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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74화 (74/187)

74화 : 그건 저한테 맡겨두세요.

ST 위닝스는 수원에 연고지를 둔 ST 통신이 모기업인 구단이다.

KBO 역사를 통틀어 12번째로 창단된 구단으로 ST 위닝스의 탄생으로 KBO 리그 10구단 체제가 시작됐다.

구단의 역사는 9년밖에 안 됐지만, 그 사이 포스트 시즌을 3번이나 진출했고, 작년에는 통합 우승까지 기록한 강팀이다.

한수가 ST 위닝스에 관심을 가진 건 단순히 강민수의 열등감의 원인인 안민혁이 입단했기 때문이 아니다.

‘1군에 올라오고 5년 만에 최하위권을 벗어나서 중위권 이듬해는 상위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어. 그리고 작년에는 통합 우승···.’

타이탄스는 창단하자마자 통합 우승한 스페이스 구단보다 위닝스 구단에 더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팀을 상위권으로 이끈 원종현 감독에게···.

한수는 회의 중인 페르난도 킴 감독과 코치진을 쳐다봤다.

선발 투수는 한수의 의견대로 기용찬으로 하기로 했다.

그때 박동준 QC 코치가 말했다.

“장 코치님, 기 선수 몸쪽 공 아직도 못 던지나요?”

장보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몸쪽으로는 실투도 안 던집니다.”

“던질 수 있는 코스가 너무 제한적이네요. 제구력은 어때요?”

“스페이스와의 연습 경기 때보다는 좋습니다.”

박동준은 콜록콜록 잔기침하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는 페르난도 킴 감독을 보며 말했다.

“기 선수의 2회만 던지게 하죠. 약점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코스는 몸쪽을 못 던지는 게 아니고, 제구력 조금 떨어지는 선수라고 생각되게 하는 게 어떨까요?”

신인에게 실전 경험은 중요하지만, 정보가 너무 누출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아예 잘못된 정보를 흘리자는 소리다.

페르난도 킴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줄리앙 코치~, 포수는 누가 좋을까요?”

그러자 장 줄리앙 배터리 코치가 선수 데이터를 보며 대답했다.

“기용찬이 몸쪽을 못 던지는 걸 숨기려면 노련한 프레이밍을 하는 하민철이 좋을 거 같습니다.”

“음~ 그러면 강민수는 이번 연습 경기에서 제외할까요?”

그때 한수가 물었다.

“클린업 트리오는 누굽니까?”

이종규 타격 코치가 재빨리 대답했다.

“3번 윤진호(Diamond 등급, 이루수), 4번 이소호(Diamond 등급, 일루수), 5번 김효철(Gold 등급, 유격수)입니다.”

“1번, 2번은요?”

“1번은 최민준(Gold 등급, 우익수), 2번은 오재근(Platinum 등급, 중견수)입니다. 그리고 하위 타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하민철(Platinum 등급, 포수)이 들어오면 6번을 맡을 겁니다. 그러면 7번이 손재현(Platinum 등급, 삼루수)이고, 8번은 박종구(Gold 등급, 좌익수)···. 9번은···.”

“지명타자만 남았네요?”

“네, 맞습니다.”

이종규는 페르난도 킴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지명타자로 누구를 기용하겠냐는 의미였다.

페르난도 킴은 자연스럽게 한수에게 물었다.

“강민수를 지명타자로 할까요~?”

“네.”

한수의 즉답에 페르난도 킴은 움찔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예의상 물어본 거였습니까?”

“조금은 그런 의도가 있긴 했지만~ 뭐~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강민수로 하죠.”

“감독이 생각한 지명타자는 누굽니까?”

페르난도 킴은 윙크를 하며 말했다.

“저도 강민수였습니다~!”

= = = = = = =

애리조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근처 호텔 룸.

ST 위닝스 수석 코치 심영배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소호를 지명타자로 할 겁니다.”

원종현 감독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럼 윤진호가 1루?”

“윤진호는 이루를 맡겠죠. 윤진호는 내야 수비는 전부 평균은 하니까요.”

“유격수는 김효철?”

