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 임무 13도 빨리 완료하자!
시즌 1위 신성 스페이스(인천 외계인)와 시즌 5위 자람 빌런스(서울 악동)의 한국 시리즈가 시작됐다.
시즌 상대 전적은 스페이스가 6할로 앞서고 있었고, 빌런스는 와일드카드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너무 많은 경기를 펼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불리했다.
전문가들을 비롯한 야구팬들은 스페이스의 우승을 점쳤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빌런스의 우승을 응원했다.
언더독은 언제나 인기가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스페이스 선발로 메이저리거 김상현이 올라왔지만 빌런스의 불빠따 맛을 보고 4회 조기 등판했다.
그렇게···.
1차전 (문학) - 스페이스(패) 9 : 10 빌런스(승)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빌런스가 승리했다.
야구팬들은 두 팀의 명승부에 박수를 보내고, 언더독의 승리에 환호했다.
└와~ 유정호 진짜 대박이네.
└폭풍의 손자가 아니고, 폭풍 그 자체네!
└스페이스 필승조 일좌(一座)가 너무 쉽게 무너짐.
└2차전도 빌런스 승리 가즈아아아아!
그리고 2차전이 시작됐다.
2차전 (문학) - 스페이스(승) 7 : 1 빌런스(패)
지금까지 빌런스의 승리를 이끌었던 타자진이 침묵했고, 스페이스가 승리를 가져갔다.
와일드카드전부터 쌓여온 피로도가 발목을 잡았다.
빌런스의 에이스 유정호는 몸살이 걸린 채로 분투했지만,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3차전···.
3차전 (고척) - 빌런스(패) 1 : 9 스페이스(승)
역시나 빌런스 타자들은 침묵했다.
야구팬들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와일드카드전부터 너무 고생했음.
└플레이오프 때부터 애들 컨디션 조금씩 불안하더만···.
└유정호···. 안타깝다···.
└이건 타자진이 침묵해서 진 게 아니고 수비 차이다. 수비! 피로도 잔뜩 쌓이 애들이 계속 수비를 보니까 수비가 되냐? 빌런스 이 XX들은 진짜 선수 팔아서 돈 벌 궁리만 하지 투자는 하나도 안 하고! XX!
그리고 경기는 계속됐고···.
4차전 (고척) - 빌런스(승) 6 : 3 스페이스(패)
빌런스의 반격이 시작되는가 싶었지만···.
5차전 (문학) - 스페이스(승) 5 : 4 빌런스(패)
6차전 (문학) - 스페이스(승) 4 : 3 빌런스(패)
5차전, 6차전 모두 대타로 나온 노장 김강준이 끝내기 홈런을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강준은 한국 시리즈 MVP에 등극했고···.
스페이스는 KBO 통합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많은 이들이 아쉽게 패배한 빌런스를 위로하고 응원했다.
이때 타이탄스 팬들은···.
└타이탄스랑 스페이스 연습 경기 때 비기지 않음?
└ㅇㅇ 타이탄스가 빌런스보다 잘했음.
└연습 경기 2차전 완전 명경기였음.
└타이탄스에서 3라운드에 지명했던 김효철이 연타석 홈런 때려서 스페이스 씹어먹었지.
└내년에 타이탄스도 가을 야구 하나?
└마! 한국 시리즈 가즈아앗!
김칫국을 마셨고···.
└꼴데는 좀 주둥이 다물어라. 어디 감히 한국 시리즈를 입을 놀리냐?
└이 XX들은 매년 꼴찌하고도 지치지 않네.
└꼴데 탈출은 능지 순이죠.
└진짜···. 꼴값을 떠네···.
다른 팀 야구팬들에게 조롱을 들었다.
어쨌든 이렇게 한국 시리즈의 막이 내렸다.
= = = = = = =
마산, 진호네 배팅 연습장 사무실.
윤형식은 한국 시리즈 6차전 경기가 끝나자 TV를 끄며 생각했다.
‘김강준의 노련한 스윙이 승리를 가져다줬군. 이래서 신구의 조합이 중요한 거지. 당분간은 스페이스가 KBO를 지배할지도···.’
