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망나니가 구단주를 잘함-104화 (104/187)

104화 : 장 선수를 왜 쫓아냅니까?

트리플스에서 십 년 가까이 활약했던 양기주 투수가 타이탄스로 입단했다.

타이탄스 구단주 겸 단장인 한수와 페르난도 킴 감독, 주장 장재우가 참석해서 양기주의 입단을 축하했다.

양기주는 인터뷰에서 믿고 기회를 주신 타이탄스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타이탄스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기주의 입단에 타이탄스 팬들은 반신반의했다.

└양기주 수술 후유증은 괜찮나···?

└길우현 보내고 양기주라···. 4, 5년 전이면 나이스 트레이드였을 거 같은데, 지금은···.

└길우현 완전 뺀질이라더라, 트레이드 잘했음.

└수술을 잘 됐다고 하던데, 회복만 하면 개이득 아님?

└트리플스가 병X이냐? 양기주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면 겨우 길우현 받고 보냈겠냐?

└길우현은 체력만 키우면 떡상할 선수고, 양기주는 지는 해인데···.

└그래도 양기주인데···. 밥값은 하겠지···.

└탈젤 효과 믿는다.

트리플스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한 양기주는 타이탄스에서 스윙맨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타이탄스 주장 장재우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내년 시즌부터 스윙맨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장재우는 생각했다.

‘기주 형이랑도 경쟁해야 하나? 미치겠군.’

선발 투수 승격 때문이다.

스윙맨은 대개 5선발 경쟁에서 떨어진 선수들이 맡는다.

그래서 선발 투수에게 문제가 있을 시 제일 먼저 승격되는 게 스윙맨이다.

장재우는 비록 신인 셋에게 밀려 선발에서 밀려났지만, 시즌이 시작하면 금방 선발 투수로 승격할 거라고 예상했다.

선발로 뽑힌 신인들은 아직 경험이 적으니, 긴 시즌 동안 선발 투수로 오래 버티지 못할 테니···.

‘팀의 마운드를 책임진다는 부담감을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데뷔 초부터 팀의 3, 4 선발을 맡아왔기에 잘 알고 있다.

심지어 타이탄스의 마운드를 지키는 일은 웬만한 강심장도 힘든 일이다.

장재우는 시즌까지 가지 않고 시범 경기만 돼도 그가 다시 선발 투수로 승격할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주장으로서 이런 생각보단 팀이 잘 되길 바라야 하지만···.

그는 속이 그렇게 넓지 못했다.

애초에 인망이 두텁거나 문희동처럼 카리스마가 있어서 주장이 된 것도, 아니고 나이와 경력 때문인데···.

하여튼!

장재우는 양기주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기주 형은 팔꿈치 부상이 아직 낫지 않았고,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소문도 있어. 너무 걱정하진 말자. 나 말고 선발 투수에 어울리는 선수는 없어.’

한수는 그런 장재우의 표정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장재우한테서 왜 이재수의 냄새가 나는 거지?’

그는 챙겨온 포수 마스크를 쓰며 장재우의 정보창을 살폈다.

-띠링!

【장재우】【Bronze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32%) [하락 ↓]

(타이탄스 코치진: 28%) [하락 ↓]

(타이탄스 프런트: 15%) [하락 ↓]

결론: 장재우는 타이탄스의 철밥통 선발 투수였습니다. 적당히 해도 3, 4선발에는 늘 그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쟁쟁한 신인들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위기감을 경쟁력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주장으로서의 부담감까지 더해져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선발 경쟁에서 밀려나자 질투의 화신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포지션】

1순위: 투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C급 완급 조절

···(중략)···

5. 질투는 나의 힘 [New]

【호감도: -3%】

능력치 하락이나 정보창 내용의 변화는 둘째치고 한수는 호감도 수치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마무리 캠프 때부터 계속 떨어지는 거 같더니···. 어느새 마이너스가 됐네? 흠···.’

한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떠올린 방법은 방출이다.

팀 분위기를 망치는 거보다는 계약금을 날리는 게 나으니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인재를 활용해볼 생각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계속 방출로만 문제를 해결할 순 없으니까.

‘페르난도 감독한테 말해둬야겠어.’

페르난도 킴 감독은 지난번에 있었던 ‘박치수 코인 사건’을 냉정하고 빠르게 해결했다.

한수는 이번에도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양기주의 인터뷰 이후에 2군으로 트레이드된 공형찬, 전예준, 여은포, 장문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사진 촬영이 이어지는 중간에 페르난도 킴 감독을 불렀다.

한수는 페르난도 감독에게 장재우의 표정에 대해 언급하며 우려되는 점을 말했다.

