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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60화 (60/187)

60화 : 침 발라두는 겁니다.

타이탄스 구단 근처에 이소호를 내려준 뒤, 한수는 부산 마이어 호텔로 향했다.

그는 운전석에 앉은 강덕수에게 말했다.

“윤진호에 대해 알아봐. 하나도 빠짐없이.”

“네.”

그는 윤진호의 FA 계약에 대해 알아봤다.

[윤진호는 정든 한영 벌처스를 떠나 대명 티라노스와 4년간 계약금 16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 총액 40억 원에 이르는 FA 계약을···.]

‘독고준이 FA 풀리고 38억으로 계약했었지? 그런데 윤진호가 겨우 40억이라고?’

“실력에 비해 겸손한 사람인가 보네. 오십 억쯤 부르면 오케이 하려나?”

생각보다 윤진호와 계약이 쉬울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수 구단주님 맞으시죠?]

한수는 피식 웃으며,

“네~ 맞습니다. 박 선생님, 생각보다 빨리 연락하셨네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진우한테 접근하신 겁니까? 그리고 기부는···.]

“기부는 아까 말한 대로 허진우 학생의 인터뷰에 감동해서 하려는 겁니다. 전도유망한 아이들이 많은 거 같아서요.”

[······.]

“얼마 되지 않는 푼돈이니 부담은 갖지 마세요.”

[그럼, 진우를 타이탄스 구장으로 초대한 건···.]

“그건 박 선생님 때문이죠. 저는 선생님은 QC 코치로 꼭 영입하고 싶거든요.”

[분명 거절한다고 말씀···.]

한수는 등을 기대며 길쭉한 다리는 꼬더니,

“어머니와 한 약속 때문입니까?”

[···혹시 페르난도가 얘기했습니까?]

박동준은 기분이 나빠서 낮게 깔린 목소리를 냈다.

한수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아뇨~. 페르난도 감독이랑은 아직 친분이 깊지 않습니다. 이건 박 선생님 뒷조사를 해서 알아낸 겁니다.”

[뻔뻔하시네요. 뒷조사했다고 대놓고 말하고···.]

“불쾌하시면 신고하셔도 됩니다. 겸허히 죗값을 치르죠.”

[···됐습니다. 어쨌든 제 사정을 아셨다니 얘기가 빠르겠군요. 저는 프로야구팀에서 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박동준 씨, 하나만 물읍시다. 그래서 댁은 야구를 좋아합니까? 싫어합니까?”

[그게 무슨···.]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 오케이~ 좀 더 직관적으로 묻죠. 타이탄스에서 일하고 싶어요? 일하기 싫어요?”

[······싫습니다.]

“에이~ 방금 망설였죠? 우리 거짓말은 하지 맙시다!”

[기부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영입은 거절합니다. 페르난도한테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한 박동준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끝냈다.

한수는 폰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봤자 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 흐흐.”

= = = = = = =

다음 날, 경의 중학교, 교무실.

박동준은 책상 서랍에서 한수의 명함을 꺼내며 생각했다.

‘···쉽게 포기할 인간이 아닌 거 같은데···. 진우나 다른 애들한테 수를 쓰기 전에 뭔가 조치를···.’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에 사는 큰누나 박동희였다.

‘또, 돈이 떨어졌나···.’

큰매형은 식료품 공장에서 일했었는데, 공장 설비 오작동으로 크게 다쳤다.

하지만 공장은 오히려 큰매형을 업무 과실로 퇴사 조치했고···.

가정주부였던 박동희는 남편의 병원비 마련과 고등학생인 아들, 딸을 키우기 위해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종종 박동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박동준은 씁쓸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누나, 무슨 일로···.”

[동준아,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

“응···?”

뜬금없는 감사 표현에 갸웃하는 순간,

[좀 전에 식료품 공장에 연락 왔어! 매형 퇴직금이랑 피해보상금, 치료비 전부 주겠대!]

“진짜? 와! 잘됐다!”

[다 네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그게 무슨 소리야···?”

[타이탄스 구단주님께서 신영 법무팀을 소개해줘서···.]

“뭐!? 그 사람이 왜···.”

[응? 왜라니? 너 타이탄스 코치로 가기로 해서···.]

“무슨···!? 누나 미쳤어? 내가 타이탄스 코치를 왜 해! 엄마 알면 기절하려고! 나 다시는···.”

[엄마가 왜 기절해~ 가만 보면 넌 너무···.]

“일단 끊어봐!”

박동준은 곧장 한수한테 전화하려고 했다.

