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 역시 구단주님이십니다!
한수는 페르난도 킴 감독과 함께 윤형식을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식사가 이어졌다.
한수는 윤형식이 그와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러지? 죄지은 사람처럼···.’
한수의 생각은 정확했다.
윤형식은 그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정호랑 많이 닮았구나. 그런데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나 때문에 부상으로 은퇴만 안 했어도 어쩌면···.’
그렇지만 윤형식의 과거를 모르는 한수는 그가 윤진호와 타이탄스 팬들의 관계 때문에 이 자리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가 싶었다.
이해는 됐다.
하지만 해결 방법은 있다.
바로···.
‘윤진호를 타이탄스로 데려와서 금쪽같이 아끼면서 언론을 이용해 미화를 조금 하면, 전부 해결되는 거지.’
히어로 메이커 프로젝트 확장판이다.
‘하여튼 윤진호는 반드시 영입해야 돼!’
윤진호가 타이탄스 선수가 되면 생기는 이득이 많다.
일단 윤진호는 Diamond 등급의 선수다.
【윤진호 타자】
-Diamond 등급(재능 97%)
-경기장의 금마초(錦馬超)
-20시즌까지 평균 3할 중반 타율.
-20시즌 타격왕, 홈런왕 수상.
통합 우승 이후 폼이 떨어졌다는 얘기나, 에이징 커브(Aging Curve)가 왔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지만···.
한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었다면 Diamond 등급으로 평가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영입만 하면 이소호와 함께 득점 쌍두마차가 되어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영웅 도감 때문이다.
【복파장군(伏波將軍) 노익장(老益壯) 마원의 후예】
└달성 조건: 마씨 가문 인재 중 3인 이상.
① 윤형식 [마등, Platinum 등급, 코치]
② ???
③ 로빈 애플 [마대, Gold 등급, 선수]
【완성도 : 66%】
【완성 효과】
└도감에 등록된 3인 인재는 남쪽 지역 구단[재규어스(광주), 티라노스(창원), 드래곤스(대구)]과 경기 시 전의(戰意) 상승.
└코치의 경우 카리스마 +2
└프런트 직원의 경우 업무 속도 +2
└투수의 경우 구속 +1, 삼진 확률 소폭 증가
└타자의 경우 주력+ 1, 타격 정확도 +1
【보상: 50 Point】 【받기】
윤형식과 용병 로빈 애플로 ‘복파장군 노익장 마원의 후예’를 63% 완성한 상태다.
여기에 마초로 비유되는 윤진호가 추가되면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호대장군(五虎大將軍) - 촉(蜀)의 다섯 명장】
① 이소호 [관우, Diamond 등급, 선수]
② ???
③ 염철수 [조운, Diamond 등급, 선수]
④ ???
⑤ 김명숙 [황충, Platinum 등급, 프런트]
【완성도 : 60% (완성 시 보상 180 Point)】
【완성 효과】
···(이하 생략)···
최고 수준의 보상을 받는 ‘오호대장군’의 완성도가 80%가 된다.
그런 다음에 임무 13까지 달성하면 ‘인재 위치 확인 주문서’를 보상으로 받는다.
그러면···.
‘곧바로 장비를 찾는 거야!’
오호대장군 도감을 완성할 수 있다!
‘흐흐, 포인트 부자가 되는 거다. 포인트 부자!’
한수는 ‘복파장군(伏波將軍) 노익장(老益壯) 마원의 후예’와 ‘오호대장군(五虎大將軍) - 촉(蜀)의 다섯 명장’ 영웅 도감을 완성해서 포인트 부자가 될 생각에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런~ 이런~ 비즈니스에서 예의를 지켜야지.’
한수는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썩였다.
이때 페르난도 킴 감독과 대화를 나누던 윤형식이 움찔하며 한수를 쳐다봤다.
윤형식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했다.
‘왜 저러지? 혹시 나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라도 떠오른 건가? 심상호가 구단주는 나랑 이정호의 관계에 대해 모른다고 했는데···. 아냐, 어쩌면 이미 다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그렇지 않다면 뜬금없이 배팅 연습장 사장인 나를 코치로···.’
불현듯 이정호와 홈플레이트에서 나눴던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주루 센스 좋은데? 너 우리 팀으로 올래?]
[···헛소리하지 마.]
[진심인데~? 너 내 동료가 돼라!]
[···심판, 이 새끼 주둥이 좀 닥치게 해주세요.]
윤형식은 흠칫했다.
‘설마···. 그때 이정호가 했던 말을 대신 지키려고···.’
윤형식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수를 쳐다봤다.
