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신영 타이탄스와 신성 스페이스의 연습경기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연습경기는 총 2차전으로 진행되며 장소는 전부 인천 스페이스 필드다.
세부 일정이 잡히자 기사들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페이스 ‘KS 실전 대비’ 타이탄스 1.5군 평가전 2회 치른다!]
[스페이스, ‘흔쾌히 응해준 타이탄스에 고마워.’ 연습경기에 만반!]
[타이탄스와 스페이스 ‘유통 더비’가 또다시···.]
스페이스의 전신(前身)인 NK 드레이크스 때는 타이탄스와 별다른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신성 그룹이 스페이스를 차지하며 타이탄스와 ‘유통 더비’가 시작됐다.
결과는 스페이스의 압승···.
스페이스의 승률이 9할이 넘었다.
팬들은 연습경기를 잡은 타이탄스 프런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시즌 중에 그렇게 털리고 정신을 못차렸네.
└아···. 슬프다. 또 얼마나 털리려고···.
└마지막 경기가 9:0이었지?
└ㅅㅂ 김태규가 15연패 한 날임.
└김태규 하니까 열받네. 감독 새끼는 왜 그 XX를 7회까지 올리냐고?
└그때 나름 선전했음. 7회까지 6점으로 막음.
└ㅋㅋㅋ 6점이 선전이냐? 미친 꼴빠 XX들 ㅋㅋㅋ
└근데 김태규 왜 방출 안 하냐?
└아···. 프런트 일 XX 못하네.
└1.5군이면 신인들 테스트해보려는 거 같은데···. 애들 멘탈 나가겠네.
└연습경기 선발 누구냐?
[타이탄스, 새로운 선수들을 적극 기용···.]
[이소호, 하민철은 연습경기 불참하는 걸로···.]
[스페이스 1군 전원 참여, 타이탄스의 첫 경기 선발 투수는 폭풍고 출신의 홍진철···.]
[포수는 2군 강민수, 외야에는 박종구 출전 그 외에 여러 2군 선수들이 후보로 대기···.]
└이소호, 하민철 뺀다고? ㅁㅊ 3할 둘을 빼면···.
└소호 형님은 감독 취임식에도 안 왔네.
└이번 시즌 고생했는데 소호 형님은 놔둬···.
└하민철 없으면 투수 망하는 거 아님?
└포수 누가 봄? 윤창근 복귀했냐?
└창근이는 치질 수술한 거 또 터져서 재수술받는다던데···.
└난독증있냐? 2군 강민수가 본다잖아.
└강민수는 퓨처스리그 외야수인데 왜 포수를 시키지? 박종구도 투수인데 외야로 돌리고···.
└난해하다, 난해해 ㅋㅋㅋ
└그나마 홍진철은 기대되네. 얘 강대한이랑 라이벌 아니었음?
└퍼포먼스는 강대한보다 약했는데, 영리하게 야구하는 선수임. 나도 기대됨.
└타이탄스 감독은 누가 하냐? 설마 동신이가 봄?
└동신이 수석 코치 됐다는 거 같은데···.
└2군 감독이 지휘한대. 신임 감독은 연습 경기는 참관만 한다던데?
└신인 감독이 누군데?
└외국인이라던데···.
그리고 연습 경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타이탄스 홈구장에서 새로운 사령탑 취임식이 열렸다.
새로운 감독 페르난도 킴은 백넘버 111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이한수 구단주 겸 단장, 양승진 사장, 주장이자 투수인 장재우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페르난도 킴은 능숙한 한국어로,
“내년 시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기자 몇 명과 1군 선수, 코치진만 참여한 조촐한 취임식이 끝났다.
동백 스포츠 박편복 기자는 페르난도 킴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Q. 타이탄스의 유니폼을 입은 소감은?
A. 아주 마음에 든다. 특히 갈매기 로고가 너무 좋다. 하늘 높이 날갯짓하는 갈매기가 멋지다.
Q. 백넘버 111번은 어떤 의미인가?
A. 정규시즌 1위, 한국 시리즈 1위, 타이탄스 첫 번째 통합 우승. 그래서 111이다.
Q. 이력이 특이하다. 축구 선수를 그만두고 야구를 한 이유는?
A. 골키퍼였는데 킥을 너무 못해서 방출됐다. 그러다가 친구의 제안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야구 지도자까지···.
Q. 한국 휠체어 농구팀 코치를 했었다. 이유는?
A.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스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건축업에 종사했는데, 일하시다 다리를 다치셨다. 굉장히 건강하신 분이었는데 ···(중략)··· 아버지가 다시 건강을 찾으셔서 기쁘다.
Q.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타이탄스를 어떻게 생각했나? 또, 무엇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재밌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잠재력 높은 원석들이 많이 보였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도 인상적이었다. 내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한다.
