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 이런 도둑놈의 새끼들을 봤나!?
한수가 마무리 캠프 장소를 미국 애리조나로 바꾸면서 타이탄스 프런트는 몹시 바빴다.
일정에 맞춰서 비행기 표부터 숙소까지 전부 다시 예약해야만 됐다.
다행히 비행기는 신영 그룹 전세기를 사용하기로 했지만···.
‘연습장 예약은 어떻게 하지?’
‘숙소는 어떻게 해? 으으···.’
‘선수들 식사는···. 요리사를 고용해야 하나?’
‘바꾸려면 기사를 내기 전에 바꾸지···. 정정 기사를 내야 하는데···!’
이때 다른 KBO 구단들은 FA 선수들을 놓고 몇십억 원을 부르며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타이탄스도 한수의 지시로 불펜 투수들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인터넷에는 FA 관련 기사들로 도배됐다.
[FA 2호 베테랑 투수 원중혁, 자람 빌런스와 4년 총액 25억···.]
[양투지 나비효과? FA 연쇄 이동 시작···.]
[FA 포수만 4명 나왔다. 이적 시장 돌풍···.]
[스페이스 포수를 보강해서 다음 시즌도 통합 우승에 도전···.]
야구팬들은 응원하는 팀에 좋은 선수가 들어오길 바라며 흥미진진하게 FA 관련 기사를 봤지만···.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한테는 별천지와 같았다.
동산 고등학교 3학년 김송이도 그랬다.
‘대학에 가고 싶은데···.’
하지만 문제가 너무 많았다.
우선, 돈이 없다.
김송이의 부모님은 어린 시절 돌아가셨고, 지금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옥탑방에서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폐지를 줍고, 그녀는 아르바이트까지 하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수능 얼마 안 남은 거 알지? 모두 컨디션 관리 잘해. 알겠지?”
담임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네~!” 라고 대답했지만, 김송이는 고개를 떨궜다.
‘수능을 봐도 나는···.’
돈 문제는 하향 지원을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는 게 걱정됐다.
‘요즘 자주 깜박하고 건강도 많이 나빠지셨는데···. 대학에 가면 우리 할배는···.’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가 눈에 밟혔다.
여러모로 대학교 입학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힘든 상황···.
‘그냥 바로 취업을···.’
그때 담임 선생님이 그녀를 불렀다.
“송이야, 교무실로 좀 와볼래?”
“네···.”
교무실에 가자 담임 선생님은 신청서 하나를 건넸다.
【최강! 타이탄스 장학생 신청서】
“···이게 뭐예요?”
“타이탄스 구단에서 교육청과 협력해서 부산의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주기로 했어.”
“타이탄스요···?”
“프로야구팀 몰라? 왜~ 야구부의 염철수 있잖아. 걔가 이번에 계약한 팀이잖아.”
알고 있다.
철수도, 타이탄스도.
다만, 프로야구팀이 왜 이런 일을···.
“타이탄스 구단주가 통이 큰 거 같아. 지원해주는 게 많거든. 대학 등록금이랑 타이탄스 장학생 품위 유지비랑 아! 신영 의료원에서 건강 검진도 무료로 받게 해준대. 그 외에도 ···(중략)··· 이건 소소한 건데 타이탄스 홈경기 입장권도 주네?”
김송이는 눈을 크게 떴다.
“저, 정말 이렇게나 지원해준다고요···?”
“물론이지. 넌 성적도 좋고 음···. 하여튼 조건이 대부분 충족되니까. 100% 지원받을 수 있을 거야.”
장학금은 물론, 품위 유지비도 어마어마했지만, 신영 의료원에서 무료 건강 검진은 물론, 병이 있으면 치료비까지 지원해준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할아버지 건강이 너무 염려됐는데···.
“이, 이거 꼭 신청하고 싶어요···!”
“그래~! 아! 대신 기자들이랑 인터뷰해야 할 거야. 그리고 구단주랑 사진도 찍고···. 괜찮지?”
그녀는 활짝 웃으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런 지원을 받은 건 김송이만 아니었다.
부산의 한 요양 병원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세월을 흘려보내던 환자들한테도 타이탄스 구단 차원에서 여러 지원이 이뤄졌다.
그리고 부산의 갈매기 보육원에는···.
[지난 주말, 타이탄스의 이한수 구단주와 프런트 직원들은 부산의 갈매기 보육원에서 주말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이한수 구단주는 타이탄스를 아껴주는 부산 시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중략)··· 이한수 구단주는 갈매기 보육원 리모델링 비용은 사비로 부담했으며, 보육원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게 지원금을 약속했고 ···(이하 생략)···.]
FA 시장 1호 계약을 마치고, 곧바로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를 시작한 타이탄스의 행보에 기존 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마! 타이탄스! 싸롸있네!
└타이탄스가 야구는 존X 못해도 참 착해···.
└구단주 바뀌고 뭔가 달라졌음. 좋은 의미로.
└야구나 좀 잘해라. 야구나···.
└야구 못한다고 욕을 오지게 먹더니, 이렇게 이미지 쇄신을 하려고 하네?
