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 친구분 만나러요!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응원팀의 구성을 살펴보고 있었다.
【타이탄스 응원팀】
① 응원단장 겸 장내 아나운서
윤성진 (Gold 등급/재능 83%/뮤 엔티)
② 탑 아나운서
안민정 (Silver 등급/재능 72%/신영 타이탄스)
③ 치어리더
나대교 (Platinum 등급/재능 94%/템페스트 엔터)
박진주 (Gold 등급/재능 83%/템페스트 엔터)
윤혜미 (Gold 등급/재능 82%/템페스트 엔터)
박민희 (Gold 등급/재능 84%/RT 엔터)
최혜선 (Diamond 등급/재능 100%/RT 엔터)
그는 응원팀을 새로 구성하기로 마음먹고, 심해로 판단되는 Bronze 등급 이하 인재는 전부 계약 해지했다.
열두 명의 치어리더 중 무려 아홉 명이 방출됐다.
남은 건 후보 치어리더였던 나대교, 박진주, 윤혜미였다
그리고 박민희와 최혜선이 합류하면서 총 다섯 명이 됐다.
하지만 아직 구성이 끝난 게 아니다.
임무 18 완료를 위해서 Platinum 등급 인재를 한 명 더 영입해야 한다.
한수는 생각했다.
‘플래티넘 등급 치어리더를 쉽게 찾는 방법 없을까?’
답답한 마음에 응원팀 구성 창을 닫았는데 상점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Lv 4로 업그레이드되고 나서 확인을 안 했네. 새로운 아이템이 많이 생겼으려나?’
한수는 Lv 4 상점에 접속했다.
대충 훑어보다가 제일 마지막 칸의 아이템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Diamond 등급 아이템이 드디어 등장했군.’
비록 하나 뿐이기는 했지만···.
‘Lv 5 상점으로 업그레이드하면 Diamond 등급 아이템이 더 등장하겠군.’
한수는 처음으로 상점에 등장한 Diamond 등급 아이템, ‘특기 활성화 주문서’의 설명을 읽었다.
[특기 활성화 주문서] (Diamond 등급)
└구단주 전용 소모 아이템
└설명
① ‘미개발’, ‘비활성화’ 특기를 활성화해줍니다.
② 인재 당 두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③ Gold 등급 이상의 인재만 사용 가능합니다.
④ 호감도 + 20 이상의 인재한테만 사용 가능.
⓹ 낮은 확률로 유니크 특기로 활성화됩니다.
└650 Point
‘650포인트라니···. 너무 비싸잖아.’
현재 그는 180 Point를 보유하고 있다.
임무 18을 완료해서 200 Point를 받는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영웅 도감을 몇 개 더 완성하면 살 수 있겠지만···.’
차라리 Platinum 등급 아이템 2개를 사는 게 더 이득인 거 같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점은···.
‘낮은 확률로 유니크 특기로 활성화해준다고?’
“흠···. 이소호 선수의 특기인 대한민국의 4번 타자 같은 건가?”
잠시 고민하다가 염철수의 정보창을 오픈했다.
【염철수】【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8%)
(타이탄스 코치진: 12%)
(타이탄스 프런트: 10%)
결론: 경기장의 자룡(子龍)입니다. 심지가 곧고, 강직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노력파입니다.
···(중략)···
【특기】
1. 흔들리지 않고 침착한 Ace 마인드
2. ??? 슬라이더(미개발)
3. ??? 커터(미개발)
4. 철인(鐵人)
5. 헌신(獻身)의 아이콘
6. 신비한 회복력
7. 승부의 화신
8. 도깨비 무브먼트
【호감도: + 84%】
‘??? 슬라이더’와 ‘??? 커터’라는 미개발 특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주부터 용정식 교수한테 지도를 받는다고 했던 거 같은데···. 흠···.’
마음 같아서는 특기 활성화 주문서를 써주고 싶었지만, 포인트가 문제였다.
“그냥 슬라이드와 관련된 다른 아이템을 장착시켜주자. 새로운 아이템 중에 괜찮은 게 있나···.”
그때 한수는 움찔했다.
‘잠깐···. 새로운 아이템?’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한 번 확인해보자.’
한수는 Lv 4 상점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장은수를 찾을 때 사용했던 ‘인재 찾기 주문서’처럼 Platinum 등급 인재를 찾아주는 아이템이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아이템은 없었다.
