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78화 (78/187)

78화 : 왜 또 레벨이 오르는 건데?

위닝스 더그아웃.

원종현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안민혁에게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전에 없는 고의사구는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네.”

안민혁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리로 가서 앉았다.

몇몇 선수들과 코치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빈볼···. 뭐라고 안 하는 거야?’

‘아무리 다른 팀이라고···.’

‘손재현이라는 놈이 황당한 짓을 해서 그렇지···. 이건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

‘원 감독님, 통합 우승 이후로 좀 변한 거 같네···.’

‘안민혁이 실력은 있지만···. 너무 싸고도는 거 아냐?’

그렇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진 못했다.

더그아웃에서 원종현의 권력은 막강했으니까.

그때 타석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1번 타자 황재혁이 안민혁을 불렀다.

“야, 신인.”

“······?”

“적당히 해라. 빈볼 한 번 더 던지면 죽는다.”

“···그건 실수로···.”

“그럼 실수하지 마.”

안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감독님도 가만히 있는데 왜 지랄이야?’

황재혁이 타석으로 향하자, 문정준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재혁이 형은 위닝스 오기 전에 타이탄스에 있었어.”

“그래서 옛 동료들 편을 드는 겁니까? 염병···.”

“너···.”

“뭐요?”

문정준은 주의 줄까 하다가 원종현 감독이 황재혁을 못마땅한 눈빛을 쳐다보는 걸 발견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2회부터 제구에 좀 더 신경 써.”

“제가 알아서 합니다.”

안민혁은 코웃음을 치며 타석으로 나가는 황재혁 뒷모습을 노려보며,

‘꼰대 XX···.’

= = = = = = =

기용찬은 마운드에 올라 하민철과 공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었다.

그때 삼루수를 보고 있는 손재현이 소리쳤다.

“야! 안타 맞으면 죽는다!”

기용찬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부담 좀 주지 마라. 부담 좀···.’

숨을 가다듬으며 홈플레이트를 응시했다.

하민철과는 그동안 합을 많이 맞춰봐서 포구는 걱정이 안 됐다.

문제는···.

그가 몸쪽 공을 아예 던지지 못하는 거였다.

‘2회까지만 던지라고 했지.’

기용찬은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히며 중얼거렸다.

“···내 제구가 완벽했다면···.”

그때 위닝스의 1번 타자 황재혁이 타석에 섰다.

‘황재혁, 타이탄스에서 8년을 활약했던 선수···. 우승하고 싶어서 위닝스로 갔댔지.’

KBO에서 손꼽히는 삼루수이자, 자기관리가 완벽한 선수로 유명하다.

타이탄스 팬들에게는 황 사원, 황 인턴이라고도 불리는데, 예전에 ‘빌런즈는 가족, 타이탄스는 직장’이라며 신인 시절 활약했던 팀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플레이오프에 호수비를 하며 황 사장, 황 CEO로 승진했다.

어쨌든!

기용찬은 박동준 코치가 해준 조언을 떠올렸다.

[황재혁 선수의 약점은 선구안입니다. 노린 공에 대해서는 컨택 능력이 좋지만, 유인구나 변화구에는 헛스윙을 자주 하죠. 하지만···. 기용찬 선수한테는 별 의미가 없죠. 그냥···.]

‘···전력으로 던지라고···.’

기용찬은 공의 그립을 쥐었다.

그때 하민철의 사인이 왔다.

정 가운데 포심.

‘오케이.’

특유의 빠른 템포의 와인드업과 동시에···.

-시이이이익!

공이 공기를 찢고 날아가서···.

-퍼어어억!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구속은 98마일(157km/h).

그리고···.

“스트라이크!”

기용찬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조금 더 힘을 줘볼까?’

= = = = = = =

위닝스 더그아웃.

원종현 감독은 삼진 아웃을 당해 타석에서 내려오는 황재혁을 보다가 마운드에 선 기용찬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심은배에게 물었다.

“쟤가 광양고 기용찬 맞지?”

“네, 십 년 전에 중학교 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했던 천재 투수입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사고로 오른팔 다쳤는데, 이번에 좌완으로···.”

“타이탄스는 운도 좋군. 저런 보물을 얻고···.”

“입스로 공도 제대로 못 던지던 걸 구단주가 스카우트했다고 합니다.”

원종현 감독은 아쉽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손재현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손재현···. 손재현···. 동오중 슬러거···. 손오고 미친 호랑이···! 그래, 그놈이었군.”

