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 내 공도 칠 수 있으려나?
원종현 감독은 이루에 선 최민준을 보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수석 코치 심은배한테 말했다.
“···최민준은 바깥쪽으로 낮게 들어가는 빠른 볼이 약점이라며?”
심은배도 내심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연히 맞은 것 같습니다. 좀 전에 보셨다시피 타격폼이 무너졌었잖아요? 최민준을 공략할 결정구는 바깥쪽 낮은 공이 맞습니다.”
원종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타석에 2번 타자 오재근이 섰다.
그러자 심은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재근은 느긋한 성격이라 초구는 지켜보는 타자입니다. 더군다나 처음 승부를 겨루는 투수라면 말할 필요도 없죠. 그래서 일단 초구는 스트라이크를 손쉽게···.”
위닝스의 선발 투수 안민혁은 문정준의 사인을 확인했다.
초구는 포심.
요구한 코스는 몸쪽 가운데였다.
안민혁은 생각했다.
‘오재근은 처음 상대하는 타자의 초구는 95% 확률로 치지 않는다고 했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드업했다.
이때 오재근은 박동준 QC 코치가 알려준 정보를 떠올렸다.
‘초구는 몸쪽 가운데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오 선수가 처음 상대하는 타자의 공은 95.33%의 확률로 치지 않지만, 4.67%의 확률로 칠 수도 있으니까요.’
‘······.’
‘몸쪽 가운데···. 손목을 다친 코스잖아요.’
‘흠···.’
‘구종은 아마 81% 확률로···. 포심일 겁니다.’
오재근은 날아오는 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제갈공명 납셨군.’
그는 배트를 꽉 쥐며 강하게 휘둘렀다.
-따아아악!
투수 머리 위를 가르는 시원한 안타!
최민준은 곧바로 삼루로 뛰었고, 발이 빠른 오재근은 어느새 일루를 지나 이루를 향해 달렸다.
중견수가 재빨리 커버를 와서 공을 잡아 이루를 향해 송구했지만···.
“세이프!”
국가대표 2번 타자 오재근의 발이 더 빨랐다.
위닝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했다.
원종현 감독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기 때문이다.
수석 코치 심은배는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뭐야···. 최민준도 오재근도 왜 이래? 데이터랑 전혀 다르잖아···.’
그때 3번 타자 강민수가 타석을 향해 걸어갔다.
심은배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재근이 연습 경기여서 편하게 휘둘렀나 봅니다! 하하, 그래도 3번은 삼진으로 잡고 4번은···.”
말하다가 입이 다물어졌다.
4번은 이소호, 5번은 윤진호다.
‘타이탄스 이 새끼들 왜 이렇게 라인업이 강하지?’
타이탄스 주제에···! 타이탄스 주제에···!?
그러자 원종현이 말했다.
“3번 강민수는 삼진으로 잡아, 4번은 거르고, 5번 윤진호도 삼진을 노려.”
“···윤진호인데 괜찮을까요?”
“작년이랑 이번 시즌 둘 다 컨디션 안 좋았잖아. 이제 막 팀을 옮겼으니. 아직 만전은 아닐 거야. 윤진호가 어려워하는 코스는 전부 알려줬지?”
“네! 정준이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원종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위닝스 더그아웃은 포수 문정준에게 사인을 보냈다.
= = = = = = =
마운드에 선 안민혁은 문정준의 사인을 받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타석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강민수를 쳐다봤다.
‘건방진 근육 돼지 XX···.’
안민혁은 타이탄스 선수한테 폭력을 썼다는 이유로 원종현에게 지독하게 갈굼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반성은커녕, 이 모든 게 강민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강민수를 짓밟아주기로 다짐했다.
‘넌 오늘 타석에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날 거다!’
1번, 2번 타자가 출루했지만, 그건 코치진이 멍청했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와서···. 그냥 내 실력으로 던졌으면 전부 아웃이었다고!
자심감 빼면 시체인 안민혁은 고교 최고의 배드볼히터든 국가대표 2번 타자든 전부 씹어먹을 자신이 있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생각했다.
‘흐흐, 강민수를 시작으로 이소호, 윤진호까지 전부 씹어 먹어 주마.’
그때 문정준이 사인을 보냈다.
초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 슬라이더.
안민혁의 특기이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고속 슬라이더는 고교 시절 그를 특급 에이스로 만들어줬다.
‘강민수 저놈은 건들지도 못했던 공이지! 흐흐!’