한수는 인상을 썼다.
‘Diamond 인재를 예상보다 쉽게 영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Platinum 등급이 발목을 잡네.’
“임무 18···. 진짜···.”
결국 운영팀에서 정리해서 가져온 치어리더 프로필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사진으로도 정보창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부산 갈매기의 삼륜안(三輪眼)은 업그레이드 안 되나?”
아쉽게도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가 제공하는 아이템의 최고 등급은 Diamond이다.
그래서 선수들 정보창을 등록할 때처럼 치어리더들도 직접 만나러 다녀야 한다.
한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프로필 중에서 각 팀의 에이스들을 골랐다.
‘Platinum 등급이 하나 정도는 있겠지. 기왕이면 팀장을 맡길 수 있는 인재면 좋겠는데···.’
박민희도 부산 씽 농구팀에서 팀장을 맡기는 했지만, 뛰어난 리더는 아니었다.
‘아니, 아니. 리더가 아니어도 플래티넘이면 오케이야. 등급만 보자, 등급만!’
문제는 다른 팀 간판급 치어리더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는 거다.
박민희의 경우에는 RT 엔터 대표가 워낙 돈을 밝혀서 위약금을 물어주고 계약금까지 올려주는 방법으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다른 소속사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뛰어난 인재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수 팀장을 통해 인연을 맺은 기용찬이나, 윤진호를 영입하려다가 찾아낸 윤형식 코치, 페르난도 킴을 통해서 알게 된 박동준 코치의 경우도 있다.
“인재가 알아서 굴러들어오면 좋을 텐데···.”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긴 검은 머리에 청순가련한 인상의 미녀였다.
바로, 치어리더팀 소속 나대교다.
“어서 오세요, 대교씨.”
“네···. 안녕하세요···.”
그녀는 배트걸로 활동하다가 올 초에 템페스트 엔터와 전속계약을 하고 치어리더가 됐지만···.
치어리더 선배들의 갈굼과 괴롭힘 때문에 팀에서도 겉돌고 한 번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수가 선배들을 전부 방출시켜 버렸을 때도···.
[실력이 부족한 저 같은 게 팀에 남아도 될까요···.]
···라며 삽질을 하길래 계약 연봉에 0을 하나 더 붙여줬다.
[구, 구단주님···. 너, 너무 많아요···!]
그랬더니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부리길래···.
[믿습니다.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해주세요.]
···왕창 부담을 줘버렸다.
하여튼!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정보창이 나타났다.
-띠링!
【나대교】【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0.3%)
(타이탄스 코치진: 3%)
(타이탄스 프런트: 94%)
결론: 프런트의 대교입니다. 안무(按舞), 가창(歌唱) 능력은 평범하지만, 연주(演奏)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성장 환경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단점도 그녀의 청순가련한 외모와 만나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동종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관심을 받는다며 질투를 받고, 천성이 워낙 착하니 괴롭힘도 잘 당합니다.
온정(溫情)이 넘치는 동료와 함께라면 더욱 빛날 수 있지만, 질투가 심한 동료들 틈에서는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그녀와 함께할 팀 구성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팁 ①: 나대교의 친한 친구를 치어리더로 받아주세요. 나대교는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더욱 빛나는 보석이니까요.
└팁 ②: 자존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적성】
1순위: 치어리더
【특기】
1. 청순가련한 무미불해(無美不該).
2. 천상의 연주 [비활성화] - 악기를 다룰 줄 모름.
3. 어설퍼도 ??? 안무(按舞) [개발 중]
4. ??? [미개발]
5. ??? [미개발]
6. ?? [미개발]
【호감도: + 22%】
정보창 내용이 참 특이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주 능력을 타고났다고 했는데 악기를 다룰 줄 모르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한데 외모 덕분에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으로 변하다니···.
‘역시 재미있어.’
그때 나대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뇨. 아뇨. 깨끗합니다.”
“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온 겁니까?”
“저번에 구단주님께서 치어리더로 추천할 친구가 있냐고 여쭤보셔서···.”
“아~ 그랬죠.”
한수는 정보창에 적힌 팁대로 그녀에게 치어리더로 추천하고 싶은 ‘친한 친구’가 있으며 언제든 말하라고 했다.
그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앉아요.”
“네, 감사합니다···.”
“뭐 마실래요?”
“괜찮아요···.”
“오케이. 그럼, 그냥 얘기만 나누죠.”