“감독님?”

원종현은 타이탄스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스카우트 담당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기용찬이 있는 팀에 잘도 미친 호랑이를 데려왔군.’

“심 코치, 타이탄스 삼루수 있잖아.”

“네.”

“체크 대상에 올려. 전력팀에서 분석하게 하고.”

“알겠습니다.”

그때였다.

2번 타자가 삼구삼진을 당했다.

기용찬이 던진 공의 구속은···.

99마일(159km/h)이었다.

원종현은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기용찬···. 저 녀석이 타이탄스의 비밀 병기군.’

= = = = = = =

관중석.

한수는 기용찬이 3번 타자도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걸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몸 안쪽을 못 던지는데도 구속으로 압살하네. 흐흐.’

투구 수도 1회에 9구.

기용찬은 홍진철처럼 맞혀 잡는 투수가 아니다.

그렇기에 9구만 던진 건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때였다.

-띠링!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23이 됩니다.】

한수는 고개를 갸웃햇다.

‘뭐야? 왜 또 올라?’

그때 장은수가 물었다.

“저 투수는···.”

“······?”

“···잘 던지네요. 저렇게 빠른 공이라니···.”

아까 안민혁을 봤을 때는 거부감을 느끼더니, 기용찬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한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얘 디자이너가 꿈이라더니 혹시···.’

그때 2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됐다.

1번 타자 최민준은 안민혁을 노려보며 페르난도 킴 감독이 했던 지시를 떠올렸다.

[민준, 상대 투수 엿을 먹여주세요~.]

고교 최고의 배드볼히터였던 그에게 상대 투수를 엿 먹이라는 건 투구 수를 잡아먹으라는 소리다.

최민준은 평소와 달리 요사스러운 눈빛을 했다.

그는 안민혁이 던진 빠른 공을 보고 히트 포인트를 살짝 뒤에 둔 뒤 상체만 활용해서 배트 스위을 했다.

-따아아악!

“파울!”

그렇게···.

‘1구···. 10구만 더 먹어볼까?’

최민준의 커트가 시작됐다.

안민혁은 무려 13구를 던지고 나서 간신히 최민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올라온 오재근도···.

-커트!

“파울!”

-커트!

“파울!”

-커트!

“파울!”

무려 9구나 커트를 하고 10구째에 안타를 치고 일루로 출루했다.

안민혁은 똥 씹은 표정을 했다.

‘개XX들이···! 작작 좀 해라!’

마음 같아서는 타자들 대가리에 전력투구하고 싶었지만, 원종현 감독이 고의사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 때문에 꾸욱 참았다.

‘실투라고 생각되게 살짝 던지면···.’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원종현 감독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그가 실투라고 해도 절대 믿지 않을 거다.

‘젠장···.’

그때 타석에 강민수가 섰다.

안민혁은 인상을 찡그렸다.

‘근육 돼지 XX···. 아까 운이 좋았지?’

문정준의 사인을 받으며 와인드업했다.

지금은 왠지 모르겠지만 어깨에 더 힘이 들어가고, 공도 더 잘 긁힌다.

‘죽여주마···!’

95마일(152km/h) 포심.

오늘 그가 던진 공들 중에서 최고 구속이다.

볼 끝도 살아 있는···.

-따아아악!

···그러나 강민수는 쳤다.

“말도 안 돼!?”

좌중간으로 길게 빠지는 땅볼 타구.

삼루수 황재혁이 슬라이딩하며 잡으려고 슬라이딩을 했지만, 공은 빠지고 말았다.

안민혁은 소리쳤다.

“병X 꼰대! 그걸 놓쳐!?”

그 외침을 들은 황재혁을 비롯한 위닝스 선수들 표정이 모두 굳어졌다.

그렇게 강민수는 이루타를 쳤다.

= = = = = = =

타석으로 향하려는 이소호에게 대기석의 윤진호 물통을 내밀었다.

“뭡니까?”

“마셔라. 따뜻한 물이다.”

“······?”

“1회 때 조금 긴장한 거 같던데. 그러다가 제자한테 지면···.”

이소호는 피식 웃더니,

“긴장이요? 형님, 안목이 많이 나빠지셨습니다.”

“······.”

“물통 잘 들고 계십쇼. 식기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타석에 선 이소호는···.

-따아아아아악!

···홈런을 쳤다.