팀 스포츠에서 승리하려면 협동해야 한다. 타이탄스의 선수, 코치진은 더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게 최우선이고, 기술은 다음이다.
Q. 이틀 뒤, 스페이스와 연습경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관중석에서 참관하게 돼서 아쉽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현재 전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2군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Q. 내년 타이탄스는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A. 당장 우승, 플레이오프 진출을 얘기하면 섣부르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그래서 나는 타이탄스 통합 우승을 꿈꾼다.
[타이탄스 구장(부산) = 박편복 동백스포츠 기자]
인터뷰 내용은 부산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퍼졌다.
다른 팀 야구팬들은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통합 우승 ㅋ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
└그래···. 꿈은 크게 갖는 거야···.
└타이탄스가 개그맨을 감독으로 받았음 ㅋㅋㅋ
└경력 ㅋㅋㅋ 축구, 농구, 야구 다 했네 ㅋㅋㅋ
└패전처리투수 + 배팅볼투수 + 잡종 신인 감독 ㅋㅋㅋ 타이탄스 내년 미쳤네 ㅋㅋㅋ
그리고 타이탄스 팬들은···.
└프런트 이 개XX들아! 장난치나?
└마! 돌았나!? 어디서 별 이상한 놈을 감독으로!?
└강대한 지명 포기, 패전처리투수 지명, 배팅볼투수 영입, 경력 X 같은 잡종 감독 계약···. 프런트 개XX들아! 적당히 해라!?
└씨X 내년에도 꼴찌 탈출은 글렀네!
└야! 이! 미! 친! 개! X! X! 야! 우리가 뭐 큰 걸 바라냐!? 그! 냥! 꼴찌만 탈출하라잖아! 근데 이게! 와! 미! 친! 타이탄스 개XX!!!!!
···난리가 났다.
= = = = = = =
늦은 저녁, 한수는 페르난도 킴 감독의 취임식과 조촐한 환영식까지 함께한 뒤에 호텔로 돌아왔다.
그는 소파에 앉아서 야구팬들의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하며 혀를 찼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격렬하네.”
특히 ‘부러진황금깃발’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유저는 ‘타이탄스 프런트의 삽질’이란 글을 올리며 타이탄스 팬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한수는 부러진황금깃발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읽으며 미간을 좁혔다.
└구단주 새끼가 애인을 운영팀장 시켜놓고 매일 연애질하기 바쁨. 2군 청백전도 둘이서 야구 관람하려고 몇 번이나 시킴.
└운영팀장은 프런트 여포임. 뒤에 구단주 있어서 아무도 못 건드림. 인사 발령, 선수 연봉 협상, 용병 계약 전부 이년이 하고 있음.
‘이놈의 애인 타령은 질리지도 않나···.’
처음 스캔들이 터졌을 때, 이소희가 악플러들을 전부 신고하자 잠잠해졌는데, 요즘 또다시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소희는 일일이 대응하기도 귀찮은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수도 애초에 스캔들을 별로 신경 안 쓰지만···.
부러진황금깃발의 글은 심기에 거슬렸다.
‘우리 내부 사정에 훤한 놈 같네. 대기 발령받은 직원 중 한 명인가? 아니면 쫓겨난 놈? 아니, 어쩌면···.’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 고민하다가 강덕수한테 전화했다.
“덕수야, 야구 커뮤니티에 타이탄스 악플을 꾸준히 달고 있는 부러진황금깃발이라는 놈이 있어. 누군지 알아내.”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
[그리고 지푸라기가 입국했습니다.]
“지푸라기?”
[기용찬 선수 폭투에 머리를 맞은 손재현씨요···.]
“아···. 지금 어딘데? 숙소는 마련해줬어?”
[숙소를 거절했고, 인천에 있는 지인의 집에 머물겠다고 했습니다.]
한수는 인천이라는 말에 턱을 쓰다듬었다.
공교롭게도 내일 인천에 있는 스페이스 홈구장으로 연습경기를 하러 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일 연습경기 맞춰서 약속을 잡아봐.”
[네, 알겠습니다.]
한수는 전화 통화를 끝내고 다리를 꼬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는 페르난도 킴 환영회 때 덕담 몇 마디만 한 뒤, 계산만 하고 나와서 아직 저녁 식사 전이었다.
‘룸서비스를 시킬까?’
그러다가 힐끗 창밖을 보더니,
“···바람도 쐴 겸 나가서 먹자.”
일어나려는데 침대 위에 올려둔 포수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느낌표가 떠올라 있었다.
‘임무 완료···? 아니야. 아직 시구를 안 했는데···?’
“아···! 상점 업그레이드!”
Lv 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가 끝난 게 분명했다.