페르난도 킴은 고개를 끄덕이며,

“흠~ 확실히 장재우 선수가 주장에 부담감을 느끼는 거 같았어요. 선발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더 집중을 못 하는 거 같고~.”

“스프링캠프 전에는 해결했으면 좋겠군요. 주장의 역할은 중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수는 그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띠링!

【페르난도 킴】【Diamond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6%)

(타이탄스 코치진: 95%)

(타이탄스 프런트: 89%)

결론: 더그아웃의 가후(賈詡)입니다. 그는 작전을 짤 때 스스로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코치진과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전술, 전략을 짭니다. 줏대가 없는 게 아니고, 팀을 하나로 뭉치기 위한 그의 처세술입니다.

···(중략)···

【적성】

1순위: 감독

2순위: 수석 코치

3순위: 타격, 투수, 수비, 도루 코치

【특기】

1. SSS 급 처세술

2. 데이터 반, 믿음 반 절묘한 팀 운용.

···(중략)···

7. 온화한 카리스마

8. 선수 응원의 달인

【호감도: 18%】

SSS 급 처세술 특기를 보유한 페르난도 킴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대처를 할지 기대됐다.

그는 새로 온 2군 선수들과 차례차례 인사를 나눴다.

우선 백마고 출신 에이스 공형찬.

그는 덩치가 크고 험악한 인상을 보유한 방정맞은 남자였다.

“구단주님, 원 감독한테 저를 달라고 하셨다면서요! 흐하핫! 안목이 뛰어나십니다! 제가 지금은 조~금 슬럼프기는 한데, 금방 떡상할 겁니다! 저~어~기 포텐 끝난 여은포랑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흐하핫!”

물론, 방정맞든 말든 한수는 공형찬이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만 잘 치면 오케이였다.

그래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 공 선수한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힘내세요.”

“저만 믿으십쇼! 으하핫! 아! 그리고···.”

“······?”

“구단주님, 포수 마스크 멋지십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으하핫!”

다음으로 공형찬과 함께 백마고를 강호로 이끈 전예준과도 만났다.

그는 공형찬과 달리 말수가 무척 적었다.

낯을 가리는 건 아닌 거 같고···. 필요한 말 이외에는 잘하지 않는 거 같았다.

첫 번째 특기로 ‘느림의 미학’을 보유한 선수답게 말투도 무척 느렸다.

한수는 전예준과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 여은포를 만날 생각이었는데···.

“뭐? 갔다고?”

“네···. 사진 촬영이 끝나고 화장실을 간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오질 않아서 연락해보니···.”

“······.”

직원의 말에 한수는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구단주와 인사도 나누지 않고 먼저 행사장을 떠나다니!

‘그래, 이렇게 나온단 말이지.’

한수는 야생마 같은 여은포를 어떻게 길들이는 게 좋을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뜩 긴장한 얼굴의 장문원과 만났다.

“아, 안녕하십니까, 구단주님!”

“반가워요. 장문원 선수.”

한수와 장문원이 악수를 하는 순간이었다.

-띠링!

【영웅 도감 특기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의 영향으로 장문원의 세 번째 특기가 활성화됩니다.】

【장문원의 재능 수치가 94%로 활성화됩니다.】

【영웅 도감 특기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 영향으로 정보창의 ‘팁 ②’와 ‘팁 ③’이 나타납니다. 참고해서 선수를 성장시키세요!】

알림창을 확인한 한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이스.”

“예···?”

“아~ 아닙니다. 장문원 선수 반가워요.”

“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힘내세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한수는 장문원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곤 단장실로 향했다.

장문원은 그런 한수의 뒷모습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 = = = = = =

타이탄스 단장실.

한수는 소파에 앉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장문원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띠링!

【장문원】【Platinum 등급】

【재능】

(타이탄스 선수: 94%) [활성화!]

(타이탄스 코치진: 48%)

(타이탄스 프런트: 35%)

결론: 경기장의 장료(張遼)입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에 딱 맞는 인물입니다. ···(중략)··· 육체적으로 충분히 단련된 상태지만, 심리적인 문제 때문에 본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크게 날아오를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선수입니다.

└팁①: 심리적인 문제는 여은포와 관련이 있습니다.

└팁②: 그는 누군가에게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영웅 도감 ‘오자양장 – 위의 다섯 대장’ 완성 효과로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 특기가 생성되면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대상이 ‘이한수 구단주’로 한정됩니다. [New!]

└팁③: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특기를 잘 활용하면 그의 숨겨진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겁니다. [New!]

【포지션】

1순위: 외야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특기】

1. 명경지수(明鏡止水)의 타자.

2. 노력의 천재

3.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활성화!]