그리고 베이스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이소호는 윤진호가 들고 있던 물통을 받으며,

“뜨끈뜨끈하니 좋네요. 하하!”

호탕하게 웃었고, 윤진호는 무표정하게 생각했다.

‘역시 괴물이군···.’

= = = = = = =

타이탄스와 위닝스의 연습 경기는 13 : 8로 타이탄스가 승리했다.

기용찬 투수는 2회까지 삼진아웃 여섯 개를 하며 완벽 투구했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3회부터는 타이탄스의 주장 장재우가 마운드에 섰다.

그는 5회까지 2실점을 하며 나름 호투했지만···.

6회에 무려 4실점을 했다.

결국 주자 만루 상황에서 문희동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소방수 문희동은 위기의 상황을 1실점으로 막으며 넘겼고, 7회에는 무실점을 했다.

그리고 8회엔 티라노스에서 트레이드돼서 온 길우현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1실점을 했고 주자를 만루까지 채웠다.

결국 그는 8회를 넘기지 못하고 내려왔고, 마찬가지로 티라노스에서 트레이드돼서 온 양창진이 마운드에 올랐고···.

9회까지 완벽하게 지켜내며, 마무리 투수로서 위용을 과시했다.

인터넷 방송으로 연습 경기를 시청한 타이탄스 팬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투수에 대한 반응은···.

└기용찬은 정말 타이탄스의 보물이구나!

└내년 시즌 기대된다.

└장재우는 나대지만 않으면 좋겠는데···.

└장재우는 잘 던진다고 칭찬하려고 하면 꼭 저래.

└타이탄스는 칭찬해주면 안 됨.

└문희동은 역시나 최고의 소방수!

└길우현은 왜 데리고 왔냐? 창근이 다시 데려와!

└양창진은 노련하네. 에이징 커브 왔다는 건 헛소문인가?

무난했다.

그리고 타자는···.

└강민수 역시 잘해.

└포수 아니어도 눈에 띄네.

└윤진호 데려온 건 신의 한수였다.

└윤진호 보고 윤X밥이라고 하는 새X 죽는다.

└이소호는 역시 이소호다.

└타이탄스 상위 타선 보며 괜히 흐뭇해지네.

└김효철은 오늘 잠잠하네.

└수비는 아직도 부족함. 키스톤 콤비 합이 잘 안 맞는 거 같은데···.

└외야도 아직 서로 사인이 안 맞는 거 같음. 오재근이랑 박종구 수비 동선이 겹침.

타이탄스 팬들의 반응치곤 무난했다.

그리고 위닝스의 선발 안민혁은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3회까지 홈런을 다섯 번이나 맞았다.

홈런은 친 타이탄스 선수는 강민수, 윤진호, 이소호, 하민철, 손재현였다.

원종현은 한수와 한 약속 때문에 이를 갈며 3회까지 안민혁을 던지게 했고···.

안민혁은 무려 10실점을 하고 나서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에 위닝스는 불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경기를 이어갔고, 9회까지 겨우 3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위닝스가 잘하긴 잘하네.

└안민혁만 빨리 내렸어도 위닝스가 이겼을 듯.

└위닝스 3회까지 10실점. 이후에 3실점. 타이탄스 전체 8실점. 타이탄스는 시즌 중에 상위권 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리고···

8회 초 위닝스는 백업 포수인 강성우와 라이언 킴이라는 혼혈 투수로 선수를 교체했는데···.

이 선수 때문에 난리가 났다.

왜냐면···.

└뭐냐, 쟤 너클볼 던지네?

└위닝스 너클볼러 또 등장이냐?

└피스밴드 대만에서 돌아온 줄 알았네.

└회전수 대충 2회~ 3회 정도인 거 같은데···.

└강성우가 프레이밍을 잘하네.

그는 너클볼러였기 때문이다.

= = = = = =

관중석.

한수는 경기가 끝나고 인사를 나누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라이언 킴···. 경계해야겠네. 우리 상위타선을 틀어막다니···.’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너클볼러라···. 대단하네.”

그때 장은수가 말했다.

“···저게 대단하다고요?”

“네?”

한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장은수를 쳐다봤다.

‘얘 왜 이러지?’

잘은 모르겠지만···.

‘···열 받은 거 같은데?’

그때 장은수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저런 건 너클볼이 아니라고요···!”

동시에···.

-띠링!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장은수의 현재 레벨이 24이 됩니다.】

한수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왜 또 레벨이 오르는 건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