한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포수 마스크를 잡았다.
‘밥 먹으면서 확인해봐야겠네.’
그렇게 호텔 방에서 나갔다.
= = = = = ==
스페이스 단장실.
임정태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서류 내용 중에 타이탄스가 이번 연습 경기에 요청한 사항을 읽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연습 경기에서 뭔 시구야. 시구는. 시구자는···. 이한수 구단주 겸 단장?’
“구단주가 단장도 하는 거야?”
임정태는 신인 지명 드래프트 때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던 한수를 떠올렸다.
‘얼핏 보면 그냥 망나니 관종 같지만···.’
그는 보고서 하나를 꺼냈다.
【강대한 투수에 대한 보고서】
-성장 속도 S급
-포텐셜 C~D급 [더 이상의 성장 여지없음.]
-현재 수준 C~B급 ‘KBO 1.5군’
-강점: 낙차가 큰 커브.
-약점: 커브 이후 팔꿈치를 신경 쓰는 습관이 있음. 2~3년 안에 팔꿈치에 한계가 올 것으로 사료 됨. 강점이 사라짐.
···(이하 생략)···
‘강대한 지명권을 트리플스에 넘기고 오재근과 홍진철을 챙기자고 주장한 게 이한수란 말이지. 이번 스토브리그도 파격적인 변화를 주고 있고···.’
“내년 시즌에 어쩌면···.”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미 대부분 퇴근했을 시간이라 임정태는 의아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들어와!”
그러자 문이 열리고 오른쪽 눈가에 흉터가 있는 붉은 머리 남자가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들어왔다.
“임 단장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임정태는 눈을 크게 뜨며 큰소리로,
“너, 너···. 손재현···!? 어, 언제 한국에 돌아온 거야!?”
그러자 손재현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오늘요. 입국하자마자 바로 여기부터 온 겁니다.”
“연락하고 오지. 지낼 곳은···.”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퇴근 언제 하십니까? 오랜만에 한 잔 꺾어야죠? 오케이?”
= = = = = = =
부산 마이어 호텔 근처 한정식 식당.
한수는 음식을 주문한 뒤 포수 마스크를 썼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현재 1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무 11이 미완료 상태입니다.】
【Lv 2 상점으로 업그레이드를 완료했습니다.】
【영웅 도감이 추가됐습니다.】
한수는 곧바로 상점 메뉴를 선택했다.
【최강 구단 Lv 2 상점】
└상점 Lv UP을 위해서 60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상점 명칭이 최강 구단으로 바뀌었다.
‘조금 촌스러운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확실히 더 다양한 아이템들이 보였다.
구단주 전용 스킬도 쓸만한 게 많아 보였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10 Point로는 좋은 걸 구매할 수 없었다.
‘최소 25 Point는 있어야 쓸만한 걸 살 수 있겠어.’
예를 들면,
[구단주가 캠프 훈련 보우하사···.]
└종류 : 구단주 전용 스킬
└등급 : Platinum
└설명
① 마무리 캠프, 스프링 캠프, 전지 훈련 등의 훈련 때 훈련 효과 버프를 줍니다. 선수들 노력 여하에 따라 성장 속도 대폭 상승합니다.
② 가장 성장을 많이 한 선수 2명에게는 특별 강화(+1 ~ +2)가 추가됩니다. 투수의 경우에는 구위와 관련된 강화, 타자의 경우에는 타격과 관련된 강화가 이뤄집니다.
③ 단, 구단주가 캠프 훈련에 함께 해야 합니다.
└필요 포인트: 25
이런 스킬이다.
조금 더 찾아보면 저렴한 것 중에도 좋은 게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한수는 상점을 닫고 보관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임무 10 완료 보상으로 받은 ‘스킬 등급 진화권’을 확인했다.
Gold 등급 이하 스킬을 확정적으로 1등급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상점에서 괜찮은 Gold 등급 스킬이 있으면 구매하고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냥 여기에 사용하는 게 좋겠어.’
[안경 D 에이스의 의지]
└종류 : 구단주 전용 스킬
└등급 : 골드
└설명
① 신인 선수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② 현재 레벨 / 잠재 레벨을 보여줍니다.
③ 안경 쓴 우완투수(신인)한테 1년에 ‘딱 1번’ 축복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체력과 내구력을 무작위로 강화합니다.) 【재사용 대기】
한수는 곧바로 스킬 등급 진화권을 사용했다.
-띠링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골드) 스킬의 등급을 올리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한수는 ‘예’를 선택했다.
그리고···.
스킬 창이 눈부신 하얀 빛을 뿜어냈다.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안경 D 에이스의 의지(골드)’가 ‘안경 D 레전드의 투지(플레티넘)’로 진화합니다.】
한수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떤 스킬인지 한 번 확인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