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54화 (54/187)

54화 : 말도 안 돼!?

스페이스와 타이탄스의 연습경기는 각 구단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스페이스 구단에서 운영하는 채널 ‘스페이스 Net’은 시청자들이 많지 않았다.

당연히 스페이스의 승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3대 인기 구단(타이탄스, 트리플스, 재규어스)에 비해 팬덤도 약하기 때문이다.

타이탄스 구단에서 운영하는 ‘타이탄스 TV’는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시청자들이 입장했다.

타이탄스가 이길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타이탄스 팬들은 이번에 영입한 신인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고···.

└갈매기 새X들아. 스페이스한테 지면 연안부두에서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시즌 내내 그렇게 털리고 인천으로 좋다고 가냐? 프런트는 생각이 있냐?

└스페이스 라인업 봐라. 추인수, 최적도 나오네. 갈매기 새X들 오늘도 탈탈 털리겠네. 어휴···.

└스페이스 선발 존 모리스네. 이 XX가 9월에 공 99개로 8회까지 틀어막았었지?

└정확히는 7회하고 2/3임. 이소호랑 하민철 빼고 전부 공도 못 건드림. 미친 갈매기 새X들!

└선풍기 질만 하게 생겼네! 어휴, 미친 타이탄스 XX들!

···타이탄스 선수들을 욕하기 위해서 경기를 시청하는 거다.

그때였다.

타이탄스 TV의 일일 BJ를 맡은 운영팀 윤가희와 광어 가면을 쓴 이소희가 등장했다.

윤가희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언니, 오빠들 야구는 9회 말까지 모른데이~! 우리 타이탄스 선수들 응원해줘!”

이소희는 옆에서 ‘응원’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누구세요···?

└타이탄스 TV BJ 바뀌었나요?

└마! 응원하든 말든 뭔 상관···. 해주세요. 누나 이름이 뭐예요?

└광어 가면 누나, 목소리 궁금해요!

└어색한 사투리 쓰지 마요!

“사투리 쓰는 건 제 맘이고요~! 저는 윤가희예요! 타이탄스 운영팀 직원이죠! 제가 오늘 캐스터 겸~ 여러분 안구 정화도 시켜줄 거랍니다~! 모두 하이~!”

└윤하!

└윤하!

└패스워드!

└486!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

└광어 가면 누나는 이름이 뭐에요~?

└전화번호 뭐예요~?

└미친···. 드립 수준 보소···.

└야구 채널이라 아재만 있나···.

그러자 윤가희가 말했다.

“이분은 해설을 맡아주실 운영팀 광어 팀장님이세요!”

“···안녕하세요.”

└광하!

└광하!

└운영팀장이면 구단주 애인?

└재벌가 망나니 애인!?

이소희는 차가운 눈빛을 하더니,

“애인 아닙니다.”

“에이~ 우리 팀장님 애인 없어요~! 모태 솔로라고요! 모태 솔로!”

└아앗···.

└저런···.

└에고···.

이소희는 검지로 윤가희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란 뜻이었다.

윤가희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한 뒤 멘트를 이어갔다.

“자~ 자~ 잡담은 여기까지! 곧 타이탄스 대 스페이스의 연습경기가 시작되는데요~! 올 시즌 상대 전적은 다들 아시죠?”

이소희가 ‘승률 10%’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였다.

윤가희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타이탄스가 무려 10%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어요! 대박이죠!?”

└엌 ㅋㅋㅋ

└10%? 장난치나···. 에휴.

└대박이라고? 비꼬는 건가?

“비꼬는 게 아니에요~! 시즌 1위 상대로 10번 싸워 1번은 이겼다는 거잖아요! 대박 아니에요?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소희가 팻말을 휙! 던져버리더니 말했다.

“미친 거죠.”

└엇···.

└맞는 말이긴 한데···.

└팀장님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잖아요···.

└마~ 광어 눈나 쏴라잇네~

그때 윤가희가 경기장을 가리키며,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될 거 같아요! 합죽이가 됩시다! 합~!”

└합!

└선발 누구냐?

└존 모리스네. 염병.

└우리 타자는? 신인인가?

“자~ 마운드엔 존 모리스 선수가 올라왔고, 타석에는 우리 타이탄스의 1번 타자 안종렬 선수가 올라왔네요! 두 선수의 올 시즌 성적을 한 번 살펴볼까요?”

이소희가 이번 시즌 두 선수의 성적이 적힌 팻말을 들어 올렸다.

[존 모리스 (ERA: 1.68)]

[안종렬(AVG: 0.151)]

└안종렬이 0점대 방어율의 투수인거지?

└현실을 부정하지 마···. AVG는 타율이야.

└1점 방어율 투수랑 1할 타격률 타자···.

└보나 마나 삼진···.

└하···. 경기 시작도 안 했는데 혈압 오르는 기분···.

윤가희는 타이탄스 응원봉을 들며 소리쳤다.