‘이 인간···. 가족들까지···.’

그 순간,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작은누나 박동혜다.

작은누나는 매형과 함께 조그마한 웹소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설마, 설마···.’ 하며 전화를 받았다.

[동준아~ 땡큐!]

“누나는 또 뭐가 땡큐라는 거야!”

[뭐긴~! 신영 미디어에서 우리 출판사 현판 소설들 판권 전부 사가서···.]

“설마 이한수 그 인간이 연락한 거야!?”

[이한수? 그게 누구야?]

박동준은 흠칫했다.

‘뭐야? 착각했나? 하지만 신영 미디어는···.’

그때 박동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탄스 구단주님이 힘을 써주셨어~! 너 거기 코치로 가기로···.]

“그 인간이 이한수라고! 큰누나도 작은누나도 미친 거 아냐?! 내가 다시 야구 하는 거 알면 엄마 쓰러져! 대체···.”

[어머~ 얘~ 엄마가 왜 쓰러져! 네가 선수로 뛰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설마···. 옛날에 너 쓰러졌을 때 엄마가 앞으로 야구의 야자만 꺼내면 너 죽고 나 죽자고 한 거 때문에 그래? 얘~ 넌 엄마를 아직도 모르니? 내가 너희 매형이랑 결혼할 때도···.]

“됐고! 판권 계약 다 캔슬해!”

[미쳤니? 우리 작가님들이 이번 계약 덕분에 얼마나 기뻐하는데~!]

“누나!”

박동준은 통화가 끊긴 폰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한수···. 이 사람···.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가 Diamond 등급의 인재이기 때문이지만···.

박동준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는 당장 한수한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때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바로, 한수의 번호였다.

└한수: 계약금으로 충분하죠?

└한수: 출근은 다음 주부터 하세요~! 이사장한테는 말해놨으니까. 사표도 빨리 처리될 겁니다!

‘이, 이 또라이 자식···! 누가 사표를 쓴다고···!’

└한수: 서비스로 준비한 선물이 하나 더 있어요.

└한수: ( ๑˃̶ ꇴ ˂̶)♪⁺

‘선물? 설마···.’

그는 불안한 마음에 엄마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가고 통화 연결이 안 됐다.

“젠장···!”

그는 교무실을 뛰쳐나와 집을 향해 뛰어갔다.

= = = = = = =

낡은 복도식 아파트, 박동준의 집, 현관문 앞.

박동준은 현관문을 열지 못하고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어째서 타이탄스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는지 설명하려면 경의중 야구부 얘기를 해야 하고···. 아냐, 아직 모르실 수도 있어. 그 또라이도 생각이 있으면 엄마한테 얘기를···.’

오래전,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유독 덥고 습했던 어느 날, 그는 오기를 부렸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기를 쓰고 야구부 훈련을 따라갔다.

이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더위를 먹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하여튼 그때 결국 그는 쓰러졌고···.

눈을 떴을 땐, 엄마는 말했다.

[···일어났니?]

[엄마···.]

[······.]

박동준은 면목이 없었다.

아빠는 몸이 무척 허약해서 병에 시달리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는 아빠를 닮아 허약한 박동준을 늘 걱정했다.

그래도 아들이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허락한 건데···.

[저기 엄마···.]

[야구 그만둬···.]

[엄마···!]

[그만둬.]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엄마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그만둬···! 그리고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야의 야자도 꺼내지 마···! 알겠어!?]

눈물을 흘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엄마의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박동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그는 야구를 그만뒀다.

그리고 ‘야구 천재 허진우’와 엮이기 전까지는···.

박동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해? 학교 벌써 끝났어? 방학 시작했나?”

고개를 돌리니 엄마 강혜자가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엄마···!”

“왜 불러?”

“아니, 전화를 왜 안 받아···!”

“전화?”

그녀는 장바구니 캐리어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폰을 꺼냈다.

“전화했었네~? 진동이라 몰랐어.”

“제발, 소리 좀 켜놔요! 소리 좀!”

“얘는~! 동네 창피하게 소리는 왜 지르니?”

강혜자는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동준은 엄마의 안색을 살피며,

‘타이탄스에 대한 걸 모르는 거 같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뒤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타이탄스 코치 제안 어떻게 할 거니?”

“······!?”

강혜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박동준이 주먹을 꽉 쥐며 한수에게 이를 가는 순간, 엄마가 말했다.

“타이탄스 구단주라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사짜는 아닌 거 같더라. 널 정말로 필요로 하는 거 같고···.”