“네···.”
한수는 긴장한 나대교를 보며 생각했다.
‘혹시 Platinum 등급을 추천해주는 거 아냐?’
나대교는 프런트의 대교라고 비유됐다.
대교는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대표 미녀였다.
그런 대교에게는 소교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둘을 묶어서 강동이교(江東二喬) 불렀다.
‘영웅 도감에도 분명 강동이교가 있었지.’
포인트를 벌 기회다!
한수는 기대 어린 표정으로 나대교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 = = = = = =
나대교는 맞은편에 앉은 한수를 보며 생각했다.
‘또, 포수 마스크를 쓰고 계시네···.’
왠지 모르겠지만,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지,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한수가 말한 대로 친한 친구를 추천하러 왔다고 했지만···.
사실 계속 반신반의했다.
치어리더로 추천할 친한 친구가 있냐니?
그런 건 소속사인 템페스트 엔터에 물어봐야지 왜 그녀한테 물어보나 의문이었다.
그녀의 떨떠름한 반응에 한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교씨가 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혹시 친한 친구와 함께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땐 조금 감동했다.
그래서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고, 유일한 ‘친한 친구’에게 상의했다.
그녀의 친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너한테 끼 부리는 거 같은데?]
[끼? 아, 아냐. 그럴 분은 아닌 거 같아···.]
[그럼 호구인가 보네. 이야~! 우리 얌전한 대교가 호구 구단주를 물었구나!]
[뭐, 뭔 소리야···. 물긴 누가 물어···.]
하여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데···.
박홍철 응원 단장을 시작으로 그녀와 같은 팀 치어리더 선배들이 타이탄스로부터 계약을 해지통보를 받았다.
남은 건, 팀 동기인 박진주와 윤혜미뿐···.
셋이 서로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괴롭히던 선배들이 없어져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선배들은 모두 그녀와 마찬가지로 템페스트 엔터 소속이었다.
‘쟤네들만 남기고 다 계약 해지되는 게 말이 돼요!?’
‘팀장님! 저년들한테 뭐 받았어요!?’
‘우리 단체로 다른 소속사로 가 버릴 거예요!’
‘대교 쟤는 안무도 병X 같이 하는데···.’
‘실장님! 이건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우리 타이탄스에서 몇 년을···.’
‘야! 나대교! 실실 쪼개냐!?’
덕분에 소속사는 아주 난리가 났지만, 타이탄스는 그러거나 말거나 RT 엔터 소속 치어리더 박민희와 최혜선을 영입했다.
그러자 선배들은 나대교, 박진주, 윤혜미를 불러서 협박했다.
‘RT 엔터 년들이랑 붙어먹으면 알지?’
‘걔네가 내년에도 타이탄스에 있을 거 같아? 타이탄스는 우리 템페스트랑 쭉~ 함께 해왔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박민희 걔 XX 재수 없어서, 내가 XX 싫어하거든? 너희 줄 똑바로 서. 알겠어?’
앞에서 살랑거리고 뒤에서 호박씨를 까며 스트레스를 푸는 박진주나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이웨이인 윤혜미와 달리 나대교는 선배들의 협박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그때 윤성진 응원단장이 새로 부임하고, 치어리더를 두 명 정도 더 영입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다.
‘‘걔’랑 함께 치어리더를 하면 조금 나을까···?’
그래서 이렇게 단장실로 왔다.
하지만,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았다.
‘으으···. 그냥 갈까?’
결국 기다리다 못한 한수가 입을 열었다.
“친구분도 치어리더입니까? 어디 소속이죠? 템페스트에요?”
“아, 아뇨. 치어리더는 아닌데요···. 운동신경이 좋아요···.”
“그래요? 뭐 하는 분인데요?”
“···태권도 사범이요.”
한수는 흠칫했다.
친구를 추천하라고 하긴 했는데, 성별은 말 안 했다.
‘설마···. 남자를···. 아냐, 여자 사범도 많잖아.’
한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분···. 여자 맞죠?”
“네, 여자인데요···. 왜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
“······?”
한수는 남자 치어리더를 무대에 올리지 않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박수를 짝! 치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가시죠.”
“네···? 어디를요?”
한수는 씨익 웃으며,
“친구분 만나러요!”
“지, 지금이요!?”
“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대교의 친구가 일하는 백부 태권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수는 새로운 Platinum 등급 인재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