4. 노력으로 빛나는 배트컨트롤 [비활성화]

5. 레이저 송구 [비활성화]

6. 한발 앞을 내다보는 깔끔한 수비 [비활성화]

7. 뛰어난 장타력 [비활성화]

8. 구단주님이 보고 계셔!(영웅 도감) [New!]

【호감도: 45%】

플래티넘 등급 중에서 최상급인 94% 재능.

한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다음은 세 번째 특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장문원의 유니크 특기. 그는 부담스러운 대우를 받을 때 무너지기보다는 스스로 더욱 채찍질하며 발전하려고 노력합니다. 호랑이는 자기 새끼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다고 했지요? 장문원도 호랑이 새끼입니다.

‘이거 재밌는 특기인데?’

이어서 팁 ②와 팁 ③을 읽었다.

그리고 두 가지 팁이 여은포와 장문원의 조사 내용과 어우러져서 두 마리 호랑이를 잡을 묘수(妙手)가 떠올랐다.

한수는 눈빛을 반짝이더니 사무실 전화기로 이소희 팀장한테 연락했고,

“입단식 기념 회식하기 전에 장문원 선수 좀 오라고 해주세요.”

호랑이 새끼를 불렀다!

= = = = = = =

양기주의 입단식이 치러진 날, 장재우는 타이탄스 주장직에서 물러나고 문희동이 새로운 주장이 됐다.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이지만, 문희동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이소호도 함부로 하지 않는 선수다.

오죽하면, ‘최고의 구단주 가이드’도 그를 오나라의 군주 손권한테 비유하겠는가?

장재우에게 다른 조치는 없었다.

다만, 페르난도 킴 감독은 장재우에게 스프링캠프까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장재우는 이제 불펜 투수 자리까지 위협을 받게 된 거다.

이 위기를 발판으로 삼을지 족쇄가 되어 무너질지는 장재우의 의지에 달렸다.

한수는 지시를 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처리한 페르난도 킴의 행동력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한수가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이 열리고 모범생처럼 생긴 안경 쓴 남자, 장문원이 들어왔다.

그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실례합니다···. 저를 찾으셨다고 해서···.”

한수는 빙긋 웃더니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커피? 녹차?”

“아뇨···. 괜찮습니다.”

“오케이. 2군 숙소는 어때요? 룸메이트는···.”

“다 마음에 듭니다.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

장문원은 침을 꼴깍 삼키며 한수에 대한 소문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꿈인 타이탄스 통합우승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남자.’

‘타이탄스의 대변혁을 이끄는 사람.’

‘팀에 해를 끼치는 인물에게는 철퇴를 휘두르는 냉혹한 구단주.’

괜히 긴장됐다.

장문원은 생각했다.

‘설마 나···. 방출되는 건가?’

장문원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야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 때문이다.

타이탄스 팬들은 새롭게 2군으로 입단한 선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여은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강속구면 강속구, 변화구면 변화구···. 다채로운 공을 던지며 상대 투수를 농락하던 괴물이었고, 공형찬과 전예준은 고교리그 약체였던 백마고등학교를 강호로 만든 주역이니까.

하지만 장문원에 대해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장문원은 누구냐? 뭐하던 놈임?

└적토고 출신이라던데?

└고등학교 때 출전 경험이 없네.

└트리플스에서 트레이드 숫자 맞추려고 그냥 보낸 거 같은데?

└2군 붙박이 하나 추가네.

씁쓸했지만, 이게 현실이다.

다른 셋에 비해 장문원은 고교 시절 경기를 한 번도 뛰지 못했던 후보였고, 트리플스 육성 선수가 돼서도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니까.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적은 글처럼···.

‘나는 양기주 선배님이나 은포의 들러리에 지나지 않아. 계약을 이어갈 이유는 없지.’

그게 분했다.

트리플스에서 만년 후보 취급받을 때랑은 달랐다.

‘이 팀에서는 뭔가 보여주고 싶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리고···.

‘이한수 구단주님도 있으니까.’

그는 ‘타이탄스 40년’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수를 존경하게 됐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구단주님도 나처럼 아버지가 없으니···.’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됐다.

어쨌든!

장문원은 타이탄스에서 계속 있고 싶었다.

그래서 한수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기회를 주십시오.”

“······?”

“이대로 쫓겨나고 싶진 않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시면···.”

한수는 피식 웃더니,

“장 선수, 뭔가 착각한 거 같은데···. 저는 장 선수를 쫓아낼 생각이 없습니다.”

“네?”

“제가 힘들게 영입한 장 선수를 왜 쫓아냅니까?”

“······?”

장문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한수가 말했다.

“장문원 선수, 내일부터 1군에서 훈련하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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