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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75화 (75/187)

75화 : 세이프!

타이탄스와 ST 위닝스의 연습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의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와서 인사를 나눴고, 페르난도 킴 감독과 원종현 감독도 악수했다.

포수 마스크를 쓴 한수는 오늘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한수는 원종현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원종현의 몸에서 금색 빛이 흘러나오더니,

-띠링!

【원종현】【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

(타이탄스 코치진: 80%)

(타이탄스 프런트: 30%)

결론: 더그아웃의 원소(袁紹)입니다. 선수 시절에 뛰어난 외모 덕분에 주목을 받았지만, 실력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서 성과가 더 뛰어납니다. 선수 때부터 지적받은 독선적인 면모가 오히려 감독으로서 성공을 ···(중략)···

【특기】

1. 카리스마 대장군(大將軍)

2. 공명정대 쇼맨십의 달인

···(중략)···

‘안량, 문추에 이어서 원소도 등장했네.’

어이가 없어서 실소하는데, 그의 뒤로 키가 큰 남자가 다가왔다.

긴 머리를 끈으로 묶은 언뜻 보면 여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예쁘게 생긴···.

장은수였다.

그는 똥 씹은 표정으로 한수에게 말했다.

“고작 야구 경기나 보라고 부른 거예요?”

한수는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 왔습니까? 오늘 날씨 좋죠?”

“좋긴···. 흐리기만 하네.”

“선수들이 야구 하긴 딱 좋지 않습니까?”

“······.”

장은수는 콧방귀를 끼더니 한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어쨌든 약속은 지키세요. 오늘 여기로 나오면 더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거요.”

“물론 약속은 지킬 겁니다. 그런데 그전에~ 한 번만 더 물어볼게요.”

“······?”

“타이탄스 선수로 2년만 함께 하는 게 어떻습니까?”

“···왜 2년인가요?”

“제 목표가 2년 안에 타이탄스 통합 우승을 하는 거니까요.”

“······!”

장은수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타이탄스가 한국시리즈 우승 못 한 지도 삼십 년이 넘었잖아요. 그런데 무슨 통합 우승···.”

“야구에 관심 없다더니 잘 아시네요?”

장은수는 복잡한 눈빛을 하더니 슬쩍 시선을 피하며,

“···그냥 찾아본 거예요. 야구에 관심 없어요···.”

한수는 묘한 눈빛을 하다가 장은수의 정보창과 잠재 레벨을 확인했다.

-띠링!

【장은수】【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8%)

(타이탄스 코치진: 13%)

(타이탄스 프런트: 15%)

결론: 경기장의 만인지적(萬人之敵) 연인(燕人) 장비입니다 ···(중략)···

【포지션】

1순위: 투수

···(이하 생략)···

【이름: 장은수】

【레벨: 21 / 96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Lv 1 ↑]

【특성: 장판파의 강심장 S】

‘현재 레벨이 1 올랐네?’

레벨은 훈련을 통해서 오른다.

한수는 뒷조사를 통해서 장은수가 다양한 스포츠를 취미로 즐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번 주는 야구라도 한 건가?’

그때 장은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그냥 본 겁니다. 안 됩니까?”

“아뇨, 뭐, 내 눈도 아니고···. 어쨌든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말아요.”

“경기는 끝까지 봐야 합니다~.”

“알겠어요. 알겠어···.”

장은수는 까칠해 보이지만, 모질지 못한 성격이다.

아니었다면 타이탄스에 들어오라고 따라다닌 한수를 경찰에 신고했을 수도 있었다.

한수는 그런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든단 말이지.’

그는 경기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잘 보세요.”

“뭘요?”

“우리 타이탄스 선수들이요.”

ST 위닝스 선수들이 수비 위치로 향하고 있고, 타이탄스 1번 타자 최민준이 이종규 타격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은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건 왜요?”

“앞으로 같은 팀이 될 선수들이잖아요. 미리미리 얼굴도 익혀두고 실력이 어떤지도···.”

“아, 진짜···! 포기하는 거 아니었어요!?”

한수는 빙그레 웃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장은수는 답답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휙 돌리며 생각했다.

‘이 사람, 진짜 미친 거 아냐? 디자인 전공하는 사람한테 야구 선수를 하라니···.’

장은수는 굳은살이 가득한 오른손을 힐끔 바라봤다.

동시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젊은이···. 손 좀 보여줄 수 있겠나?]

[네? 왜요?]

[잠시만···. 호오~ 자네 혹시 운동선수인가?]

[아, 아뇨. 그냥 대학생인데요. 왜 그러세요?]

[그럼 타고난 건가···?]

[······?]

[이보게 젊은이, 혹시···. 나한테 재밌는 거 배워볼 생각 있나?]