안민혁은 와인드업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투구하며 소리쳤다.
“뒈져! 근육 돼지···!”
동시에 생각했다.
‘긁혔어!’
확신했다.
‘이건 100% 스트라이크야!’
그 순간 강민수가 매서운 눈빛으로 배트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프리더어어엄!!!”
동시에···.
-따아아아악!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포수 문정준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서 외야수들에게 사인을 보냈다.
외야수들은 후다닥 경기장 바깥으로 뛰었다.
그때 강민수가 출루하며 근육질 팔을 높이 들며 소리쳤다.
“으라차차!!!”
안민혁은 설마, 설마 하며 뒤를 돌아봤다.
외야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전광판의 점수가 바뀌었다.
[신영 타이탄스 3 : 0 ST 위닝스]
안민혁은 이를 뿌득 갈았다.
“젠장···!”
1회 초, 3번 타자 강민수가 3점 홈런을 쳤다!
= = = = = = =
연습 경기장, 관중석.
장은수는 우중간을 가르는 홈런 타구를 보며 감탄했다.
“와···.”
이때 한수는 강민수의 몸에서 하얀빛이 뿜어지는 걸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설마···.’
-띠링!
【강민수(Gold)가 강민수(Platinum)로 진화합니다.】
【강민수(Platinum)의 새로운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Platinum 등급으로 진화했구나!’
한수는 강민수의 화려하게 꾸며진 정보창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강민수】【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0%)
(타이탄스 코치진: 50%)
(타이탄스 프런트: 48%)
결론: 경기장의 마충(馬忠)이자 마충(馬忠)입니다. 어느 포지션이든 평균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인재인 그에게 독심(毒心)이 생겼습니다. 한번 물면 만부부당(萬夫不當)의 장군도 물고 놓지 않으며, 노익장(老益壯) 황충도 사살한 무시무시한···.
【포지션】
1순위: 포수
2순위: 내야수 /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 투수 전용 요람(搖籃) [전담 투수 미지정]
2. 안방마님의 매운맛 트래시 토크
3. 근육 파워 타법
4. 목표가 생기면 빛을 발하리···!
5. 포수 리드의 정석
6. 근육 송구
7. 선구안 아니죠~! 선구 근육 맞죠~!
【호감도: 30%】
양창진 투수에 이어 두 번째 등급 진화였다.
‘좋네. 좋아! 흐흐.’
‘??? 투수 전용 요람’이라는 특기도 마음에 들었다.
‘전담 포수가 된다는 거네. 메이저리그의 뛰어난 투수들은 전담 포수가 있다고 하던데···.’
[??? 투수 전용 요람 점유율]
1. 염철수 투수 51%
2. 기용찬 투수 31%
3. 홍진철 투수 21%
···(이하 생략)···
염철수와 가장 많이 연습해서인지 염철수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한수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염철수를 전담 투수로 지정하자.’
-띠링!
【강민수의 첫 번째 특기, ‘??? 투수 전용 요람(搖籃)’의 투수를 염철수 선수로 지정하겠습니까?】
‘오케이!’
【강민수의 첫 번째 특기, ‘??? 투수 전용 요람(搖籃)’이 ‘염철수 투수 전용 요람(搖籃)’으로 변경됩니다.】
【염철수는 강민수와 배터리를 짜면 심리적으로 안정되며, 완급조절 및 체력관리가 수월해집니다.】
한수는 알림창의 내용을 읽으며 씨익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박동준 QC 코치가 염철수한테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강민수랑 배터리를 짜면 쉽게 해결되겠네.’
한수는 ‘안경 D 레전드의 투지’ 스킬로 강민수의 잠재 레벨도 확인했다.
【이름: 강민수】
【레벨: 49 / 71 (현재 레벨 / 잠재 레벨)】
【특성: 안방마님 A】
강민수의 잠재 레벨은 원래 69였는데, 70의 벽을 돌파했다.
그리고 특성은 안방마님 B에서 A로 진화했다.
‘흐흐, 무럭무럭 성장해라.’
그때였다.
-띠링!
【영웅 도감 ‘말 등에 사는 벌레 같은 호랑이 사냥꾼’을 완성했습니다.】
【영웅 도감 ‘만부부당(萬夫不當)을 사로잡은 자!’를 완성했습니다.】
【영웅 도감을 확인하고 보상을 획득하세요!】
‘영웅 도감? 설마 마충(馬忠)이자 마충(馬忠)이라는 정보창 때문인가?’