그리고···.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타이탄스 팬이에요!
└타이탄스 정말 최고예요.
└뭐냐, 이 뉴비들은···.
└타이탄스 구단주님 정말 좋은 분이에요!
└얘들아, 야구 커뮤니티에서 이라믄 안 돼에에~!
└타이타ㄴ스 덕부네 도ㅇᅟᅮᆷ으ㄹ 바다ㅅㅓ
└타이탄스 너무 좋아요!
└타이탄스는 까는 맛이라고···.
야구 커뮤니티에 상큼한 타이탄스 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여튼, 타이탄스에 대한 부산 팬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다.
= = = = = = =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접속했습니다.】
【최고의 구단주가 되는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임무 14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60 Point를 획득합니다.】
【현재 10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무 15가 생성됐습니다.】
‘봉사활동 임무를 완료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보육원에 기부하고, 요양 병원에 기부하고, 어려운 학생들한테 기부하면 임무를 완료하겠지 했는데,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는 무척 까다로웠다.
보육원 봉사는 직접 봉사활동을 하고 구체적인 기부 방안을 정해야 했고, 요양 병원도 환자 한 명 한 명 사정을 파악하고 지원해야 하고, 어려운 학생들은 1명당 1%로 쳤는지 무려 100명을 지원하자 완료됐다.
‘60포인트 벌자고 얼마를 투자한 거야? 과금 유도 대단하네~.’
물론 덕분에 타이탄스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졌다.
한수는 100 Point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업그레이드된 Lv 3 상점을 오픈해서 새로 등록해둔 관심 상품을 살폈다.
[20-20 포수 PKO의 눈부신 황금 배트] (Platinum)
└포수 전용 아이템
└장타력 +2 / 순발력 +2 / 포구 +1
└90 Point
[등번호 6번 신바람 풋워크 수비] (Platinum)
└유격수 전용 아이템
└내야 수비 +2 / 순발력 +2
└80 Point
[고독한 황태자의 찬란한 글러브] (Platinum)
└우완투수 전용 아이템
└체력 +3 / 제구 +1 / 구속 +1
└100 Point
[포기를 모르는 위대한 금테 안경] (Platinum)
└우완투수 전용 아이템
└체력 +2 / 구속 +2 / 커브 낙차 +2
└120 Point
[구단주님도 나메크인 최고 장로처럼···.] (Platinum)
└구단주 전용 소모 아이템
└설명
① 선수의 특성과 잠재 레벨을 상승. (중복 사용 X)
② 특성은 무조건 한 단계 상승.
③ 잠재 레벨은 1~2 랜덤 상승.
④ 호감도 + 30 이상의 선수한테만 사용 가능.
└250 Point
.
.
.
마음에 드는 건 포인트가 부족했고, 지금 살 수 있는 건 당장 필요하지 않았다.
‘우선 모아둘까?’
아이템이 애매하면 20포인트만 더 모아서 Lv 4 상점으로도 진화시켜도 된다.
‘자~ 그럼 임무를 확인해볼까?’
한수는 임무 메뉴를 선택했다.
-띠링!
『임무 15』
【구단주님, 우리 팀한테 계륵인 선수도 다른 팀에는 꼭 필요한 선수일 때도 있습니다. 계륵을 내주고 보물을 가져오세요.】
└완료 조건
① 타 구단과 선수 트레이드를 하세요. (0/1)
【보상 : 50 Point】
‘선수 트레이드···?’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다가 등록된 선수들 정보창을 살폈다.
'계륵···. 계륵이라···.'
대충 눈에 들어오는 몇 명이 있었다.
【장재우(우투우타): Bronze 등급, 재능 59%(1%↑)】
└불펜 투수 (주장) / ERA: 3.87
먼저 주장 장재우.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타이탄스에서 공을 던진 성골.
그렇지만 성적이 늘 아쉽다.
그래도 새로운 메인 투수 코치가 된 장보형과 궁합이 잘 맞는지 재능이 1% 상승했다.
【윤창근(우투우타): Silver 등급, 재능 69%(5%↓)】
└포수 / AVG: 0.221
다음은 윤창근.
연고지 1차 지명을 받고 타이탄스에 입단해 쭈욱 타이탄스 홈플레이트를 책임진 원조 안방마님이다.
처음에는 훈련이든 경기든 열정적으로 임하는 선수였지만, 재작년부터 계속 치질 핑계를 대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타이탄스 팬들은 그를 치질런이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믿고 쓰는 포수라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실력은 하민철이 더 뛰어나지만···.
타이탄스 팬들은 윤창근이 치질런을 끝내고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박치수(우투우타): Bronze 등급, 재능 49%(3%↓)】
└이루수 / AVG: 0.259
박치수는 절망적인 타이탄스 수비진 중에서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한다는 평을 받았다.
타율도 타이탄스에서는 상위권에 드는 성적···.
그러나 시즌이 끝나고부터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안종렬(우투우타): Iron 등급, 재능 29%(3%↑)】
└외야수(내야로 포지션 변경 신청) / AVG: 0.151
안종렬은 내년이면 4년 차가 되는 선수다.