“우리 모두 응원합시다! 안종렬! 파이팅! 방출당하고 싶지 않으면 한방 치세요~!”

└엌ㅋㅋㅋㅋ

└방출 ㅋㅋㅋ

└미친 ㅋㅋㅋ

└운영팀 직원 말하니까 장난 같지 않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안종렬은 삼진 아웃당했다.

윤가희는 아쉬워하며 ‘돌아와요, 동백 갈매기’를 열창했고, 이소희는 날카로운 눈빛을 했다.

└팀장님, 눈빛이 변했다.

└종렬아 아무래도 X된 듯하다.

└종렬아, 해운대 오면 연락해라···.

└종렬이···. 성적은 구려도 열심히 하는 놈인데···.

하지만 그녀는 눈빛과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종렬 선수가 시즌 종료하고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 같네요. 마지막 스윙 정말 좋았어요.”

└으잉? 언니야?

└넹? 저 부채질이 좋았다고?

└누나, 종렬이 허리 잡고 벤치로 가는데요?

└종렬이 보면 울겠네···.

그때 윤가희가 물었다.

“광어 팀장님, 안종렬 선수는 헛스윙했는데 뭐가 좋았다는 건가요?”

“마지막 포심, 존 모리스 선수의 최대 구속인 154km/h였어요.”

“그런데요?”

“안종렬 선수는 150km/h 이상의 공에 타이밍을 맞춰서 스윙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타이밍이 나쁘지 않았어요. 컨택트가 불안정했을 뿐이죠.”

“오, 그래요? 제가 보기엔 그냥 헛스윙 같은데···.”

이소희는 뒤쪽에 준비된 모니터에서 나오는 안종렬의 스윙 장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보세요. 타이밍 맞았죠? 여기서 부드럽게 스윙했으면 안타로 이어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욕심을 부렸는지 여기 허리가 좀 더 돌아갔어요. 이러니까 타격 정확도도 떨어지고···. 허리까지 삐끗한 거죠. 조금 더 침착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오오···. 그렇군요.”

└···누나, 누구세요?

└광어 팀장님···. 멋져···.

└광어 누님, 야잘알?

└프런트 직원이 야구 잘 아는 건 기본이지 ㅋ

└광어 누나 구단주 애인이어서 낙하산 아님?

이소희는 단호하게 말했다.

“구단주님과 아무 사이 아닙니다.”

“자자~!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2번 타자 김을지 선수가 초구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고, 3번 타자 신용식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팀장님, 신용식 선수는 어떤 선수죠?”

“···선구안은 있는데, 컨택이나 장타력이 아쉬운 선수예요. 출루만 하면 투수를 견제할 만한 주력도 보유했는데···.”

└팀장 누나, 용식는 감싸지 마요.

└종렬이는 열심히라도 하지, 저 새끼는 글렀어.

└그냥 관 to the 종 SNS 중독자 XX임.

└눈누난나~ 용식이 왜 방출 안 했어요?

이소희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도 신용식을 커버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식은 스윙 한 번 못하고 삼진 아웃을 당했다.

채팅 창은 욕으로 도배가 됐다.

그때 윤가희가 말했다.

“여러분~ 자자~ 모두 진정하세요! 이제 저희 수비라고요! 팀장님, 선발 투수는 바로 ‘그 선수’죠?”

“네, 바로 홍진철 선수입니다.”

└드디어···!

└진철이가 마운드에 오르는구나!

└1번 타자 추인수지?

└캬~ 난 이거 보고 싶어서 왔다고!

└추인수가 칠 거 같지만···. 그래도 진철이가 얼마나 할지 궁금해!

└폭풍고 콩진철! 가즈아아아!

이소희와 윤가희도 무척 기대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홍보팀 직원이 다가오더니 이소희에게 뭔가 쪽지를 건넸다.

이소희는 눈을 크게 떴다.

‘기용찬으로 선발이 교체됐다고···?’

그때 윤가희가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우리 홍진철 선수 응원가를 정해볼까요? 뭐가 좋아요?”

└콩 타작 하는 날 어때?

└엉뚱발랄 콩순이 OST요!

└콩 까지 마!

└진철이가 우승을 못해서 그렇지, 고교리그 최우수 투수라고! 강대한 보다 성적 좋다고!

└···그게 콩이에요···.

└콩순이 OST 1표!

“저도 콩순이 OST가 좋네요! 그럼···.”

그때 이소희가 윤가희에게 속삭였다.

“가희씨.”

“왜요?”

“선발 투수 바뀌었어요.”

“네? 누구요?”

“···기용찬 선수요.”

“······.”

윤가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아도 기용찬 투수를 영입한 걸로 말이 많았는데···.

홍진철을 밀어내고 선발 투수로 세우다니···!

“장 감독 미친 거 아니에요? 시청자들이 전부 홍 선수 보려고 몰려왔는데···. 팀장님, 장 감독한테 말해서···”

“···기용찬으로 선발 바꾼 거 구단주님 지시에요.”