삼국지에서 촉나라의 마충과 달리, 오나라의 마충은 반장이라는 장수의 부장이다.
그는 여몽의 책략에 따라 관우를 사로잡았고, 이릉대전에서 무서운 기세로 오나라 군사를 쫓아오던 황충을 활로 쏘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한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영웅 도감을 살폈다.
【말 등에 사는 벌레 같은 호랑이 사냥꾼】
① 강민수 [마충, Platinum 등급, 선수]
② 김명숙 [황충, Platinum 등급, 프런트]
【완성도 : 100%】
【완성 효과】
└40세 이상의 투수 상대로 마충의 타격 정확도 +3
└40세 이상의 타자가 주자일 경우 마충의 송구 +3
└황충, 구단주에 대한 충성심 +1
【보상: 20 Point】 【받기】
【만부부당(萬夫不當)을 사로잡은 자!】
① 이소호 [관우, Diamond 등급, 선수]
② 하민철 [육손, Platinum 등급, 선수]
③ 최민준 [여몽, Gold 등급, 선수]
④ 강민수 [마충, Platinum 등급, 선수]
【완성도 : 100%】
【완성 효과】
└효과 발동 조건
관우가 경기 중 다쳐서 결장하게 될 경우. 두 경기 동안 발동.
└촉나라 인재들 분노 +2
└촉나라 투수들 구속 +1
└촉나라 타자들 장타력 +1
└오나라 투수들 제구 +1
└오나라 타자들 수비 +1
【보상: 60 Point】 【받기】
한수는 영웅도감 효과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대, 대박인데?’
무엇보다 보상으로 80 Point나 받게 됐다.
‘잠깐···. 80포인트면···.’
그는 곧바로 보상을 받았다.
【보상으로 20 Point를 획득합니다.】
【보상으로 60 Point를 획득합니다.】
【현재 250 Point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목표 포인트를 모았다.
‘이제 그 스킬을 살 수 있어!’
한수는 Lv 2 상점에 접속해서 관심 상품에 등록해둔 물품을 확인했다.
[구단주님도 나메크인 최고 장로처럼···.] (Platinum)
└구단주 전용 소모 아이템
└설명
① 선수의 특성과 잠재 레벨을 상승. (중복 사용 X)
② 특성은 무조건 한 단계 상승.
③ 잠재 레벨은 1~2 랜덤 상승.
④ 호감도 + 30 이상의 선수한테만 사용 가능.
└250 Point
‘이걸 살까?’
그때였다.
-따아악!
4번 타자 이소호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루타를 쳤다.
안민혁은 어떻게든 그를 볼넷으로 거르려고 했지만, 이소호가 아홉 번째 공까지 물고 늘어져서 결국 실투를 했고, 안타로 이어졌다.
발이 빠른 주자였다면 삼루타도 됐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소호는 발이 느렸다.
1회 초, 0 아웃 주자 2루.
타석에는 5번 타자 윤진호가 섰다.
한수는 아이템 구매를 잠시 멈추고 경기에 집중했다.
‘윤진호···. 오십억 투자한 값을 해라!’
그때 장은수가 마운드에 선 안민혁을 바라보다가 한수에게 물었다.
“저 선수요. 잘 던지는 투수인가요?”
“안민혁이요?”
한수는 안민혁의 잠재 레벨과 정보창을 확인한 뒤에 객관적으로 말했다.
“네, 잘 던집니다. 실력으로 따지면 KBO 리그에서도 준수하죠.”
장은수의 표정이 묘해졌다.
‘저게···?’
“···근데 왜 타자한테 계속 맞는 거죠?”
한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타이탄스 타자들이 강하니까요!”
장은수는 타석에 선 윤진호를 응시했다.
마운드의 안민혁이 역동적인 와인드업을 하며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런데 손에서 미끄러져 공이 한가운데로 향했고···.
-따아아악!
···윤진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쳤다.
[타이탄스 5 : 0 ST 위닝스]
장은수는 달려가는 윤진호를 빤히 보며 생각했다.
‘내 공도 칠 수 있으려나?’
한수는 장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했다.
그때였다.
-띠링!
【장은수의 네 번째 특기 ‘만인지적(萬人之敵) 승부욕’이 개화됩니다.】
【‘만인지적(萬人之敵) 승부욕’이 활성화됩니다.】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22가 됩니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