“네. 그리고 일루, 삼루는 아마 안종렬이랑···.”

원종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탄스의 라인업이 대충 그려졌다.

“그 외에는 뭐 다 예상대로 일 거고···. 포수는···.”

“강민수겠죠. 애초에 타이탄스 구단주의 노림수는 강민수가 안민혁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게 하려는 걸 테니까요.”

위닝스 구단도 강민수와 안민혁의 관계를 알고 있다.

트리플스에서 사고를 치고 방출됐던 안민혁이 예전에도 비슷한 사고를 일으켰을 거라고 판단하며 철저히 조사한 덕분이다.

원종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럼, 저희 라인업은···.”

“플랜 C로.”

"알겠습니다. 선발은 안민혁으로 하겠습니다."

원종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타이탄스 구단주한테 민혁이가 폭력을 쓰는 영상이 있다고···?”

“네, 하지만 터뜨리지 않겠다고 약속을···.”

그 순간 원종현이 의심에 찬 눈빛으로,

“그 약속을 믿어?”

“그게···.”

“의심해야지. 의심을! 만약 내년 시즌 중에 터뜨리면? 안민혁한테 투자한 1년이 헛수고가 되는 거라고.”

“···죄송합니다.”

원종현의 말 대로다.

안민혁은 트리플스에서 동료를 폭행하고 방출돼서 주홍글씨가 새겨진 선수다.

그런 상황에서 폭행 영상이 퍼지면 난리가 날 거다.

원종현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떻게든 그 영상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러자 심영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

“연습 경기로 내기를 제안하는 겁니다.”

“내기? 그쪽이 우리한테 원하는 게 없을 텐데?”

“스프링캠프 때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이용을 지원해준다고 하죠. 그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친선 경기도 잡아준다고 하면···.”

ST 위닝스는 애리조나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와 협약을 맺어서 제한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더불어서 수원시와 자매결연한 피닉스시의 연고 야구단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도 친분이 있다.

원종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팀을 새로 꾸리고 있는 타이탄스 입장에서 스프링캠프와 친선 경기는 중요하니···.”

“네!”

“하지만 경기에 이기지 못하면 다 소용없어.”

그러자 심영배는 조소하며 말했다.

“감독님, 타이탄스입니다. 타이탄스. 심지어 신인이랑 새로 입단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짤 텐데···. 흐흐. 걱정하지 마세요.”

원종현은 방심은 금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타이탄스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질 거 같지 않았다.

= = = = = =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소회의실.

페르난도 킴과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가 마주 앉아 있었다.

페르난도 킴은 웃으며 물었다.

“그 마스크 안 불편해요~? 불편할 텐데~?”

그는 포수 출신이어서 장비가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불편하면 자주 못쓰죠. 이상하게 쓰고 있는 게 편하네요.”

“그거참 신기한 일이군요~.”

“마스크 얘기하려고 부른 겁니까?”

“노우~ 노우~. 질문이 있어서요. 우선~ 장은수라는 친구는 어떻게 됐나요? 언제쯤 볼 수 있어요~?”

“좀 더 시간이 걸릴 거 같군요.”

“도와드릴 건···.”

“괜찮습니다.”

페르난도 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질문을 했다.

“영상을 어떻게 쓰실 생각입니까?”

그는 강민수에게 보고를 듣고 안민혁이 염철수의 멱살의 잡고 폭행을 하려고 했던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자 한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 검은 검집에 꽂혀 있을 때 더 위협적이죠.”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살짝 흔들며,

“이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ST 위닝스는 시즌 내내 불안해할 거 같은데?”

“오~ 맞아요. 더불어서 안민혁 카드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할 거고요.”

“빙고! ST 위닝스가 이번 시즌에는 6위를 했지만, 약한 팀이 아니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견제를 하는 거죠.”

“좋은 판단이에요~! 하지만···.”

“······?”

페르난도 킴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ST 위닝스가 안민혁을 그냥 버린다면···. 아무 쓸모가 없어지죠.”

“음···.”

일리 있는 말이다.

안민혁이 무척 뛰어난 투수이긴 하지만···.

