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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71화 (71/187)

71화 : 이거 일이 쉽게 풀리겠는걸?

마무리 캠프는 시즌 마무리 훈련과 더불어서 새로 입단한 선수 및 신인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시기다.

언론에는 극한 훈련, 지옥 훈련이라고 떠들어도 타이탄스의 마무리 캠프는 별로 강도가 세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애리조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야외 경기장.

타이탄스 선수 사십 명이 경쟁하듯 달리고 있었다.

연습 경기의 페드로 박종구는 땀을 뻘뻘 흘리며 12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젠장···.’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멀찍이서 예리한 눈빛으로 뭔가를 체크하고 있는 박동준 QC 코치와 심상호 육성팀 팀장 때문이다.

그는 마무리 캠프에 앞서서 페르난도 킴 감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무리 캠프부터 훈련 성적을 평가해서 내년 40인 로스터 확정할 거예요~. 성적이 낮으면~ 2군행이에요~! 누구도 예외는 없어요~! 누구도요!”

박종구는 이를 악물었다.

이한수 구단주가 내년 시즌 1군 외야수로 활약해주면 내후년엔 마운드에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연습 경기가 아닌, 진짜 경기···!

꿈을 이룰 기회다.

‘절대···. 절대 포기 안 해!’

그러면서 제일 앞에서 달리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1등은 만능 타자 윤진호였다.

그는 KBO에서 유명한 체력 괴물이다.

그런 윤진호와 나란히 뛰고 있는 건···.

“훅···. 훅···. 훅···.”

···신인 투수 염철수다.

‘저 자식···. 2군에 처음 왔을 땐 나보다 체력이 약했는데···.’

정말 미친 성장 속도였다.

‘철수 저 자식은 진짜 도핑 검사해봐야 해! 젠장! 젠장!’

그때 옆으로 누군가 따라붙었다.

안종렬이었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달리면서 쉴새 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백조처럼···. 쉴새 없이 다리를···. 차이콥스키의···. 백··· 조···!”

박종구는 1군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안종렬이 안쓰러웠지만, 져줄 생각은 없다.

“으아아···!”

애리조나로 출발할 때는 처음으로 가는 미국이라 설렜는데···.

“애리··· 존··· 나··· 싫어!”

그렇게 체력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은 투수와 타자로 나뉘어서 투타 훈련을 시작했다.

= = = = = = =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는 체력 훈련이 끝난 선수들이 실내 연습장으로 향하는 걸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투자한 돈 아깝지 않게 열심히 해라!’

그렇지만 모두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한수는 힐끗 ‘실시간 노력 등수’를 쳐다봤다.

【실시간 노력 등수】

···(중략)···

37위: 박치수(Bronze 등급)(타자)

└‘또 떨어졌어. 젠장···. 전세금까지 뺏는데···. 어쩌지···.’

38위: 손재현(Platinum 등급)(타자) [훈련 효과 –1%]

└‘밧줄에 묶어달라고 하고 얼굴로 공을 계속 던져달라고 할까···? 맞다 보면 극복하지 않을까···?’

39위: 강민수(Gold 등급)(포수) [훈련 효과 –2%]

└‘체력은 자신 있었는데 겨우 25등이라니···. 체력도 평균 이하인 건가···.’

40위: 길우현(Silver 등급) [훈련 효과 –3%]

└‘티라노스로 다시 가고 싶어···.’

손재현, 강민수의 경우엔 마음에 들진 않지만, 왜 훈련에 집중을 못하는지 이해됐다.

해결책도 준비해뒀고 괜찮다.

하지만 박치수와 길우현의 경우는 다르다.

박치수는 코인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했다.

어느 정도 돈을 잃었을 때 정신 차리고 코인을 그만뒀어야 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는 결국 전세금까지 잃고 멘탈이 나가버렸다.

한수는 이미 그런 박치수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루 수비가 괜찮은 거 같아서 데리고 있으려 했더니···.’

