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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53화 (53/187)

53화 : 타이탄스로 오세요.

한수는 눈앞에 나타난 눈부신 Platinum 정보창을 살폈다.

【손재현】【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0%)

(타이탄스 코치진: 65%)

(타이탄스 프런트: 50%)

결론: 경기장의 손견 문대(文臺)입니다. 중학교 때 기용찬에게 퍼펙트게임으로 패배한 팀의 3번 타자였습니다. 그 뒤로 기용찬에게 사이클링 히트 혹은, 한만두로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기용찬이 부상으로 은퇴하고 미국으로 떠나자, 복수를 포기할 순 없다며 미국까지 따라가서 야구를 다시 시작하라고 매달립니다. 심지어 기용찬네서 숙식하며 재활 훈련까지 시키는데···. 타자로 전향할 걸 고민 중이던 기용찬을 좌완투수의 길로 이끌어 개고생하게 만든 원흉입니다.

└팁: 높은 공만 오면 눈을 감아버리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즉, 얘도 입스란 말입니다!

【포지션】

1순위: 타자(3루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호랑이 타법

2. 공에 고정된 날카로운 선구안 【비활성화】

3. 승부를 즐기는 자

4. 매우 뛰어난 장타력

5. 매우 뛰어난 포구 능력 【비활성화】

6. 해적왕의 미소 [도발 효과 & 포커페이스]

7. 내 사전엔 홈런밖에 없다! 【비활성화】

【호감도: 10%】

‘오, 제법···.’

입스 때문에 비활성화된 특기는 많았지만, 뛰어난 타자인 게 분명하다.

‘잠재 레벨은···.’

【이름: 손재현】

【레벨: ?? / ??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 A】

└입스 극복 시 활성화됩니다.

입스 때문에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Platinum이니까 잠재력이 최소 70은 넘겠지···. 좋아, 좋아.’

기용찬의 재활 훈련을 돕게 하려고 데려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런 인재를 만나다니.

타자로서 능력만 봤을 땐, 하민철 포수(Platinum 등급, 재능 94%)보다 뛰어난 거 같았다.

‘정보창에 등록된 선수 중에서 타자로서 최고의 특기를 보유한 거 같은데···. ’

한수는 타이탄스에서 손재현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타자는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한국의 4번 타자, 타이탄스의 심장, 부산의 아들 이소호다.

‘이소호의 정보창도 궁금하긴 한데···.’

그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가족들과 휴양을 떠났다.

FA 계약 선수라 따로 연봉 협상도 필요 없고, 마무리 캠프까지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무리 캠프 때가 기대되네.’

하여튼!

손재현은 입스 때문에 비활성화된 능력이 많기는 했지만, 무척 뛰어난 타자였다.

다만, 기용찬과의 승부에 너무 집착하는 거 같았다.

그를 영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거 같았다.

‘기용찬 선수한테 복수하기 위해 같은 팀에선 뛸 수 없다고 하면 안 되는데···.’

우선은 인사부터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수는 손재현에게 다가가며 인사를 건넸다.

“손재현씨, 안녕하세요?”

손재현은 움찔하며 한수 쪽을 바라봤다.

그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수를 빤히 보다가 “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이탄스 구단주님 맞으시죠? 좀 전에 포수 마스크 쓰시고 시구하신···.”

“이한수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손재현입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일단 앉을까요?”

“네!”

‘왜 포수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거지?’

손재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자리에 앉았다.

경기장에는 양팀 선수들이 나와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

경기장을 바라보던 손재현은 말했다.

“용찬이 재활 훈련 때문에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비서분한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도와줄 수 있는 게 따로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저는 용찬이 재활에 방해만 될 겁니다.”

손재현은 기용찬의 폭투에 얼굴을 맞고 눈가의 흉터와 높은 공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다.

눈가의 흉터는 둘째치고···.

공을 무서워하는 그를 보면 기용찬은 더 힘들어할 게 뻔했다.

그때 한수가 말했다.

“재활 때문에 부른 건 맞는데···. 재현씨가 절실히 필요한 건 아닙니다.”

“네?”

“기용찬 선수는 반드시 회복될 겁니다.”

손재현은 자신감 넘치는 한수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별짓을 다 했지만, 기용찬은 입스를 극복하지 못했고 전력투구에 실패했다.

그런데···.

한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퓨처스팀에는 재활의 요술사가 있거든요.”

“재활의 요술사요···?”

“네, 기용찬 선수도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그런···.”

손재현은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엉망진창 구위의 배팅볼을 던지던 기용찬인데···.

“안 믿기나요?”

“···죄송합니다만, 믿기 어렵네요.”

“죄송할 거까진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기용찬은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한 1승’ 아이템으로 정신력 2를 강화하고, 장보형 감독이 재활 훈련을 담당해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어느 정도’ 던질 수 있게 됐다.

아이템과 재활의 요술사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사람 구실하기 어려웠을 거다.

그때 한수는 눈을 반짝였다.

손재현의 정보창에 적힌 팁 내용이 떠올랐다.

[팁: 높은 공만 오면 눈을 감아버리는 공포를 이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즉, 얘도 입스란 말입니다!]

‘이거 어쩌면···.’

미끼를 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한번 보실래요?”

“네? 어떤 걸···.”

“기용찬 선수가 얼마나 회복했는지요.”

“······.”

“기용찬 선수도 지금 벤치에 있거든요.”

한수는 씨익 웃으며,

“원하시면 말해주세요. 언제든 보여드릴 테니.”

“······.”

그때 경기가 시작됐다.

한수는 경기장을 가리키며,

“우선, 경기를 볼까요?”

= = = = = = =

스페이스 선발 투수 존 모리스가 마운드에 올라왔고, 타석에는 이번 시즌 1군에서 테이블세터로 파멸적인 성적을 냈던 안종렬 타자가 섰다.