‘나는···. 나는···. 이정호 네가 그렇게 가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네 아들은···.’
이때 페르난도 킴 감독은 한수와 윤형식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 다 좀 이상한데···. 왜 저러지?’
하여튼!
묘한 분위기 속에 식사 시간은 흘러갔다.
중간에 윤진호 얘기도 나왔다.
한수는 FA 계약을 언급하며 윤진호의 거취를 넌지시 물었지만, 윤형식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진호 영입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아들의 선택을 지지할 겁니다.”
한수는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윤 코치 뜻은 자~알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노우~ 노우~ 죄송할 거 전~혀 없어요. 자~ 자~ 식사합시다.”
그렇게 식사가 이어졌다.
페르난도 킴과 윤형식은 마음이 잘 통했는지, 선수단 운영과 관련된 전문적인 대화를 편하게 나눴다.
그러자 한수는 자연스럽게 말이 적어졌다.
나름대로 야구를 공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오후 미팅까지 아직 여유는 있지만···. 먼저 일어나는 게 둘한테 좋겠군.’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페르난도 킴과 윤형식은 만류했다.
“구단주님~ 계속 함께하시죠~?”
“근처에 카페가 있는데···.”
“아닙니다. 일정이 바빠서. 그럼.”
한수는 계산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강덕수가 차 문을 열어주자 타면서 말했다.
“미친개 스튜디오하고 세시 약속이지?”
오후에는 ‘철인 최종권’ 다큐멘터리 제작 미팅이 잡혔다.
그래서 담당자인 윤하얀 이사가 직접 부산을 방문했다.
강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 이르긴 한데···. 약속 장소로 출발하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 한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스카우트팀 고민수 팀장이다.
그는 요즘 윤진호의 에이전트와 접촉하고 있었다.
한수는 눈을 반짝이며 생각했다.
‘혹시 윤진호랑 얘기가 잘 된 건가?’
“고 팀장, 무슨 일이죠?”
[안녕하십니까, 구단주님. 다름이 아니라 윤진호 선수 때문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에이전트가 얼마를 부르던가요? 50억? 60억?”
[그게···. 윤진호 선수는 아무래도 티라노스에 잔류할 것 같습니다.]
한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되면 나가리인데···.’
“티라노스보다 무조건 많이 챙겨주겠다고 하세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한수혁 단장 때문에 설득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한수혁 단장은 티라노스 창단 멤버다.
티라노스 통합 우승을 이끈 MVP 윤진호를 영입한 게 바로 그였다.
한수혁은 윤진호의 부친 윤형식과 고등학교 야구부 동기인데, 이루수 윤형식과 유격수 한수혁은 고교 최악의 키스톤 콤비로 유명했다.
윤형식은 사미 올스타에 입단해서 빠르게 프로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감독의 지독한 혹사와 팀의 성적의 부진으로 자신감이 점점 떨어졌고···. 결국, 이정호 포수와 충돌 사건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어떻게든 슬럼프를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팀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방출 통보를 받았고, 쓸쓸히 야구계를 떠났다.
반면에 한수혁은 대운 드래곤스로 입단해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덕분에 프로 무대 데뷔는 무척 늦었지만, 백업 선수로 생활하다가 운 좋게 기회를 잡았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됐고 지도자 과정까지 밟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고···.
한수혁은 윤진호를 티라노스로 데려오기 위해 윤형식에게 접근했고, 고등학교 때 서로 멱살을 잡고 욕하며 다투던 사건들을 ‘우린 깐부였지?’로 미화했다.
윤형식은 이미 다 지난 일이니 그러려니 했고 윤진호의 티라노스 행에 대해서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지만, 효자였던 윤진호는 아버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티라노스는 최고 클래스 타자이자 대전의 희망이었던 윤진호를 데려올 수 있었지.’
아마 한수혁은 이번에도 ‘느그 아부지랑 내랑 깐부데이? 알제?’라며 윤진호를 잔류시켰을 거다.
한수는 윤형식이 있다면 묻고 싶었다.
‘이게 과연 아들의 결정이 따르는 걸까요?’
다리를 꼬며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며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윤진호를 영입할 다른 방법은요?”
[윤형식 씨를 주루 코치로 영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윤진호 선수가 무척 효자라고 하는데 혹시 윤형식 씨한테 부탁하면···.]
“그 방법은 패스. 윤 코치는 아들의 뜻에 따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구단주님, 그거 말곤 방법이 없습니다. 한수혁도 윤형식 씨랑 친구라는 걸 빌미로···.]
“그만.”
[······.]