“이번 마무리 캠프 동안 지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트레이드 카드로 써야겠어.”

그리고 티라노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길우현.

하지만 한수는 그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그는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짜증 나네. 정신 차릴 때까지 2군에 처박아 둘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선수들은 실내 연습장으로 들어갔다.

한수도 꼴리검을 착용한 손재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타격 연습장으로 향했다.

= = = = = = =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실내 타격 연습장.

빨간 머리의 손재현은 한쪽 벤치에 앉아 신발 끈을 묶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타이탄스에 합류하고 나서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라이벌 기용찬과 같은 팀이 된 것도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한데···.

점점 본래 실력을 찾아가는 기용찬에 비해 그는 아직도 높은 공에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이다.

타이탄스에 오면 어마어마한 재활 훈련을 해 줄 것처럼 하더니, 특별한 건 없었다.

재활의 요술사라던 장보형은 투수들 가르치느라 정신이 없고···.

‘이한수 구단주한테 속은 건가···.’

손재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젠장, 그냥 스페이스로 갈 걸 그랬나?”

그때 누군가 손재현 앞으로 물통을 내밀었다.

누군지 보니, 문희동 투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셔.”

“아, 네···. 고맙습니다.”

손재현은 물통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왜 친한 척이지? 그리고 투수가 왜 여기···.’

문희동은 손재현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너 손오고 출신 맞지?”

“그렇긴 한데, 그건 왜요···?”

“나도 손오고 출신이야. 너보다 3년 선배라 잘 모르려나.”

“아, 네···.”

‘이거 설마···. 선배 대접 FM으로 하라고 눈치 주는 건가?’

손재현이 눈살을 찌푸리자 문희동이 웃으며 말했다.

“선배 대접을 바라는 거 아니야. 그냥 네가 동생 같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하는 말이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되고.”

손재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처음 봤으면서 갑자기 친하게 지내자니?

나쁜 의도로 접근한 거 같진 않지만···.

‘이상한 사람이네.’

그렇지만 같은 팀원이자 선배다.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지.’

손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힘든 일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그럼, 훈련 힘내.”

“네, 감사합니다.”

문희동이 투구 연습장으로 향하자, 손재현은 문희동이 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배트를 잡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따라 배트가 손에 착 감기네···?’

손재현은 힐끗 문희동이 준 물통을 바라봤다.

“···물 덕분인가?”

이때 문희동은 투구 연습장으로 들어가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에게 타이탄스의 주장 장재우 투수가 다가왔다.

“희동이 네가 웬일이냐?”

“···뭐요?”

“아까 늙다리 신인 챙겨줬잖아.”

늙다리 신인.

26살에 육성 선수로 들어온 손재현의 별명이다.

문희동은 눈살을 찌푸리며,

“늙다리가 뭡니까, 늙다리가. 형은 뒷방 노인네라고 부르면 좋습니까?”

“노인네라니···. 나 아직 32살이야.”

“재현이는 26살입니다.”

“······.”

“주장인 형까지 애를 놀리면 어떻게 해요?”

“아니, 놀린 게 아니고···.”

장재우는 핑계를 대려다가 문희동의 날카로운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성질 더러웠던 독고준마저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문희동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구단주님이 저한테 재현이 좀 잘 챙겨주라고 부탁하셨어요.”

“구단주님이? 너한테 왜···.”

문희동은 사교성이 없기로 유명하다.

팀에서도 친한 선수는 하민철과 장재우 정도다.

“같은 손오고 출신이라 그런 거 같아요.”

장재우는 문희동의 예민한 성격을 알아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다른 사람 신경 쓰다가 네 컨디션 나빠지면 큰일이다.”

“···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문희동은 손재현과 짧게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친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 = = = = = =

실내 투구 연습장.