그때 배팅 연습장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윤형식은 누군가하고 살피다가 익숙한 얼굴이라는 걸 깨닫고 미간을 좁혔다.
“정말 끈질긴 아가씨구먼···.”
끈질긴 아가씨, 이소희는 사무실로 들어와 윤형식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늘은 또 왜 온 겁니까?”
“스카우트 제의하려고 왔습니다.”
“이보시오, 팀장 아가씨, 분명 거절한다고 말했는데 왜 자꾸···.”
이소희는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
“계약 연봉 최대로 준비했습니다. 신인 코치 중에선 역대급 대우일 겁니다.”
“거참, 말이 안 통하네. 됐습니다. 타이탄스 코치할 생각 없어요! 경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나한테 왜 자꾸 이러는 거요?”
이소희는 계약서를 책상에 올려두며,
“구단주님께서 사장님을 원하시니까요.”
“아~ 그 무경력 외국인 감독이랑 패전처리 투수, 배팅볼 투수를 뽑았다는···.”
“네, 맞습니다.”
윤형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가씨, 구단주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합시다. 우리 아들이 윤진호요, 윤진호! 타이탄스 팬들이 우리 아들을 얼마나 까는데···! 내가 어떻게 타이탄스로···.”
그는 말하다가도 화가 나는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소희는 담담히 말했다.
“윤진호 선수에 대한 악플은···. 한 사람의 타이탄스 팬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됐소. 댁한테 사과받으려고 한 말이 아니요. 하여튼 타이탄스로 갈 생각이 없으니까. 그런 줄 알고 이만 가보시오.”
“사장님, 혹시 타이탄스 코치직을 거절하시는 게 선수 시절에 우리 타이탄스와···.”
윤형식은 인상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 뒷조사까지 한 거요?!”
“그게 아니고···.”
“됐고! 당장 나가시오!”
그의 노기 띤 목소리에 이소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삼촌, 부탁해요.”
윤형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삼촌? 갑자기 무슨···.’
그때 사무실로 무뚝뚝한 인상의 남자, 심상호가 들어왔다.
윤형식은 누군가하고 살펴보다가 흠칫하며,
“당신···. 황금 깃발 심상호···?”
그는 8, 90년대에 사미 올스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팀 응원단장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는 심상호와 한 사건 때문에 알게 됐다.
“오랜만입니다. 윤형식 선수.”
“···당신이 왜 여길···. 그리고 삼촌···?”
“제 조카입니다.”
윤형식은 어이없단 표정을 짓다가 물었다.
“그런데 당신까지 여긴 왜 온 거요?”
“저도 지금 타이탄스 프런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뭐···?”
“조카가 윤형식 선수를 스카우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따라온 겁니다.”
윤형식은 이소희를 힐끔 보더니, 좀 전에 그녀가 했던 ‘선수 시절에···.’란 말을 떠올렸다.
그러더니 주먹을 꽉 쥐며 심상호에게 물었다.
“선수 시절 얘기를 조카한테 한 거요? 내가 죄책감을 빌미로 나를···.”
그러자 이소희가 담담히 말했다.
“삼촌한테 들은 게 아니고, 직접 봤습니다.”
“뭐···?”
“1991년 여름···. 윤형식 선수가 홈을 향해 무리한 해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바람에 타이탄스 이정호 포수가 크게 다쳤고, 결국 부상으로 은퇴···.”
윤형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그건 사고였어. 이정호도 인정했고···. 오히려 이정호는 자기가 애매하게 수비해서 다친 거라고 미안해할 필요없다고···.”
이소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정호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완벽하게 막아서는 수비를 했다면 사장님께서 크게 다치셨겠죠. 어쩌면 사장님께서 은퇴하셨을 수도 있고요.”
“······.”
윤형식이 복잡한 표정을 짓자 심상호가 말했다.
“···이정호 선수는 무척 자상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팀의 승리를 갈망했지만, 상대 팀 선수가 다치지 않게 배려를···.”