안종렬은 2군에서 재활 중인 SNS 중독자 신용식 타자와 입단 동기다.

【존 모리스 (좌투좌타): Gold 등급, 재능 89%】

└ERA: 1.68 / 승패: 7승 / 이닝: 79 / 삼진: 80

【안종렬(우투우타): Iron 등급, 재능 25%】

└AVG: 0.151 / 홈런: 0 / 안타: 15 / 타점: 3

존 모리스는 포수의 사인을 받자마자, 와인드업했다

안종렬은 배트를 꽉 잡으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휘이이이익!

존 모리스의 148km/h 직구가 정중앙에 꽂혔다.

안종렬은 반응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무척 당황한 표정이었다.

‘저 용병 XX! 초구부터 가운데에 꽂아? 날 아주 아주 물로 보네?!’

안종렬은 진지한 눈빛을 했다.

2구에는 안타를 쳐서 존 모리스의 표정을 일그러지게 만들 계획이었다.

그때 존 모리스가 와인드업했고,

-휘이이익!

예상한 코스로 공이 날아왔다.

안종렬은 씨익 웃으며 배트를 휘둘렀다.

‘큰 거 한방 간다! 용병 XX야···!’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공이 뚝! 떨어졌다.

“······!?”

‘체인지업!’

안종렬은 흠칫 놀라며 배트를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공은 포수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투 스트라이크.

안종렬은 똥씹은 표정을 했다.

‘젠장···.’

그는 타석에서 물러나 헬멧을 고쳐 쓰며 슬쩍 관중석을 살폈다.

저기 어딘가에서 구단주가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연봉 협상 때, 연봉이 대폭 삭감됐는데···.

‘이딴 모습을 보이면 하위 타선에 뽑히는 건 둘째치고 방출될지도 몰라···!’

타이탄스는 이번에 테이블세터 자원을 많이 뽑았다.

고교리그 탑 클래스 타자이자 수비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최민준(Gold 등급).

정교한 타격력과 빠른 발로 NPB에서 활약한 외국인 용병 로빈 애플(Gold 등급).

그리고 곧 합류 예정인 국가대표 2번 타자인 오재근.

안종렬은 이 셋과 테이블세터로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는 다음 시즌 하위 타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존 모리스가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안종렬은 타석에 다시 서며 존 모리스를 노려봤다.

‘이 XX야···. 적당히 해라···! 연습 경기잖아! 나 큰 거 바라지 않아···! 딱, 안타 하나만···! 하나만!’

마운드의 존 모리스는 안종렬을 보며 생각했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군. 전력을 다해야겠어.’

역동적인 와인드업.

이어지는 몸 안쪽 스트라이크 존으로 파고드는 포심.

초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안종렬은 기합을 내지르며 전력을 다해 배트를 휘둘렀고···.

“마아아아아!!!”

···헛스윙했다.

154km/h 포심은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심판의 외침에 안종렬은 무리한 스윙으로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고 벤치로 돌아갔다.

= = = = = = =

한수는 벤치로 돌아가는 안종렬을 보며 피식 웃었다.

‘1군에서 버티려고 아등바등 애쓰는 모습은 보기 좋네.’

그러면서 힐끗 손재현을 쳐다봤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투수 존 모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승부욕에 불타는 거 같다.

‘승부를 즐기는 자 특기 때문인가?’

한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존 모리스 투수 어떻게 생각합니까?”

“뛰어난 투수죠. 특히 두 번째로 던진 체인지업은 예술이었어요. 마이너리그 때보다 날카로워진 거 같아요. 구위도 오른 거 같고···.”

“호오~ 아는 사이인가요?”

“저 혼자만 압니다. 마이너리그에 관심이 많아서요.”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싶으셨던 겁니까?”

“······.”

손재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 구단의 지명도 거부하고 기용찬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기용찬과 약속했다.

좌완투수로 재기에 성공하면 함께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활이 거의 끝나갈 무렵 폭투 사건이 일어났고···.

두 사람 모두 망가져 버렸다.

손재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옛날 일입니다.”

입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솔직히 반쯤 포기했다.

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타자를 한다는 말인가?

한수가 말했다.

“정말입니까? 아닌 거 같은데···.”

“······.”

문득, 어제 만났던 스페이스 구단의 단장 임정태가 했던 제안이 떠올랐다.

[너 정말 재활 포기할 거야?]

[그러길래 왜 미국으로 가서···.]

[인마, 그러지 말고 우리 2군으로 와. 우리 구단 재활 시스템은 메이저리그 이상이라고 자부해.]

[너 아직 젊어. 포기하지 말고···.]

손재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1회 초 경기가 끝났다.

2번 타자였던 2군 선수는 초구 플라이 아웃.

3번 타자였던 SNS 중독자 신용식은 삼진 아웃.

그 순간, 한수가 말했다.

“포기하지 말아요.”

“······?”

“타이탄스로 오세요. 그리고 다음 시즌···. 프로로 데뷔해봅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우선 믿음을 드려야겠네.”

“네···?”

한수는 휴대폰으로 장보형 감독한테 전화를 걸었다.

[네, 구단주님.]

“기용찬 선수 몸 풀었나요?”

한수의 말에 손재현은 움찔하며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용찬이요? 네, 혹시 몰라서 풀긴 했는데···.]

“오케이! 선발 투수 바꿀 수 있죠?”

[네, 연습 경기인지라 투수 교체는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만···.]

한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홍진철 말고 기용찬으로 선발로 올리세요.”

그 말에 통화를 하던 장보형 감독은 물론, 옆에 있던 손재현도 놀랐다.

‘용찬이가 선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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