[재밌는 거요? 그게 뭔데요?]

[뭐냐 하면 말일세. 너클···.]

‘마치 필 할아버지처럼···.’

장은수의 눈빛이 잠시 복잡해졌지만, 이내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뭔 생각이야. 내 꿈은···. 디자이너라고, 디자이너!’

이때 한수는 페르난도 킴 감독의 문자를 받았다.

└페르난도 감독: 원종현 감독이 내기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가 지면 안민혁 폭력 영상을 깔끔하게 넘기고, 우리가 이기면 2군에 있는 선수 한 명을 현금 트레이드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한수: 영상은 우리가 계속 가지고 있는 거고요?

└페르난도 감독: 네.

한수는 “호오~!”하며 살짝 감탄한 눈빛을 했다.

‘원종현 감독이 호구인 건가? 페르난도 감독의 수완이 뛰어난 건가?’

└페르난도 감독: 대신 원종현 감독이 보호 선수를 정해뒀습니다. 보호 선수들은 트레이드할 수 없습니다.

└한수: 전예준 투수는요?

└페르난도 감독: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페르난도 킴 입장에서 정말 땡큐일 거 같았다.

한수는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에 등록된 전예준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전예준은 고민수 팀장도 관심을 가진 투수여서 한수는 미리 그의 정보를 등록해둔 상태였었다.

【전예준】【Gol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81%)

(타이탄스 코치진: 79%)

(타이탄스 프런트: 79%)

결론: 경기장의 전예(田豫,)입니다. 백마고 에이스이자 두뇌였습니다. 신출귀몰한 볼배함을 써서 귀신이라고 불렸는데, 팔꿈치부상으로 고등학교 3학년 내내 고생했습니다. 지명도 못 받고 대학으로 진학했고, 완치 후에 ST 위닝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원종현의 관심을 받는 안민혁과 갈등이 심했고···.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좌투좌타

【특기】

1. 느림의 미학

2. 황금빛 전략가

3. 초저속 폭포수 커브

···(중략)···

【호감도: 0%】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괜찮을 거 같아. 기용찬과 마무리 사이의 중간계투로 쓰면 좋겠지?’

힐끗 옆에 앉은 장은수를 쳐다봤다.

관심 없는 척하더니 조용히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한수는 피식 웃으며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장은수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줬으면 좋겠는데···.’

그는 이번 경기 라인업을 떠올렸다.

【타이탄스 라인업】

선발 투수 : 기용찬(Platinum 등급, 하후돈)

포수 : 하민철(Platinum 등급, 육손) 6번 타자

일루수 : 이소호(Diamond 등급, 관우) 4번 타자

이루수 : 윤진호(Diamond 등급, 마초) 5번 타자

삼루수 : 손재현(Platinum 등급, 손견) 7번 타자

유격수 : 김효철(Gold 등급, 우금) 9번 타자

좌익수 : 박종구(Gold 등급, 유엽) 8번 타자

중견수 : 오재근(Platinum 등급, 방덕) 2번 타자

우익수 : 최민준(Gold 등급, 여몽) 1번 타자

지명타자 : 강민수(??? 등급, 마충) 3번 타자

어제 이종규 타자가 말했던 것과 타순이 변했다.

윤진호를 3번에서 5번으로 보냈고, 김효철은 5번에서 9번으로 보냈다.

그리고 3번 자리에 지명타자 강민수를 넣었다.

코치진은 박종구와 손재현의 타격력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하위 타선에 힘을 실은 거지만···.

손재현은 아이템의 힘으로 입스를 완벽히 극복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막강한 3할 타자 하민철, 슬러거 손재현, 해결사 김효철로 이어지는 막강 라인이 탄생했다.

‘박종구가 타격력만 높아지면 베스트인데···.’

수비 능력과 달리 타격력은 아직 많이 떨어졌다.

박종구도 아직 투수에 미련이 있어서 타격 연습을 조금 등한시하고 있으니···.

‘차차 해결해 나가야겠지. 시즌에 들어가면 용병 타자들도 있으니, 적절하게 로테이션하면···.’

그때 경기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한수는 기대하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그동안 투자한 값을 얼마나 하나 볼까?”

= = = = = = =

강민수는 지난 며칠간 이소호와 함께 훈련했다.

특별한 코스의 훈련은 아니고 기본 및 체력 훈련이었다.

처음엔 조금 얼떨떨했지만 잘 됐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4번 타자이자, 부산의 아들 이소호한테 가르침을 받을 좋은 기회니까.

‘이소호 선배님의 가르침을 받으면 안민혁을 이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이소호는 그리 좋은 선생이 못됐다.

‘마! 이게 왜 안 되는데?’

‘그, 글쎄요···.’