ST 위닝스에 안민혁을 대체할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한수는 휴대폰을 슬쩍 보며,

“이 영상을 그냥 터뜨릴까?”

“노우~ 노우~ 그건 우리한테 플러스가 전혀 없죠~!”

“그럼 어쩌자고요···.”

페르난도 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원종현 감독은 대범하고 공명정대한 척하지만, 의심이 무척 많은 사람입니다. 아마도 구단주님이 가진 영상을 어떻게든 없애려고 할 겁니다.”

“흠···. 드라마나 영화처럼 조폭이라도 고용해서 뺏으려나?”

“아뇨~. 말씀드렸다시피 원종현은 공명정대한 척하길 좋아해서요~. 아마 정정당당히 영상을 뺏으려고 할 겁니다.”

“정정당당히?”

“음~. 연습 경기 결과로 내기하자고 하든가, 아니면 거래를 제안하겠죠.”

한수는 턱을 쓰다듬으며 “내기···. 거래···.”라고 중얼거렸다.

페르난도 킴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내기로 하자고 하면 본인들의 실력을 과신하고 우리를 무시하는 거고, 거래를 제안하면 우리를 존중하는 거죠.”

“하긴···. 내기는 무조건 본인들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우리를 완전 호구로 보는 거네.”

“딩동댕~!”

한수는 페르난도 킴을 쳐다봤다.

그러자 오색찬란한 빛과 함께 정보창이 나타났다.

【페르난도 킴】【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6%)

(타이탄스 코치진: 95%)

(타이탄스 프런트: 89%)

결론: 더그아웃의 가후(賈詡)입니다. 그는 작전을 짤 때 스스로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코치진과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중략)···

【특기】

1. SSS 급 처세술

···(중략)···

【호감도: + 25%】

‘음···. 페르난도와 대화하는 게 편하게 느껴지는 건 SSS 급 처세술 덕분인가?’

페르난도 킴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위닝스는 내기나 거래 조건으로 스프링캠프를 지원해주겠다고 하거나, 친선 경기를 잡아주겠다고 할 겁니다. 애리조나 피닉스시의 연고 구단과 친분이 있으니까요.”

“별로 구미가 안 댕기는데?”

“위닝스는 큰 손해가 없으며, 우리한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위닝스 입장에선 윈-윈 거래죠.”

“그래서요? 받아들이라고?”

페르난도 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우리가 가진 카드가 얼마나 대단한 데요~.”

“그럼···.”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건 어때요~?”

“트레이드?”

“이번 FA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불펜 투수를 못 구하셨죠?”

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수 팀장한테 불펜 투수 2명을 알아보라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었다.

전부 Bronze 이하 등급이었다.

“그런데 트레이드를 받아들일까? 걔들은 그냥 안민혁을 버리면···.”

“받아들이게 해야죠~.”

“어떻게?”

“위닝스는 우리한테 내기를 제안할 겁니다.”

“우리 실력를 무시하는 건가?”

“타이탄스니까요~.”

“묘하게 열받는데 맞는 말이네···.”

“우리는 위닝스의 내기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단! 조건은 트레이드로 해서요.”

“음···. 조건을 바꿔줄까?”

“거절하겠지요~.”

“그러면···.”

페르난도 킴은 빙긋 웃으며,

“그건 저한테 맡겨두세요.”

한수는 그가 무슨 수를 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고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오케이, 그럼, 나는 위닝스에서 데려올 선수를 찾아볼게요!”

“저기~.”

“응?”

“사실 위닝스에서 데려오고 싶은 선수가 있는데요.”

“누구죠?”

“위닝스 2군에 있는 투수예요. 작년 위닝스가 드래프트 9라운드에서 지명한 백마고 전예준 투수요~!”

‘백마고 전예준···?’

낯이 익은 이름이다.

한수는 정보창을 찾아보자고 생각하며 말했다.

“생각을 좀 해봅시다. 일단 트레이드부터 받아들이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페르난도 킴 감독이 떠나고, 한수는 강덕수한테 연락해서 위닝스 2군에 있는 전예준 투수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됐고,

타이탄스와 위닝스의 연습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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