다리도 빠르고, 공을 몸에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서 1번, 2번 타순에 주로 기용했는데···.
빠른 공에 대한 타격 정확도가 무척 떨어진다.
그래도 최근에 훈련을 무척 열심히 하고 있어서인지, 재능도 3%나 상승했다.
네 명의 선수들의 장, 단점을 파악한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현재 타이탄스에 필요한 포지션이 어떤 건지 생각했다.
‘역시나 불펜 투수가 필요하지···.’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고민수한테 전화했다.
[구단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타 구단 투수 리스트 가지고 오세요.”
= = = = = = =
창원, 티라노스 단장실.
한수혁 단장은 태블릿 PC로 티라노스 팬들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윤진호도 놓치더니, 양투지도 보내냐!?
└어떻게 데려온 양투지인데!? 그리즐리스한테 다시 뺏기냐!?
└린쥐로 번 돈 다 어디에 쓰는 거냐!?
└내가 양투지랑 윤진호 놓치는 거 보려고 린쥐W에 과금한 줄 알아!?
└단장 모가지 집행검으로 베어버리고 싶네!
“난리 났군. 난리 났어. 타이탄스랑 그리즐리스가 작정하고 애들 빼간 걸 어쩌란 말이야.”
맞은편에 서 있던 운영팀 팀장 남용민이 말했다.
“후회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내년 시즌이 걱정입니다. 윤진호의 빈자리는 어찌어찌 커버한다고 해도···. 양투지 선수의 공백은 너무 큽니다.”
“그건 그렇지···.”
포수이자 5번 타자인 양투지.
올 시즌은 비록 AVG 0.259를 기록했지만, 이전까지는 쭉 3할 타율을 유지해온 선수다.
심지어 포수로서 능력은 KBO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최근 하민철을 비롯해 재능 넘치는 포수 유망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리즐리스 왕조를 세우고 티라노스 통합 우승까지 이룬 양투지 포수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
“백업 포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전급 포수를 보강해야 합니다. FA 시장이든, 트레이드하든···.”
“그래야지. 나도 알아.”
하지만 FA 시장에 나온 포수 중에 남은 건···.
【백두식 (34)】
└투타: 우투우타
└AVG: 0.109 / 장타율: 0.178 / WAR: 1.99
‘포수 능력은 괜찮은데 타격이 너무 구려. 하···. 양투지 만큼은 아니어도 포수 능력 준수하고 2할 정도만 쳐주면···.’
남용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타이탄스에 트레이드를 제안해볼까요?”
“···윤창근 말하는 거야?”
“네.”
타이탄스는 이미 하민철이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강민수라는 걸출한 백업 포수도 한 명 발굴했다.
반면에 윤창근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걔 만성 치질이잖아? 포수 제대로 볼 수 있어?”
“제 개인 정보통에 의하면···. 치질은 10월 초에 완치됐답니다.”
“뭐? 근데 왜 복귀 안 한 거야? 치질이 재발한 거 아냐?”
“아마 다른 이유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죠. 트레이드 제안을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2할 중반 타율에 포수 능력도 평균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타이탄스 프런트에 당장 연락해봐!”
“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운영팀 직원이 들어왔다.
“저···. 단장님, 타이탄스 프런트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두 사람은 흠칫 놀랐다.
‘이놈들 호랑이도 아니고···.’
‘왜 연락을 한 거지? 설마 트레이드?’
한수혁은 놀란 걸 내색하지 않고 담담히 물었다.
“타이탄스에서? 왜?”
“트레이드 요청을 했습니다.”
“···누구랑 누구?”
“윤창근 포수를 줄 테니, 양창진 투수랑 길우현 투수를 달랍니다.”
양창진은 한수혁이 발굴한 아끼는 마무리 투수이고, 길우현은 2년차 투수인데 유용한 불펜 카드다.
한수혁은 버럭 소리쳤다.
“이런 도둑놈의 새끼들을 봤나!? 진호를 빼가더니 뭐!? 창진이랑 우현이를 내놓으라고!?”
직원은 흠칫하더니,
“그, 그럼 거절한다고 할까요···?”
“당연히···!”
그때 남용민이 나섰다.
“잠깐만요.”
“뭐? 뭐가 잠깐만이야? 남 팀장, 창진이는 안 돼. 걔는 내가 드래곤스에서부터 데려온···.”
남용민은 담담히 말했다.
“양창진 선수 나이가 35세입니다.”
“······.”
“올 시즌은 작년보다 성적도 떨어졌죠. 코치진은 에이징 커브가 온 거 같다고 하는데···.”
“남 팀장, 아무리 그래도 창진이는 우리 창단 멤버···.”
“양 선수 대체 투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주전급 포수는 대체할 선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윤창근이 온다면 양투지 선수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는···.”
한수혁은 인상을 썼다.
남용민의 말뜻은 이해했다.
양창진의 기량이 떨어진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뭔가 걸렸다.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보는 거 같은···.
그의 고민이 길어지자 남용민이 재차 그를 불렀다.
“단장님.”
한수혁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창근만은 부족해. 타자 한 명 더 껴서 2대 2로 트레이드 하자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