박동준 QC 코치는 투수들의 운동 능력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단순히 눈으로 하는 게 아니고, 3D 투구 메커니즘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초정밀 동작 분석을 위해 50개의 센서를 전신에 부착한 투수들이 투구하면서 선수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거다.

기용찬의 빠르고 간결한 투구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유용하지만, 공에 힘이 조금 덜 실릴 수도 있다.

홍진철은 전력투구를 거의 하지 않는다.

체력 안배를 위해 본능적으로 완급조절을 하는 건데, 나쁘진 않지만 좀 더 강하게 던지면서도 체력을 비축하는 투구법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태규, 문희동, 양창진, 길우현 등의 투구폼 분석도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휘이이익! 휘이이이익!

박동준은 염철수의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보며 생각했다.

‘윤진호의 페이스에 맞춰서 운동장을 뛰고 나서도 저렇게 터프한 와인드업이라니···. 어마어마한 체력이네···.’

박동준은 2군에서 테스트했던 염철수의 운동 능력 데이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측정되는 데이터랑 너무 다르잖아. 이 짧은 시간에 이만큼이나 성장했다고? 아니면, 힘을 숨기고 있었나?”

박동준은 염철수에게 부족한 걸 생각했다.

‘첫 번째는 완급조절···.’

120구, 130구 전력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해도 야구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완급조절을 하며 영리하게 공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다음은···.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지 않아.’

염철수는 포심과 투심만 던질 줄 안다.

‘장보형 코치한테 커브를 배우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팜볼(Palmball)···? 장 코치, 팜볼러였나? 음···. 근데 굳이 팜볼을···. 체인지업을 익히게 하고···. 투심을 잘 던지니 커터를 익히게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박동준은 염철수한테 어울리는 구종을 고민했다.

그때였다.

“오오오!”

타격 연습장 쪽에서 우렁찬 환호성이 들렸다.

박동준을 비롯한 훈련 중인 선수들 모두 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소리지?’

= = = = = = =

타격 연습장으로 향하던 한수는 갑자기 눈앞에 떠오른 창 때문에 발걸음을 멈췄다.

-띠링!

【손재현(Platinum)의 정보창이 업데이트됐습니다.】

【비활성화 능력들이 활성화됩니다.】

【새로운 특기 ‘손오(孫吳)의 콤비’가 생성됩니다.】

‘아이템 효과인가?’

-띠링!

【문희동(Gold)의 정보창이 업데이트됐습니다.】

【새로운 특기 ‘손오(孫吳)의 콤비’가 생성됩니다.】

【‘손오(孫吳)의 콤비’ 효과로 재능이 1% 오릅니다.】

【문희동(Gold)의 재능이 90%에 도달했습니다.】

【문희동(Gold)이 문희동(Platinum)으로 진화합니다.】

【문희동(Platinum)의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엉?’

-띠링!

【최초로 선수 등급 UP에 성공했습니다.】

【특별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을 확인해주세요!】

한수는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문희동이 손권이고, 손재현이 손견이라 혹시나 해서 잘 챙겨주라고 했더니···.

‘일단 정보창이랑 보상을 확인해보자!’

그때 강덕수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한수는 우선 전화부터 받았다.

“무슨 일이야?”

[구단주님, 사흘 뒤에 제인 정이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고 합니다.]

“제인? 걔가 왜?”

[애리조나 대학교 출신이더라고요. 예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래? 잠깐 디자인 전공이면···.”

[네, 장은수도 디자인 전공입니다.]

“호오···.”

한수는 장은수를 영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장은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거 혹시···.’

[장은수의 고등학교 동창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장은수가 애리조나 대학교로 유학 간 이유가 제인 정을 존경해서라고 합니다.]

그 말에 한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덕수야, 제인 정이랑 약속 잡아.”

[알겠습니다.]

한수는 통화를 끝내며 생각했다.

‘이거 일이 쉽게 풀리겠는걸? 자, 그럼···.’

“정보창이랑 보상을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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