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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93화 (93/187)

93화 : 타이탄스에 뼈를 묻게 해줄게!

한수는 바람을 쐬러 체육관에서 나왔다.

그때 박홍철이 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가서 얘기를 걸어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연습 다 끝나고 여유롭게 보는 게 낫겠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부산 아시아드 조각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단발머리 여자가 보였다.

‘저 여자는···.’

‘부산 씽’ 소속 치어리더가 분명했다.

외모만 봤을 땐 ‘부산 씽’의 간판인 박민희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표정이 너무 우울하고 안무 동작은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흐느적거렸다.

자고로, 치어리더는 응원 열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저래선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치어리더로 성공하기 힘들지.’

그래도 외모만큼은 정말 뛰어나서 단발머리 여자의 정보창이 어떨지 조금 궁금했지만, 이름을 모르니 당장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니···.

‘나중에 알아보자.’

그때 길 건너편에 카페가 보였다.

한수는 중얼거렸다.

“연습 끝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기다릴까?”

그렇게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유리창 너머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박홍철과 김종문이었다.

대학교 선후배 사이니까 만나도 이상할 건 없지만···.

김종문은 한수에게 쫓겨난 뒤에 모두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고 들었다.

그럴만했다.

한수가 가지고 있는 ‘김윤희 인터뷰 영상’이 터지면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질 게 뻔했으니까.

‘그런데 여기 왜···.’

혹시 작당 모의라도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담담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로 봐선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거지?’

한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대화를 엿듣기 위해 카페로 들어가서 두 사람의 뒷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자 대화 소리가 들렸다.

= = = = = = = =

김종문은 쓰디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박홍철에게 물었다.

“이제 본론을 말해봐. 노가리 까면서 커피나 마시자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왜 보자고 한 거야?”

박홍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선배한테 물어볼 것도 있고, 술독에 빠져 죽었단 소문이 들려서 살아있나 확인할 겸 불렀죠.”

“물어볼 거?”

“타이탄스에서 저한테 재계약하자고 하더라고요···.”

김종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 신경 쓰지 말고 재계약하려면 해. 살 사람은 살아야지.”

“제가 선배 신경을 왜 씁니까?”

“뭐···?”

“먹고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선배 신경을 왜 쓰냐고요. 선배는 선배고, 저는 저죠.”

김종문은 어이없단 얼굴로 물었다.

“그러면 재계약 얘기는 왜 꺼내?”

“타이탄스가 작년이랑 똑같은 조건으로 재계약하자고 하더라고요.”

“···계약 연봉 더 올려달라고 했어?”

“네. 새로 온 구단주 통이 아주 크다면서요? 이때다 싶어서 질렀죠. 흐흐.”

김종문은 ‘구단주’라는 단어에 미간을 찌푸렸다.

한수에게 당했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홍철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 할 말만 했다.

“솔직히 작년에는 선배 얼굴 봐서 싸게 해줬지만, 이제는 제대로 받아야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

박홍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한수 구단주···. 사람 좀 어떻습니까?”

“질문이 너무 광범위한데? 뭘 듣고 싶은 거야?”

“이한수 그 양반이 단장까지 겸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제 연봉도 결국 그 사람이 결정할 텐데···. 얼마나 불러도 될지 알아두고 싶어서요.”

괜히 눈 밖에 나서 쫓겨나긴 싫고, 돈은 최대한 받고 싶으니까 조언을 해달라는 소리였다.

김종문은 박홍철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변했구나···.’

작년까지만 해도 박홍철은 돈보다 본인이 정말 팀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먼저 생각하고 계약하는 인물이었다.

작년에 타이탄스 응원단장이 되어달라고 할 때도···.

[선배, 야구에 관심도 없는 놈이 응원단장을 해서 뭐합니까? 이건 팀에 마이너스라고요. 다른 놈 찾아보십쇼!]

···라며 한사코 거절했었다.

그런 박홍철을 설득해서 타이탄스 응원단장을 만든 게 김종문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물론 이런 변화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김종문의 관점에선 이런 게 당연하다.

하여튼 박홍철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네가 무슨 이유로 돈, 돈, 돈거리는 지 모르겠는데···. 나대다가 후회하지 말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네? 그게 무슨···.”

김종문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한수 구단주는 말이야. 팀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사장이든, 단장이든, 감독이든, 프랜차이즈 스타든 전부 처리해버리는 무서운 인간이야.”

“······.”

“네가 돈이 필요하다면···. 그냥 숙이고 들어가. 그리고 거슬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선배···. 변했네요.”

“···변하지 않았어. 원래 나는 강약약강이야. 어쨌든 조언은 여기까지야. 선택은 네 몫이고.”

“···알겠습니다.”

박홍철은 힐끔 시계를 보더니,

“연습 시간이 돼서 가봐야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한잔합시다.”

“···그러든가.”

박홍철이 떠나고 김종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후배가 나간 문을 힐끗 보더니, 커피잔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어쩌면 이미 이한수 눈 밖에 났을지도 모르지···.”

그때 뒤쪽에서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빙고.”

김종문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이 목소리는···.’

그 순간,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야~ 김 단장, 오랜만입니다.”

“이한수 구단주···.”

한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김종문 맞은편 자리로 가서 앉더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가 김 단장을 너~무 얕보고 있었네.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고, 내 속내까지 파악하다니···. 불륜을 저지르는 가정폭력 비리 감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지~. 흐흐.”