“그만 좀 하시오. 그래서 나한테 어쩌라는 거요? 이미 충분히 속죄한 거 아니오? 무리한 플레이로 동료 선수 은퇴시켜 버린 쓰레기로 욕이란 욕을 다 먹다가 팀에서도 버려졌소. 이런 내가 타이탄스 코치까지 하면서 죗값을 치르라는 겁니까? 나도···.”
그는 뒷말을 흐렸다.
당시 홈플레이트 충돌 사고로 다친 이정호는 결국 은퇴했다.
그리고 윤형식은 입스가 왔다.
홈플레이트로 전력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결국 팀에서 방출당했고 야구계를 은퇴했다.
윤형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만하고 둘 다 가봐요.”
이소희가 어쩌나 싶어서 심상호를 쳐다봤다.
심상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정호 선수 말입니다.”
“······?”
“부상으로 은퇴하고 얼마 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
윤형식은 깜짝 놀랐다.
충돌 사고라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얽혔지만, 이정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모두에게 욕을 먹는 윤형식을 도리어 위로하며 사고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했던···.
‘그렇게 허망하게 갈 사람이 아닌데···.’
그는 정말 야구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야구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을 거 같았는데···.
그때 윤형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죽었다는 소식을 못 들었지? 그 사람도 무명이긴 했지만, 그래도 타이탄스 원년 멤버인데···.’
그때 심상호가 진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 타이탄스 구단주가···. 이정호 선수 아들입니다.”
“뭐···? 이정호의 아들이 구단주라고요···!?”
윤형식이 깜짝 놀라며 되묻자, 심상호와 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형식은 어이가 없었다.
이정호의 아들이 구단주라니···.
‘잠깐 그럼 이정호 선수는 신영 그룹의···.’
“구단주가 당신을 왜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구단주는 아버지의 꿈이었던 타이탄스 통합 우승과 왕조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도 분명 팀을 위해서 일 겁니다.”
심상호는 허리를 숙이며,
“도와주십시오. 우리 타이탄스를. 한수를!”
윤형식은 그를 보며 몹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정호의 아들이 구단주···.’
= = = = = = =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한국 시리즈 6차전이 끝나고 스페이스 선수들이 환호하는 걸 보다가 TV를 껐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우리 팀이 스페이스랑 연습 경기 때 비등했으니까, 내년에는 통합 우승도 어렵지 않겠네. 좋아, 좋아. 유산 상속이 멀지 않았다! 흐흐!”
그 순간, 테이블에 있는 포수 마스크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설마, 윤형식 영입에 성공한 건가?’
동시에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소희 팀장: 윤형식 씨, 1루 작전 겸 주루 코치로 영입했습니다.
└한수: 수고했어요.
└이소희 팀장: 윤형식 씨가 구단주님을 한번 뵙고 싶어 하는데, 언제로 약속을 잡는 게 좋을까요?
└한수: 내일 점심으로 하죠.
└이소희 팀장: 알겠습니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임무를 확인했다.
【임무 12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50 Point를 획득합니다.】
【현재 5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좋아! Platinum 등급 코치 영입 완료!’
윤형식에 대해선 윤진호의 아버지이고 예전에 사미 올스타에서 선수 생활을 잠깐 했다는 거 말고는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모르지만···.
‘정보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Platinum 등급 코치니까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거다.
‘좋아, 다음 임무를 확인해볼까?’
-띠링!
임무창이 떠올랐다.
『임무 13』
【구단주님!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FA 시장과 마무리 캠프입니다! 끝까지 파이팅!】
└완료 조건
① FA 선수 최소 1명 영입. (0/1)
② 마무리 캠프 장소 정하기 (미완료)
【보상 : 20 Point,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 X 1】
임무 12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그는 보상을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 당신이 원하는 영웅(삼국지)으로 비유되는 인재가 어딨는지 알려주는 신비한 주문서입니다.
★ 주문서 사용 방법
Q: 제갈량 같은 인재야~ 어딨니~?
A: 제갈량은 현재 XXX 구단의 마무리 투수야~! 】
한수는 아이템 설명을 읽더니 씨익 웃으며 생각했다.
‘보상이 후하네. 좋아! 임무 13도 빨리 완료하자!’
그렇게 다음날이 됐고, 한수는 윤형식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