‘이렇게 딱! 잡고 이렇게 부드럽게 휙! 하면 쉽지?’

‘네? 딱? 휙? 이렇게···.’

‘그게 아니잖아! 다시!’

‘······.’

‘하~ 거참, 답답하네···.’

최고의 구단 가이드는 골드 이상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인재라면서 장수로 비유까지 들어줬지만···.

Diamond가 보기에 Gold는 그냥 브실골 세트였다.

‘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나? 다시!’

‘네!’

‘다시! 마! 다시! 마! 다시! 마!’

강민수는 다시마 PTSD가 올 거 같았다.

그는 이소호의 오케이를 받을 때까지 훈련은 계속됐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서 밤에도···.

그렇게 계속 훈련을 받다 보니, 이소호에 대한 살심(殺心)마저 들었다.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젠장! 젠장!’

그렇지만 반항은 용납되지 않았고, 그는 헛구역질까지 하며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ST 위닝스와 시합 당일이 됐다.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강민수는 안민혁과 승부고 나발이고 그냥 숙소에서 자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지명타자로 뛰게 됐다.

타순은 3번.

중요한 핵심 타선이지만, 자신은 없었다.

‘팔이 안 올라가···.’

강민수는 배트를 손질하고 있는 이소호를 노려봤다.

‘젠장, 시합 당일에도 특타 훈련을 시키다니! 이건 그냥 고문이라고! 고문!’

그는 고개를 떨궜다.

‘어쩌지···. 이대로는 안민혁 공에 스윙 한 번 못해볼 거 같은데···.’

그때 이소호가 배트 손질을 멈추고 강민수를 쳐다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마!”

“네?”

“세상 무너졌냐? 어깨 펴!”

“네···.”

“오늘 나보다 성적이 좋으면 내일은 자유시간을 줄게.”

“지, 진짜요?”

“그래.”

강민수는 기운차게 소리쳤다.

“하겠습니다! 할게요!”

그러더니 배트를 들고 나가서 힘차게 스윙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포수 장비를 착용하던 하민철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너무 심한 거 아녜요?”

“뭐가?”

“내일 원래 팀 전체 자유시간이잖아요.”

페르난도 킴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동안 훈련받느라 수고했다며 내일은 자유시간을 줬다.

다만, 강민수는 이소호한테 훈련을 받고 숙소에 들어오면 기절하듯 자느라 소식을 전해 듣지를 못했다.

이소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말해주지 마.”

“왜요?”

그는 연습 중인 강민수를 힐끗 쳐다보며,

“저놈 저거 좀 단순한 면이 있어서.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 힘을 발휘하거든.”

“아···.”

“훈련 때 죽어라 굴렸으니까, 아마 죽기 살기로 공을 치려 할 거야.”

그때 눈을 감고 명상하고 있던 윤진호가 말했다.

“민수한테 일부러 져줄 생각은 아니겠지?”

“···형님, 제가 그럴 놈으로 보입니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지.”

이소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합니다.”

“······.”

윤진호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명상을 이어갔다.

하민철은 이소호에게 속삭였다.

“진호 선배님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오늘 좀 저기압인 거 같은데···.”

“···민수한테 3번 타순 뺏겨서 저러는 거야.”

“에이~ 설마요. 진호 선배님처럼 상남자 같은 분이 그러시겠어요? 3번이든 5번이든 똑같은 핵심 타선인데···.”

“상남자? 푸하핫!”

이소호의 웃음소리에 모두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이소호는 작은 목소리로 하민철에게 말했다.

“저 형님 완전, 소심해. 그러니까 조심해. 괜히 말실수하면 최소 한 달은 삐지니까.”

“저, 정말이요···?”

하민철은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동전 뒤집기를 통해 타이탄스가 1회 초 공격을 하기로 했다.

ST 위닝스 선발 투수 안민혁인 마운드에 올라왔고, 타이탄스 1번 타자 최민준이 타석에 섰다.

최민준은 자세를 잡으며 박동준 QC 코치의 지시를 떠올렸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곳으로 강하게 휘둘러보세요.’

‘공을 보지도 않고요?’

‘네, ST 위닝스는 최 선수가 타석에 서면 초구에 77% 확률로 그 코스를 공략할 거예요. 구종은 82% 확률로···.’

그때 안민혁이 와인드업했다.

동시에 날아오는 공을 보며 최민준은 생각했다.

‘포심!’

“아주 족집게네!”

-따아아악!

그렇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쳤다!

= = = = = =

-따아아악!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장은수가 소리쳤다.

“제대로 맞았어요!”

한수도 주먹을 불끈 쥐며 감탄했다.

“오···!”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친 최민준은 일루를 지나 이루로 달렸고···.

“세이프!”

이루타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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