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 이렇게 두 개야!
이소희는 단장실에서 나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배팅 연습장 사장을 주루 코치로 영입하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한수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는 모두가 알아보지 못했던 염철수와 기용찬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영입했다.
그 외에도 벌써 선수진을 장악하기 시작한 페르난도 킴 감독이라든가, 1군 투수 코치가 된 장보형 감독, 스카우트팀 팀장으로 활약 중인 고민수까지···.
모두 한수가 영입했다.
‘진호네 배팅 연습장 윤형식 사장이라···.’
분명 능력을 갖추고 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 코치진 물갈이로 말이 많은데···. QC 코치에 이어서 1루 작전 겸 주루 코치까지 이러면 난리가 날 텐데···.”
커뮤니티에선 타이탄스가 코치진은 대거 방출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타이탄스가 이번에 뭔가를 하려나 보네!
└공무원도 아니고 팀 성적이 나쁘면 잘라야지.
└자를 만한 놈들 잘랐네.
└제대로 된 놈들로 뽑자.
하지만 괴상한 경력을 가진 페르난도 킴 감독 영입으로 타이탄스 팬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요즘은 QC 코치도 중요하대. 스페이스 올 시즌 1위 계속했던 게 QC 코치진 덕분이래.
└QC 코치가 필요한가? 전력분석팀이 있는데···.
└전력분석팀은 프런트 소속, QC 코치는 벤치 소속.
└감독이 작전을 짜고, 선수 육성하는 게 원활해짐.
└QC 코치도 중요하니까 있는 거겠지.
└어찌 됐든 감독처럼 경력 X 같은 놈 뽑으면 프런트 새X들 광안리 해변에 처박아 버린다.
그런데 수학 교사였던 박동준이 QC 코치가 됐다.
중, 고등학교 때 야구부를 했지만, FA 시장에 깔린 수많은 코치 중에 박동준보다 경력이 달리는 사람은 없다.
‘물론 경력보다는 능력이 우선이지만···.’
경의중 우승의 일익을 담당했다는 거 말고는 검증된 게 없다.
일단은 아직 새로운 코치진을 발표하지 않아서 잠잠하긴 한데···.
‘마무리 캠프 일정이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그때 복도 저편에서 문동신 수석 코치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소희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문 코치님.”
문동신은 불편한 표정으로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프런트까지 어쩐 일로···.”
“팀장님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소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저를요?”
= = = = = = =
단장실에 앉아 있던 한수는 “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팀장한테 기용찬의 특성을 활용할 방법을 물어본다는 걸 깜박했네.’
기용찬은 ‘양날의 에이스 S’라는 특성을 보유했다.
【양날의 에이스 S : 6이닝까지 투구 능력과 탈삼진 능력, 수비 능력이 대폭 올라갑니다. 하지만 7이닝부터 버프가 사라지고 체력 소모가 상승합니다.】
체력 아이템으로 도배를 해서 체력 소모를 줄여서 7이닝 8이닝도 던지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 말이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 돌려서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윤진호와 윤형식 영입 문제 때문에 깜박하고 있었다.
‘이 팀장 의견을 듣고 상점 쇼핑을 하자.’
임무 11을 달성하고 영웅 도감 ‘복수와 형주 공략의 교두보(橋頭堡)!’까지 완성해서 현재 55 Point다.
Gold 등급 아이템은 대부분 구매할 수 있고, Platinum 등급 아이템 중에서도 저렴한 건 구매할 수 있다.
한수는 단장실에서 나가서 프런트 사무실로 향했다.
한수의 등장에 프런트 직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일동 기립했다.
“구단주님, 안녕하십니까?”
“구단주님, 좋은 오전입니다!”
“구단주님, 오늘도 멋지십니다!”
이어지는 찬양 릴레이.
한수를 알게 된 지 꽤 됐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그가 두려웠다.
한수는 대충 인사를 받으며 운영팀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소희는 없었고 윤가희 혼자 끙끙거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한수는 윤가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합니까?”
“응? 아! 구단주 오빠야~! 내 보러 왔나?”
“아뇨. 이 팀장 보러 왔습니다. 어디 갔습니까?”
“오빠야, 너무 매정하네···. 예의상 보러왔다고 해주면 안 되나?”
“그건 예의가 아니고 개수작이죠. 됐고, 이 팀장 어디 갔죠?”
“문동신 코치랑 소회의실로 갔어요~!”
“문 코치···?”
한수는 소회의실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이 이 팀장을 왜 찾아온 거지?’
