니다. 선수 출신(투수) 코치진으로 승리를 위해서라면 개똥밭도 구르는 인물입니다. MLB, NPB에서 코치 생활도 해서 KBO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수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며 성장시키곤 합니다. 두성 그리즐리스 투수 코치 시절 투수 혹사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리즐리스 왕조에 일조했었습니다. 감독 경험은 없습니다.
【적성】
1순위: 투수 코치
2순위: 불펜 코치
3순위: 감독
【특기】
1. 안목 [투수]
2. 던질 수 있지? [투수 버프]
3. 경쟁을 통한 선수 육성
4. 불펜 용병술
5. 공 던지기 참 쉽죠? [투수 육성]
【호감도: 0%】
‘적성에 수석 코치는 없지만···.’
“신병우가 왜 수석 코치를 맡고 싶어 하는 걸까요?”
“아마 페르난도 감독 다음을 노리는 거 같습니다.”
“다음?”
“신병우는 KBO는 NPB나 MLB보다 수준이 낮다며 논평까지 실은 감독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타이탄스 감독이 된 페르난도 킴은···.”
축구 선수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해서, LPB(콜롬비아 프로야구 리그), LIDOM(도미니카 공화국 프로야구 리그), CPBL(대만 프로야구 리그)에서 활동했다.
한국 야구 경험은 중학교 리그가 전부···.
심지어 휠체어 농구 코치를 한 경력까지 있으니···.
“신병우가 페르난도 감독을 무시한다는 말이군요.”
“네,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를 겸하면서 팀에서 영향력을 키운 다음···. 페르난도 킴이 경질이라도 되면 타이탄스 지휘봉을 잡을 생각인 거 같습니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했다.
신병우는 빠르면 여름쯤에 페르난도 감독이 경질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수는 피식 웃었다.
“야망 있는 사람이네. 이 팀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신병우는 수석 코치감이 아닙니다. 투수 코치만 맡을 게 아니라면 아쉽지만···.”
“오케이! 이 팀장이 알아서 해요.”
“···알겠습니다.”
이소희는 인사를 하고 단장실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책상 위에 있는 ‘철인 최종권 1984’ 시나리오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시나리오가 벌써 나왔나요?”
“네, 오 감독이 열의가 높은 거 같아요.”
“제작비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한수는 피식 웃으며,
“구단 운영 자금에 손댈 생각 없으니, 걱정 마요.”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고···.”
“투자자를 찾아보고 부족한 건 제 사비로 충당하면 됩니다.”
이소희는 사비로 충당한다는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 팀장, 그 눈빛 뭐야? 설마 날 걱정하는 거야?”
“아, 아뇨. 걱정은 무슨···.”
한수는 히죽 웃으며,
“그렇지? 누가 누굴 걱정해요. 이 팀장, 저 돈이 무척 많습니다. 취미가 돈 잘 쓰는 거예요.”
이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쩜 말을 해도 이렇게 재수 없게···.’
좋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면 볼을 꼬집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그녀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이소희가 나가고 한수는 그녀가 두고 간 서류를 힐끗 바라봤다.
궁금하긴 했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게 있지!’
그는 포수 마스크를 얼굴에 썼다.
지금은 임무 보상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선수 연봉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임무 9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30 Point를 획득합니다.】
【현재 3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무 10이 생성됐습니다.】
완료 조건이 세 개나 됐던 임무 9가 끝났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포인트가 풍족해졌군!’
그는 30 Point를 보며 고민했다.
‘아이템을 살까? 상점을 Lv 2로 업그레이드할까?’
상점을 Lv 2로 업그레이드하면 더 다양한 살 수 있는 물품이 강화된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상점 Lv를 올리는 게 맞지만···.
‘30 Point를 전부 써야 한단 말이지. 또, 빈털터리가 될 텐데···.’
한수는 일단 임무 10을 확인하기로 했다.
‘임무 10이 간단한 거면···. 아이템 상점을 Lv을 올리고, 임무 9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임무면 상점 Lv 업은 일단 보류···.’
임무창이 나타났다.
-띠링!
『임무 10』
【구단주님! 최고의 구단이 되기 위해선 뛰어난 단장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단주님과 양 사장, 이 팀장의 팀워크가 매우 좋습니다. 마치 검은 삼연성의 제트 스트림 어택 같습니다! 그러니까···.
(☞◣д◢) ☞ “니가 해라···. 단장···.”】
└완료 조건: 단장이 되세요!
【보상 : 10 Point, 스킬 등급 진화권】
‘단장이 되라고?’
한수는 피식 웃더니 곧바로 양승진에게 전화했다.
[구단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오늘부터 제가 타이탄스의 단장입니다.”
[···네?]
“내가 단장이라고요. 오케이?”
[구, 구단주님···.]
한수는 전화 통화를 끝냈다.
그때 새로운 창들이 떠올랐다.
-띠링!
【임무 10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0 Point를 획득합니다.】
【현재 4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등급 진화권’을 획득합니다.】
【임무 11이 생성됐습니다.】
한수는 중얼거렸다.
“포인트 벌기 쉽다, 쉬워. 흐흐. 자아, 그럼···.”
한수는 Lv 1 상점에 접속했다.
그리고···.
【30 Point를 사용해서 Lv 1 상점을 Lv 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를 선택했다.
【Lv 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업그레이드 완료까지 24시간 남았습니다.】
【현재 10 Point가 남았습니다.】
‘24시간? 오래도 걸리네.’
한수는 입맛을 다시며 다음 보상을 확인했다.
‘스킬 등급 진화권이라···.’
[스킬 등급 진화권]
└종류 : 구단주 전용 특별 아이템
└등급 : Platinum 등급
└설명
Gold 등급 이하 구단주 전용 스킬의 등급을 무조건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Iron 등급 → Bronze 등급
Bronze 등급 → Silver 등급
Silver 등급 → Gold 등급
Gold 등급 → Platinum 등급
한수는 보상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떴다.
‘오···. 이거 좋은데?’
당장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상점이 업그레이드 중이었다.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은 Diamond 등급이니까 진화할 수 없고···.’
한수는 보유 스킬 중에 ‘안경 D 에이스의 의지’를 확인했다.
[안경 D 에이스의 의지]
└종류 : 구단주 전용 스킬
└등급 : 골드
└설명
① 신인 선수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② 현재 레벨 / 잠재 레벨을 보여줍니다.
③ 안경 쓴 우완투수(신인)한테 1년에 ‘딱 1번’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체력과 내구력을 무작위로 강화합니다.)
“이건 진화할 수 있겠네.”
진화를 시켜볼까 고민하다가 ‘안경 D 에이스의 의지’의 세 번째 능력이 눈에 들어왔다.
“안경 쓴 신인 우완투수한테 1년에 딱 1번 축복···.”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해야···.
‘내년 1월에 또 축복을 할 수 있겠네.’
누구를 축복할지는 정해져 있었다.
【염철수 선수한테 ‘안경 D 에이스의 축복’을 내리겠습니까?】
【예 / 아니오】
곧바로 ‘예’를 선택했다.
【염철수 선수의 체력이 +2만큼 강화됩니다.】
“오케이. 오~케이!”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스킬 진화권은···. 상점 업그레이드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힐끔 시계를 쳐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그는 강덕수한테 전화했다.
“덕수야, 점심 먹을까?”
[네! 좋아요!]
“뭐 먹을래? 밀면이나···.”
[제가 엄청난 맛집을 알아냈습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엄청난 맛집? 어딘데?”
[선수단 식당이요!]
선수단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