김종문은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대꾸하지 못했다.

왜냐면 한수에게 ‘김윤희의 인터뷰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목을 쳐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칼이···.

‘참자···. 조금만 참으면···.’

“이렇게 현명하신 분이 어째서 타이탄스를 그 모양, 그 꼴로 만들었나 모르겠네~. 팔 년 연속 꼴찌라니···.”

이번엔 김종문도 울컥했다.

애초에 타이탄스는 늘 하위권 팀이었고, 팔 년 연속 꼴찌는 박종철 사장의 방만한 경영 탓이다.

그는 팀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김종문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모욕적인 말은 그만···.”

“왜? 인내심에 한계가 왔나? 커피잔 잡은 손을 떨고 있네? 드라마 보면 이럴 때 내 얼굴로 확~! 뿌리던데···. 김 단장도 그러려나~?”

마음 같아서는 한수의 말대로 뜨거운 커피를 뿌리고 싶었지만···.

“······.”

···김종문은 잡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놨다.

그러자 한수는 씨익 웃으며,

“에이~ 재미없네. 전처럼 이 악물고 덤벼보지. 아~ 뒤를 봐주던 이재수가 없어서 그런가? 흐흐.”

김종문은 입술을 질끈 물고 고개를 떨궜다.

한수는 그런 김종문을 빤히 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이쯤 밟아줬으면 혹여라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진 않겠지.’

물론 문제를 일으켜도 해결할 자신도 있고, 김종문을 골로 보내버릴 수도 있지만···.

‘귀찮으니까.’

이렇게 조치해두는 거다.

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김종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앞으론 보는 일 없도록 합시다. 그럼!”

김종문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한수는 뒤쪽 테이블에 올려뒀던 포수 마스크를 챙겨서 카페 밖으로 나갔다.

‘자~ 그럼, 슬슬 박홍철도 만나볼까?’

= = = = = = =

한수가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부산 씽 치어리더팀 안무 연습이 한창이었다.

한수는 관중석에 앉아 치어리더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치어리더 중에서 제일 돋보이는 건 박민희였다.

괜히 팀의 간판이 아니었다.

‘저 정도가 Gold 등급이면···. 우리 팀에 있는 Platinum 등급인 나대교 치어리더 실력은 어느 정도려나···.’

그때였다.

응원곡이 바뀌더니 치어리더들의 대형이 바뀌었다.

그리고 센터로 아까 봤던 단발머리 여자가 나왔다.

한수는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좀만 꾸미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어떻게 하면 레아보다 나을 거 같네···.”

레아는 한수를 쫓아다녔던 가수다.

여신급 외모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었던···.

한수는 그런 레아보다 단발머리 치어리더가 낫다고 한 거다.

레아 팬이 들었다면 거품을 물고 달려들 얘기다.

하여튼!

한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연습은 대체 언제 끝나려나···.’

그때 박홍철이 버럭 소리쳤다.

“최혜선! 안무 똑바로 안 해!? 밤새고 싶어!”

그러자 단발머리 여자, 최혜선이 흠칫하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안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수는 중얼거렸다.

“이름이 최혜선이었군.”

그는 옆자리에 놔둔 포수 마스크를 착용하고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으로 최혜선을 쳐다봤다.

‘어떤 등급인지 볼까?’

그 순간, 최혜선의 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한수는 흠칫 놀라며,

“어···?”

그리고 눈부시게 화려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바로···.

‘Diamond 등급 인재였구나!’

-띠링!

【최혜선】【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1%)

(타이탄스 코치진: 1%)

(타이탄스 프런트: 100%)

결론: 프런트의 초선(貂蟬)입니다. 기본적인 외모도 뛰어나지만, 그녀는 타고난 무희(舞姬)···. 그녀의 진가는 춤에서 비롯됩니다. 안무에 진심을 담을 수만 있다면 그녀 이상의 댄서는 없을 것이며, 누구나 그녀의 춤에 감동할 겁니다.

└팁①: 현재 모든 재능이 비활성화된 상태입니다. 각성을 시키고, 타이탄스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 ‘네 가지 족쇄’를 끊어야 합니다. (0/4)

└팁②: 보름 뒤에는 ‘영원히’ 영입 불가능합니다.

【적성】

1순위: 치어리더

【특기】

1. 폐월(閉月).

2. 【비활성화】

3. 【비활성화】

4. 【비활성화】

5. 【비활성화】

6. 【개발 중】

7. 【개발 중】

【호감도: -21%】

한수는 입을 쩍 벌렸다.

‘배, 백 퍼센트 재능!?’

머릿속에 박홍철에 대한 고민은 싹! 사라졌다.

무조건 최혜선을 타이탄스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보창에 거슬리는 게 세 개나 있었다.

우선 첫 번째···.

‘네 가지 족쇄를 끊어야지 각성도 하고 영입할 수 있다고? 박동준 코치 때처럼 가족 문제인가? 음···. 조사를 해봐야겠네.’

두 번째는···.

‘보름 뒤면 영원히 영입 불가능하다고? 이건 또 뭔 소리야?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그리고 마지막···.

한수는 호감도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생각했다.

‘나를 언제 봤다고 마이너스 21%인데?’

아무래도 최혜선 영입이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Diamond 등급 인재 영입할 때 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한수는 안무를 추는 최혜선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이아몬드···. 타이탄스에 뼈를 묻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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