= = = = = = =
소회의실.
이소희는 문동신 코치에게 종이컵에 든 커피를 내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예요?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종이컵을 받은 문동신은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만호 코치 말입니다.”
최만호는 페르난도 킴 코치의 요청으로 방출된 前 1루 작전 겸 주루 겸 외야(보조) 코치다.
선수 시절 여러 팀을 떠돌다가 타이탄스에 정착하고 십 년 가까이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다가, 지도자 과정을 밟고 코치로 부임한···.
문동신 코치와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함께 한 절친한 사이다.
이소희는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역시 방출 문제로 온 거구나.’
문동신은 재차 입을 열었다.
“최 코치가 부임한 지 겨우 2년 됐습니다.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지 않습니까?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선수들도 잘 따릅니다. 그러니까···.”
“코치님이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최 코치랑도 얘기가 끝난 문제입니다.”
“최 코치 걔가 어리숙한 면이 있어서 프런트에서 하라는 대로 그냥 따른 거 같은데···.”
“문 코치님, 그건···.”
이소희는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할 수 없었다.
문동신은 최만호와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괜히 쓸데없는 말로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문동신은 이소희가 흔들리고 있다고 착각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최 코치 애가 둘입니다. 곧 애들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이러시면 안 되죠. 걔 선수 때 타이탄스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무려 십 년을요! 그런데···.”
“사정은 딱하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가 최선을 다해서 뜁니다.”
문동신은 그녀의 냉정한 태도에 움찔했다.
‘뭐야? 흔들린 줄 알았더니···.’
이소희의 표정은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차가웠다.
이대로 물러날까 했지만, 엊그제 최만호가 술잔을 기울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동신이 형···. 애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하···. 정말 죽고 싶다···. 젠장···.]
‘그래, 다른 녀석도 아니고 만호잖아. 나 믿고 타이탄스에 온 놈인데···. 내가 책임져야지.’
문동신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이 팀장님은 선수 생활을 안 해보셔서 야구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해봤습니다.”
“네···?”
축구와 다르게 야구는 여성 리그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선수 생활을 해봤다니?
이소희는 담담히 말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투수로 활동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선수 생활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알만큼은 압니다.”
“아, 네···.”
“하려던 말씀 계속하세요.”
문동신은 인상을 쓰며 야구를 모른다는 말을 괜히 꺼냈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최 코치가 선수들하고 정말 친합니다. 패배할 때도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처지지 않게 최 코치가 얼마나 노력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방출시키면 팀 사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그건···.”
이소희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달칵!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최만호 코치가 방출됐다고 힘들어하는 선수가 누굽니까?”
이소희와 문동신은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났다.
“구단주님···!”
“······!?”
“문 코치, 제 질문 못 들었습니까?”
“아뇨. 그게···.”
“그럼 말하세요. 최 코치가 그만뒀다고 힘들어하는 선수가 누군지요.”
문동신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방출하려고요.”
“······!”
한수는 회의실 의자에 앉아 길쭉한 다리를 꼬며 말했다.
“우리 팀은 소년 만화에 나오는 야구부가 아닙니다. 프로팀입니다. 그런데 코치 한 명 방출됐다고 팀 사기가 흔들린다고요? 그래서 능력도 없는 코치를 계속 데리고 있으라고? 장난칩니까? 그게 감독을 보좌하며 팀을 이끌어야 할 수석 코치로서 할 소리입니까?”
“구단주님, 제가 표현을 잘못한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최 코치도 동료였고···. 이렇게 방출되면 그와 친했던 선수 중에는 멘탈에 문제가···.”
한수는 손가락을 따악! 소리 나게 튕겼다.
“오케이!”
“···네?”
“멘탈 아주 중요하죠. 그럼요. 중요하고 말고!”
“네···. 그, 그렇죠. 그래서 최 코치를···.”
“그래서 우리 이 팀장이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요. 그렇죠, 이 팀장?”
그러자 이소희가 말했다.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멘탈 케어 코치를 고용할 계획입니다.”
“메, 멘탈 케어 코치요···?”
“선수들이 야구와 삶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 팔 년 연속 꼴찌를 하면서 매체로부터, 팬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런 상처들이 중요한 경기에 실수를 불러오고···.”
멘탈 케어 코치는 그녀가 한수에게 제출했던 ‘신영 타이탄스가 팔 년 연속 꼴찌를 하는 이유와 해결 방안’ 보고서에 적힌 해결 방안 중 하나다.