“다른 방법 있나요?”
고민수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찾아보겠습니다.]
“흠···.”
‘한수혁, 한수혁···.’
한수는 신인 지명 드래프트에서 봤던 한수혁 단장의 정보창을 떠올렸다.
【한수혁】【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4%)
(타이탄스 코치진: 70%)
(타이탄스 프런트: 80%)
결론: 프런트의 한수 문약(文約)입니다. 야망이 무척 큰 사람이지만, 참을 줄도 압니다. 그 덕분에 드래곤스에서 기회를 엿봤고 성공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야망을 이루기 위해선 뭐든 이용하는 성격 ···(중략)···
【적성】
1순위: 단장
2순위: 운영팀장
【특기】
1. 매우 뛰어난 친화력
···(이하 생략)···
프런트의 한수라는 표현이 무척 거슬렸다.
그런 것만 빼면, ‘매우 뛰어난 친화력’이라는 특기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좋은 능력의 직원 같았다.
고용하면 돈이 아깝지 않은···.
‘하지만 우리 직원들이 더 뛰어나지.’
피식 웃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한수혁과 윤 코치를 앙숙으로 만들어야겠군.’
한수는 고민수에게 말했다.
“고 팀장은 윤 선수의 에이전트와 계속 접촉하세요.”
[네? 하지만 에이전트도 윤 선수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시키는 대로 해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한수는 전화 통화를 끝내고 강덕수에게 말했다.
“덕수야, 이 팀장한테 코치진 명단 홈페이지 공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동백 스포츠 박 기자한테 연락해서 윤형식 코치를 주인공으로 기사 하나 쓰라고 해. 아주 멋지게~!”
강덕수는 히죽 웃으며,
“윤진호를 키운 최고의 코치 타이탄스의 품으로! 이런 느낌으로 쓰라고 할까요?”
“이야~ 베리 굿! 덕수 인마, 센스 쏴라있네!”
“다 영민하신 구단주님을 옆에서 보필한 덕분이죠.”
“흐흐, 덕수 네가 입안에 꿀단지를 물었구나.”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보다 기사 타이틀은 어떻게 하라고 할까요?”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호야~! FA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타이탄스 가면 될까요~?’라고 하라고 해. 내용은 윤 코치가 누구인지를 소개하는 걸로 하고 아! 기사 내용에 윤진호가 엄청난 효자인 거 강조해! 오케이?”
강덕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아까 고 팀장이 물어봤을 때 윤 선수에 대한 거 윤 코치한테 부탁하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한수는 피식 웃으며,
“윤 코치한테 부탁하는 거 아닌데?”
“······?”
“이용하는 거지.”
“아···!”
“어느 팀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윤 선수 몫이라고~! 안 그래?”
“맞습니다. 역시 구단주님이십니다! 어쩜 이렇게···.”
강덕수는 약았다고 할 뻔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그리고는 한 박자 쉬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똑똑하신지···. 정말 또 한 번 감동하네요.”
“뭐~ 기본이지! 박 기자한테 오늘 저녁까지 기사 올리라고 해.”
“네!”
한수는 미친개 스튜디오의 윤하얀과 오후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진호야~! FA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타이탄스 가면 될까요~?] - 동백 스포츠, by. 박편복 기자
어마어마한 어그로를 끄는 기사 제목이 올라왔고···.
└뭐임? 윤X밥 타이탄스 옴?
└진짜? 나이스긴 한데···. 걔가 왜?
└박편복 저 XX 꼴데 아니냐? FA 시장 가까워졌다고 개수작 부리네!
└윤진호 아버지가 타이탄스 코치를 왜 함? 장난침?
└윤진호 아버지랑 한수혁 단장이랑 의형제라고 했음. 의형제 뒤통수치는 건 구라지!
└기레기 XX들! 뇌피셜 좀 기사로 쓰지 마!
그때 타이탄스 홈페이지에 새로운 코치진 목록이 업데이트됐다.
【타이탄스 새로운 코치진】
감독 : 페르난도 킴(Diamond 등급, 재능 95%)
수석 코치 : 문동신(Bronze 등급, 재능 42%)
배터리 코치: 장 줄리앙(Gold 등급, 재능 85%)
투수 코치 : 장보형(Gold 등급, 재능 81%)
···(중략)···
1루 작전 / 주루 코치 : 윤형식(Platinum 등급, 재능 90%) 【New】
QC: 박동준(Diamond 등급, 재능 98%) 【New】
···(이하 생략)···
커뮤니티는 또 난리가 났다.
그리고···.
“이런 미친!?”
티라노스 프런트도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