“내가 무슨 야구야···. 그 인간 그냥 미친놈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때 강혜자는 책장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하고 싶은 일 당당히 해···. 내 눈치 그만 보고···.”

“그게 무슨···?”

박동준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그녀가 내민 노트를 받아서 조심스럽게 펼쳤다.

[경의중 3학년 허진우, 대통령기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야구를 가르쳐주신 박동준 선생님께 감사를···.”]

[경의중 2학년 투수 양동원, 대통령기 3차전···. “페르난도 감독님이랑 박동준 선생님께서 가르쳐준 대로 던졌더니···.”]

[경의중 1학년 타자 선종범, 전국 대회···. “동준쌤이 달리라고 해서 달렸더니 홈인을 했어요!”]

···(이하 생략)···

경의중 야구부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어떻게 구한 건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엄마, 이게···.”

그때 강혜자가 식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늦었지만···. 미안해.”

“······?”

“그때 내 나이가···. 지금 너랑 비슷했나?”

“······.”

“남편 잃고 딸자식만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네가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덜컥 무섭더라고···. 너까지 잃는 건 아닐까 하고···.”

“엄마···.”

강혜자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그러면 안 됐는데···. 아들한테 죽겠다고 협박하며 꿈을 포기하게 만들다니···. 정말 그러면 안 됐는데···.”

“아냐, 엄마, 나는···.”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너한테 사과해야지, 다짐했는데···. 어느새 밤이 되고···. 후회하고···. 내일은 꼭 사과하자 또 다짐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박동준은 엄마의 진심에 할 말을 잃었다.

동시에 누나들이 왜 엄마에게 야구에 대한 게 알려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한 건지 알았다.

‘누나들은 알고 있었구나.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그는 생각했다.

야구는 분석하고 예측하는 게 참 쉬운데···.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건 참 힘들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어떻게···.’

그때 강혜자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장바구니 캐리어에서 쇼핑백을 하나 꺼냈다.

쇼핑백 안에는 깔끔한 정장 한 벌이 들어있었다

“이건···.”

“그 후줄근한 청바지랑 셔츠 버리고 이걸로 입어. 옆집 강 씨가 그러던데 선출 아니면 코치들이 무시한다더라. 경력은 어쩔 수 없지만, 복장이나 이런 건···. 그 까치머리도 좀 어떻게 하고! 넌 대체 다 큰 애가 아직도···.”

박동준은 강혜자의 잔소리를 들으며 정장을 손에 꼭 쥐고···.

‘고마워, 엄마.’

···속으로 생각했다.

= = = = = = =

며칠 뒤,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소파에 앉아 포마드 헤어를 하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박동준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이야~! 그렇게 차려입으니까 인물이 확! 사네요.”

“···고맙습니다. 여러모로···.”

어색한 박동준을 보며 한수는 말했다.

“고마운 만큼 잘하리라고 믿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오케이! 연봉이나 이런저런 계약 조건은 운영팀 이소희 팀장이랑 얘기해요! 그럼···.”

나가보라고 하려는 순간, 박동준이 물었다.

“진우한테는 왜 그러신 겁니까?”

“······?”

“저를 영입할 생각이었다면 가족들한테 하는 걸로 충분했을 텐데···. 왜 기부랑 진우한테 이소호 선수를···.”

한수는 피식 웃더니,

“침 발라두는 겁니다.”

“네?”

“허진우 학생의 빛나는 재능이 마음에 들어서요.”

“······.”

“궁금한 거 해결됐으면 나가봐요. 내가 좀 바빠서~!”

“···알겠습니다.”

박동준이 나가자 한수는 앞에 있는 서류에 체크를 했다.

【영입 대상】

① 배터리 코치: 장 줄리앙 [現 LPB 토로스 데 신셀레호, 배터리 코치] 【영입 완료】

② 타격 코치: 이종규 [現 광양대 감독] 【영입 완료】

③ 외야 수비: 브루노 페르난데스 [現 CPBL 퉁이 라이온즈, 외야(보조) 코치] 【영입 실패】

④ 내야 수비: 윤동식 [現 광양대 내야 코치] 【영입 완료】

⑤ QC: 박동준 [現 경의중 수학 교사] 【영입 완료】

‘외야 코치는 새로운 인재를 알아봐야겠군. 그리고 남은 영입 대상은···.’

⓺ 타자 : 윤진호 [現 대명 티라노스 4번 타자]

‘윤진호, 이제 네 차례야.’

한수는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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