한수는 야무지게 말하는 이소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소희는 멍한 표정의 문동신에게 재차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게 강의를 들으며 선수들 스스로 멘탈 관리를 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마무리 캠프 때부터···.”
그때 한수가 박수를 치며,
“자~ 자~ 거기까지! 자세한 건 공문을 띄울 테니까 그때 확인하도록 해요.”
“······.”
“문 코치, 더 할 얘기 있나요?”
“···없습니다.”
“오케이, 그럼 자리 좀 비켜줘요. 이 팀장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네···.”
문동신은 고개를 떨구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한수가 이소희한테 말했다.
“최만호가 만만한 선수 몇 명을 지독하게 괴롭혀서 방출시킨 거라고 하면 되지. 왜 쓸데없이 저런 얘기를 다 들어줍니까?”
“그러는 구단주님께서도 말씀 안 하셨잖아요.”
“이 팀장이 말하지 않은 걸 내가 왜 말합니까? 그건 폼이 안 나지~!”
이소희가 어이없단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할 얘기는 뭐예요? 더 시키실 일이라도···.”
“궁금한 게 있어서요.”
“······?”
“음~ 6회까지는 정말 퍼펙트하게 던지는 투수가 있어요. 그런데 7회만 되면 방전된 배터리처럼 힘을 쭉쭉 빠져요. 그러면 이 선수한테는 어떤 훈련을 시키는 게 좋을까요? 역시 체력을 높이는 게···.”
“체력을 높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선수 컨디션 관리를 위해 5회나 6회에 강판시키고 뛰어난 셋업맨과 클로저로 승리를 챙기는 게 이득일 거 같습니다. 퀵후크(Quick Hook) 전략입니다.”
“호오···.”
“물론 불펜 투수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오케이! 오케이! 그럼 체력 말고~ 퀵후크로 가죠. 좋아요. 좋아!”
“······?”
“스카우트팀에 말해서 이번 FA 시장에서 불펜 투수 최소 두 명 영입하라고 하세요!”
이소희는 한수한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가 대답해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한수의 지시는···.
‘타이탄스 불펜을 강화할 좋은 기회야!’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네!”
= = = = =
한수는 단장실로 돌아와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곧장 상점 메뉴를 선택했다.
【최강 구단 Lv 2 상점에 접속했습니다.】
【현재 55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러면 기용찬한테 체력 아이템은 급한 게 아니고···. 지금 중요한 건···.’
그는 관심 상품 목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개의 아이템을 선택했다.
[구단주가 캠프 훈련 보우하사···.]
└종류 : 구단주 전용 스킬
└등급 : Platinum
└설명
① 마무리 캠프, 스프링 캠프, 전지 훈련 등의 훈련 때 훈련 효과 버프를 줍니다. 선수들 노력 여하에 따라 성장 속도 대폭 상승합니다.
② 가장 성장을 많이 한 선수 2명에게는 특별 강화(+1 ~ +2)가 추가됩니다. 투수의 경우에는 구위와 관련된 강화, 타자의 경우에는 타격과 관련된 강화가 이뤄집니다.
③ 단, 구단주가 캠프 훈련에 함께 해야 합니다.
└필요 포인트: 25
[검이라면 역시 꼴리검]
└종류 : 타자 전용 장비
└등급 : Platinum 등급
└설명
바야흐로, 어린이날···. 4년 연속 리그 꼴찌를 했던 어떤 팀의 팬은 250도루, 250홈런을 달성한 상대 팀 레전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습니다! 그리고···.
① 정신력 +1
② 타격력 +1
③ 주력 +1
② 몸쪽,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공에 대한 공포 면역
└필요 포인트: 30 포인트
‘이렇게 두 개야!’
한수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템 두 개를 구매했다.
그리고···.
【현재 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인트 거지가 됐다.
하지만 괜찮았다.
『임무 12』
【구단주님!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는데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프런트도 뛰어난 인재가 늘고 있군요! 점점 최고의 구단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코치진에는 인재가 부족하네요! 페르난도 킴 감독을 보좌할 인재를 확보하세요!】
└완료 조건
① Diamond 등급 코치진 영입 (1/1) 【완료】
② Platinum 등급 코치진 영입 (0/1) 【미완료】
③ Gold 등급 코치진 영입 (2/2) 【완료】
【보상 : 50 Point】
‘윤형식만 주루 코치로 영입하면 50 Point가 생기니까. 흐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타이탄스의 마무리 캠프 일정이 나왔을 때쯤···.
신성 스페이스와 자람 빌런스가 승부를 겨루는 한국 시리즈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