“아···.”

윤가희는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마운드로 올라가는 금발 머리 투수 기용찬이 보였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덕분에 안경을 쓰지 않았다.

└진철이 염색했네?

└키가 좀 큰 거 같네?

└얼굴도 더 잘생겨진 거 같네?

└유니폼에 이름이 기용찬이라고 써진 거 같네?

└···미친, 쟤 홍진철 아니잖아!

└저거, 저거 그 물건이지!? 배팅볼투수!

└마! 운영팀! 이게 뭐야!? 정신 몬 차리나!?

└누나들 진철이 어디로 숨겼어!? 이러면 재미없어!?

└내가! XX! 진철이랑 추인수 승부 보려고! 반차까지 내고! 마!!! 장난치냐!?

욕설이 난무하는 채팅창을 보며 이소희와 윤가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 = = =

스페이스 경기장, VIP 관중석.

손재현은 마운드에 올라가는 기용찬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속도만 빠른 배팅볼 수준의 공으론, 스페이스 타선을 절대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 건데···.

‘용찬이가 정말 제대로 던질 수 있을까?’

그는 힐끗 한수를 쳐다봤다.

포수 마스크를 써서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팔짱을 끼고 경기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자신감 있다는 건가···? 대체 어떤 재활 훈련을 시켰길래···.’

이때 한수는 앞에 떠오른 여러 개의 창을 확인하고 있었다.

【임무 11을 완료했습니다. 5 Point를 획득했습니다.】

【총 15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무 12가 생성됐습니다.】

‘우선 상점부터···. 임무 12는 그 후에 확인하자.’

【최강 구단 Lv 2 상점에 접속했습니다.】

아이템 목록을 쭉 내리면서 아이템을 찾았다.

‘어디 있었더라···. 관심 상품을 등록해둘 걸 그랬네.’

그때였다.

[검이라면 역시 꼴리검]

└종류 : 타자 전용 장비

└등급 : Platinum 등급

└설명

바야흐로, 어린이날···. 4년 연속 리그 꼴찌를 했던 어떤 팀의 팬은 250도루, 250홈런을 달성한 상대 팀 레전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① 정신력 +1

② 타격력 +1

③ 주력 +1

② 몸쪽,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대한 공포 면역

└필요 포인트: 30 포인트

‘이건···. 손재현을 위한 아이템인데?’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일단 관심 상품에 등록해놓고···. 손재현이 타이탄스에 입단하면 착용시켜야지.’

그리고 아이템 목록을 빠르게 내렸고···.

‘찾았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종류 : 선수 전용 부적(소모 아이템)

└등급 : 실버

└설명

① 정신력 +1 (트라우마, 입스 극복에 유용)

② 중복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필요 포인트: 6 【구매가 1 Point 상승】

한수는 이 아이템을 기용찬에게 사용할 생각이다

일전에 기용찬에게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한 1승’ 아이템으로 정신력 +2를 올려줬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두 아이템의 차이를 발견했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에는 트라우마, 입스 극복에 유용하다는 설명이 붙어있는데, ‘패전투수 Thanks Dragon의 소중한 1승’에는 그런 설명이 없어.’

어쩌면 처음부터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아이템을 사용했으면, 기용찬은 벌써 입스를 극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지.’

그는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을 구매했다.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을 구매했습니다.】

【현재 9 Point가 남았습니다.】

‘포인트는 임무를 수행해서 모으면 돼.’

그때 마운드 위에 선 기용찬이 포수 강민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타석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 추인수가 예리한 눈빛으로 기용찬을 응시하고 있다.

한수는 곧바로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을 기용찬에게 사용하기로 했다.

【기용찬 선수(Platinum 등급)에게 ‘뇌(腦)제의 싸구려 법력’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한수는 ‘예’를 선택했다.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기용찬 선수(Platinum 등급)의 정신력이 1만큼 강화됩니다.】

그의 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띠링!

【기용찬 선수(Platinum 등급)의 정보창이 업데이트됐습니다.】

【기용찬 선수(Platinum 등급)의 레벨(현재 레벨 / 잠재 레벨)과 특성이 활성화됐습니다.】

‘오···!’

한수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순간. 기용찬이 와인드업했다.

특유의 간결하고 빠른 투구 동작이 펼쳐졌고···.

그리고···.

-휘이이이이익!

어마어마한 속도의 공이 허공을 찢고 날아갔다.

손재현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말도 안 돼!?’

= = = = = = =

-퍼어어억!

미트에 꽂히는 강력한 공.

타석의 추인수는 배트가 나갈 뻔한 걸 참았다.

‘볼이야, 볼···.’

동시에 심판이 볼 판정을 내렸다.

추인수는 안도하며 타석에서 한발 물러나 몸을 풀었다.

그는 마운드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용찬을 쳐다봤다.

‘쟤 표정이 왜 저래? 실투였나? 그나저나 방금 공 구속이 몇이지?’

그는 힐끗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157km/h···? 미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